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한국 기업의 성과급 제도 진단

조직 성과급 위주의 획일적 보상 탈피
개인 실적 연계하고 기준은 투명하게

322호 (2021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국내 대기업 성과급 제도의 문제는 첫째, 주요 산정 기준인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직원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둘째, 개인 성과를 인정받길 바라는 MZ세대의 요구와는 반대로 조직 또는 전사 성과급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밝혀야 동기부여라는 성과급의 본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다. 개인 성과급 제도 운용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와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관리자 교육에 힘써야 한다. 또한 현금 중심의 성과급 외에도 주식을 활용하거나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보상 믹스를 고려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성과급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1월 말 발표된 연봉 20% 수준의 성과급 지급에 대해 직원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고, 4년 차 직원이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공개적으로 성과급 지급 규모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급기야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석희 사장은 해명문을 발표했다. 결국 SK하이닉스는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 10%를 기반으로 지급하는 방향으로 성과급 산정 방식을 변경했다.

비단 SK하이닉스뿐이 아니다. 올해 들어 성과급 관련 기사가 종종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에서는 창업자가 직원들과 사내 간담회를 열어 성과급 지급 기준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한편,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도 3월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을 언급하며 수익성이 개선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사태는 쉽게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4월 말 MZ세대가 주축이 돼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했다. 노조 위원장은 “사무연구직 노동자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고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렇듯 그동안 쉬쉬했던 기업의 성과급 문제가 블라인드 등의 직장인 익명 플랫폼과 언론을 통해 활발히 공유되면서 많은 조명을 받고 있다. 또한 주주총회 시즌에는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의 2020년 총연봉이 83억 원이며 그중 성과 상여급이 66억 원에 이른다’는 등 사업보고서에 기재되는 최고경영진의 연봉 자료를 대상으로 한 화제성 기사들이 쏟아지곤 한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의 성과급 제도는 왜 갑자기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됐을까? 성과급이 기업과 임직원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대기업의 최고위급 임원들은 왜 이렇게 큰 보상과 성과급을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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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의 영입, 유지, 동기부여의 도구

주지하다시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구성원들의 지식과 역량 등의 인적자원이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이 원하는 인재상과 사람에 대한 철학을 정의하고, 이에 맞춰 일관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임금구조 하면 떠오르는 연공 서열에 의한 연공급제는 장기근속의 유도, 서열과 공동체 의식을 중시하는 유용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사용돼 왔지만 우수 인력을 영입하고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 또한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종업원에 대한 동기부여 효과가 미약하다. 그에 따라 1980년대 후반 또는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 기업들은 개인 또는 집단의 성과를 강조하는 신(新)인사 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전환점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로 여겼던 미국식 성과주의 인사 시스템을 점차 도입하기 시작해 현재는 성과 중심의 연봉제와 성과배분제가 연공급제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 2020년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체 중 55%가 호봉급, 77%가 연봉제, 35%가 성과배분제를 도입하고 있어 성과 기반 제도에 해당하는 연봉제와 성과배분제가 이미 숫자상으로는 한국 기업에 보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

