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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최고의 혁신 아이디어

DBR | 49호 (2010년 1월 Issue 2)
재계가 특정 아이디어를 지지하면, 변화가 빠르게 올 수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매년 세계경제포럼(WEF)과 협력해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참신한 솔루션 10개를 제안한다. 생산성 향상부터 나라 만들기, 헬스케어, 해킹까지 아래에 기술된 모든 아이디어들은 전폭적인 지지가 있을 경우 한층 널리 퍼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어떤 아이디어를 지지할 것인가.
 
01 리더십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 업무 진전(progress)의 힘을 이해하라
 
문제 관리자들에게 직원들의 업무 열정을 북돋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면 하나같이 확신에 찬 답을 내놓는다. 최근 우리는 관리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목적은 인정(recognition), 인센티브, 대인관계 관련 지원, 업무 진전 지원, 명확한 목표 등 5개 요인이 직원의 동기 및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훌륭한 업무 결과에 대한 인정(공적인 경우나 사적인 경우 모두 마찬가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생각은 틀렸다.
 
우리는 수년간 다양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지식 근로자 수백 명을 상대로 일상 업무 활동, 감정, 동기부여 수준을 관찰했다. 그 결과 우리는 직원들의 성과를 독려하는 최고의 동기 부여책이 ‘업무 진전(progress)’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설문에 참가한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동기부여 효과가 가장 낮은 요인으로 ‘업무 진전’을 꼽았었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진전이 있다고 여기거나 장애물 극복에 도움을 받은 날 직원들은 긍정적인 감정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느끼며 성공을 향한 의욕이 최고조에 달했다. 반대로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이 들거나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하려는 노력이 좌초됐다는 생각이 드는 날에는 감정과 동기부여 상태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년간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지식 근로자들에게 매일 필자들에게 일기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었다. 지식 근로자들이 보내온 일기를 살펴보면 이런 내용들이 생생하게 적혀 있다. 어느 정보 시스템 전문가는 하루를 마감하며 적은 일기에서 “그동안 제대로 돌아가지 않던 문제를 드디어 해결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일기에는 “오늘 성과는 내게 있어 작은 이정표와 같기 때문에 안도감과 행복감이 느껴진다. (중략) 특정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 ‘90% 완성’되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일기 작성자들이 매일 자신의 동기 수준과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점수를 매기게 하고, 약 1만2000건에 이르는 일기 내용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그 어떤 일보다 업무상의 진전(점진적인 진전 포함)이 긍정적인 감정 및 높은 동기부여 수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고의 날’로 표기한 일기의 76%에는 업무상 진전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반면 업무상 진전과 관련된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날’로 묘사된 경우는 25%에 불과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사람을 다스리는 관리자 입장이라면 이런 결과를 좋은 소식으로 여겨야 한다. 동기부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가 자신의 통제권 안에 있으니 말이다. 또 동기부여 정도가 인센티브 시스템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참가자 가운데 일기장에 인센티브에 관한 내용을 언급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관리자들은 업무상 진전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일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의미 있는 목표와 자원을 제시하고 격려할 수 있으며, 직원들을 업무와 무관한 요구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혹은 그 반대로도 행동할 수 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싶다. 독단적으로 목표를 수정하거나, 우유부단하게 굴거나, 자원 배분을 지연시켜 직원들의 업무 진전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정적인 사건은 긍정적인 사건에 비해 사람들의 감정, 인식, 동기 수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또 업무 차질만큼 의욕을 잃게 만드는 일이 없다. 업무 차질은 지식 근로자들이 최악이라고 꼽는 날의 일기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전망 관리자는 적극적으로 업무 진전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내고 실제로 업무 진전 기회를 줄 수 있다. 고위급 관리자는 전반적인 목표를 명료하게 정의하고, 직원들이 노력을 기울일 경우에는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 과도하게 시간상의 압박을 가해 직원들이 사소한 문제를 학습 기회가 아닌 위기로 느끼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도움을 주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좋다. 사내에 이런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좀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업무 진전을 촉진할 수 있다. 즉 관리자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노력들은 직원들이 열정을 느끼며 업무를 진행하고 한층 빠른 속도로 업무를 완수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인정은 어떨까. 일기 내용을 볼 때 인정도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기분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비록 점진적인 진전에 불과한 경우라도 직원들이 달성해낸 진전을 축하해줘야 한다. 하지만 직원들이 진정한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면 인정할 거리가 없다. 결국 이런 이유 때문에 매일 모든 직원들을 인정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업무상 진전은 매일 발생한다.
 
테레사 M 애머빌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이다. 스티븐 J 크레이머는 매사추세츠 웨이랜드에서 집필을 하며 독립적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02 의학
헬스케어 부문에 혁명을 불러일으킬 기술
- 정답은 높은 비용도 하이테크도 아니다
 
문제 의료 부문의 기술 혁신이라 하면 사람들은 대개 차세대 MRI 기기나 수술용 로봇과 같은 하이테크(그리고 많은 비용이 드는) 혁신을 떠올린다. 이상하게도 헬스케어의 질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 다시 말해 ‘의료 서비스 공급자와 환자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필자는 1998년 의대를 졸업한 뒤 이메일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주치의가 된 이후부터 필자는 이메일이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훌륭한 방법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들에게 집에서 혈압을 잰 다음 그 결과를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보내고선 환자가 보내온 수치에 맞추어 처방을 수정했다. 하지만 환자에게 이메일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 경영진이 간섭하기 시작했다. 병원 경영진은 이메일을 이용해 접촉한 환자에게는 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메일을 그만 보내라고 요구했다.
 
