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운영의 ‘나침반’ MRG 워크숍

42호 (2009년 10월 Issue 1)

팀원들이 팀의 사명과 역할에 대해 혼란스러워할 때
“팀장님! 왜 우리가 이 일을 해야 하죠? 기획팀은 다른 부서가 꺼려 하는 일을 다 떠맡아야 하는 건가요?”
 
“박 대리, 무슨 말이야?”
 
“아니 팀장님, 사업부 기획팀의 업무가 전사 이슈 점검(follow-up)과 팀 간의 문제 조율이긴 하지만, 품질 문제를 왜 우리가 다룹니까? 개발이나 생산, 고객지원 부서에서 챙겨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자네가 금방 이야기했듯이 개발과 생산, 고객지원 부서가 겹쳐진 문제이고, 이 건은 사업부 차원의 주요 이슈이기 때문에 우리 팀이 관여하는 거야.”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모든 사업부 이슈는 다 우리 기획팀을 거쳐야 합니다. 이런 신규 이슈는 먼저 고객지원팀에서 다루고, 이슈 해결을 위한 관련자 미팅을 소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리, 아직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구먼. 이 건은 우리 팀의 일이니 금요일까지 완료해!”
 
이는 팀의 사명과 역할 관련 문제로 코칭을 요청한 Y팀장의 사례다. Y팀장은 새로 기획팀을 맡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시로 떨어지는 이슈 점검과 부서 간 조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또 업무량 증가로 인해 팀원들과의 의견 충돌도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기획팀은 그렇지 않아도 수시로 발생하는 전사나 사업부 이슈와 반복되는 회의로 업무 강도가 높은 부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민하던 Y 팀장은 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필자는 그에게 현재 팀원들이 일과 관련해 겪고 있는 혼란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없애기 위해 팀 방향 정립과 MRG 워크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RG는 팀 방향성 정립의 핵심인 사명(Mission), 역할(Role), 목표(Goal)를 말한다.
 
 

 
팀 방향 설정이 필요한 이유
팀 방향 설정은 조직의 ‘나침반’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 나침반은 팀원들에게 어디로 가야 하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그리고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현장을 살펴보면 많은 팀장들이 이런 나침반을 만드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심지어 팀 차원의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명확한 팀 방향을 설정하지 않으면 팀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물론, 팀장 자신도 업무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Y팀장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팀원들이 업무 증가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팀장 자신이 마구잡이로 이 일 저 일 떠맡아 팀원들의 ‘임계치’를 넘어버렸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팀 차원의 방향 설정은 다음 3가지 이유 때문에 필요하다.
 
첫째, 조직과 팀의 비전은 방향성 정립과 공동의 목표 추구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로 초점이 다르다. 따라서 2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조직 차원의 비전 체계는 전사적 사업 방향, 다시 말해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를 기술한 것이다. 반면 팀 방향 설정은 구성원들이 합의한 팀의 운영 방향과 그 실천 방안에 무게중심을 둔다. 팀이 내부 갈등 없이 신속하게 움직이려면 팀 차원의 비전과 방향성이 필요하다.
 
둘째, 새로운 리더가 오거나 팀이 새로 구성됐을 때 팀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함께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리더와 팀원들은 팀의 존재 이유(사명)와 역할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팀 방향성 설정은 단기간 내에 리더와 팀원들이 한 방향으로 생각을 정렬하게 하고, 팀 내의 시너지를 높여준다.
 
셋째, 팀의 방향은 기존 조직에 변화가 생겼을 때 다시 설정돼야 한다. 회사 내의 조직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성장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하며, 역할의 변화가 생길 때도 있다. 오늘날의 급격한 경영 환경 변화는 조직의 변화를 가속화한다. 이런 변화는 팀의 사명과 역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조직 차원의 비전 체계는 조직이 지향하는 미래 방향을 구체화한다. 조직의 비전 체계는 비전과 미션, 핵심 가치와 핵심 역량, 중장기 전략과 전략 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한편 팀 차원의 방향 설정은 조직 비전의 하위 개념으로, 구성은 <그림1>과 같다. 팀 방향 설정의 구성 요소는 ‘사명’과 ‘역할’ 그리고 ‘목표’다. 사명은 팀의 존재 이유이며, 업무 수행 및 의사결정의 기본 지침을 준다. 역할은 업무에서 수행해야 할 행동 기준이며, 목표는 팀이 수행해야 할 최종 결과를 말한다. 이러한 사명과 역할 그리고 목표 설정이 MRG 워크숍의 핵심 산출물이다.
팀 방향 설정, MRG 워크숍
앞서 말한 대로 MRG 워크숍은 팀 방향 설정을 위한 중요한 도구다. <표1>은 MRG 워크숍의 프로세스를 예시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준비 단계: MRG 워크숍의 시작은 팀 개발의 필요성 파악에서 시작한다. 여기서는 조직의 현 상황과 구성원들의 요구 사항을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첫 단추’인 이 작업이 잘돼야 워크숍에서의 오류가 최소화되고 바람직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팀 개발 필요성 파악에는 인터뷰나 설문지 기법을 많이 쓴다.
 
