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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액티브 리더’로서의 X세대 가치론

낀 세대 아닌 ‘다름’을 연결하는 세대
X세대가 VUCA 뚫고 건강한 조직 만들어

박정열 | 347호 (2022년 06월 Issue 2)
편집자주

본 기사의 참고 문헌은 DBR 온라인 아티클 참조. dbr.donga.com


Article at a Glance

혁신이 급한 조직은 밀레니얼세대를 중용하고 베이비붐세대는 은퇴를 미루는 요즘이다.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에 포진한 X세대는 조직 리더십의 중추를 담당해야 할 나이에 계륵 신세가 됐다. 그러나 X세대는 조직 내 다양성을 포용하고 ‘다름’을 연결하는 생산적 교두보 역할을 할 적임자다. X세대는 MZ세대만큼이나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한편 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조직 입장을 우선 생각하는 특유의 균형 감각을 갖췄다. 이러한 X세대의 양가적 속성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조직 건강 빌드업’에 요긴하다. 완충(buffer), 연결(connect), 응집(weave)이라는 인간적 활력을 조직 내에 활성화시킬 ‘비공식 영향력자’로서 X세대가 적격이다. X세대의 상처 입은 자부심을 ‘하이터치’한다면 조직은 ‘건강 체질로의 전환’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 ‘조직 건강’ 챙겨야 할 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종이? 화약? 바퀴? 스마트폰? 아니다. 필자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다른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향해 함께 일하는 조직이야말로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이다. 필자는 이러한 조직을 ‘경영의 요술 방망이’라 부른다. 조직이 개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훨씬 넘어서는 위업을 달성하게 하기 때문이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효율적으로 함께 일하는 방법이 고안되면서 이제 조직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일들을 해내고 있다. 조직 효율성 향상의 수혜는 고스란히 조직의 몫이 되기에 기업, 정부, 정당, 공공기관, 자선단체, 종교단체 등 모든 조직은 조직의 효율 고도화를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 오늘날 리더들은 중요한 질문 하나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의 사업을 훌륭하게 운영하는 동시에 어떻게 하면 빠르게 발전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오늘 탁월한 성과를 낸 조직이 내일도 이런 높은 성과를 지속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사업이 완벽하게 운영돼도 빠르게 발전하지 못하거나 오늘의 훌륭한 성과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현재의 성공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현재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성과를 창출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우리가 어중간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약점을 보이면 경쟁자들은 그 약점을 가차 없이 파고든다. 또한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고통스러운 변화의 시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장기간, 그리고 지속적으로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체절명한 때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리더가 단기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조직을 만드는 방법에 능숙할 뿐 장기간 번성하는 위대한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지속가능한 조직의 다른 한 축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바로 조직 건강(organization health)이다.

기업이 생존하려면 높은 성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익을 내지 못하면 어떤 기업도 번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조차도 대국민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지 못하면 유지되기 어렵다. 그러나 높은 성과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조직 건강이 중요하다. 건강하지 못한 기업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번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성과와 건강에 동시 집중한 기업은 건강에만 집중한 기업보다 2배 가까이 좋은 결과를, 성과에만 집중한 기업보다는 3배 가까운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림 1) 또한 건강을 무시하고 성과에만 집중한 혁신은 실패할 가능성이 1.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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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의 조직, 변화 프랙티스 부문 책임자인 스콧 켈러와 콜린 프라이스는 저서 『차이를 만드는 조직(Beyond Performance)』에서 ‘지속적 성과 창출 및 성장’을 지향하려면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조직이 궁극적 경쟁 우위를 구축하려면 성과와 건강을 모두 갖춰야 함에도 지금껏 성과 중심 조직 운영에 매몰돼 왔던 바, 이제 이에서 벗어나 ‘건강(health) 기반 조직 운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다.2 사람이든, 조직이든 지속가능성은 유기체로서의 생명력이 담보됐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장수하려면 건강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 이치다. 따라서 조직의 건강 관리는 성과 관리보다 본질적이고 선행적이다. 건강 관리 없는 성과 관리는 모래 위 성 쌓기와 같다.

