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을 내린 ‘배틀스타 갤럭티카(Battlestar Galactica)’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1970년대 방영됐던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사상 최고의 SF 드라마로 일컬어집니다. 자신들의 피조물인 로봇의 공격을 받은 인류가 새로 정착할 행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이야기의 뼈대입니다.
윌리엄 아다마는 ‘우주전함 갤럭티카’의 함장입니다. 그는 뛰어난 카리스마와 놀라운 지략으로 인류를 이끕니다. 끝없이 인류를 뒤쫓는 로봇(사이런)들의 공격에 맞서 잇달아 위기를 극복해냅니다.
고대 신화를 모티브로 한 SF 드라마
하지만 아다마 함장은 자신의 모든 노력을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근본적이며 거대한 위험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첫째, 갤럭티카는 노후한 선체를 무리하게 움직인 결과 그 골격에 금이 가버립니다. 둘째, 아다마는 골격의 균열을 메우는 데 필요한 액체금속 기술을 얻으려 사일런 반란군과의 연합을 추진합니다. 그런데 이에 반발한 일부 부하들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아다마는 부하들에게 총살형을 당하기 직전 기적적으로 구출됩니다.
아다마(Adama)는 히브리어로 ‘검붉은 흙’을 뜻합니다. 신이 흙으로 빚은 자신의 형상에 숨결을 불어넣어 창조한 것이 바로 최초의 인간인 아담(Adam)입니다. ‘아테나(Athena)’ ‘아가톤(Agathon)’ 등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등장인물과 스토리는 유대교, 그리스, 기독교 신화와 전설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드라마의 진정한 재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역사적 은유에서 나오지요.
다소 장황하게 드라마 소개를 한 것은, 현대의 신화인 드라마 역시 고대 신화와 전설처럼 인류 문명의 ‘원형’을 담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고대 신화를 모티브로 삼은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직원, 미래 전망으로 리더 평가
아다마는 신에 가까운 영웅이지만 인간의 한계도 지닌 인물의 상징입니다. 99% 불사신의 몸을 가졌지만 1%의 약점을 공격받아 죽은 아킬레스나 지크프리트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던 주인공이 결국에는 위기를 맞게 된다는 신화적 교훈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아다마의 약점은 ‘거시적 시각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그는 눈앞의 이슈는 유능하게 해결했지만, 거시적 위기를 예측하는 역량은 부족했습니다. DBR 29호에서 인터뷰한 박헌준 연세대 교수님은 “리더란 미래의 문제(fracture line)를 예견하고, 이에 대비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다마 함장은 선체의 용골(龍骨)에 금(fracture)이 가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기업가에게 통찰력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지난달 기자는 부산의 중견 기업 태웅 본사를 방문하고 너무나 놀랐습니다. 지방 기업인 태웅이 미래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허용도 태웅 회장은 이미 1990년대 말에 현재 최고의 각광을 받고 있는 풍력발전 분야에 기회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 결과 태웅은 해마다 50% 넘게 성장했으며, 현재 코스닥 기업 시가총액 수위를 다툽니다.
흥미롭게도 미래를 보는 시각은 리더십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 중에 ‘직원들은 회사의 미래 전망을 생각하면서 경영진을 평가한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생존을 중시하는 인간의 본능이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확장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당신의 눈은 미래를 향해 있습니까? 혹시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미래 위기의 전조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