팀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MRG 워크숍을 설계하고 진행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팀 구성원들의 직종이나 직무에 따라 진행 방법과 내용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Y팀장은 인재개발팀의 도움을 얻어 팀 개발이 필요한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의 내용은 신뢰 형성 및 팀워크의 구축 정도와 팀 방향 설정의 필요성 등이었다. 그 결과 팀 개발 워크숍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②워크숍 실시:워크숍의 본 행사는 논의 사항에 대한 안내(MRG 워크숍의 목적, 리더의 기대 사항 및 진행 규칙 소개)로 시작한다. 이때 참가자들의 참여 의지를 높이기 위해 MRG 워크숍의 중요성과 의의를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기 위해 간단한 게임이나 퀴즈, 체조 등을 해도 효과적이다. 워크숍 본 행사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 ‘우리가 만들고 싶은 팀’ 토의:팀원들이 만들고 싶은 이상적인 팀의 이미지를 그려보는 시간이다. 이 단계는 토론을 문장으로 정리하는 방식, 또는 그림이나 이미지 구성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기획팀은 다양한 이미지를 그려보는 것으로 토의를 진행했다. 독수리, 다리, 기러기, 험한 산을 오르는 셀파 등 주로 사업부를 이끌어가거나, 부서 간 협업을 돕거나, 상호 소통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이미지가 많았다. 이런 활동은 기획팀의 방향성을 정립하기 위해 팀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으는 출발점이 됐다.
 
- 고객의 정의 및 요구 사항 파악:팀의 고객에 대한 정의는 팀의 사명과 역할을 명확히 해주는 필수 작업이다. 팀의 고객도 제품과 마찬가지로 내부 고객과 외부 고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내부(사내) 고객’은 자기 팀의 전후 업무 프로세스 위에 있는 부서나 그 구성원들을 말한다. ‘외부(사외) 고객’은 자기 팀의 업무가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로, 협력사, 공급업체, 관공서, 소비자 등이 있다. 고객을 정의한 다음에는 각각의 고객군이 원하는 사항이 무엇인지를 정리해봐야 한다.
 
기획팀의 워크숍에서는 많은 팀원들이 사업부 경영진만을 중요한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상품기획과 개발, 고객지원 등 다른 부서는 ‘하위 부서’ 또는 ‘관리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기획팀원들은 토론을 통해 자신들이 다른 부서를 단순히 이끄는 게 아니라, 이들을 중요한 고객으로 여기고 니즈를 충족시켜야 함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됐다. 또 기획팀의 업무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침을 깨달았다.
 
- 팀의 사명·역할·목표 만들기:여기서는 팀 방향 설정을 위한 사명·역할·목표 도출을 위해 참가자 6∼8명을 한 조로 나눈다. 각 조는 토론을 통해 각각 사명·역할·목표를 작성한다. 그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별로 사명·역할·목표에 포함될 키워드를 3∼5장 작성한다. 포스트잇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둘째, 개인들이 작성한 키워드 목록을 진행자에게 제출한다. 진행자는 개인이 작성한 아이디어를 비슷한 것끼리 모으고 분류한다.
 
셋째, 각 조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사명·역할·목표 초안을 작성한다.
 
넷째, 진행자가 초안을 통합 및 분류한다. 최종안이 선정되면 그것을 토대로 수정 및 보완한다.
 
다섯째, 최종안을 다듬고 구성원들의 합의와 동참을 이끌어낸다.
 