또 이메일을 이용해 얻은 정보는 환자 진료 기록에 입력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필자의 환자 중 항암 화학 요법(chemotherapy)에도 불구하고 암이 전이되어 고통 완화 치료를 받은 돈(Don)이라는 환자가 있다고 치자. 필자가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를 이용해 격주로 진찰을 하며 돈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하는데도, 이 환자의 진료 기록을 살펴보는 사람은 생애 마지막 4달 동안 돈이 의사와 전혀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비 지불 및 의료 기록에 관한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원칙에는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직접적인 방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물론 화상전화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만성질환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문이 환자의 병원 방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환자가 이런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쪽이 환자의 편의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환자의 마음을 언짢게 하기는커녕 훨씬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울혈성 심부전증을 앓고 있는 75세 여성인 아그네스의 경우를 살펴보자. 단 4개월 동안 아그네스는 무려 6번이나 입원을 해야 했다. 그중 2번은 퇴원 후 4일 내에 재입원한 경우였다. 아그네스가 6번째로 퇴원을 한 뒤 필자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며칠 뒤 아그네스에게 전화를 걸어 신체에 어떤 경고 신호가 나타났는지 물어보고 체중을 재보라고 하는 등 그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 후 나흘에 한 번씩 필자와 간호사가 번갈아가며 아그네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아그네스는 아직까지 병원을 방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그네스에게 도움을 준 혁신 기술은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바로 ‘전화’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자, 이제 단순히 전화통화를 하는 차원을 넘어서 필자와 동료들이 최근 테스트 중인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환자를 원격 진료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필자와 동료들은 최근 복지시설이나 공공시설에서 원격 진료용 키오스크가 설치된 모습을 꿈꿔본다.) 혈압과 맥박 데이터를 의사에게 전송하는 시스템이 마련되기만 한다면, 허약한 환자들은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 또 의사들도 환자에 대해 더 많은 자료를 획득해 패턴을 인식하고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즉각 대처할 수 있다.
 
가상 진료의 확산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실현가능하고 받아들여질 만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최근 2가지 연구를 실시했다. 화상 진료와 이메일 진료에 대한 연구였다. 이들 연구 모두 실제 환자 및 이런 진료 방식에 익숙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가지 방법을 실험한 결과 환자와 의료진 양측의 만족도가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환자와 의사 모두가 혁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고, 심지어 혁신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와 동료들이 해야 할 일이라곤 원칙을 바꾸고 변화를 방해하는 의료 문화를 극복하는 것뿐이다.
 
전망 의사와 환자 간 가상 만남의 방식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이메일처럼 의사와 환자가 시차를 두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 둘째 화상 전화처럼 동시에 진행되지만 각기 떨어진 곳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식, 셋째 혈압, 맥박 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전달하는 키오스크와 같은 기기를 이용한 방식 등이다. 의사와 환자가 가상 진료를 도입하게 된다면 환자의 병원 방문 횟수가 최대 60%가량 줄어들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절약한 시간은 또 다른 환자들에게 양질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부족한 현상을 감안할 때 효율성 증진에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병원이 헬스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 어떤 경우에도 기술이 의사와 환자 간의 관계를 대신할 수 없다. 하지만 신중하고 실용적으로 기술을 사용하면 의사와 환자가 한층 풍부하며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진료와 관리가 이뤄지는 모든 단계에서 풍부한 피드백을 얻기 위해 쌍방향 플랫폼을 구축하면 환자와 의사가 힘을 모아 건강에 관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로널드 딕슨은 보스턴에 위치한 매사추세츠 제너럴병원의 가상 진료 프로젝트 총책임자이며 하버드대 의과대학에서 의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03 금융
금융 부문에서 반드시 빌려야 할 것
- 경제 안보를 위한 군사적인 접근 방법
 
문제 국가적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민간 부문에 의존해야 한다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미국 국방 문제의 경우, 미국 정부는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매사추세츠 렉싱턴에 위치한 MIT 링컨 실험실과 같은 비영리 연구센터에 예산을 지원한다. 비영리 연구센터들은 민간 업체만큼이나 뛰어난 기술 전문가와 혁신 역량을 갖고 있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주주가 아닌 공공을 위해서만 솔루션을 찾아낸다. 연방정부에서 예산 지원을 받는 연구센터들은 국방부와 계약한 거대 계약업체들과 마주앉아 ‘독립적이고 정직한 브로커’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비영리 연구센터들은 혁신적인 국방 계약업체들이 번영하도록 지원한다. 동시에 비영리 연구센터들은 이들 계약업체들이 꼭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고 이윤이 많은 일을 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지 않도록 견제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비영리 연구센터들은 가치 있는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이들을 지원하는 비용은 미국 국방부 예산의 1%에도 채 미치지 않는다.
 
