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사람은 기본적으로 정직하지 않고 늘 속일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전제 하의 속임수이다. 어떤 사람이 주유소를 지나간다고 가정했을 때 그는 주유소 계산대에 얼마가 있을지, 잡혔을 경우 처벌은 어떻게 되는지 등 비용과 이익을 계산해 보고 범행 여부를 결정한다. 둘째, 사람은 근본적으로 정직하고, 속일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 탓에 속임수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회의실에서 펜을 잠깐 빌리는 것뿐이고, 분실물 신고서에 텔레비전 가격을 좀 높여 적은 것뿐이고, 고모와 일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고모와의 식사를 업무 비용으로 처리한 것뿐이다. 이러한 종류의 속임수가 발생하는 빈도와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동료들과 하버드, MIT, 프린스턴, UCLA, 예일대에서 수 천 명의 ‘정직한’ 사람들이 속임수를 쓰는 과학적으로 통제된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5분 동안 20개의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고 답을 맞힐 경우 문제마다 50센트를 받았다. 실험은 통제집단과 실험집단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통제 집단의 답안지를 확인하니 평균 정답은 4문제였다. 반면 실험 집단의 답안지는 조금씩 찢어져 있어서 답안지에 작성된 답안이 제대로 적혀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도록 해놓았다. 거짓말을 해서 참가자들이 원래 획득할 수 있는 돈보다 더 얻을 수 있도록 상황을 설정해 놓은 것이다. 실제 실험 집단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그들이 푼 문제보다 2 문제 더 맞았다고 주장했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은 약 50% 정도 속임수를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들은 그들이 풀지 않은 16문제 중에 2문제(속일 수 있는 전체 기회 중 12.5%)만 속인 것이다.
사람들이 속임수를 쓰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파악해보니 결과는 더욱 흥미로워 졌다. 우선 발각 가능성 여부는 거짓말 하는 비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수령 액수 등을 완전히 익명 처리해 참가자들이 발각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하게 했지만 속임수를 쓴 평균 횟수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십계명 낭송하기, 명예 조항에 서명하기 등과 같이 본인의 정직함을 돌아보는 기회가 있었을 때는 전혀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포커 칩을 지불했을 때 속임수 평균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 본성의 흥미로운 면들을 보여준다. 첫째,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회가 되면 언제든 위험을 감수하고 약간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 발각될 가능성이 전혀 없어도 양심이 어느 정도 제동을 걸기 때문에 대담하게 거짓말을 하지는 못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부정행위를 합리화하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속임수를 쓰는 일과 돈의 관련성이 조금이라도 적어지면 속임수에 대한 합리화를 더 쉽게 했다. 비화폐성 교환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갖는 압박을 크게 덜어주어서 재무 보고서 위조, 스톡옵션 기한 위조 등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한다. 엔론 사태의 배후에도 해이해진 양심이 작용한 것이다.
저자 Dan Ariely는 MIT의 행동경제학 교수이자, 듀크대 객원 교수다. ‘예상 가능한 비이성적 행위(HarperCollins, 2008)’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