팀의 사명이 나오면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팀의 역할을 도출할 수 있다. 팀의 역할은 사명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언어로 기술해야 한다. 끝으로 진행자(또는 팀장)는 팀의 사명과 역할에 따라 수행할 업무의 최종 결과를 정량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로 설정한다. 일반적으로 목표 설정은 SMART 원칙에 의거해 작성한다. SMART란 ‘구체적(Specific)’이고 ‘측정 가능(Measurable)’하며, ‘진취적이나 달성 가능(Aggressive yet Achievable)’하고, ‘결과 지향적(Result)’이며 ‘달성 기간이 명시(Time-bounded)’돼야 한다는 뜻이다.
팀의 사명·역할·목표 만들기는 MRG 워크숍의 가장 중요한 핵심 부분이다. 기획팀의 경우 MRG 워크숍 이전에는 이런 것들이 없었다.
 
한편 기획팀의 사명과 목표를 정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역할을 설정하는 데에는 팀장, 관리자 및 사원들 간의 인식 차이가 있었다. Y팀장은 ‘주도적인 기획·조정자’ 역할을 주문했다. 그렇지만 팀원들은 팀장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역할(업무 실행)과 관련해서는 자원(인력, 시간)의 한계를 들어 업무의 대폭 확장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팀장과 팀원들은 토의를 거쳐 ‘기획팀이 주도적인 기회·조정자 역할을 맡지만, 실무 진행을 누가 맡을지는 현업 부서와 협의해 정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팀 구성원들이 사명·역할·목표를 합의 및 구체화하면 이를 팀의 비전 체계로 발표한다. 팀 비전 체계는 팀원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미지 형태로 만드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팀원들이 기억하기 쉽고 실행도 용이하다.
 
③사후 관리:마지막은 워크숍이 끝나고 난 뒤 팀의 방향성에 따라 개인별 역할과 목표를 구체화하는 단계다. 실질적 실행을 위한 전술을 설계하라는 말이다. 팀 변화 진단 및 모니터링은 팀의 방향 설정에 따라 개인별로 업무가 수행되는지, 또는 팀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만족하며 성과를 창출하는지 진단을 통해 확인하는 일이다. 진단은 개인 인터뷰,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또는 설문을 통해 진행한다. 진단 결과는 개선 사항을 도출하고 실행력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
 
MRG 워크숍의 기대 효과
“팀장님, 이번 워크숍 효과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팀의 방향과 관련해 저나 팀원들 모두 혼란스러웠던 듯합니다. 공감대도 서로 부족했고요.”
 
“네, 사실 팀장님이 새로 오신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저희와 별로 대화도 없으셔서 좀 서운했습니다. 하지만 워크숍을 통해 팀의 사명과 역할, 목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니 서로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좀더 일찍 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앞으로도 팀에 대한 의견은 언제든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세요. 그리고 오늘 실시한 MRG 워크숍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됐나요?”
 
“팀 방향 설정을 같이 했다는 자체가 새롭습니다. 옛날 팀장님들은 조직의 방향이 이쪽이니 따르라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런 경우가 많지요.”
 
“그동안은 불만이 있어도 시키는 일만 했죠. 당연히 일의 성과도 떨어졌구요. 그런데 팀장님께서는 제로베이스 관점에서 사업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또 팀 방향 설정 과정도 상호간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정리하셨고요.”
 
Y팀장과 팀원들은 워크숍이 끝난 후 이런 얘기를 나눴다. Y팀장은 MRG 워크숍이 끝난 뒤 많은 팀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개인별 목표와 역할을 구체화한 후에는 업무 수행 권한도 대폭 위임할 수 있어 훨씬 편해졌다고 했다.
 
21세기는 창조의 시대다. 기존의 ‘하면 된다’는 방식보다는 조직원 개개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이 더 중요하다. 팀의 사명과 역할, 목표가 팀장과 팀원의 합의 속에서 정립된다면, 팀원들은 스스로 과제를 설정하고 실행하면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팀 방향 설정은 조직의 근간인 팀 조직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변화의 출발점이다. 조직의 최소 단위인 팀이 방향을 잃는다면 기업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방향을 잃은 조직이 성공한 전례는 없다.
 
필자는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 개발 내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 HRD 현업지원팀 파트장이며,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이사직도 맡고 있다. 저서로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을 하나로 만드는 마음매니지먼트>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