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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MZ세대가 소환한 ‘성과급과 공정성’

“불확실한 미래 보상보다 현재가 중요”
MZ세대는 투명한 소통을 원한다

이경민 | 322호 (2021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올해 초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성과급 논란 이슈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MZ세대가 공정한 보상에 예민한 이유는 1) 경제 침체기에 자라나 불확실한 미래의 보상보다 현재의 보상을 우선하고 2)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정성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으며 3) 온라인을 중심으로 회사의 정보에 접근하거나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MZ세대의 성과급 이슈는 어느 조직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조직이나 기성세대의 관점을 내려놓고 MZ세대와 투명하게 소통하는 조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많이 받는 사람이 많이 일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 회사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2019년 대한상공회의소와 ‘직장 내 세대 갈등과 기업문화 종합 진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 30대 직원이 인터뷰 도중 성과 보상과 관련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부장님’들은 출근해서 별로 하는 일도 없어 보이는데 월급은 실무진인 30대에 비해 너무 많이 받아 불공평하다는 말이었다. 다른 2030 직원들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그 직원의 발언에 강력히 동의했다. 비단 이 회사뿐 아니라 겉으로는 평온하게 보이는 많은 조직도 내부 깊이 들어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해보면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성과 보상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초, 한 SK하이닉스 직원이 전 사원들에게 보낸 이메일로부터 시작된 성과급 논란은 이제 한 조직 내부의 불만에 그치지 않고 삼성, LG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재계 전반을 뒤흔드는 거대한 이슈로 자라났다. 그리고 성과급 이슈의 선두에는 MZ세대가 있다.

많은 매체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들로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성과급에서도 투명한 평가와 공정한 보상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필자가 참여한 ‘직장 내 세대 갈등과 기업문화 종합 진단’에서 직원들이 인식하는 한국 기업의 공정성은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주요 원인이 성과 보상 제도였다. 특히 업무량과 보상 사이의 괴리가 가장 큰 30대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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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보상에 더욱 예민한 이유

일한 것에 대해 투명하게 평가받고 공정하게 보상받고 싶은 마음은 비단 MZ세대만의 욕구는 아니다. 지금처럼 크게 표출되지 못했을 뿐 1970년대에 태어난 X세대도 입사 초기엔 같은 욕구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조직의 중추로 자리한 지금에도 이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욕구가 살아 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알 수 없는 기준으로 평가받고 부당하게 보상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세대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성과급 이슈가 MZ세대에서 더욱 크게 조명되고 있는 것은 그들이 가진 여러 특성과 조직문화적인 환경 변화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1.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지금

MZ세대는 심리학적으로 인지하는 시간에 대한 감각이 기존 세대와 다르다. 먼저, 오래 참지 않는다. 과거처럼 ‘언젠가는 조직이 나에게 잘해주겠지’ 하는 먼 훗날의 막연한 기대로 현재를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 조직에서 오래 머물려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종신 고용이 지금보다 일반적이었고 많은 사람이 입사한 회사에서 정년을 맞이했다. 한 직장에서 10년, 20년씩 근속한 직원들에겐 자긍심도 있었다. 연차별로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미래에는 입사 초기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노력들이 쌓여 언젠가 중간관리자가 되거나 그 이상의 지위에 오르면 지금까지의 수고를 보상받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 선배들이 보상을 받는 모습을 봤다.

심지어 불평등이나 불공정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승진할 사람에게 고과를 몰아주는 관행 때문에 자신의 고과를 뺏기기도 했는데 억울한 마음은 다음 번 자신의 승진 차례에는 ‘나도 호의를 입을 것’이라 기대하며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진 지금, MZ세대는 장기적인 조망에 따라 현재를 희생하는 세대가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가 입사한 회사에서 정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더 나은 곳이 있다면 이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러는 한 조직에서 너무 오래 있는 것을 무능력의 지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에 10년 후, 20년 후의 장기적이고 불명확한 보상을 기대하기보다는 나의 업무에 대한 공정하면서도 즉각적인 ‘현재의 보상’을 원한다.