한국 기업 조직은 어떠한가? 글로벌 경쟁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기에 극강의 속도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단기적 성과 향상과 이를 뒷받침할 효율성 제고에 모든 에너지와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압축 성장을 달성했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많은 조직이 이른바 가속 함정(Acceleration Trap)3 에 빠졌다. 가속 함정은 압축 성장 지향으로 과부하가 걸리며 더 중요한 본질을 놓치거나 가볍게 간주했으나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에 매몰돼 계속 지금껏 해오던 관성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캐치 업(Catch Up) 전략을 펼쳐온 국내 대부분 기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성과 본위의 속도전을 치르느라 간과했던 조직의 건강 관리가 이제는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건강한 조직의 세 가지 특징

건강한 조직에는 생기, 생동성, 활력이 넘친다. 구성원의 자발성과 상호 간 친밀감이 높아 실행이 민첩하고 실험과 학습이라는 풍토로 변화 수용을 일상화하며 조직 침묵, 조직 사일로(silo) 현상, 스트레스, 번아웃, 이로 인한 핵심 인재 유출 등을 예방해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그렇다면 건강한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맥킨지쿼털리(Mckinsey Quarterly)는 성과와 건강 프로그램에 참여한 100개 조직을 대상으로 3개년의 추적 조사를 통해 건강한 조직의 세 가지 차별적 능력을 파악했다.4

첫째, ‘내부 한 방향 정렬 능력’이다. 지속 성장하는 조직이 되려면 조직 내부가 사분오열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조직뿐만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지향점이 설정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리더십, 조직 문화와 풍토, 전략, 제도에 의해 이 지향점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조직 구성원을 설득할 수 있다.

둘째, ‘높은 수준의 실행 능력’이다. 지속 성장하는 조직이 되려면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시도가, 백 가지 전략보다 한 가지 실행이 필요하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증폭된 환경에서는 ‘모든 상황이 파악된 뒤에야 움직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조직을 큰 위험에 빠뜨린다. 적합한 역량과 일하는 방식, 강력한 동기 부여는 실행의 수준을 제고하는 핵심 요소다.

셋째, ‘스스로 새로워지는 능력’이다. 지속 성장하는 조직이 되려면 내•외부 환경을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이를 내재화함으로써 적응을 넘어 필요한 변화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생명력은 끊임없이 자신을 일신시키는, 이른바 자기부정의 과정 속에 얻는 결과다. 혁신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히트 상품과 새로운 서비스는 혁신의 부산물이다.

이처럼 건강한 조직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자 △경쟁자들보다 빨리 내부적으로 한 방향으로 정렬하고 △민첩하게 실행하고 △스스로 새로워짐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유지한다. 조직을 이러한 건강 체질로 거듭나게 하는 본질적 동인은 무엇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선 조직 건강이란 ‘조직의 목표 달성 과정에서 구성원의 주체적 관여도가 높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상태’임에 주목해야 한다. 즉, 구성원의 신념과 마인드, 태도 등이 전략이나 조직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만큼 중요하다.

허니웰 앤드 얼라이드 시그널(Honeywell & Allied Signal)의 CEO였던 래리 보시디는 자신의 기업 경영 노하우를 담은 책5 에서 “장기적 성공의 열쇠는 구성원들이 능력과 창의를 발휘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 속에 드러나는 구성원 모습의 질(質)이 바로 조직 건강의 강력한 드라이버라는 것이다. 가슴 설레는 목적지가 분명하고, 그에 도달하기 위해 현재 어디쯤인지 명확히 인지하며, 목적지와 현재 위치의 간극을 줄여나가기 위해 구성원들로 하여금 상호 의미 있는 기여를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조직 체질 구축의 실체다.