2008년 말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필자와 몇몇 동료들은 금융업계에 비슷한 체제가 없는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금융업계 역시 국가적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부문이다. 그렇다면 민간 부문에서 새로운 금융 상품을 고안해낸 귀재들이 공공 부문에서 비슷한 시스템을 고안해내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수많은 대학 교수들이 군사 기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처럼 애국심이 투철한 수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대학에서 차세대 금융 솔루션을 개발 및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만으로는 공공 이익을 제대로 보호하기 어렵다. 미국 국방부는 연간 6500억 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해 학자들의 힘만으로 해결 가능한 수준보다 훨씬 다각적인 측면에서 국방 산업을 지원한다. 국방부가 자원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이런 상황을 시스템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수조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굴리는 금융업계도 마찬가지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국방 연구센터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모방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금융 혁신을 설계하고, 분석하고, 원형을 만들고,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재정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R&D 센터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경제 안보를 지키고 경제를 번영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방안을 도입하면 매우 체계적인 관점에서 당면 과제에 접근하기 위해 학계와 금융업계 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최고 인재를 채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신속하게 원형 및 대리(代理)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려면 업계의 산업 생산 역량에는 못 미치지만 전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수준의 자원이 있어야 한다. 또 새로운 금융 상품 요건을 정의하고 금융 규제 기관에 지침을 제공해 습득한 교훈을 산업 기반에 전수해야 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R&D 센터의 목표는 우리가 직면한 위협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위협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한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 시스템 자체가 지나치게 복잡한 탓에 R&D 센터 설립만으로는 국방 분야의 비영리 연구센터에서 추구하는 목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국방 부문과 달리 금융 부문은 경우 자유도가 지나치게 높은 편이며, 유용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불변의 법칙’이 극히 드물다.
 
전망 하지만 이를 시도하는 데에는 별다른 위험이 뒤따르지 않는다. 금융 R&D 센터가 적정한 수준의 노력을 기울이면 가능한 큰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단 학계가 이미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거시 차원의 문제를 목표로 정해 국가 정책 수립에 통찰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 R&D 센터가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와 강도가 비슷한 또 다른 금융위기 발생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해답을 내놓으면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은 얼마든지 납득할 수 있는 문제다.
 
로렌스 M 칸델은 매사추세츠 렉싱턴에 위치한 MIT 링컨 실험실의 항공 우주 부문 부책임자이다.
04 제약
필요한 약을 얻기 위한 노력
- 단순한 표준이 혁신을 이끈다
 
문제 제약 비즈니스 모델들이 대폭 줄어들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대형 제약사가 조만간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변화가 일어난다면 신약 치료법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나 투자수익을 얻고자 하는 기업 욕구는 무리 없이 충족될 수 있다.
 
새 모델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대형 제약사 및 생명공학 업체들은 신약 개발을 위해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입한다. 또 제3의 임상실험 단계나 시장 출시 이후 단계에서 실패하는 사례가 늘어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제너릭(복제약) 제조사들은 한층 빠르고 공격적으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한다.
 
게놈(genome) 의약 분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약물 부작용을 초래하는 성분이 밝혀지면서 지난 몇 년 동안 대형 제약업체를 구제한 ‘블록버스터 모델’이 위협을 받고 있다. 그 결과 규모가 작은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의약품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 대형 제약사나 종합 제약사의 경제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미 혁신적인 신약들은 소규모 제약사들이 주기적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대형 제약사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자사 인프라를 이용해 규모가 작고 혁신적인 제약업체의 임상 실험, 효율적인 제조, 마케팅, 세계 시장 판매 지원을 통해 훌륭한 파트너로서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만능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소비자나 환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한(제한적이긴 하지만), 위 방식은 실행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조만간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는 오아시스는 말라버릴 테고 대형 제약사들은 신약을 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껏 고수한 종합 제약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조화로운 신약 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제약사가 살아남게 될 것이다.
 
이미 이런 네트워크의 씨는 뿌려졌다.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몇 년 전부터 다른 업체의 혁신 성과물을 사들이거나 라이선싱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을 통해 성장해나가려면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외부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IT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모델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여전히 높다는 게 문제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기업들 간 합의하에 의약품 자산 표기를 디지털화하고 이때의 표기 표준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약품 개발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 저장, 활용하는 방법이 기업별로 각기 다르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불필요한 부분도 많다.) 기업들 간 수백 기가 용량의 문서와 이미지를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협력(collaboration)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거래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개별 기업들이 각기 다른 표기 형식을 요구하다 보니 자산 판매 업체가 잠재적인 인수업체나 특허 소유업체를 염두에 두고 별도 데이터룸들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약품 자산을 표현하기 위한 범용 표준이 만들어지면 군사 전문가들이 ‘공통 작전 상황도(common operating picture)’라고 부르는 공통 기준이 생겨나게 된다. 따라서 거래 속도가 빨라지고, 조정 비용이 줄어들며, 다수의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전망 이처럼 상대적으로 간단한 변화를 택했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좀 더 깊이 생각해보자. 제약업계 전체에서 하나의 표준을 채택하면 거래 비용이 낮아져 대기업 제약사들이 위험을 떠맡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산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각종 재단, 혹은 심지어 환자 단체에서도 대형 제약사들이 목표로 삼기에는 지나치게 규모가 작은 의약품 자산을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벤처 캐피탈사들은 실패로 끝난 포트폴리오 기업에 묶여 있는 의약품 자산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소규모 제약사, 국책 연구 기관, 대학 연구소 등도 보유 자산의 활용 가능성 여부를 좀 더 많은 고객에게 알리는 동시에 해당 자산에 관심이 높은 개발업체나 협력업체를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신약 개발 부문에서 엄청난 혁신이 이뤄지게 된다.
 
유동적인 신약 개발 네트워크가 탄생하면 지적 재산이라는 가치를 획득하는 방법이 바뀌게 된다. 협력업체들 사이에서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가기 시작하면 각 업체의 공적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명확한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정보가 혁신적인 용도로 사용되면 규제 틀 또한 바뀌어야 한다. 신약 개발 활동을 조율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탄생도 예측할 수 있다.
 