얼마 전 한 기업에서 신규 임원을 대상으로 ‘90년대생 이해하기’를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90년대생 신입 사원들은 임원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당차게 표현했다. 그 모습을 본 많은 임원이 신입 사원들에게 놀라며 “나중에 임원이 될 훌륭한 재목이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막상 신입 사원들은 이 말을 칭찬으로 여기지 않았다. 몇십 년 후에 이 기업에서 임원이 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좀 더 머물면서 경험치가 쌓이면 장기적인 안목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MZ세대가 빠른 보상과 명확한 약속을 원하는 것은 단지 시간과 경험에 대한 인식이 달라서, 혹은 기성세대가 보기에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이렇게 짧은 호흡의 평가와 보상을 원하는 것은 그들이 자라면서 봐 온 외부 환경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상향을 그리는 경제 발전의 시기를 장기간 지나온 기성세대는 상대적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분명하고 낙관적인 경향이 있다. 연령대가 70대, 80대인 분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헤쳐온 신산한 세월과는 다르게 ‘하면 된다’ ‘무엇이든 원하면 이룰 수 있다’는 낙관성이 뚜렷하다. 이보다 더한 세월도 버텨왔고 그 끝에는 성공적인 결과가 있었기에 현재 고통을 견뎌내면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믿음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특히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일수록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 ‘단군 이래 부모보다 잘살지 못하는 첫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MZ세대는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 될지 모르는 먼 미래의 불분명한 보상보다 확실한 현재에 분명한 약속으로 평가와 보상을 받기 희망한다.

과거에는 임원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그들이 지닌 상징성과 지위의 임시성, 그리고 성과와 연계성이 높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MZ세대들에게는 해명이 필요한 또 다른 근로 조건처럼 여겨진다. 심지어 몇 년 단위의 계약직인 임원이나 몇 년 후 이 회사를 떠날지 모르는 자신이나 동일하게 임시성을 지니는데 임원이라고 해서 자신보다 월등하게 다른 보상 기준을 적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까지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인 직무 스트레스 검사(Korean Occupational Stress Scale)’를 진행해보면 직무 불안정 항목에 높은 점수를 매기는 20∼30대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조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거나 자신이 이직할 예정일 때 높게 나타나는 항목이다. 실제로 회사엔 예정된 변동 사항이 없는데도 자신의 고용 상태가 주관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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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정성은 서바이벌의 룰

MZ세대는 기존 세대와 심리학적으로 인지하는 공정성에 대한 개념과 중요도가 다르다. 기업에서 조직문화를 진단해보면 모든 세대와 직급에서 조직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공정성이 다른 가치에 비해 얼마나 더 중요한가, 그리고 우리 조직은 얼마나 공정한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반응이 상이하다.

같은 현상에 대해서 중간관리자급 이상은 ‘이 정도면 우리 조직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비해 MZ세대는 ‘참을 수 없이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부장님 세대는 ‘기존 세대들은 젊어서 고생했으니 나이가 들어서는 조금 편하게 회사를 다니는 것도 이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업무의 ‘질’은 단지 겉으로만 보이는 ‘양’과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리스크에 따라, 일의 중요도에 따라 월급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MZ세대는 지금 이 순간의 업무량 대비 월급에 대해 부장, 심지어 임원과 나의 보상을 비교한다.

하지만 MZ세대가 공정성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들이 더 야박하기 때문이 아니다. MZ세대에게는 공정이 훨씬 직접적인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시작된 경쟁과 끊임없는 평가 속에서 자라난 MZ세대에게 공정이란 무엇보다 중요한 게임의 규칙이다. MZ세대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신뢰한다. 학창 시절 우수한 내신 성적을 받아 정시 전형보다 선발 인원이 많은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서술형 평가와 수행 평가를 받고 생활기록부를 관리하는 일을 일상으로 여기며 자라난 게 MZ세대다. 자신에 대한 선생님의 호의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채점 기준에 따른 정확한 평가를 의지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면 이의 제기 기간이 있다. 이 기간 동안 MZ세대는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 왜 자신이 그런 점수를 받았는지 묻고 확인했다. 채점 기준이나 결과가 잘못됐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따지기도 했다. 대학에서도 선생님이 교수님으로 바뀌었을 뿐 똑같이 펼쳐지는 풍경이다. 객관적인 평가를 거치며 냉엄한 입시와 그보다 더 가혹한 취업문을 뚫고 입사한 MZ세대에게 공정성은 조직에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가치가 된다.

