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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② 임광수 한국IBM 부사장

“핵심가치로 감동줘야 글로벌 인재 얻는다”

신수정 | 89호 (2011년 9월 Issue 2)






비즈니스 솔루션 업체인 IBM은 전 세계 176개 국에서 총 40만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다. IBM 176개 국가의 조직 구조가 모두 같다. 사용하는 툴이나 절차, 프로세스, 시스템 등이 모두 같아서 한국 직원이 인도, 중국에 가도 아무런 문제 없이 업무를 할 수 있다. 40만 명 전원이 핵심가치를 내재화해 일상 업무에서 이를 실현하고 있다. 한국 IBM의 임광수 인사담당 부사장으로부터 IBM의 글로벌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글로벌 탤런트(Global Talent)를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지금 세상은 글로벌 인재가 따로 있고, 로컬 인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제는 미국식, 일본식, 한국식, 유럽식이 없다. 글로벌식밖에 없다. 예를 들어 상품도 내수형, 수출형 따로 있는 건 구식이다. 글로벌하게 통하는 사람, 글로벌하게 인정받는 사람. 글로벌하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글로벌 인재다. 한국에서 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중국, 일본, 인도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글로벌 인재가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글로벌한 것이란 얘기는 상당히 위험한 민족감정이다. IBM은 전 세계 176개 국가에 있다. 전 세계 176개 국의 IBM에서 일할 수 있는 다양성을 갖춘 사람이 바로 글로벌 인재다. 모든 IBMer들은 매일 전 세계 각국에서 수십 통의 e메일을 받고 수시로 해외 전화를 하며 업무를 하고 있다. 나만 해도 오늘 일본과 호주에 있는 내 상사들과 전화통화를 했고 e메일은 100여 통 넘게 받았다. IBM의 첫 번째 전략이 Become The Premier GIE(Globally Integrated Enterprise), 진정한 글로벌 통합 기업으로 나가는 길이다. IBM이 지금까지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한 원동력은 전 세계 40만 명의 IBMer 전원이 핵심가치를 일상 업무에서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탤런트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 포용력이다. 이제 세상은 혼자 일할 수 있는 게 없다. 설득하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협업은 내가 실력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차이를 알고, 그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에서 협업을 잘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영어는 필수적이다.”

 

IBM에서는 글로벌 탤런트 역량을 어떻게 길러주나.

다른 것보다도 기업의 핵심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공유하려고 한다. 전 세계의 해외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과 마찬가지로 진정한 IBMer라고 느껴 업무에 몰입하게 만들려면 조직의 문화와 핵심가치를 내재화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IBM의 핵심가치는 모든 고객의 성공을 위한 헌신(Dedication to every client’s success), 회사와 세상을 위한 이노베이션(Innovation that matters-for company and the for world), 모든 관계에 있어서의 신뢰와 개인적 책임(Trust and personal responsibility in all relationships)이다. 아무리 비싸고 아름다운 나무라 하더라도 토양이 맞지 않으면 죽는다. 전 세계 40만 명이 공유하는 핵심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으면 스킬은 저절로 길러진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핵심가치를 보고 감동해서 IBM에 인생의 승부를 걸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헌신이라는 것은 내가 만나는 고객의 성공을 위해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고, 혁신은 세상을 위한 혁신을 하라는 얘기다. IBM은 핵심 가치 교육(Value Camp) 12일 동안 시킨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회사의 가치관을 일치시킨다. 또 본인이 능력과 열정이 있다면 GOM(Global Opportunity Marketplace, 글로벌 내·외부 채용 포털)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IBM 내의 Open Job을 검색해 새로운 업무를 할 수 있다. IBM 내에는 사내 이동 기회를 확인할 수 있는 포털인 Hiring Manager Portal, Employee Portal, Recruiter Portal이 있다. 이러한 곳에서 지역, 직무, 업무유형 등 다양한 조건에 따른 기회를 찾을 수 있다.”

 

IBM만의 차별화된 인재 양성 제도가 있다면.