‘능동적 몰입’ 가져오는 조직의 인간적 측면

따라서 건강한 조직 체질 구축은 ‘구성원의 능동적 몰입 만들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성과 관리가 목적지까지의 여정을 관리하는 것이라면 건강 관리는 그 여정에 임하는 모습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림 2) 능동적 몰입이란 삶, 일, 조직에 주체적으로 전념하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한 조직의 구성원은 이 능동적 몰입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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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직의 건강은 ‘인간 중심적’ 측면과 관련이 있다.6 따라서 숫자로 경영해온 냉철한 경영자들에겐 모호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조직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것은 ‘5점 만점에 몇 점인가’를 묻는 직원 만족도 조사를 의미하지 않는다. 조직의 건강은 그보다 훨씬 심오하고 또 조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직의 건강은 구성원이 현재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경쟁자들보다 미래를 창출하는 일에 얼마나 몰입하는지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공기관, 소규모 스타트업 등 여러 조직을 대상으로 컨설팅 및 자문을 수행하면서 건강 체질을 만들어 내는 조직의 인간적 측면을 오래 관찰해왔다.7 그 결과 사업 분야나 조직의 규모와 상관없이 건강 체질의 조직이 공통적으로 갖는 세 가지 인간적 측면을 발견했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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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완충(buffering) 활동이 활성화돼 있다. 조직 내 완충 활동은 외부로부터의 환경 변화 또는 내부의 다양성 증대가 가져오는, 이른바 ‘경계 위협’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이를 생산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조직이 건강한 체질을 유지하려면 조직 및 구성원 개개인이 자기다움(정체성)과 생명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변화 활동이 꾸준하게 실험돼야 한다.8 자기다움을 견지한 상태에서 새로움을 내재화(internalization)하는, 이른바 피버팅(pivoting) 활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조직 내 완충 기능이 활성화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변화와 혁신 활동은 필연적으로 조직 내 쇼크를 일으켜 성장을 유도하지 못하고 조직은 변질되게 된다. 결국 완충 활동은 안정적 경계 활동의 기초가 된다. 완충 활동은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다른 집단 또는 집단 내 구성원 간 우호적 협력을 구축하도록 한다.

둘째, 연결(connecting)이라는 인간적 측면의 활동이 활성화돼 있다. 연결이란 기존의 경계를 초월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활동이다. 연결 활동을 통해 상호 호혜, 공동 목적 등 새로운 공유가치가 발굴돼 구체화되고 공통 언어화되게 된다. 이를 통해 조직 내외의 다양성이 존중되며 생산적으로 포용된다. 새로운 공유가치 달성을 위해 필요한 생산적 경계를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구성원 개인 및 집단 단위의 고질적 병폐인 사일로 또한 없애 준다.

셋째, 응집(weaving) 활동이 활성화돼 있다. 응집은 씨줄과 날줄을 엮어서 베를 짜듯 집단 간, 구성원 개인 간 독특한 개별성(origin)과 강점 기반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체적인 역량을 통합하는 활동이다. 연결된 다름을 생산적으로 포용(inclusion)하는 것이 바로 응집이다. 조직 내에 응집 활동이 활성화되면 변화와 다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거나 진취적 대안을 재발견하는 능력이 커지게 된다.

‘경계에 있다’는 것은 기대와 갈등, 그리고 협력적이면서도 경쟁적 긴장이 동시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판단과 조율이 어려운 경계 상황에서 위와 같은 조직의 인간적 측면은 조직 구성원이 실타래를 풀어가는 데 생산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조직의 인간적 측면은 구성원을 혁신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집단 간, 구성원 개개인 간 정보 및 자원의 교류를 원활하게 한다.9 더불어 집단 간 협력은 물론 조직 구성원 간의 협동과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10

조직의 인간적 측면 빌드업, 누가 할 것인가

그런데 여기서 놓쳐선 안 될 한 가지가 있다. 이러한 조직의 인간적 측면의 빌드업을 누가 실현하느냐다. 완충, 연결, 응집이라는 조직의 인간적 측면 세 가지는 곧 ‘경계의 융합’으로, 조직에는 이 경계의 융합을 실제 구현해내는 적임자가 필요하다. 필자가 관찰한 건강 체질 조직에는 실제 이를 실현하는 구성원이 존재했다. 바로 비공식(informal) 영향력자다. 이들은 공식 리더라기보다는 자타 공인 조직 내 오피니언 리더였다.