종합 제약사의 종말이 반드시 대형 제약사나 생명 공학업체의 몰락을 뜻하는 건 아니다. 이들 업체들도 자사의 전문성을 토대로 네트워크 모델을 수용해 네트워크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앞으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맞이할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에릭 보나보는 이코시스템의 설립자이자 회장이며 하이브 파마의 공동 설립자이다. 알페우스 빙엄은 이노센티브와 하이브 파마의 공동 설립자이다. 애런 샤흐트는 일라이 릴리에서 글로벌 외부 R&D 담당 최고 업무 집행 책임자를 맡고 있다.
 
05 대체 에너지
‘그린’을 달성하기 위한 시장의 솔루션
- 건물 개조를 장려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라
 
문제 청정 기술의 전망에 대해 마음이 들뜨기 쉽다. 특히 기존 주택 및 상업용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새로운 고효율 장치, 태양광 장치 얘기에 흥분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건물을 개조할 때 부딪히는 문제는 실로 거대하다. 상당한 진전을 보고 싶다면 주택 및 상업용 건물 소유주들이 개조를 통해 이익을 얻기 전 미리 투자해야 하는 초기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요즘 같은 때에 건물 소유자들 중 당장 쓸 수 있는 자금이 있거나 손익분기점에 도달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때까지 자금을 묶어둘 그래서 회수가 가능해질 때까지 자금을 묶어둘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론적으로는 청정 기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대출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출을 꺼리거나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기관투자가들은 청정 기술 접목을 통해 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며, 그럴 만한 자본도 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규모 투자를 선호할 뿐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는 원치 않는다. 또 기관 투자가들은 현명하기 때문에 건축물 개조에 투자할 경우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때 개조 공사를 되돌리거나 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심스러워한다.
 
최근 중국을 비롯한 제조 허브의 대량 생산이나 정부 보조금 덕분에 건물 개조 비용이 내려가고 있다. 덕분에 청정 기술을 접목해 건물을 개조하면 3년 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제아무리 청정 기술의 경제성이 좋아졌더라도 투자자들이 확신을 갖고 초기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민간 자본 시장의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없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미국의 15개 주에서 도입한 자산 평가 청정 에너지(PACE·Property Assessed Clean Energy) 채권을 생각해보자. PACE 채권은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며, 소유주가 PACE 대출을 받은 건물에 대한 재산세를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해 보증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메릴랜드 아나폴리스에 위치한 상업용 건물의 월간 전기료와 가스료 등 공공 요금이 2만 달러라고 가정하자. 이 빌딩의 소유주인 아나폴리스 매니지먼트는 에너지 감사를 실시해 에너지 효율화 프로젝트(창문, 조명, 난방, 환기, 공기 조절 장치 개조)에 30만 달러를 투자하면 월간 공공요금이 1만3000달러로 줄어들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나폴리스 매니지먼트는 아나폴리스의 PACE 프로그램에서 30만 달러를 빌려서 건물을 개조했다. 건물의 재산세 증가분은 대출금의 5%에 이자를 더한 금액과 같고, 건물 소유주는 20년에 걸쳐 대출을 상환하게 된다. 이 경우, 이자율이 8%라고 가정했을 때 매달 1350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자 비용보다 훨씬 큰 금액인 7000달러의 공공요금을 매달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건물 소유주의 현금흐름은 개조가 끝난 직후부터 플러스가 된다.
 
전망 아나폴리스라는 도시의 관점에서 PACE 채권을 살펴보자. 아나폴리스 시가 채권을 발행하면 기관 투자가들이 PACE 채권을 매입한다. 재산세를 담보로 하는 채권은 부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투자가들은 이런 부류의 채권을 선호한다. 재산세를 담보로 하는 대출을 상환할 의무는 재산이 압류됐을 때에도 유효하다. 따라서 소유주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선언해 은행에 헐값으로 매각해도 그 건물을 매입한 새로운 소유주는 연체된 세금을 즉시 납부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도 PACE 채권은 매우 매력적이다. PACE 채권은 납세자의 선택 사항이다. 따라서 PACE 채권은 대출을 받는 쪽을 택한 부동산 소유주에게 부과하는 세금만 인상하는 수단이 된다. 다시 말해 다른 유권자의 재정 상태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PACE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는 건축물 개조 프로젝트는 건축 및 설치 부문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PACE 채권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간다면 수백만 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십만 개 일자리가 생겨날 수도 있다. 어떤 정치인이 부동산 가치를 높이고, 월간 공공요금을 낮추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지지하지 않겠는가.
 
뉴욕에서 활동하는 잭 D 히더리는 프라이머리인사이트닷컴의 회장으로 PACE나우 전국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한다.
 
06 혁신
실험실과 시장을 잇는 빠른 길
- 기술 라이선싱 장벽을 무너뜨려라
 
문제 대학에 적을 두고 활동하는 혁신가들은 상업화되기만 한다면 경제 성장을 지속시키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큰 기술을 주기적으로 개발해낸다. 이들은 대개 미국 정부로부터 연구 자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15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정부의 R&D 예산 중 상당 부분이 대학을 통해 전달된다) 혁신 결과를 시장에 내놓고 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통용되고 있는 시스템은 최선이 아닌 차선(次善)에 불과하다. 대학에서 개발한 수많은 혁신 성과를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상업화를 장려해야 할 조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약 30년 전 미국 의회는 각 대학에서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달성한 혁신 성과를 적극적으로 상업화해나갈 수 있도록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미국 의회는 베이 돌 법안(Bayh-Dole Act)을 도입해 대학들이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얻은 연구 성과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가질 수 있게 허용했다. 미국 의회의 당근 정책은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미국에서 연구 활동을 하던 거의 모든 대학들이 상업화 관련 활동을 조직적으로 운영하고 상업화 활동을 통한 수익을 늘리기 위해 기술 라이선싱 사무소(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를 설립했다. 각 대학에서 중앙 집중식으로 운영하는 사무소들은 교수진에게 발명 내용을 TLO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기술 라이선싱 기회를 추구한다.
 
