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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환 GS칼텍스 조직개발팀장 인터뷰

기업별 고유의 인재상 정립 시급

DBR | 39호 (2009년 8월 Issue 2)
기업들은 매년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천 명의 신입 사원을 공개 채용 방식으로 뽑는다. 지원자들의 학점과 영어 점수는 날로 높아지고,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면접장에는 모의 면접 스터디로 단련된 능수능란한 지원자들이 넘쳐난다. 따라서 옥석을 가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23년간 대기업에서 인사 관리를 담당해온 홍석환 GS칼텍스 조직개발팀장은 “직무급제가 확립돼 있지 않은 국내 기업들의 현실상 대규모 신입 사원 공채에서 준비된 핵심 인재를 가려내기는 매우 어렵다”며 “평범하되 잠재력을 지닌 신입 사원을 뽑아 핵심 인재로 키우는 것이 기업 인재 육성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에 대한 추후 관리가 초우량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른다는 얘기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6월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홍 팀장을 만나 신입 사원 공채에서 잠재 역량을 지닌 인재를 효과적으로 뽑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대기업에서 ‘인재’란 구체적으로 어떤 직원을 말하며, 평범한 직원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인재의 정의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인재 채용은 우선 자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정의하는 데서부터 출발합니다. 무턱대고 ‘완벽한 사람’을 뽑으려면 막막하죠. 각 회사마다 자사의 인재상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게 인재 채용의 기본입니다. 인재상이 확립돼 있지 않으면 학벌이나 자격증만 보고 사람을 뽑을 우려가 있죠.
 
삼성은 인재를 S급, A급, H급의 세 종류로 나눕니다. S급 인력은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 때문에 사장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용량을 현재의 2배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을 예로 들 수 있죠. A급 인력은 ‘보험 여왕’처럼 회사에 획기적 성과를 안겨주는 사람입니다. H급 인력은 미래에 S급이나 A급 인력이 될 잠재 역량이 있는 사람입니다. 신입 사원 공채에서는 H급 인력을 뽑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이 밖에 미래에 경영자가 될 자질이 있으면 인재라고 정의하는 회사도 있고, 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인재라고 보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회사의 핵심 인재와 평균 수준의 직원을 대놓고 차별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배 아픈 것을 못 참지 않습니까. 일반 직원들이 ‘저 사람이 핵심 인재라고? 어디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자’ 하면서 업무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절대로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모든 직원들에게 다 함께 동기를 부여해주는 일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인재상 확립 이외에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뭔가요?
 
“회사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15년까지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면, 사업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어떤 사람들을 투입해야 하는지를 계획할 수 있죠. 어떤 역량을 가진 인재를 몇 명이나 더 뽑아야 할지를 이 단계에서 파악하고 채용을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회사의 재정 상황을 중요하게 고려해야죠.
 
인재 채용에 앞서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채용에 동참하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GS칼텍스는 신입이든 경력이든 모든 채용의 최종 면접을 허동수 회장님이 직접 봅니다. ‘내가 데리고 일할 사람을 뽑는다’는 마음에서죠. 삼성에서는 CEO 등 핵심 임원들이 연간 고과의 40%를 ‘인재 선발’로 평가받습니다. 자연히 핵심 인재 선발에 목을 맬 수밖에 없죠.”
 
인재 채용뿐만 아니라 인재 유지도 중요한 과제인데요.
 
“인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요즘 취업이 아주 어렵다고들 하지만, 사실 인재들은 여러 대기업에 중복 합격해 그중 어느 회사에 갈지 선택하는 입장입니다. 우리 회사가 탐내는 인재는 다른 회사에서도 데려가려고 안달이죠. 따라서 합격한 사람들이 다른 회사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면접 때 인재들이 ‘이 회사에 들어오면 많이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우선 면접관을 체계적으로 교육시켜야 합니다. 지원자들은 10명 미만의 소수 면접관들을 만나는데, 면접관들이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고, 질문도 날카로우며, 매너까지 좋다면 회사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면접관이 뛰어난 합격자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대학교 ○○학과 ○○학번 선배인데, 당신이 우리 회사에 합격하게 되어 참 자랑스럽다. 앞으로 회사에서 멘토가 돼줄 테니 나에게 의지하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인재에게 세심하게 신경 써줌으로써 경쟁사에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는 거죠.”
지원자들이 철저히 준비하기 때문에 면접관들의 채점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요즘 취업 준비생들은 모의 면접으로 단단히 준비하고 면접장에 들어옵니다. 놀라운 점은 지원자들의 무려 50%가 면접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지원자들은 이렇게 완벽히 준비된 상태인데, 면접관들이 아무 준비도 하지 않으면 정말 말도 안 되죠. 그런데도 면접관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을 인사 부서에만 맡겨버리는 게 현실이죠. 면접관들이 ‘내 사람을 뽑는다’는 마음을 갖고 채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느냐가 곧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면접에서 지원자들 대부분은 적당히 웃어가면서 말을 잘합니다. 다들 잘하니까 면접관은 어떻게 채점해야 할지 애를 먹죠. 그래서 회사의 인재상이 필요한 겁니다. 이왕이면 회사의 인재상에 맞는 사람에게 점수를 더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GS칼텍스의 인재상은 ‘조직 가치를 바탕으로 전략적 사고와 실행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이고, 주요 가치는 ‘신뢰’ ‘유연’ ‘도전’ ‘탁월’입니다. A라는 지원자가 동아리 회장을 하는 등 팀워크가 아주 뛰어나지만 업무 능력은 중상위권이고, B라는 지원자는 개인주의적이지만 업무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합시다. 많은 기업들은 A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성과의 탁월함이 우선이고, 팀워크는 점차 가르치자고 생각하기 때문에 B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줍니다.”
 