보직을 부여받은 공식 리더는 조직의 인간적 측면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보직을 맡고 있는 한 조직의 성장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진다. 하지만 보직이 보장해주는 권한은 권위주의와 한 방향 소통, 지시와 통제, 수직적 관계를 양산하며 도리어 조직의 비인간적 측면을 강화하거나 조장할 수 있다. 그래서 조직의 인간적 측면을 빌드업하는 역할에는 공식 리더보다 비공식 영향력자가 적임자다. 그리고 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유력한 후보는 바로 샌드위치 세대라고 불리는 X세대다. 특히 최근 X세대는 많은 조직에서 비(非)보직 시니어 그룹을 형성하며 세대 경계, 리더십 경계, 조직 문화 경계에 놓여 있다. 경계에 있기 때문에 그 생리를 몸소 경험했고 더 잘 이해하는 만큼 그 경계를 생산적으로 포용해낼 수 있을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국내 세대별 인구분포 자료를 보면 베이비붐세대 15%, X세대 26%, 밀레니얼세대 22%, Z세대 14%로 X세대 비중이 가장 크다.11 조직 내 세대 분포는 기업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스타트업을 제외한 기성 조직들은 전반적으로 시니어인 X세대가 많은 역피라미드 구조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보직을 받지 못한 X세대가 보직을 받은 X세대보다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최근 많은 조직이 밀레니얼세대를 임원으로 대거 발탁하고 있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IT 관련 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산업 분야에서는 아예 의도적으로 임원 선임에서 X세대를 거르는 모습도 목격된다. 밀레니얼 팀장 아래 X세대 팀원, 밀레니얼 임원 아래 X세대 팀장인 조직 구성을 목격하는 게 어렵지 않게 됐다. 여기에 더해 많은 조직이 X세대에 대한 몰이해로 이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리더십이 보직 관리자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정황을 빗대 퓨리서치는(Pew Research)는 X세대를 ‘방치된 둘째 아이(neglected middle child)’에 비유했다.12 퓨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X세대는 자기 세대의 특징에 대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다. 베이비붐세대의 58%, 밀레니얼세대의 61%가 자기 세대의 특징을 분명하게 제시한 반면 X세대는 49%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제시한 특징도 제각각이어서 특정한 합의에 수렴되지도 못했다. 이는 베이비붐세대와 너무나도 파격적이게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X세대를 각계에서 함부로 정의하고 일반화하는 것을 꺼리고 조심스러워하는 측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세상은 X세대에 대한 본질적 관점을 논하기보다는 X세대가 만들어가는 현상을 조망하며 각론만 무성하게 형성했다. 또 X세대에 대한 이해가 채 정리되기도 전에 좀 더 분명한 색깔을 지닌 밀레니얼세대가 등장한 것도 X세대의 흐릿함에 한몫을 했다. 정체성과 자기다움이 명확한 첫째 아들(베이비붐세대)과 셋째 아들(밀레니얼세대) 사이에서 X세대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질문을 던지며 둘 사이에 낀 방치된 둘째 아들이 된 것이다.