자신의 성적을 선생님의 호의에 기대지 않은 것처럼 MZ세대는 자신의 성과에 대한 보상도 조직의 호의에 기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동안 조직은 성과급을 구성원에 대한 시혜의 의미에서 바라봤다. 그러나 MZ세대에게 성과급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 ‘조직과 1대1로 하는 거래’로서의 의미가 더 뚜렷하다. 보통 선물로 받은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옳은지, 합당한지 따지지 않는다. 선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노력해서 받아낸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내 노력의 크기에 비례하는지 따져보게 된다. 같은 의미에서 성과급을 조직이 베푸는 시혜적인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받는 입장에서는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노력한 부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보상의 기준이 어떠한지, 나의 예상과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등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임원들 중 상당수는 ‘워라밸’은커녕 몇십 년간 휴가도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다닌 직장인데도 그저 감사하다고만 말한다. 나를 이 자리까지 키워준 것도, 가족을 이렇게 부양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무엇보다 조직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준 것도 모두 감사하다고 얘기한다. 그런 그들에게는 성과급은 조직이 주는 또 다른 선물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받은 만큼 일한다’라고 생각하는 MZ세대들에게 성과급은 자신이 제공하는 노동만큼 정당하게 지급됐는지 당연하게 검토하는 보상 요인이다.

여기에 더해 MZ세대에게 공정이란 능력주의(meritocracy)의 다른 말이다. 능력에 따른 차등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MZ세대는 능력이 족벌주의, 연공서열 등의 가치에 비해 훨씬 공정하다고 여기고 자신들의 능력과 기여한 바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성과급에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부정 입학 논란이나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논란 등에 MZ세대가 크게 분노한 것도 능력에 의한 결과를 기대하는 이들의 기본 가치를 침해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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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구조의 변화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 50인(Thinkers 50)’ 중 한 사람으로 ‘경영사상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찰스 핸디(Charles Handy)는 그의 저서 『코끼리와 벼룩』에서 종신 고용과 전일제 직장이 주된 고용 문화이던 20세기에 대기업은 ‘코끼리’와 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에 비해 프리랜서처럼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개인이나 작은 회사를 ‘벼룩’이라고 지칭했다. 빠른 혁신 속도, 시장 개방 압박, 치열한 경쟁 등이 회사에 ‘군살 없이 유연해 질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디어와 지식, 그리고 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 전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즉, 코끼리의 시대에서 벼룩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코끼리의 시대에 조직에 입사한 기존 세대들은 조직을 떠난 자신을 상상하지 않으며 조직의 논리에 맞춰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상명하복식의 조직문화와 성과급 관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벼룩의 시대에 조직에 입사한 MZ세대들은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을 영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고용 계약을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의 계약을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 자신들이 제공하는 노동력과 아이디어에 대해 조직이 제대로 보상하고 있는지 깐깐하게 검토하기 원하는 것 역시 벼룩의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3. 온라인으로 정보도, 사람도 모인다

MZ세대는 기존 세대와 조직문화적으로 접하는 정보의 접근성의 정도가 다르다. 현재의 조직문화가 과거보다 수평적이고 MZ세대가 더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접하게 되면서 성과급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뜻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에서 수평적 조직문화의 확산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여전히 정보는 위에서 아래로 제한적으로 흐르는 수직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도 많은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회사의 주요 소식을 언론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접하거나 외부의 통로 혹은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알게 된다.

