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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여, 움츠린 간부를 달리게 하라

데렉 딘(Derek Dean)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지난해와 같은 급박한 경영 환경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은 수하의 유능한 참모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 하지만 믿었던 노련하고 유능한 간부들이 변화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쩔쩔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조직은 표류하고, 사업 기회도 제때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화가 난 CEO는 결국 그런 간부들을 퇴출 리스트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탁월한 지식, 인맥, 조직 역량 등의 훌륭한 자질을 갖춘 후임자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핵심 역량을 갖춘 임원을 경질시킨다면 결정적인 패착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적지 않다.
 
 

 
따라서 CEO들은 유능한 임원들을 섣불리 집으로 돌려보내는 결정을 하기에 앞서 달라진 기업 환경에 적응하도록 충분히 지원하고 기회를 줘야 한다. 임원들에게 변화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그들이 달라진 업무의 특성에 적응하도록 호소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정서적 요소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들 간부들이 의존해온 사업의 기본 가정들이 하나둘씩 무너져 내릴 때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떠올려보라.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야말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새로운 환경과 규칙을 익히지 못해 옴짝달싹 못하는 임원들을 돕는 첫 걸음이 된다.(▶GP TIP 경제위기의 시대, CEO의 공감 경영 참조).
 
GP TIP 경제위기의 시대, CEO의 공감 경영
 
- 로버트 I 서튼
 
CEO가 불황기에 부하 직원들이 감정적 약점을 극복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서술한 데렉 딘의 글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근에 대화를 나눈 몇몇 CEO들은 ‘겁에 질린’ 고위 임원들을 돕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글은 이런 현실을 반영할 뿐더러 개인이나 집단이 예측도 이해도 할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주는 두려움에 압도되면 불안, 인지 능력의 제한, 기존 방식에 대한 집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학계의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딘의 논지를 3가지 측면에서 좀 더 확장해보자. 첫째, 딘의 글에 암묵적으로 다루어지긴 했으나, 명확히 표현되지 않은 중요한 부분을 지적하고자 한다. 부하 직원이 문제점과 약점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CEO가 먼저 자신의 문제점과 약점을 철저히 알고 있어야 한다. 평소 상관의 행동을 자세히 주시하고 있는 부하 직원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자신들의 운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상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극도로 예민하게 살피게 된다.
 
한 가지 예가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원이 들려준 이야기다. 복도를 지나는데 한 비서가 “구조조정이 언제 시작되나요?”라고 묻더란다. 그는 말문이 막혔다. 실제로 비밀리에 감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감원 계획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시인하고, 어떻게 이런 일을 알게 됐는지 되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가 요즘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신발 끝만을 바라보더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그가 ‘신발만 쳐다보던 날’은 어김없이 나쁜 소식이 들려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CEO를 포함해 경영진 역시 인간일 수밖에 없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거나 드러낼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직시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두려움이 커지거나 잘못된 가정에 따라 비이성적으로 일에 집착하면 부하 직원들이 이를 스스럼없이 지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i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 업체인 하라스(Harrah’s)의 CEO인 게리 러브맨의 이야기다. 러브맨은 고위 경영진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을 때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으로 심리적 안전 지대(psychological safety zone)를 조성했다. 나의 경험과 연구도 이러한 안전 지대를 만들기 위해 CEO가 실천할 수 있는 많은 소소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적절한 타이밍의 미소, 칭찬 및 신뢰의 표현, 자신의 실수에 대한 인정, 두려움이나 냉소 및 적대감을 부추기는 이들에 대한 부드럽지만 단호한 대응 등 수백 가지의 작은 말과 행동들을 통해 분위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 이는 왜 유능한 리더, 특히 CEO에게 오랜 경험이 필수적이며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신경을 써야 하는지, 왜 그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보기보다 훨씬 힘든지를 잘 보여준다.
 