“IBM의 샘 팔미사노 CEO ‘IBM에는 엄청난 발명품들이 있지만 가장 훌륭한 발명품은 IBMer(IBM’s most important innovation wasn’t a technology or a management system. IBM’s most important invention was the IBMer.)’고 말했다. 바로 직원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기업의 큰 조직문화이고 이 자체가 차별화된 인재 양성 제도라고 생각한다. IBM은 일단 뽑으면 방치하지 않는다. 스스로 길을 찾고 나갈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지속적으로 한다. 해외 교육, 인센티브 제도 등도 있지만 이는 두 번째 수단이다. 본인이 경력계발계획을 만들어서 매니저와 협의해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 멘토제다. IBM에서 잘 자라기 위해서는 멘토가 중요하다. IBMer들은 자기가 원하는 멘토를 지정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물론 해외의 상사에게도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얼마 전에 뽑은 인턴들한테도 두 달간 IBM에서 근무하면서 나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문화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업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IBM에는 글로벌 탤런트를 가진 인재들이 많을 것 같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나.

한국IBM에 있다 해외로 나간 인재들이 많다. 얼마 전 상하이 GMU(Growth Market Unit, 성장시장)로 간 주니어 인재가 있다. GMU IBM 176개 국 중 advanced country를 제외한 성장 시장에 있는 140여 개의 나라를 묶은 IBM region이다. 140개 국을 커버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해외 출장이 상당히 잦다. 이 친구는 입사 때부터 기회가 되면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표가 확고했다. 자신은 한국이 아닌 전 세계를 무대로 일하고 싶기 때문에 대학생 인턴도 IBM을 선택했다. IBM 정식 입사 후에는 4년간 스토리지 전문가로 착실히 경력을 쌓았다. 한국의 멘토 외에 상하이에도 멘토를 둬서 상사가 한국으로 출장을 나올 때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상하이의 멘토에게는 자신이 해외에서 일하고 싶으며 그런 준비가 됐음을 꾸준히 알렸다. 어느 날 상하이의 GMU에서 스토리지 쪽과 관련한 자리가 나자 상하이의 멘토가 이 친구를 먼저 기억해 연락을 해왔다. 영어는 중국인보다 조금 부족하지만 그 친구의 열정과 전문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현재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글로벌 탤런트로서의 인생을 살고 있다. 체코, 폴란드, 남아공 등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최근에는 보안 전문가를 꿈꾸는 한 여직원이 체코 지사로 나갔다. 이들을 보면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영어 능력은 기본이고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갖춰져 있다. 일에 대한 열정도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시차 등의 문제로 새벽에 전화를 많이 받아야 한다. 사실상 24시간 근무 체제인데 이런 게 싫다고 하면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기 힘들다.”

 

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인재 양성이 잘 안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조직문화의 측면이 크다. IBM을 비롯한 소위 글로벌 기업의 조직원들에게너네 회사의 조직문화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 바로 답이 술술 나온다. 결국 회사의 문화에 자신을 100% 내재화해 회사의 핵심가치를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들에게 조직문화를 물으면 잘 대답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 매년 슬로건이 바뀌어서 그럴 수도 있고 보스의 성향에 따라 조직문화가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문화가 뭐냐고 물었을 때 선뜻 대답하기 힘든 조직은 비전이 없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부 인재는 물론 해외 글로벌 인재를 영입해 자신의 문화 속에서 잘 길러낼 수 있다.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 등 각종 프로그램은 이미 국내 기업에 잘 구축돼 있다. 다만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는데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너무나 많다. 밥을 떠먹여 주기보다는 그 사람들이 스스로 밥을 먹게끔 환경을 만들어주고 동기를 부여하는게 중요하다. 인재별로 차별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IBM은 특정직급 이상의 정직원 중 20%를 매년 핵심인재로 선정한다. 중요한 것은 일선 팀장이 현장에서 평가, 선정한다는 것이다. 팀장의 권한을 많이 준다. 사람을 뽑고, 결정하고, 성과 및 진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을 준다. 성공사례가 없는 것도 우수한 인재가 국내로 잘 오지 않으려는 이유다. 사실 국내 인프라는 많이 좋아졌다.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단순히 벤치마킹만으로는 부족하다. 토양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전 세대보다 문화 포용력과 영어 능력을 비롯한 글로벌 역량을 갖춘 현재의 30대가 리더가 된다면 지금보다는 많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임광수 한국IBM 부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대림산업에서 있다가 1986년부터 IBM에서 근무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서비스 프로젝트 이사, 컨설팅 사업부를 거쳐 2004년부터 인사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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