연봉제가 우리 기업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개인의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의 규모, 즉 수평적 임금 격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성과에 따라 크게 변하는 성과급은 개인 성과급이 아니라 조직이나 전사의 성과가 올라갔을 때 소속 임직원의 보상 수준이 증가되는 성과배분제, 즉 조직 성과급과 전사 성과급이다. 최근의 성과급 관련 기사는 대부분 이 조직 및 전사 성과급에 관련된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메모리사업부 등 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EVA, Economic Value Added)’의 20%를 사업부 성과급(OPI)의 재원으로 하는 조직성과급을 채택하고 있다. 사업부별로 관리하는 손익계산서는 물론 투하자본 산정을 위해 구분 재무상태표가 필요하며 부품 사업과 완제품 사업을 함께하는 회사로서 사내 거래에 대한 대체 가격 설정 및 경영지원실, 종합기술원, 삼성리서치 등 지원부서의 간접비용을 사업부에 배부해 줘야 한다.(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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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실적에 근거해 지급된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은 연봉의 47%로 알려졌는데 이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메모리, 시스템 LSI, 파운드리 사업부) 임직원 4만3000명이 모두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받았다는 뜻이다. SK그룹은 그룹 계열사별로 산출된 EVA의 20∼25%를 성과급 재원(Incentive Bonus)으로 정하는 전사 성과급을 채택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20년 성과급으로는 임직원 2만9000명이 연봉 대비 20%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이렇듯 한국 기업에서 조직 성과급이나 전사 성과급이 보편적인 이유는 집단의 응집력과 협동을 중요시하는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조직의 성과에 근거한 보상은 개인의 성과나 공헌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측정이 용이하고 개인끼리 경쟁할 때에 비해 협업을 장려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조직 성과급이나 전사 성과급의 경우 무임승차의 문제가 있으며 탁월한 성과를 내는 스타 인재를 동기부여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한국 기업에서 개인 성과급은 업적급(merit-based pay)이 보편적이며 보통 1년에 한 번씩 평가받은 업적 및 역량 성과에 따라 기본급이 증가한다. 삼성전자에는 60명의 부사장이 있는데 임원 업무목표(MBO)를 기반으로 미리 주어진 지표와 가중치에 따라 고과를 받는다. 개발 담당 부사장의 경우 매출, 이익, 제품 개발 및 양산화, 핵심 인재 확보 및 유지 등이 KPI가 된다. 기본 연봉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능력급의 경우 MBO 평가 결과에 따라 가∼마 등급이 부여되고 가 등급은 10∼15% 인상, 마 등급은 10% 삭감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같은 부사장 간에도 기본 연봉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성과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이 결정되는 업적급과 달리 개인의 고과 성적에 따라 연말에 추가적으로 지급돼 동기부여 효과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보너스 제도는 아직 보편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조직문화에서는 개인 성과급의 효과가 매우 크며 개인의 성과에 따라 보상이 증가하기 때문에 공정성에 대한 불만도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개인의 성과는 계량으로 측정하기 어렵고 주로 상급자에 의한 정성 평가가 필연적으로 개입된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개인의 공헌도가 명확하게 파악이 되고 개인별 직무의 자율성이 높은 상황에서 보다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개인 성과급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고 협업을 저해하는 부작용도 있다.

성과급 제도 설계

그렇다면 성과급 제도는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표 2]에 나오는 대기업의 임원 인센티브 제도를 보자. 기본 연봉에 인센티브 비율을 곱하고 성과에 따른 지급률을 곱해 인센티브가 결정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인센티브 설계 시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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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성과 목표의 설정이다. 효과적인 동기부여를 위해 많은 기업이 목표를 부여하고 목표 대비 성과를 평가에 반영한다. 위 회사에서 임원의 성과는 항상 연초에 설정된 성과 목표와 비교해 평가되는데 목표 대비 실적이 90% 미만이면 보너스 지급률이 0%가 되지만 목표 대비 실적이 120%를 초과하면 실적이 더 높더라도 최고 지급률로 고정된다. 게다가 최고 지급률인 20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원이 속한 부문의 성과 목표뿐만 아니라 전사 목표도 달성할 것을 요구하는 점이 특징이다. 부문 간의 상호의존성이 높아 부분 최적화가 전사 최적화를 방해하는 ‘사일로효과(silo effect)’를 막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성과 목표를 정할 때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먼저, 목표 수준은 어렵지만 달성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 설정 방법도 중요하다. 과거의 실적을 기반으로 차기 목표를 정하게 되면 당기에 뛰어난 성과를 낼 경우 차기의 목표가 높아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직원들이 목표 달성 후엔 더 이상 노력을 안 하게 되는 톱니효과(Ratchet Effect)가 나타난다. 회사원들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올해 잘하면 내년에 피곤해요”의 원인이다. 톱니효과를 방지하고 동기부여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목표 설정을 하기보다는 피어그룹(peer group)을 벤치마킹해 목표를 설정하는 등 목표 설정 방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성과지표(KPI)를 선정해야 한다.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아 결국 성과지표를 통해 측정해야 한다. 미국에서 CEO의 현금 성과급 결정을 위해 많이 사용되는 지표를 살펴보면 먼저 회사의 성과와 연계된 지표로 주당순이익, 당기순이익, 영업이익, 매출액, 총자산수익률, 자기자본수익률 등 회계 지표들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고객만족도, 종업원만족도, 시장점유율, 제품불량률 등의 비재무지표 역시 비교적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고경영자의 신성장 사업 발굴 능력, 수립된 전략의 우수성 등 이사회가 재량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임원 개인에 대한 전략 지표의 사용도 상당 부분 관찰된다.