끝으로, 게리 러브맨이 고객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서비스와 편의 시설을 축소하기 위해 신속하게 실행한 일련의 수많은 작은 단계, 즉 ‘작은 승리 전략(small wins strategy)’이 있다. 칼 와익(Karl Weick) 미국 미시간대 교수가 설명했듯이 문제를 거대하고 극복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할수록 불안감이 커지며, 무력감이 든다. 어떤 일을 해도 해결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문제에 압도되는 것이다. 그 결과 공포에 질려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만다. 따라서 와익 교수의 작은 승리 전략처럼 문제를 쪼개면, 사람들이 안정을 되찾고 건설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 ii
 
이 전략은 특히 어려운 시기일수록 유용하다. 어려움이 닥치면 두려움이 가중되고, 통제의 필요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통해 모두 함께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로버트 서튼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과학 및 공학 교수이며, 2010년 비즈니스플러스(Business Plus)가 출판할 저서 ‘좋은 상사, 나쁜 상사(Good Boss, Bad Boss)’를 현재 집필 중이다.
 
 
 
 
‘정신없이 밀려오는 변화의 파고를 헤쳐 나가도록 임원들을 어떻게 격려하고 지원해야 할 것인가.’ 이는 지난 한 해 많은 기업들의 화두였다. 신용 경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해체됐다. 유능한 임원들이 굳게 믿어온 가정과 확신도 뿌리째 흔들렸다. CEO들은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경제위기의 쓰나미로 깊이 팬 임원들의 생채기를 보듬어 안고, 추스르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두려움을 극복하라
극한의 두려움과 공포는 사건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임원들의 능력에 영향을 주며,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기업 환경이 급박하게 변하면 이전까지 성공으로 이어졌던 많은 조치들이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백전노장이라도 그 순간에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자신의 정체성, 그간 쌓아온 평판과 사회적 지위, 고용의 안정성과 급여 등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에 위협을 느끼면서 위기감에 압도된다. 이는 모든 업무를 비생산적으로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승승장구한 리더일수록 더 큰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쉽다. 산전수전을 겪은 동료들보다 역경과 실패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유연하며 열려 있는 자기 성찰적 리더라 할지라도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모습을 보인다. 융통성이 없고 경직된 사고방식에 휩싸여 매사에 감정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며 피해 의식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생산적 자기 성찰의 기회를 앗아가고, 새로운 정보 수용 능력과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이쯤 되면 조직 내의 다른 구성원들도 눈치를 채게 된다. 이는 두려움과 방어 심리를 더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악순환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CEO가 이들을 위한 심리 치료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서적 차원에서 이들과 공감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리더십 전문가인 도널드 노박은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그런 감정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렇게 해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생산적인 대응 태세로 선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이 된다는 것이다.
 
공감에 기반한 코칭 기법의 실전 응용을 위해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한 글로벌 대기업의 CEO는 가장 신임하는 임원 중 한 명이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좌초’되고 있다고 느꼈다. 경기 불황 초기만 해도 누구보다 앞장서 투자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던 그 임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임원이 그에게 “여기서 비용을 더 줄인다면 이 사업을 더는 꾸려가기 어렵다”고 털어놓는 게 아닌가. 그 임원은 궁지에 몰린 듯했다. CEO는 그의 마음속 심연에 깔려 있는 두려움을 읽었다. 그는 실패에 대한 공포, 상관을 실망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수하의 팀을 잃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방어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CEO는 자신도 동일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공감했다. 그리고 그런 반응이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그 임원은 방어적 태도를 떨쳐버리고, 사업 실적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해당 사업 부문을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남몰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임원들도 CEO가 자신의 두려움을 시인하고 표현하는 순간,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붙은 낙인을 떨쳐버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 CEO는 자신이 임원들의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지 않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생산적인 방식의 관계를 형성하려면 실적이 저조하다고 해서 격분하고 질책하는 등의 행동을 고쳐야 한다. 또 명성이나 고용 안정과 관련한 불안감에 대해서도 평소보다 더 투명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CEO 자신이 대화와 협업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 모든 의견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바람직한’ 행동양식을 솔선수범해 부하들에게 본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오늘날의 기업 환경에서 이런 일을 실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어려운 시기에 만연하는 방어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해독제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현실에 대한 부정과 거부감 극복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상황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이를 계속 부인하고 있다면 그는 아마도 인지적 오류에 빠져 있을 수 있다. 유능한 경영진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글로벌 반도체 회사의 일부 핵심 간부들은 최근까지도 현재의 경기 침체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CEO에게 보고했다.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그들의 오랜 경험에 비춰볼 때 현재의 경기 침체도 결코 새로울 것이 없는 경기 둔화 현상에 불과하다는 분석이었다. 이들은 매출이 2개 분기 연속 50% 이상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생각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 이들이 CEO에게 보고했던 발언들은 현실 부인의 기제를 부추기는 인지적 오류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 수주에 성공한 것을 보면 상황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 회상 용이성(availability)의 오류(편집자 주 : 쉽고, 신속하고,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는 정보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판단하는 휴리스틱)의 고전적 예.
 