하지만 A학점을 받을 능력이 되지만 계속해서 B학점을 받는 학생들처럼 TLO도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립보건원이 수년에 걸쳐 지원한 금액이 300억 달러에 달하는데도 미국 식약청에서 승인한 신약 기준으로 볼 때 대학 성과는 계속 하락하는 실정이다. 현재 미국 에너지부는 화석연료를 대체 에너지원으로 교체하려고 수백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약 상업화 부문에서 나타난 실망스러운 패턴이 청정 기술 부문에서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에 대학들이 상업화 역량을 중앙에 집중시키고 프로세스에 대한 통제권을 TLO에 준 게 잘못은 아니었다. 이 방식 덕분에 즉각적으로 조직적인 효과가 나타났으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초기의 독점적인 모델은 점차 거대한 장애물로 변질되어갔다. TLO의 효율성이나 역량은 전혀 고려되지도 않은 채 발명 능력이 우수한 교수진이 TLO의 ‘인질’이 되어버리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TLO가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에 교수들은 TLO가 자신이 발명한 내용에 관심을 보여주길 바라면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따라서 기술 라이선싱 시장을 자유롭게 풀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업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발명 활동을 하는 교수들에게도 대학과의 연계 여부를 떠나 자신이 원하는 중개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 한다. 이는 미국 상무부에서 베이 돌 법안 내용을 수정하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이다. (어쩌면 중소기업진흥청도 관련 규정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연방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할 때에는 ‘기금을 수령하는 대학은 교수들에게 원하는 기술 라이선싱 중개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전망 기술 라이선싱 시장이 한층 자유로워지고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해서 발명의 법률적인 위상이 침해받는 것은 아니다. 또 교수와 대학이 로열티나 라이선스 요금을 분배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사실 양측 간 이익 분배 방식은 표준 고용 계약에 의해서 결정된다.) 다른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술 라이선싱 시장이 자유로워지면 신기술 상업화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또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최종 소비자들이 한층 빨리 신기술 열매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시장이 자유화되면 대학의 TLO가 전문성을 강화하고 관련 지식을 갖고 있는 외부 전문가들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이 그동안 자체적으로 운영한 TLO를 폐쇄하는 대신 외부 TLO나 중개인에게 기존에 지급하던 것보다 적은 액수의 수수료를 지급하면서도 계속해서 라이선싱 수익을 벌어들이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교수들과 발명 활동을 하는 교수들이 몸담고 있는 대학을 자유롭게 풀어줘야 할 때가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대학 연구실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데도 이 세상이 무작정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기다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운데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도 있다.
 
로버트 E 리탄은 미주리 캔자스시티에 위치한 카우프만 재단에서 연구 및 정책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레사 미첼은 카우프만 재단에서 혁신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다.
07 인재 관리
해킹
- 규칙을 어기는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
 
문제 직장에서 12살짜리 어린이가 당신보다 정보를 더 빨리 수집하고, 더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더 다양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더 뛰어난 정보원으로부터 자발적인 도움을 이끌어낸다면, 당신은 어떻게 이 어린이보다 경쟁력이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회사가 제공하거나 승인한 도구보다 휴대전화에 들어 있는 도구가 훨씬 도움이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파괴적인 시장의 힘을 비껴갈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는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은 이미 직장에서 사용하는 도구들보다 더욱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관료주의, 프로세스, 기존 기술에 대한 기업의 집착은 직장인들이 최고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해킹을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해킹을 할 만큼 충분히 신경을 쓰는 사람들을 포용해야 한다. 해커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해진 방식을 피해서 움직인다. 해커들 중 자애로운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규칙을 어긴다. 일선 근로자들과 중간급 관리자들이 일단 업무 해킹을 시도한 다음 업무 성과가 20배가량 증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결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리처드 사운더즈(가명)는 자애로운 해커다. 리처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한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졌을 당시, 리처드가 근무하는 은행 임원들은 더 많은 보고서를 내놓으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사내 정보기술(IT) 부서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로는 임원들이 요구하는 유용하고 통찰력 있는 분석 자료를 간단하게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불쌍한 리처드. 과연, 리처드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임원들이 요구하는 보고서와 필요한 분석 자료를 수작업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하루 29시간, 일주일에 열흘씩 고통을 참으며 일을 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리처드는 시스템을 해킹했다. 리처드는 소프트웨어 판매업체를 구워삶아 비밀번호를 알아낸 다음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여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보고서를 임원들에게 제공했다.
 