짧은 면접 시간에 지원자들의 인성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나요?
 
“저는 면접장 입구 바닥에 책을 떨어뜨려 놓습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문을 열고 책을 발견해도 신경 쓰지 않고 의자에 앉아요. 하지만 가끔 책을 주우면서 “여기 책이 떨어져 있는데 어디에 놓을까요?” 하고 묻는 지원자가 있죠. 그러면 ‘이 친구는 참 조심스럽고 가정교육을 잘 받았구나’라고 생각해 점수를 더 줍니다.
 
해외에서는 한 글로벌 기업이 사옥 로비에서 인성을 테스트한 사례가 있습니다. 면접관이 경비원 차림을 하고 지원자를 안내해주면서 그들의 행동을 관찰합니다. 면접관 앞에서는 예의바르게 행동하지만 경비원에게는 거들먹거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채용 과정에서 특별 이벤트를 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GS칼텍스의 생산기술직은 입사하면 대개 30년 이상 근무하고 정년퇴임합니다. 오랜 기간 일하는 만큼 직원의 인성과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죠.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 축구나 족구를 합니다. 운동 경기를 하면 진짜 성격이 나오지 않습니까. 고꾸라지도록 술을 먹인 다음에 행동을 보기도 합니다. 업무 능력은 탁월하지만 술에 취하면 180도 바뀌는 사람도 있거든요.”
 
업무 능력의 잠재력은 어떻게 파악하나요?
 
“프레젠테이션으로 전문성을 본다든지, 집단 토론을 통해 적극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본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지만 사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채용 현장에서 ‘이 사람이 나중에 핵심 인재가 될 수 있을까’를 완벽하게 알아볼 수는 없죠. 사실 핵심 인재로 자라게 하는 요인의 70%는 자기 직무, 20%는 조직 리더의 코칭, 10%는 교육입니다.
 
따라서 선발된 인재를 추후에 꾸준히 관리하고, 선배들이 멘토링해주며 동기를 부여해줘야 합니다. 채용 담당 부서와 현업 부서의 조화로운 협업이 있어야 평범한 직원을 핵심 인재로 키울 수 있습니다.”
 
신입 사원을 핵심 인재로 키워가려면 어떤 조직 문화가 필요할까요?
 
“인사 담당자뿐 아니라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뛰어난 후배를 뽑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이게 조직 문화로 자리잡지 못한 회사는 아무리 좋은 인재를 뽑아놔도 몇 년 안에 바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입 사원이 아이디어를 냈을 때 ‘그거 옛날에 이미 다 해봤던 거야. 넌 신입이니까 그냥 시키는 일만 해’라고 대응하면, 3년 뒤에 이 신입 사원은 평균 이하의 실력밖에 안 됩니다. 뛰어난 역량을 가졌는데도 제도나 문화 때문에 상처를 받아 구석에서 수동적으로 불평불만에만 빠져 있는 거죠.”
 
많은 대기업들이 대졸 신입 사원 공채 제도를 통해 인재를 수혈하고 있습니다. 공채 제도를 운영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저는 사실 대학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대개 유학을 가거나 국내 대학원에 진학합니다. 취업을 한다고 해도 해외 기업이나 공기업을 선호하죠. 국내 대기업이 공채로 뽑는 신입 사원은 평균적인(average) 수준의 인력이라고 봅니다.
 
신입 사원이 입사 후 3년간 내는 성과보다 기업이 그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더 큽니다. 기업이 처음부터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을 뽑고 싶다면 각종 보상을 얹어 경력 사원을 뽑아야겠죠. 기업들은 조직의 구습을 깨고 신선한 문화로 바꿔가기 위해, 또 추후에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신입 사원을 뽑습니다.
 
한마디로 대기업 인재 육성의 핵심은, 당장은 업무 능력이 평범하더라도 잠재력 있는 신입 사원을 뽑아 핵심 인재로 키우는 데 있습니다. 평범한 사원을 뽑아 10년 후에는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해가고 싶어 하는 뛰어난 인재로 키우는 기업이 초우량 기업입니다. 그렇게 자란 인재가 경쟁사에서 더 많은 연봉을 준다고 해도 지금의 회사에 애사심을 갖고 남아 있는 게 최고의 사례가 되겠지요.”
 
 
홍석환 팀장은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인사 조직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기, 삼성인력개발원,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현재 GS칼텍스 조직개발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부기관, 기업, 대학에서 성과주의 인사 제도와 조직 역량 강화에 관한 강의와 컨설팅을 해왔다. 저서로 <이것이 진짜 HR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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