“지난번 경기둔화 당시와 똑같습니다. 결국은 회복될 것입니다.” - 기준점(anchoring)의 오류(편집자 주 : 배의 닻과 같은 마음속 기준점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판단이 이뤄지는 휴리스틱)
 
“저희 팀원들은 위기가 자연스레 극복되리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 밴드웨곤(bandwagon) 효과(편집자 주 : 대세에 맹목적으로 편승하는 오류)
 
“이번 경기둔화가 일시적이라는 저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3개의 연구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 확증(confirmation)의 편견(편집자 주 : 동일한 출처, 동일한 내용의 정보를 반복해서 받아들임으로써 형성되는 자기합리화와 객관화)
 
“감정에 치우쳐 행동하기에 앞서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 정보의 편견(편집자 주 : 주어진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오류)
 
“불황기에 늘 해왔던 대로 한다면 모든 것이 곧 정상화될 것입니다.” - 낙관주의(the optimism)의 편견
 
이 회사의 CEO는 변화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임원들을 압도하기 위해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을 찾았다. 전 세계의 다양한 경제 부문에서 고객 및 최종 소비자들이 직면한 상황을 설명하는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을 제시하고 임원들을 설득했다. 그는 진을 뺄 정도로 강도 높은 여러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임원진에게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제시했다. 동료 집단 내의 압력도 활용했다. 이 결과 임원진들이 인지적 바이어스에 빠져 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됐다. 시장의 변화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일부 비즈니스의 경우 과거 수준으로의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포함)를 제대로 이해하고 정서적으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일대일 개별 면담이 필요한 임원도 많았다.
 
이 과정에 1달이 걸렸다. CEO는 마침내 임원진이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임원들이 달라진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직시하게 되자 변화가 나타났다. 걱정스러운 태도를 보이던 일부 유능한 임원들의 행동이 달라졌고, 전략을 진지하게 재고하기 시작했다. 많은 임원들은 상품 포트폴리오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영업과 마케팅 접근법도 바꿨다. 또 그들이 세운 전략의 핵심적인 활동과 기능까지도 전격 폐지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믿었던 종교를 버리고 새로운 종교로 개종한 사람들 같았다. 임원들은 팀 내에 존재하는 일체의 편견과 현실 부정을 일소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학습 장애(Learning Blocks)의 극복
CEO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최고위급 리더들이 자신의 두려움을 똑바로 직시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도록 독려하는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과제가 남아 있다. 바로, 임원진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새로운 업무 방식을 익히도록 돕는 일이다.
 
“많은 프로페셔널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성공 가도만을 달려온 이들이다. 실패라는 것을 경험해본 적도 매우 드물다. 다시 말하면 실패로부터 배우는 법 또한 배울 기회가 없었던 이들이다.”
 