리처드가 시스템을 해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은행 감사 담당자 및 IT 보안 요원이 깜짝 놀랄까? 물론이다. 하지만 리처드는 그때 이후 놀라울 만큼 뛰어난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으며 지금은 사내 모든 직원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리처드를 찾아오고 있다. 단순한 데이터 무더기 이상을 원했던 은행 임원들에게 리처드는 그야말로 영웅이었다. 리처드는 “해킹을 한 덕에 은행 임원들의 괴롭힘을 피할 수 있었으며 적은 노력만으로도 고객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리처드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업무를 완수하고 조직에 도움이 되는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자신들이 관련 문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많은 근로자들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개인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기업 통제권이라는 환상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전망 이런 종류의 대안을 택하는 방법은 전혀 새롭지 않다. 회사는 오래전부터 사내 해킹 대상이었다. 한 가지 새로운 점이 있다면 해킹이라는 편법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블로거들은 근로자들에게 업무 절차를 우회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각종 포럼에서는 소프트웨어 안전망을 해킹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기업가들은 근로자들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체적인 도구 및 프로세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해킹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성공 전략은 딱 하나뿐이다. 그 전략은 바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없으면, 차라리 같은 편이 되는 방법이다. 해킹에 능숙한 직원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사내 토론 방식을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구글, 노키아, 베스트바이 등 수많은 대기업 관리자들은 ‘자비로운 해커’들이 추진하는 일들을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업무 도구 및 절차에 관한 더 큰 통제권을 가질 수 있도록 용인하고, 투명성을 높이고, 능력 위주의 제도를 도입한다. 고위 경영진마저도 융통성 없는 구시대적인 도구 및 구조의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한때 나쁘다는 인식 때문에 꺼려졌던 행동을 새로운 미덕으로 여기고 있다.
 
빌 젠슨은 뉴저지 모리스타운에 위치한 변화 컨설팅업체 젠슨 그룹의 사장 겸 CEO이다. 조쉬 클라인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해커이며 보안 및 직장 유효성에 관한 조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젠슨과 클라인은 <해킹 워크(Hacking Work)>(포트폴리오)를 공동 집필하고 있다.
 
08 위험 관리
떠오르는 거품을 포착하는 방법
- 우리는 조기 경보를 알릴 수 있는 도구가 있다
 
문제 윌 로저스는 투자에 관한 현명한 조언을 남겼다. “좋은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올라갈 때까지 쥐고 있다가, 주가가 올라간 후에 팔아라. 올라갈 가능성이 없는 주식은 사지 마라.” ‘무언가가 터지면, 그게 바로 거품’이라는 경제 거품에 관한 지침도 로저스의 조언과 다르지 않다. 역사학자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상황이 종료된 후에 분석을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식의 분석은 갑작스런 주택 가격 폭락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조기 경보 시스템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우선 조기 경보 시스템이 있으면 규제 기관에서 금융 기관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확인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규제 기관은 금융 기관의 건전성을 확실하게 알리기 위해 각 금융 기관이 확보한 자산 리스크를 고려해 자산 가치를 낮춰 잡아야 한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바젤 II 협약에 따르면 규제 기관은 리스크의 시장 가격을 고려해 자산의 할인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거품이 생성되는 시기에는 시장이 가격 하락 리스크를 상당히 저평가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은 거품 형성기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한 금융 기관은 2007년 1월 거래 장부에 5000만 달러어치의 주택 담보부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장 가격을 통해 짐작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었으며 건전성은 훨씬 더 낮은 수준이었다. 특정한 자산군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지표가 있다면, 규제 기관에서 리스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또 규제 기관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자산 가치를 낮추어 발표하고 전체 대차대조표가 거품 붕괴의 위협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필자가 공동 책임을 지고 있는 행동 경제학 부문의 R&D 연구실인 ‘아이디어42’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디어42의 연구진은 다음 질문을 던진다. “전미 경제조사국(NBER)에서 불황이 다가올 시기를 추정하는 위원회와 같은 ‘거품 위원회’가 있다면 행동 금융 분야의 연구 결과를 이용해 거품이 생성되는 것을 포착할 수 있을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가 될 것이다.
 
아이디어42가 언제 거품이 터지는지 예측하는 능력을 갖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일은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공공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거품이 터졌을 때 이 같은 사실을 깨닫기만 하더라도 위험을 규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거품이 터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언제 거품이 터질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모두 힘을 모아 이런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시장 자체는 거품이 형성되는 시기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똑똑한 중개인이라면 누구나 거품에 기대어 이익을 얻기보다 거품이 형성되는 시기에 상승세를 노릴 것이다. 거품을 타고 상승세를 누리다가 터지기 직전에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
 
그렇다면, 위원회는 거품 형성기에 이를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행태 재무론(behavior finance)은 이를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건 시장에서 자산 가치에 대한 각기 다른 견해를 통합해 하나의 가격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반대로 거품 형성기에 그랬던 것처럼 시장이 실패한다는 건 시장이 더 이상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가격이 오랜 기간 상승하면 시세 하락을 예측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따라서 가격 하향 압력이 줄어든다. 투자자들이 주가가 과대평가되어 있으니 곧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공매(short selling)와 같이 좀 더 돈이 많이 드는(따라서, 효과는 떨어지는) 방법을 동원해 반대의 가능성에 돈을 건다.
 
