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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유리 천장 깨려면 ‘옵트인’ 선발 방식 개선을

박종규 | 349호 (2022년 07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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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Leadership selection: Can changing the default break the glass ceiling?” (2022) by Erkal, N., Gangadharan, L., and Xiao, E. in The Leadership Quarterly, 33(2), 101563.

무엇을, 왜 연구했나?

조직 내 리더십 그룹의 다양성(Diversity)이 높을 때, 한마디로 좀 더 다양한 리더가 있을 때 더 바람직한 조직 문화가 있을 뿐 아니라 회사의 성과도 높아진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하지만 리더 포지션에 젠더 다양성(Gender Diversity)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전 세계 거의 모든 조직의 주요 난제로 꼽힌다. 승진에 있어 여성의 상대적인 불평등을 일컫기 위해 1970년대 후반부터 사용된 ‘유리 천장(Glass Ceiling)’은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문 기사나 연구 논문들의 주요 키워드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정부 조직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더 많은 여성이 리더로 선발되도록 돕는 여러 ‘다양성 프로그램(Diversity Program)’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아쉽게도 이러한 다양성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 예를 들어, 더 많은 여성 리더를 키우기 위해 설계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의 효과성에 대해 학자들은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다. 여성 할당제 같은 더 공격적인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보다도 여성 할당제를 실제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는 조직이 거의 없다.

더 많은 여성을 리더로 승진시키는 것은 이토록 어렵다. 교육을 통해 젠더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승진 제도의 편향성(Institutional Biases)을 개선하려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러한 노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이 기꺼이 리더십 역할을 맡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리더 선발의 기본 원칙과 접근 방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필요하다면 현재의 운영 방식을 바꿀 필요도 있다.

이 연구는 리더 선발 과정의 기본 가정이 되는 디폴트(Default)의 변경을 통해 리더십 참여에 대한 남녀의 시각 차이를 줄임으로써 결국 젠더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는 리더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 중 리더를 뽑는 ‘옵트인(Opt-in)’ 선발 방식과 자격을 갖춘 모든 사람 중 리더를 뽑되 의향이 없는 사람은 빠질 수 있는 ‘옵트아웃(Opt-out)’ 선발 방식을 비교해서 둘 중 어떤 방식이 더 많은 여성 리더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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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호주의 멜버른대와 모내시대 공동 연구진은 1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실험 연구들을 통해 두 가지 선발 방식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옵트인 선발 방식을 적용했을 때는 리더 선발 과정에 참여하는 정도에 있어 성별 격차(Gender Gap)가 존재하나 옵트아웃 선발 방식을 적용한 경우 여성들이 리더 선발 과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 높고 결과적으로 리더십 포지션에서의 성별 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옵트아웃 방식이 유리 천장을 깰 수 있는 리더 선발 방식이라는 것이다.

두 선발 방식의 구체적인 차이는 다음과 같다. 옵트인 방식은 마치 학급 임원 선거에서 반장이 되고 싶다고 손을 든 학생 중 투표를 통해 반장을 뽑는 것처럼 리더 선발 과정의 대상을 ‘나는 해당 리더 포지션에 관심이 있습니다(Opt-in)’라고 의사 표현을 한 사람들로 한정 짓는다는 특징이 있다. 리더로 뽑히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가 관심 있다는 것을 회사와 주변에 알려야만 한다. 서구권 기업에서는 이와 유사한 방식의 ‘내부 공모제’를 통해 리더를 뽑는 경우가 꽤 많다. 반면 옵트아웃 방식에서는 자격을 갖춘 모두를 리더 후보자로 간주한다. 여기에서의 자격은 성과, 경력 등 일반적인 승진 기준과 동일하다. 다만 ‘나는 해당 리더 포지션에 관심이 없습니다(Opt-out)’라고 의사 표현을 한 사람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옵트인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서양에서는 협회의 대표, 대학의 학과장 등을 뽑을 때 이런 선지명-후사퇴 방식을 종종 사용한다.