카지노 회사 하라스 엔터테인먼트의 개리 러브맨 사장은 성공적인 임원들에게서 나타나는 학습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1991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실린 크리스 아기리스의 논문을 인용했다. 1
 
급변하는 시대에는 많은 경영진이 실패를 경험한다. 실패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성공을 일궈냈던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 명확한 권한과 시한 설정, 경험에 근거한 판단, 방대한 기초 자료를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로 가공하는 역량, 문화적 규범에 대한 명확한 이해 등 기존의 핵심 성공 요소들이 하루아침에 더는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대규모 지진과 여진이 수시로 몰아치는 것과 같은 혼란기에 명령과 지시는 모호하고 불확실해지며 수시로 변한다. 비즈니스 주기도 급격히 단축된다. 임원들은 이런 상황에서 전략을 지속적으로 재수립하고, 설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과거의 경험에 따른 직관도 힘을 잃는다. 신중한 분석과 합의 도출 등 오랜 시간 검증된 접근법이 오히려 업무를 수렁에 빠뜨릴 수도 있다. 신속하게 변하지 않으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시기에 이런 대응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라스는 2008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실질 수익이 감소했다. 자금을 끌어들여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어난 빚을 상환해야 했기 때문이다. 러브맨 사장은 그의 경영진이 이런 상황 속에서 성공하는 법을 다시 배우도록 도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라스는 수년간 고객관계관리(CRM) 기법을 이용한 마케팅, 고객 맞춤 서비스, 매우 강력한 고객 충성도 관리 프로그램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며 카지노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과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기존 방식이 제구실을 하지 않게 됐다. 사업장마다 새로운 성장의 공식이 필요했다. 러브맨 사장은 “경기 침체기에 바람직한 행동이 반드시 성장의 시대와 대칭되는 정반대의 전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비대칭적 전략이란 거의 모든 고위급 임원들의 임무에 새로운 요구 사항이 주어지는 것을 뜻했다.
 
러브맨 사장은 리더들이 새롭게 달라진 업무를 익히고 적응할 수 있도록 앞서 언급한 접근법을 사용했다. 임원들의 두려움에 공감하고, 다량의 객관적 데이터와 분석 자료를 제시했다. 더 나아가 이전까지 사업과 경력의 핵심 성공 요인과 기본 전제에 대한 유효성을 근본적으로 고찰하도록 만들었다. 만약, 그 가정들이 더는 성립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사업 모델과 분석 모델을 수정하도록 요구했다. 아예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야 할 때도 많았다. 예를 들어, 하라스의 핵심 고객은 수년간 매우 탄력적인 수요 곡선의 모습을 보였다. 핵심 고객 대상의 인센티브와 보너스를 통해 이들의 방문 횟수와 매출(게임/비게임)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핵심 고객층 중 일부의 수요 곡선이 비탄력적으로 바뀌었다. 이전까지 써왔던 전통적 마케팅에 대한 투자의 당위성이 약해졌다. 과거의 방법으로는 고객 행동을 자극하고 관련 매출을 늘리는 긍정적인 결과를 더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비용을 대폭 삭감해야 했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의 불만을 사지 않으면서 서비스, 편의시설, 인력 수준, 무료 혜택 등을 크게 줄여야 했다. 가장 어려운 일은 관계마케팅, 고객 서비스, 로열티 프로그램 등 지금까지의 방법 대신 새롭고 상이한 고객 행태에 적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터득하는 일이었다.
 
러브맨은 새로 도입한 학습 프로세스를 통해 고위 간부들이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투자를 관리하는 방법, 적은 자본으로 성장을 자극하는 방법, 낮은 비용으로 고객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등 새로운 규칙을 익히도록 도왔다. 이 새로운 규칙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업무 위임, 사업 추진을 위한 자료, 의사결정 기준 등이 필요하게 됐다. 그리고 경영진들은 이 같은 새로운 규칙을 일련의 마케팅, 서비스, 군살빼기 운영(lean operation) 시범 사업 등을 통해 실행에 옮겼다.
 
두려움, 현실에 대한 부인, 학습의 필요성은 결코 새로운 도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많은 고위 경영진들은 이런 도전 앞에서 움츠려들고 있다. 임원들이 이런 문제를 극복하도록 마음과 몸으로 돕는 일이야말로 CEO에게 맡겨진 중책이다.
 
1) Chris Argyris, “Teaching smart people how to learn”, Harvard Business Review, May/June 1991, Volume 69, Number 3, pp 99∼100.
 
데렉 딘은 맥킨지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 쿼털리 인터넷판 9월 호에 실린 ‘A CEO’s Guide to Reenergizing the Senior Team’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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