위 행동 패턴은 경고 징후를 발견하기 위한 접근법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거품 징후 포착을 담당하는 위원회는 단기적인 이익, 풋옵션 수요, 다양한 파생 상품 거래 등을 고려하여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견해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여론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게 되는 건 아니다. 자산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는 여론을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거품 징후 포착을 담당하는 위원회가 수동적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자산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의심된다면 거품 위험 제거에 도움이 되는 파생 상품을 도입할 것을 선별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 가격이 급락할 경우에만 매수가 가능하도록 구성된 장기 풋옵션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풋옵션의 시장 가격은 규제 기관에서 해당 자산군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위원회 활동으로 인해 거품이 조기에 터져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거품을 조기에 터뜨리는 것이 위원회의 주요 목표는 아니다. 이 위원회가 거품 붕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역할만 제대로 해내더라도 만족해야 한다.
전망 위에서 언급한 통찰력을 모아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만들어내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관련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반대 성향을 갖고 있는 투자가의 투자 금액을 정확한 수치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적인 방안이 마련되면 주가이익비율 등 근본적인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기존 지표들과 함께 활용해야 한다. 소비자 심리학 분야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소비자 태도 지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방안 및 지표들은 과거 데이터와 비교해보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아이디어42의 연구진은 매우 운이 좋다고 볼 수 있다. 데이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 세계 수많은 자산군은 틀림없이 거품으로 볼 수 있는 시기를 거쳐왔다. 위에서 언급한 방안들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힘을 모아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지진이나 허리케인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건축 기술자들은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배워왔다.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금융 부문의 거품이 부풀어 올랐다가 터지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힘을 모아 R&D 노력을 기울이면 공익을 우선시하는 위원회가 거품의 부작용을 억제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를 만들 수 있다.
 
센드힐 물레이너탄은 하버드대의 경제학 교수이자 아이디어42의 공동 설립자이다.
 
09 세계 경제
더 많은 홍콩을 만들 것
- 자치도시는 어려움에 빠진 경제를 위해 원칙을 바꿀 수 있나?
 
문제 관리자들은 변화를 꺼리는 조직을 변혁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사내에 자치 사업부를 만들어 선구자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성공적으로 자치 사업부를 출범시킨 리더는 말보다는 행동을 앞세워 회사를 변화시켜 나간다. 목표는 훌륭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 백화점인 ‘데이튼 허드슨’은 할인 판매를 담당하는 자치 사업부를 세웠고 결국 회사 전체를 새로운 업체로 탈바꿈시켰다. 한 나라를 변화시키는 일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중국은 획기적인 개혁을 통해 얼마든지 나라를 통째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였다. 1970년대 말 개혁을 시작할 때 중국 리더들은 중국만이 갖고 있는 특수 자산을 활용할 수 있었다. 즉 역사적인 사건들로 홍콩이 중국의 정치 제도 개혁을 시험해볼 수 있는 자치구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시 홍콩은 영국 정부의 관리하에 살기 좋고 시장 경제가 번성한 도시로 변해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수백만 명의 중국인들이 바느질, 장난감 제조 등의 일자리를 찾아 홍콩으로 몰려들었다. 이후 홍콩에 자리를 잡은 중국인들은 부(富), 시장에서 팔릴 만한 기술, 원활하게 돌아가는 도시에서 양질의 삶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 습관이나 가치관 등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덩샤오핑을 비롯해 홍콩의 성공을 지켜본 중국 리더들은 도시화, 시장 인센티브, 외국인직접투자(FDI) 등을 중국 대륙에 도입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었다.
 
현명하게도 중국 리더들은 중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강제로 시장의 규칙을 바꿀 것을 종용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 내에 중국인 근로자와 외국 기업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경제특별구를 설립했다. 1992년 덩샤오핑의 남부 지역 방문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경제특별구의 놀라운 성공에 고무된 중국 정부는 도시화 및 경제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전례 없이 많은 중국인의 삶이 놀랄 만큼 개선되었다. 홍콩은 중국 바로 곁에서 시장의 힘과 특별구의 잠재력을 증명해 보인 훌륭한 역할 모델이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홍콩을 훌륭한 모델로 변화시킨 덕에 영국은 지난 1세기 동안 그 어떤 국제 원조 프로그램보다 세계 빈곤을 완화시키는 데 더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많은 국가들이 기술 유입 및 성공적인 도시화를 방해하고, 개개인의 야망을 억누르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국가들은 자국 국민들이 수백만의 동포,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 및 기업들과 호혜적인 교류를 활용하게 허용하는 새로운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 홍콩과 같은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새로운 원칙을 도입할 수도 있다.
 
도시를 탄생시키는 것은 사내 자치 사업부를 만드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새로운 도시를 만들려면 먼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을 찾아낸 다음 새롭게 만들어질 도시에 적용할 원칙을 나열한 헌장을 마련해야 한다. 헌장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사람들은 새로운 도시에 거주하며 일을 할지, 인프라에 투자할지, 아파트·공장·콜센터·상점 등을 지어 관리할지 등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도시를 새로 설립하는 방법은 많은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라울 카스트로가 이 방법을 택해 덩샤오핑이 중국에 접목한 방법을 똑같이 쿠바에 접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설사 카스트로가 매력적인 원칙을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카스트로의 후계자들이 그 원칙을 따를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또 쿠바는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인구를 흡수하고 투자를 유치하기에 정치적인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
 
