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① 안승준 한양대 특임교수(전 삼성전자 전무)
편집자주
이 기사의 작성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광노(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9만464명이다. 이 중 해외 근무 인력은 9만4802명으로 글로벌 인력 비율이 49.8%나 된다. 국내 사업장에도 50개 국 이상에서 온 외국인 직원 약 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 세계에 생산법인, 판매법인, 연구소 등 총 199개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인재제일’이라는 철학으로 인재스카우트 전담팀인 IRO(International Recruit Office)를 조직해 30여 명을 인사 주재원 개념으로 미국, 인도, 중국, 러시아, 동남아, 유럽 각국에 파견했다. 단순히 인력을 채용하기 위함이 아니라 역량자원을 흡인하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채널로 만든 것이다. 그 노력이 지금의 삼성전자를 일군 토양이 됐다. 삼성전자에서 30년 넘게 인사 담당자로 일하면서 핵심인재 확보와 관련한 일을 주로 해온 안승준 한양대 특임교수(전 삼성전자 전무)에게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재 전략을 들어봤다.
삼성전자는 국내 인력들의 글로벌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역전문가제도, 삼성 MBA제도를 운영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지역전문가 제도는 최초의 우려와 달리 상당히 성공했다고 본다. 지역전문가 육성 과정은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현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삼성인을 양성하자는 제도다. 해당 국가의 파견자로 선발된 사원은 모든 업무로부터 해방돼 아무런 조건 없이 6개월 내지 1년간 자신이 선택한 나라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현지인과 더불어 생활한다. 본인이 선택한 어학연수와 체험연수를 통해 현지 국가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을 쌓도록 배려한다. 미국 유학 가서도 살아 있는 영어를 잘하려면 현지 친구들과 잘 놀아야 한다. 지역전문가들에게는 주재원과 달리 자율성을 많이 부여했다. 스스로 친구를 사귀고,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서 현지 사정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고 특이한 정보와 깊이 있는 기록들도 남았다. 지역전문가 제도를 통해서 언어뿐 아니라 문화 자체에 대한 본질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기존 선진국 외에 그동안 소홀했던 남미나 아프리카 등 전략 국가를 본격적으로 공략하려고 하고 있다. 삼성MBA 제도는 해외 우수 인력들과의 인맥을 형성하고 비즈니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오려는 목적에서 시작했다. 본 제도의 출발은 인력운영상의 역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전자의 규모가 커지면서 외부에서 영입한 마케팅 및 개발 관련 부서 인력들은 대부분 해외 박사인 데 반해 인사 및 관리 인력들은 국내 학사 출신들이 많아 이들 간 글로벌 안목과 역량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했다. 외부 인력들의 역량을 따라잡기 위해서 재무나 인사관리 업무를 맡고 있던 내부인력 중 간부급부터 해외로 보냈다.”
외부의 글로벌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S(Super)급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내부 임원들의 변화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가장 애쓴 분이 바로 이건희 회장이다. 가령 S급 인재들은 기존의 판을 흔들 정도의 인력들인데 이들이 들어오게 되면 자기 자리가 위태로워진다고 생각한 일부 고위 임원들은 사장급이 아닌 자신보다 낮은 직급의 인재를 데려오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임원들이 자기 자리 보전을 위해 외부의 우수한 인재를 데려오지 않는 현상을 막기 위해 CEO의 중요 책무 가운데 하나를 글로벌 핵심 인재 채용으로 정했다. 임원들이 스스로 세계 곳곳의 우수한 인재를 파악해 삼성전자로 데려오게 한 것이다. 가령 이 회장은 회의에서 임원들에게 ‘전 세계에서 에너지를 가장 잘 이용하는 곳이 어디지?’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지’ ‘이 분야 최고 전문가가 누구지?’ 같은 날카로운 질문을 수시로 던진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CEO들이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해야만 했고 더 나아가 자기가 스스로 S급 인재를 찾아 나서서 데려올 수밖에 없다. 위에서 단순히 ‘나가서 인재를 데려오라’고 지시하기만 하면 의도와 목적에 맞지 않는, 전혀 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을 데려올 위험이 있다. CEO들이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해가면서 정말 삼성전자에 필요한 핵심 인재가 누구인지 스스로 찾게 하는 방식이 이 회장의 우수인력 확보 방법이다. 사장단은 출장을 나갈 때마다 제1의 목적이 ‘핵심인재와의 만남과 확보’라고 끊임없이 교육받았다. 삼성 조직문화의 첫 번째가 바로 ‘인재제일, 인재육성’이다. 해외에 출장을 나가서 S급 인재를 만나고 그들을 데려오고 하는 모든 것이 사장들의 MBO에 연관되도록 했고, 실적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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