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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과 끈기로 조직문화 바꿔라

최신남 | 8호 (2008년 5월 Issue 1)
오후 6시, LG화학에서는 다른 회사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 보통 회사에서는 퇴근 시간대에 상사 눈치를 보거나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근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직장인이 많다. 하지만 LG화학에서는 이런 직원이 거의 없다. 이는 LG화학이 2006년부터 조직문화 변혁활동의 일환으로 펼쳐온 퇴근문화 개선의 산물이다. LG화학이 2006년과 2007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조직문화가 성공적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1 참조) 특히 LG화학은 2007년에 전년대비 16%의 매출액 증가와 128.7%의 영업이익 증가라는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LG화학이 성공적으로 조직문화를 변혁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단계적인 조직문화 변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성공적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3단계
1단계: 기존 문화를 녹여라
LG화학은 2007년 석유화학 부문 입사선호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예비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의 애사심도 높은 회사다. 실제 많은 임직원들은 국내 1위 화학회사로서 훌륭한 전통을 가진 기업에 근무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LG화학은 1947년 창립 후 현재까지 60년 넘게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항상 ‘최초’라는 말을 달고 다닐 정도로 신제품 개발과 새 제도 도입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역사와 전통에 만족하지 않고 한층 빠른 의사결정 및 조직 유연성 제고, 생산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사고 전환 등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조직문화 변혁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거창한 제도를 만들거나 새로운 일을 벌여 변화를 추구해온 것은 아니다. LG화학은 2005년부터 형식에 치우친 혁신활동, 단순 현황 보고서 작성, 보고서 꾸미기, 준비가 부족한 회의, 장시간 회의, 퇴근 시 상사 눈치 보기 등의 여러 문제점을 감지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바꾸자는 취지로 변혁활동을 전개했다.
 
미국 뉴욕의 줄리아니 시장에 의해 유명해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지적하듯 작은 문제를 방치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사소한 관행부터 손질했습니다.”
 
LG화학 육근열 CHO(Chief Human Capital Officer)는 LG화학이 조직문화 변혁을 시작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2005년 ‘LG Way’ 선포와 2006년 김반석 CEO의 취임 같은 LG화학의 내부적 변화도 기존 조직문화의 변혁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LG화학은 2006년 조직문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LG Way’의 기반 위에서 ‘서로 신뢰하며, 가치 있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신바람 나게 성과를 내는 회사’라는 조직문화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단계: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라
LG화학은 ‘조직문화=일하는 방식’으로 정의하고 LG화학만의 독특한 조직문화 변혁활동을 진행했다. 우선 불필요한 일을 없애고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고·회의·퇴근문화의 변화를 추진했다. 이는 2006년부터 전개된 ‘스피드(speed) 경영’의 ‘먼저·빨리·자주’라는 행동양식 중 ‘빨리’와 일치하는 것으로 ‘핵심에 집중해 성과 창출 속도를 높이자’는 목표에 따라 전사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간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1페이지 보고’를 도입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보고서뿐만 아니라 쪽지보고, 전화보고, e메일보고 등을 활용한 의사결정도 활성화하고 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 사전에 회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회의 자료를 미리 배포했다. 특히 단순 정보나 자료 전달을 위한 회의를 지양하고, 반드시 결론을 도출해 사후에 이를 평가하게 했다.
 
전형적인 한국 회사와 달리 정시 퇴근도 장려하고 있다. 김반석 부회장은 “늦도록 남아 일하는 생활을 지속하면 결국은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업무시간 중 최대한 성과를 내고 제때 퇴근해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시 퇴근을 독려했다.
 
성과주의와 복리후생 면에 있어서도 LG화학은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여러 정책을 실시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GCI(Golden Collar Incentive Plan)’ 와‘OSI(On-Spot Incentive)’다. GCI는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핵심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의 연봉과 성과급에 시장가치를 더해 보상해주는 제도로, 같은 직무 분야에 있는 구성원이라도 최대 150%의 연봉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일반 사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OSI를 도입, 성과를 달성했을 때 월급의 50500%까지 보너스를 횟수와 시기에 관계없이 즉시 지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택적 복리후생제도를 채택해 개인 선호도에 따라 건강증진, 자기계발, 여가생활, 복지매장 등 다양한 혜택을 고를 수 있게 했다.
 