정보의 폐쇄성과 경직성에도 불구하고 과거 개개인의 불만에 그치던 성과 보상 문제가 집단적 반발로 나타난 것은 개인들이 정보에 접근하고 본인들의 의견을 하나로 수렴할 수 있는 비대면 플랫폼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잡플래닛, 네이버밴드, 카카오 오픈채팅 등 다양한 플랫폼이 개인의 의견을 전체로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 수렴 방식을 제레미 하이먼즈(Jeremy Heimans)는 저서 『뉴파워: 새로운 권력의 탄생』에서 신권력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소수만 지니고 있고 폐쇄적이고 접근 불가능한 상명하달식의 권력을 ‘구권력’이라 하고, 이에 비해 일종의 흐름처럼 다수가 만들어내고, 개방적•참여적이고, 동료 집단이 주도하는 권력을 ‘신권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는 역동적인 사건들은 두 권력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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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형들, 내가 총대 멜게.”

지난 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LG전자에서 성과급 논란이 일자 블라인드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 하나로 촉발된 움직임은 불과 2주 만에 LG전자 최초의 사무직 노조를 출범시켰다. 2021년 5월 현재, 노조 밴드 가입 인원은 8000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큰 규모의 노조 형성이 가능했던 이유는 MZ세대에게 정보의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그리고 기존에 겪은 결집의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꼭 아는 사람들끼리 얼굴을 마주해야 뭉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MZ세대는 인터넷상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그 뜻을 실천에 옮기는 일이 낯설지 않다. 최근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돈을 받지 않고 치킨을 내어준 치킨집 사장님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형제 중 고등학생인 형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고마움을 담은 편지를 보냈고, 프랜차이즈 대표가 이 편지를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가맹점주의 선행이 널리 알려졌다. 이후 네티즌들이 가맹점에 찾아가 소위 ‘돈쭐’을 내주는 바람에 주문이 폭주한 가맹점은 잠시 영업 중지를 선언하기도 했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돈을 모아 조공을 바치거나, 환경을 파괴하거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어긋나는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는 등 MZ세대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결집하고 행동한다.

성과급 이슈,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MZ세대는 조직에 묻고 있다. 우리에게 보다 분명한 설명, 투명한 절차, 그리고 정당한 보상을 달라고. 조직은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이에 대해 조직 소통의 차원에서 살펴보자.

1. 남의 일이 아니다

성과급 이슈가 남의 일이라는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우리 조직에 닥칠 수도 있는 문제다. 많은 조직에서 MZ세대가 불러온 성과급 문제를 곤란하게 바라보고 우리 조직에서 저런 논의가 시작되면 어떻게 할지 고민스러워하기도 한다. 또는 과격한 일부 무리의 선동처럼 여기고 우리 조직에는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기사에 오르내리는 성과급 이슈는 어떤 업계, 어떤 조직이나 맞닥뜨릴 수 있는 요구다.

임원들을 만나보면 조직과 업종에 따라 매우 상이한 의식 체계, 리더십 스타일, 조직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IT 업계와 제조업은 같은 시대, 같은 연령대의 임원이라고 해도 생각하는 바와 조직 운영 스타일이 판이하다. 각자 회사의 문화가 어떠한지, 일하는 방식이 어떠한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90년대 신입 사원들을 만나보면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공기업이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조직에 대한 생각, 업무에 대한 태도가 매우 유사하다. 온라인상에서 각자 회사의 워라밸과 복지는 어떠한지, 조직문화는 어떠한지 비교하면서 ‘좋은 회사’의 기준을 함께 정의하고 공유한다.

‘Sooner or later(조만간)’라는 말처럼 조직의 구조에 따라, 세대 구성 비율에 따라 시기가 다를 뿐이지 기존의 패러다임과 충돌하는 MZ세대의 변화 요구는 모든 조직에서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 기업의 특이한 구성원들로 인한 일로 치부하기보다는 우리 조직에서는 이런 요구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예상하고 그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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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기중심성, 멈춰!

섣부른 가치 판단을 해선 안 된다. MZ세대의 요구에 대해 ‘부당하다’ 혹은 ‘틀렸다’라고 먼저 생각하면 소통이 아닌 갈등의 평행선을 달리는 일만이 반복될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나의 경험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자기중심성(Ego-centricity)’은 모든 인간이 가지는 공통된 특성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개인과 집단 간의 소통을 막는 가장 큰 요인도 바로 이 자기중심성이다. 정신과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이 대인관계의 답답함을 호소하며 가장 많이 하는 말도 아래와 같은 말이다.