조화와 균형, 유연성과 민첩성에 단련된 X세대

최근의 연구들은 오늘날 기업 조직이 건강한 조직 체질을 만드는 데 X세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DDI, 콘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 EY가 공동 조사한 결과는 평균 20년의 직장 경험을 가지고 있는 X세대가 조직 내 다양성이 증폭된 시대에 적합한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해준다.13 이 보고서는 X세대가 조직 내 다양성을 연결할 수 있다는 증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우선 X세대는 디지털 기술을 편리하게 사용한다. X세대의 54%, 밀레니얼세대의 56%가 디지털 지식에 밝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소셜미디어는 X세대가 밀레니얼보다 주당 40분 더 많이 사용했다. X세대는 밀레니얼세대보다 식탁에서도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하며 전화, 컴퓨터, 태블릿 등 모든 유형의 기기 사용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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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X세대는 조직 활성화(revitalization)에 기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여기서 말하는 조직 활성화는 조직에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개발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일에 구성원을 몰입하게 만드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X세대의 67%가 조직 내 협업 수준 제고 및 조직 장벽과 부서 이기주의(organizational silos)를 무너뜨리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X세대의 능력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2019 슈로더 글로벌 투자자 스터디에 따르면 X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4 베이비붐세대(만 51∼70세)의 50%는 지속가능성 요인을 항상 고려했다고 말한 반면 침묵의 세대(만 71세 이상)는 4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밀레니얼은 59%, X세대는 6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한 모든 투자에 지속가능성을 전제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인) 요인을 고려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도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베이비붐세대 62%, 침묵의 세대 56%, 밀레니얼세대가 60%인 데 반해 X세대는 65%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한국 X세대의 특성을 고려해봤을 때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들이 막 사회 진출을 시작하던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충격과 상처가 극복되기도 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X세대는 다시 한번 생사기로의 퍽퍽함에 직면했다. 취업이 어렵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이들은 자신의 본성 발휘와 조직 적응 사이에서 훌륭하게 균형을 잡는 경험을 쌓았다. 야근과 휴일 근무에 가장 먼저 손을 들었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회식 자리를 부장과 함께 끝까지 지켰다. 그것이 회사와 조직,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X세대는 당장의 이해관계보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해가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해온 세대다.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조화와 균형, 유연과 민첩을 추구하며 생명력과 활력을 지향함을 의미한다. 조직의 건강 체질 빌드업에 필요한 완충, 연결, 응집을 중시하며 이에 대한 실질적 노력을 기꺼이 발휘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러한 X세대의 경험과 능력이야말로 복잡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학습된 무기력감, 현실 안주, 번아웃 등에 시달리는 오늘날 조직에 꼭 필요한 리더십이 될 수 있다. (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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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X세대의 상실감을 하이터치해야

X세대가 조직의 인간적 측면을 빌드업하고 이를 통해 조직을 건강 체질로 거듭나도록 만드는 데 일조하게 하려면 다음 두 가지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첫째, 조직 내 X세대의 상실감을 어루만져야 한다. 글로벌 리더십 전망(2018)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승진 횟수가 1회 혹은 0회인 X세대는 66%였다. 밀레니얼(52%), 베이비붐(58%)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밀레니얼과 베이비붐의 경우 같은 기간 2회 이상 승진한 경우도 많았다.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의 X세대는 커리어의 정점에서 빠르게 승진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베이비붐세대는 은퇴를 미루고 있고, 조직은 디지털화를 앞당기기 위해 밀레니얼을 중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X세대 승진율이 밀레니얼세대에 비해 20∼30% 느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미 밀레니얼세대는 X세대와 관리직, 심지어 임원 등 고위 관리직의 동일한 직책을 놓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반면 X세대가 상대적으로 더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X세대 관리직은 평균 7명의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반면 같은 직급의 밀레니얼세대는 5명의 부하 직원을 관리했다. 승진은 늦고 책임져야 할 부서 규모는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X세대는 여전히 충직한 조직원이다. ‘나의 커리어를 위해 회사를 떠날까 생각한다’는 X세대는 37%로 밀레니얼세대보다 5%포인트 낮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직 내 X세대의 상실감과 상처는 깊을 수밖에 없다.

X세대의 상실감을 어떻게 하이터치15 해야 할까? 우선 이들에게 맞춤형 성장 기회를 제공하자. 이들의 자기 성장/계발 욕구는 매우 높다. 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10년 간격으로 겪으면서 자신의 경쟁력은 자기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X세대의 67%가 외부 전문가와의 네트워킹을, 57%가 외부 전문 조직으로부터의 성장/계발 기회를 원한다고 답했다. 따라서 X세대로 하여금 외부 전문가 단체, 업계 모임, 다양한 주제 그룹에 참여하도록 해 통찰을 얻고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X세대는 전통적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디지털 교육에서도 높은 학습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조직을 혁신하는 기회에서 X세대를 소외시키지 말고 오히려 이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혁신 프로젝트를 밀레니얼세대에게 맡긴다. 그러나 X세대는 베이비붐의 후손이기 이전에 밀레니얼세대의 선조다. X세대는 개별화 및 학습과 성장 중시라는 헤게모니를 태동시켜 밀레니얼세대에게 이식한 장본인이다.

액티브 리더와 공유 리더십이 필요한 때

하이터치로 X세대의 마음을 돌렸다면 이제는 X세대가 조직 내 실질적 액티브 리더(Active Leader)로 뛸 수 있게 해야 한다.