더 많이 활용되고 있고 얼핏 더 합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옵트인 선발 방식이 왜 젠더 다양성 측면에서 효과가 없을까? 연구진은 두 방식이 가진 디폴트1 의 차이로 인해 사람들이 두 방식에 각기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옵트인 방식의 디폴트는 ‘분명한 의사를 밝히기 전에는 기회가 없다’이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는 리더 선발의 기회조차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가 되겠다고 손 드는 것은 엄밀히 말해 그 디폴트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옵트아웃 방식의 디폴트는 ‘분명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기회는 주어진다’이다. 이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리더로 선발될 기회가 있다. 그리고 리더 선발 과정에 참여하는 행위,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그 디폴트에 반하는 행동은 아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여성들은 옵트인하에서 리더 선발 과정에 참여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더 어려워한다. 여성들은 디폴트가 함의하고 있는 조직 규범(Organizational Norm)에 따르는 경향이 더 크고, 현재 주류인 남성 중심의 규범에 반한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나는 참여하겠다’라고 선언하는 행위 자체가 경쟁성(Competitiveness)이나 공격성(Aggressiveness) 같은 남성성에 가까운 이미지에서 오는 불편함 때문에 결국 참여를 포기할 수도 있다. 반면 옵트아웃은 ‘나는 빠지겠다’라고 선언하지 않는 한 남녀 구분 없이 해당 방식이 함의하고 있는 규범을 따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옵트아웃 방식에서는 참여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참여 선언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경쟁성이나 공격성 같은 강한 이미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옵트아웃 방식은 여성들이 리더십 선발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이는 더 많은 여성 리더의 선발로 이어져 결국 리더 포지션에 젠더 다양성(Gender Diversity)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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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옵션, 즉 디폴트가 무엇인지에 따라 규범을 추론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국가나 조직으로부터 부여된 디폴트를 전체의 규범이자 추천 사항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 디폴트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이처럼 디폴트는 개인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장기 기증이 많은 나라인 스페인에서는 장기 기증을 원하지 않는다는 거부 의사, 즉 옵트아웃이 없으면 자동적으로 장기 기증 희망자로 등록된다. 디폴트가 장기 기증 참여이기 때문에 전 국민이 잠재적 장기 기증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리더 선발 과정의 디폴트가 일단 자격이 되는 사람들 모두를 후보로 간주하는 방식이라면 ‘내가 저 과정에 뛰어들어도 될까?’라는 고민은 물론이고 남녀 구분 없이 자질을 갖춘 더 많은 이를 리더십 선발 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옵트아웃 방식으로 리더를 선발하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사실과 오늘날 남성 리더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 방식은 회사의 젠더 문제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옵트아웃이라는 새로운 디폴트를 적용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주류인 남성 중심의 규범 혹은 고정관념을 깰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을 적용할 때 따르는 리스크는 크다. 새로운 디폴트를 적용할 때 조직은 물론이고 개인이 그것을 받아들일지 여부도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옵트아웃 방식을 적용했을 때도 참여를 원치 않는 후보자는 ‘나는 관심이 없다’라고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부정적인 표현 자체가 고역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옵트아웃 방식이나 심지어 젠더 다양성에 효과가 없는 옵트인 방식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 물론 두 방식의 디폴트는 다르지만 둘 다 그 과정 속에서 후보자 개인의 의사가 존중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리더 선발 방식은 두 가지 방식 모두와 거리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리더를 선발할 때 대상자의 관심 여부나 의견이 그리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조직은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기준으로 리더를 선발하고 임명하겠지만 정작 그 과정 속에서 당사자인 개인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이 리더 선발의 기회와 절차, 그리고 결과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이런 점에서 리더의 선발 과정에서 여성은 물론이고 리더 자격을 갖춘 모든 대상자의 의견을 더 잘 반영할 수 있고 동시에 그들의 참여 의지를 북돋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뻔한 방식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리더 선발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질이 충분한 더 많은 여성 리더를 뽑기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 주변에서 나쁜 리더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서라도 옵트아웃 방식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도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 선발 방식의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알투나칼리지 조교수 pvj5055@psu.edu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와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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