“나라면 저렇게 안 할 텐데 어쩌면 저럴 수 있나요?”

그러나 내 마음 같은 사람은 없고, 상대는 상대 나름의 이유와 방식이 있다는 것을 존중해야 과도한 스트레스와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MZ세대가 조직의 생각과 다른 입장을 갖는 것에 대해 조직의 입장에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태도다. 어떤 배경에서 그런 입장을 갖게 된 것인지, 그런 주장이 그들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위해 조직의 입장, 기존 세대의 생각들을 내려놓고 MZ세대의 의견에 대해 있는 그대로 듣고 수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방식은 내부 설문조사, 제3자의 중재를 통한 솔직한 의견 청취 등일 수 있다. 우선 내부에서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한 뒤 성과와 보상과 관련해 어떤 요구 사항들이 있는지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솔직한 의견을 받아보는 방법이 있다. 만약 직원들이 익명성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의견 수합이 어렵거나 회사와 직원들 사이의 신뢰 관계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을 만큼 예민한 이슈일 경우 제3자인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MZ세대 직원들이 블라인드와 같은 회사 외부 플랫폼에서 의견을 내는 현상 역시 조직 내에 솔직한 소통 창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터놓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불만이 수면 위에 올라오는 일을 막고 조직 내부에서 문제에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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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처는 숨기면 곪을 뿐

투명한 소통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의 성과급 금액이나 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때 많은 조직에서 빠지는 함정이 왜 이유를 밝히기 어려운지, 말하기 힘든 상황은 무엇인지 입을 다물고 그 논란 자체를 덮어버리려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조직이 정보를 통제하면 구성원들이 내부 상황을 알기 어려웠다. 연봉 인상에 소극적이고 회사가 늘 어렵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러나 이렇게 정보를 통제한다고 해서 구성원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외부 통로 및 네트워크를 통해 구성원들이 조직의 다양한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구직 사이트 ‘사람인’에서 직장인 12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89.4%가 성과급 산정 기준이 공개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성과급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60.8%였고, 이 중 55.1%가 당시 산정 기준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논란 당시에도 젊은 직원들은 성과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힘든 이야기일수록 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는 용기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필요하다.

작년에 진행한 한 워크숍에서 한 임원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비슷한 규모의 이익을 낸 다른 사업부 대비 자신이 이끄는 사업부의 성과급이 너무 낮게 산정돼 구성원들이 이 소식을 듣게 되면 큰 불만을 표할 것 같다고. 그는 상황을 모른 척 덮고 지나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했다. 해줄 수 있는 약속도 없고 괜한 말을 했다가 불 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 될까 봐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임원으로서 알고 있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내년 성과급 산정에서 같은 불이익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방법에 대해 같이 논의해보도록 코칭했다. 말하기 어려운 일일수록 솔직하고 투명하게 소통해야만 서로의 오해를 줄이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가정의 사례에 이런 상황을 대입해보자. 부부 치료 중 부인이 가족 내의 어려움에 대해 호소하면 같이 온 남편은 매우 불편해한다. “당신만 입을 다물면 우리 집에 아무 문제가 없어”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부인이 어려움을 털어놓는 용기를 냈기에 상담을 통해 가족 내 문제가 해결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리고 부부 치료의 시간 동안 누가 옳고 그른지를 가리기보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치료자의 중재를 통해 이해하고, 더 나은 부부가 되기 위해 서로가 노력할 방법을 찾게 된다. MZ세대가 소환하고 있는 성과급 이슈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안정된 조직을 흔드는 부정적인 이슈로 치부하기보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조직이 되기 위해 서로 간에 소통하고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삼길 바란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정신과전문의) kmlee@mindroute.co.kr
필자는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조직 및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용인병원 진료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를 역임한 후 기업 조직 건강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조직 내 갈등 관리 및 소통 등 조직 내 상존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이경민 | - 마인드루트 대표 / 정신과 전문의
    - 기업정신건강 진단 및 관계/갈등 치료 전문가
    - 대한우울조울병 학회 정회원 및 학회지 편집위원
    - 前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前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Medical Director, 前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기관 Research coordinator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석사
    -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 'Mindfulness 전문가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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