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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옳은 일 따라 하기 쉽네

아트 클라이너 | 39호 (2009년 8월 Issue 2)
때는 1953년. 당신은 대형 제조업체의 중역이다. 당신 회사의 제품은 건강에도 좋고,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어느 날 당신의 책상에 보고서 하나가 날아든다. ‘이 제품에 발암 물질이 포함돼 있다. 중독성도 매우 강해 소비자의 건강을 해치며, 심지어 목숨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물론 이 제품은 담배다. 실제 1950년대 중반, 담배 제조회사의 경영진은 이와 똑같은 상황에 부딪혔다. 그 후로 수년간 이들은 마케팅, 광고, 로비, 법안 제청, 담배의 유해성을 낮추기 위한 연구 등 온갖 해결책을 강구했지만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담배의 유해성을 온 세상에 알릴 것인가? 아니면 유해성을 입증하는 증거를 최대한 숨기고 그 결과를 운에 맡길 것인가? 물론 담배가 정말 유해한지를 입증하려면 최소 40년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선택을 미뤘다간 영원히 그 기회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
 
 

 
2000년 엔론의 회계 감사를 담당했던 아서앤더슨,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치기 전 제방 안전 문제를 제기했던 미국 육군 공병대, 2007년 폰지 사기로 월가를 뒤흔든 버나드 매도프의 펀드 판매에 앞장섰던 펀드 매니저 등이 겪은 고초를 되짚어보자. 결국 ‘기업 윤리’는 2가지 위험 요인 중 어느 쪽을 택해야 꿈자리가 덜 뒤숭숭할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결과가 어떻든 진실을 밝혀야 할까? 아니면 좋은 일도 아니니 아무도 몰랐던 일로 만드는 게 나을까?
 
위기 대응의 주체 - 개인 대 조직
일반적 상황에서 도덕적 논의를 실천에 옮길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인이 결정해야할 문제다. 진실을 밝히는 게 옳은 일임은 역사책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기업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중요한 결정은 대부분 조직 차원에서 이뤄진다. 최고경영자(CEO)라 해도 기업 윤리의 딜레마를 혼자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사결정을 수월하게 이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서 단위, 회사, 국가 측면에서 각각 어떤 특성이 뒷받침돼야 할까? 하나의 그룹이 내리는 결정이 개인이 내리는 의사결정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원래 선택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해결책을 찾는 일도 어렵다. 특히 의사결정권자가 내린 결정에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담배 회사 중역의 예로 돌아가보자. 그의 속내는 진실을 밝히는 쪽이다. 그는 진실을 밝히면 어떨까라는 얘기를 다른 동료들에게 꺼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동료들은 대부분 이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거나 반대한다.
 
이 중역이 제법 진득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그는 즉시 반론을 펴지 않을 것이다. 잠시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여러 담배 제조회사들은 필터 담배를 내놓았다. ‘안전한’ 담배를 출시하는 일도 대안일 수 있다. 물론 이 대안이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려면 일단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부터 해야 한다. 제품의 성패를 가늠하려면 그로부터 다시 2, 3년이 걸린다. 맥도널드가 맥린버거에 실패했듯, 기업의 윤리적 행보가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지 못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담배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여러 자료들을 다시 검토한다. 우리 회사의 담배가 정말 암을 유발하는지 입증하려면 최소 30년에 걸친 역학조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한들 담배가 미치는 잠재적 유해성을 속속들이 밝혀내기란 불가능하다. 당장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필수적인 정보조차 다 파악하기 힘들다.
 
윤리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3가지 요건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조직은 이런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관리자를 도울 만한 역량이 없다. 그나마 몇몇 기업이 상대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선례를 남긴 정도다. 윤리적 행동을 이끌어낸 이들 기업은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3가지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 요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많은 기업이 사회를 위험으로 몰아넣는 부도덕한 행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업 윤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관행 전체에 대한 문제다.
 
①자각(consciousness)자각은 집단 행동이 미치는 파급 효과를 얼마나 절감하느냐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도요타 자동차다. 설립 초기에 도요타의 수석 엔지니어 오노 다이치는 공장 바닥에 분필로 원을 하나 그려놓고, 몇 시간이고 신입 엔지니어를 그 원 안에 세워놓은 채 조립 공정을 지켜보게 했다. 한참 후에야 신입 엔지니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그는 뭐가 보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주변 상황을 예의 주시하게 만드는 첫 번째 훈련 과정이었던 셈이다. 비슷한 예로 유명한 ‘안돈(あんどん·문제 발생 시 누구든 경고등을 눌러 작업 공정을 멈출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또한 사업장에서 자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줄곧 공정 진행 상황을 지켜봄으로써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검열토록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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