와튼스쿨의 조직심리학자 캐서린 클라인 교수의 연구팀은 병원의 외상센터를 대상으로 미래 조직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연구했다. 흔히 미래의 환경 속성을 ‘VUCA’16 라고 하는데 외상센터를 VUCA에 가장 가까운 조직으로 꼽은 것이다. 외상센터에는 치명상을 입은 환자들이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의료적 조치를 조금이라도 지체하거나 잘못 대응하면 환자는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이를 담당한 의료진도 바뀐다. 이전에 한 번도 호흡을 맞춰본 적 없는 의사, 레지던트, 인턴, 간호사 등이 민첩하게 서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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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외과 의사, 마취과 의사, 전임의(펠로), 레지던트, 간호사, 의료기사 등 수많은 의료진을 심층 인터뷰하고 관찰했다. 그리고 의료진에게 ‘누가 리더인가’라고 질문했다. 공식 리더 자리를 맡은 보직 의사를 지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료진 대부분은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리더를 한 명 이상 지목했다. 여기에는 보직이 없는 시니어 의사가 다수 포함됐고 주니어 의사나 펠로, 심지어 레지던트가 거명되는 경우도 있었다.

엄격한 선후배 위계로 구성된 의사 세계에서도 환자의 질병이나 부상 상태에 따라 이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리더로 지목받은 이들이 공식 리더는 아니지만 실질적 영향력을 끼치는 리더라는 의미에서 ‘액티브 리더’라고 명칭했다. 그리고 공식 리더와 액티브 리더가 리더십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여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이라고 명명했다.

전통적 리더십이라 할 독점적 리더십(Con-centrated Leadership)이 ‘보직을 가진 공식 리더가 조직이 부여한 권한을 독점하며 부하에게 단방향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면 공유 리더십은 ‘경험과 전문 역량을 보유한 여러 구성원이 액티브 리더가 돼 상호 영향력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유 리더십 체계에서는 공식적 리더가 있더라도 언제든 비공식적인 액티브 리더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공유 리더십이 조직 풍토가 된 조직에서는 꼭 보직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모두의 경험과 전문성을 존중하고 적극 활용한다. 추구하는 목적과 관련된 역량에 따라 책임을 나누고 조직의 성공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결과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자신이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조직 및 리더가 추구하는 지향점과 구성원의 지향점 간에 괴리가 없다. 마치 외상센터의 의료진처럼 하나의 지향점에 공고히 연결돼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 모두 능동적으로 몰입해 성취감과 성장감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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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X세대를 다시 무대로

비록 공식 리더가 아니더라도 X세대를 이러한 액티브 리더로 만들면 어떨까? 보직 없는 시니어 구성원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보직을 가진 공식 리더만 리더십 행사 주체로 인정하는 오랜 관행과 제도는 결국 조직 내부에 비생산적인 긴장도를 높여 조직을 허약 체질로 만들 것이다. 얼마 전 국내 모 기업에서 젊은 팀장과 시니어 팀원이 말다툼 끝에 주먹다짐까지 오간 일이 보도된 바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건의 시시비비를 논하려면 구체적 정황을 잘 살펴야 하지만 조직이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고 준비하지 못한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X세대를 계륵으로 취급하며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상처 입은 자부심을 되돌려주고 조직의 건강 체질 빌드업과 지속가능한 조직으로서 나아가는 디딤돌로 삼을 것인가. 20년 넘은 긴 세월을 조직에 몸담으며 긴 여정을 지나온 X세대에게 의미 있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도록 기회를 줌으로써 조직은 건강 체질이라는 열매를 얻으면 어떨까? 앞으로 10년 후부터 X세대들은 조직을 떠나기 시작할 것이다. 조직의 건강 체질 빌드업을 위해 이들과 함께할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우리 기업들에는 얼마 남지 않았다.


박정열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 전임교수 soulpark77@hyundai.com
필자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경영개발원을 거쳐 삼정KPMG에서 Learning & Development Center Director를 지냈다. 최근 발표한 논문 ‘지식근로자의 일터학습민첩성 진단도구 개발’로 한국인력개발학회 최우수논문상을, 특허청으로부터 ‘지식근로자 일터학습민첩성 진단방법 및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받았다. 저서로는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한국경제,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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