LG화학은 내부적 변화에 머물지 않고 외부적으로도 고객가치를 중시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 ‘Solution Partner 활동’을 통해 고객에게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비전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LG화학은 주요 고객사와의 ‘QI(Quality Innovation)’ 회의를 통해 시장에서의 위치와 동향, 신기술 및 경영사례 등에 대한 학습을 촉진하고 경영 컨설턴트들을 통해 고객사의 제품 품질, 재정 및 회계, 안전 등에 대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3단계: 새로운 문화를 내재화하라
LG화학은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새로운 조직문화를 창출했다. 하지만 새 조직문화가 조직과 조직원에게 체화하려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LG화학은 이를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CHO 육근열 부사장은 조직문화 변혁 및 정착을 위해 구성원들이 변화의 방향을 잘 이해하고, 목표달성을 위한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임원·팀장 리더십 워크숍 및 리더 대상 교육과정, CEO 특강 등을 통해 변화의 중요성과 방향을 강조하고, 실행을 위한 합의를 형성했다. 또 ‘사원과의 대화’ 등을 통해 수직적, 수평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임원들도 ‘계층별 간담회’ 및 사업부문 자체 전파 활동 등을 통해 전 직원 참여를 북돋우며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둘째, 2003년부터 지속해온 ‘팀장 및 수석부장 대상 리더십 서베이 및 교육’을 강화해 새로운 조직 문화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는 ‘평가 보상 공정성 강화’, ‘창의적 조직문화 구축을 통한 성과 향상’ 등의 주제별 교육 과정과 ‘개인별 코칭’ 및 ‘리더십 역량 제고’ 등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있다. 이와 더불어 구성원들과의 ‘육성면담’을 강화해 리더들이 직원들의 성장에도 많은 관심을 갖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DBR TIP] 육근열 CHO 인터뷰 “사업에 실질 도움 될 조직문화가 중요하죠”
 
LG
화학은 지난 몇 년간 조직문화를 변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나 어려움은 무엇이었습니까.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변화를 환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걸림돌이 있었지만 조직문화 변혁 활동이 기존 ‘조직 활성화 활동’과 유사한 일시적 이벤트처럼 인식되기도 했고 ‘얼마간 하다가 말겠지’라는 생각을 가진 직원도 많았습니다. 또 ‘조직문화가 비즈니스만큼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가진 직원도 있었습니다. 비즈니스의 중요성에 가려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된 것이죠.”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조직문화 변혁활동의 기본 방향과 취지를 계속해서 전파하고, 새로운 이벤트나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활동의 취지를 살리고 본질적 변화를 위한 실행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보고와 회의, 퇴근문화 변혁 활동이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일부 구성원들은 12년 했으니 이제 다른 것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지속적인 일관성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실제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해 가장 많이 수행하는 일이 보고와 회의입니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성원들의 참여와 함께 보고 및 회의 관행 변화를 계속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성과가 조직문화의 변화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은 어떻게 설득했나요.
기업에서 비즈니스 자체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조직문화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입니다. 직원들에게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홍보했습니다. 배터리를 제때 충전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면 아예 재충전도 되지 않는 과방전 상태에 빠져들게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당한 재충전 시간을 가져야 하며, 자기 계발을 위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의 건강이 곧 회사의 무형자산이고, 구성원들의 역량 향상을 통한 발전이 회사의 발전을 가져옵니다.

특히 조직문화 변혁 활동이 최대한 사업성과 창출 활동과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직문화 변혁 활동은 10년 혹은 20년 지속해야 할 가치가 있는 만큼 노력이 필요하며 정책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사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조직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McGill University 경영학과 조교수를 역임했다. 개인 및 팀 창의성, 조직 혁신 등과 관련해 20편 이상의 논문을 등의 저명 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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