카스트로가 중국과 같은 방법을 택한 다음 새로운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자 한다면 다른 나라와 합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캐나다가 새로운 협약 당사자가 되어 미국으로부터 관타나모 베이에 대한 권리를 넘겨받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캐나다가 정해진 기간 동안 지방 행정을 담당하며 관타나모 베이에 자치도시를 세울 수도 있다. 영국 정부가 홍콩에서 그랬던 것처럼 캐나다 정부도 쿠바의 자치도시에서 정치적인 위험을 낮추고, 외국 자본과 쿠바 시민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쿠바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긴 하지만 중국이 문화혁명을 겪는 동안 홍콩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 만들어진 도시에서는 항만 시설을 이용해 전 세계 다른 국가들과 교역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새로운 도시를 찾게 될 것이다. 조심스런 쿠바인들은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지켜보기만 하겠지만, 시장 모델 도입을 염원하는 쿠바인들은 새로운 도시로 이주하게 될 것이다. 자치 도시와 쿠바 내 기타 지역 간의 재화 및 인재의 이동이 증가하고 임금 수준이 선진국과 맞먹는 수준으로 높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캐나다와의 협상을 통해 헌장을 작성할 때 관타나모 베이에 지어진 합작 도시를 BOT(Build-Operate-Transfer·시공 및 운영 후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 프로젝트로 정의할 수 있다. 쿠바의 정치 경제적 변화의 마지막 단계로 양측 사람들이 투표를 통해 새로운 도시를 쿠바의 정치 시스템에 통합시키기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전망 원칙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는 나라들이 많다. 예를 들어 북한의 원칙은 너무 공격적이고 유해하며 소말리아의 원칙은 너무 취약해서 개인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법률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을 정도다. 개발의 중간 단계쯤 놓인 많은 나라들은 족벌주의를 막고, 경쟁을 지속하고, 혼잡과 오염을 제한하고, 근대적인 공공시설 및 인프라를 지원하고, 모든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원칙을 필요로 한다.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누가 봐도 다른 원칙이 더 나은데도 불구하고 원칙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자치도시를 만들면 수많은 나라들이 전국적인 규모의 체계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도시들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도시로 옮겨오는 수십 억 인구가 자신의 잠재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원칙을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폴 로머는 스탠포드 경제정책 연구재단의 선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비영리 연구기관인 차터 시티스의 소장을 맡고 있다.
10 협상
독립적인 외교
- 기존 국가들만이 국제 문제에 관여하는 이유는?
 
문제 세계화로 인해 세계 모든 사람들이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세력의 영향을 받게 됐다. 또 국가의 힘은 약해지고 있으며 국가가 아닌 다른 조직의 힘은 커지고 있다. 1945년 탄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가 간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안보리가 처리하는 문제 중 75% 이상은 게릴라 단체, 분리주의자, 붕괴한 국가의 잔당, 새로운 국가의 핵심 세력 등 비국가적인 단체 혹은 개인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존 국가들이 여전히 국제 외교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인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 이 세상의 복잡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신생 국가, 신흥 국가, 글로벌 기업, 범죄 조직, 무장 단체 등 다양한 세력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국가만이 외교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외교 시스템은 느린 속도로 진화한다. 소국(小國), 국가가 아닌 다른 형태의 단체 등 현재의 외교 시스템에서 배제된 집단이 갖고 있는 정당한 요구도 수용되어야 마땅하다. 문제는 이런 집단을 참여시키는 방법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많은 집단들이 ‘독립 외교’라는 말이 모순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외교관은 국가를 대표한다. 결코 독립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모순적이라는 말이 옳다. 필자가 영국 외교관으로 활동했을 때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은 다르다. 생각이 바뀐 까닭은 전통적인 모델의 한계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2004년 필자는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한다는 첩보와 관련된 질문에 답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유엔 안보리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이라크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해당 첩보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영국 정부가 전쟁의 명분을 조작했고 대체 방안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고 증언했다. 증언 이후 필자는 결국 사임해야 했다. 이후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관한 계획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필자의 근무지였던 코소보가 영감을 줬다. 당시 코소보의 미래는 격렬하고 은밀한 외교 협상의 주제로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코소보 민주 정부는 외교관을 선출할 수 없었다. 또 코소보는 자국 미래에 대한 논의에 전혀 참여할 수 없었다. 자국에 관한 논의에서 배제되는 것은 부당한 일인 동시에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일이기도 했다. 외교는 일종의 교역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필자는 외교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비영리 조직 인디펜던트 디플로맷을 설립했다. 코소보는 인디펜던트 디플로맷의 첫 고객이 됐다.
 
전망 인디펜던트 디플로맷은 특정한 위기 상황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독립적인 외교라는 생각 자체는 전통적인 외교 모델을 구시대 유물로 만드는 거대한 범지구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소규모 집단이 국제 협상에서 소외될 위험이 있을 때 독립 외교관이 협상에서 이들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인디펜던트 디플로맷은 매우 복잡한 기후변화 회의에서 작은 섬나라들을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얀마 야당이 나라 전체를 민주주의 국가로 변화시킬 수 있게 지원하는 한편 모로코인이 점령하고 있는 서부 사하라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대표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아이디어를 나눌 때도 필자는 결코 인디펜던트 디플로맷의 의견이 정교한 국제 시스템에 걸맞은 완벽한 솔루션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반드시 필요한 한 부분일 뿐이라고 한다. 파워가 이동하고 있으며, 소외된 집단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소외된 집단을 배제시키면 분쟁 위험이 더욱 높아질 뿐이다. 필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다른 사람, 혹은 단체들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세력과 여러 사건들을 통제하기 위해 순진하게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돕고 격려하는 것이다. 그간 경험을 통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 “누가 참여를 했는지, 누가 행동을 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 모든 사람이 참여하고 모든 행동이 국제적인 결과로 이어질 때 모든 사람이 독립 외교관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칸 로스는 뉴욕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 ‘인디펜던트 디플로맷’의 설립자로 이 단체의 소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월호에 실린 ‘Breakthrough Ideas for 2010’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HBR은 매년 세계경제포럼(WEF)과 공동으로 세상을 바꿀 솔루션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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