지표 선택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실제로 기업에서 단지 KPI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해도 안 되는 줄 뻔히 아는 일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론적으로 좋은 지표의 조건으로는 첫째, 직원이 노력하면 좋아져야 하고, 둘째, 지표가 좋아지면 회사가 좋아져야 한다. 위 기업의 경우 정량 성과에 더해 오너나 사장이 개별 임원의 조직 기여도를 감안해 지급률을 조정한다. 이런 정성적인 평가를 통한 조정은 악용될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효율적인 성과 측정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성과와 보상의 민감도를 결정해야 한다. 성과급은 동기부여 측면에서 양날의 검이다. 위험회피적인 임직원들은 고정급을 선호하게 되고 보상 위험을 동반하게 되는 성과급의 가치를 디스카운트할 수 있다. 따라서 업종에 따라 혹은 같은 업종에서도 회사별로 성과급의 강도는 기업의 철학, 전략,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또한 회사 내에서도 직급에 따라 달라진다. 위 기업에서 보면 인센티브 비율이 사장은 40%, 상무보는 15%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성과와 연동된 인센티브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대기업 CEO들의 총연봉 대비 성과 인센티브 비중은 보통 90% 정도이다. 예외적으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2018년부터 연봉을 일절 받지 않고 대신 막대한 스톡옵션만을 부여받았다. 최근 테슬라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일론 머스크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스톡옵션 차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임원 성과급은 토너먼트의 결과?

최근 성과급 이슈를 둘러싼 또 다른 한 축에는 바로 임원들이 있다. 지금은 은퇴한 삼성전자의 권오현 전 부회장이 2017년에 243억 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것과 직원 평균 연봉의 243배를 받았다는 것은 미묘하게 전달하는 정보가 다르다. 최근 MZ세대 직원들 사이에서 임원들은 입으로는 위기 경영을 외치면서 본인들의 성과급은 최고로 챙긴다는 불만과 함께 임원과의 연봉 격차에 대한 공정성 이슈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CEO 등 최고경영진의 평가 및 보상 문제는 주주, 채권자, 노동조합, 규제기관, 고객 등 기업의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큰 관심사다. 미국의 경우 2006년부터 임원들의 높은 보상 수준에 대한 사회적 반감 및 논쟁으로 임원 보상 공시의 수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고경영자 보상에 상대평가가 많이 활용된다. 전반적인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혹은 경영 능력과 상관없는 행운(유가 및 원재료 가격 하락, 유리한 환율 등)으로 주가가 수직 상승하고, 이에 따라 최고경영자가 보유한 스톡옵션을 행사, 처분해 막대한 행사 차익을 얻는다면 이는 과연 주주들이 보기에 바람직한 인센티브일까? 제약 기업인 화이자의 이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에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 12개를 피어그룹으로 사전에 정해놓고 3년 동안 경쟁사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CEO에게 스톡그랜트2 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주식 보상을 쓰고 있다.

미국의 규모 기준 톱100 회사들은 최고경영자의 총연봉에서 고정급인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에 불과하다. 90% 가까이의 보상이 성과와 연계된 현금 성과급 및 주식 보상을 활용해 최고경영자의 최선의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해당 연도의 단기 성과에 연동된 성과급의 비중을 줄이고, 향후 3년 정도의 장기 성과와 연동돼 지급되는 현금 혹은 주식 장기 인센티브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점진적으로 임원들 사이의 변동급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핵심 임원에게 성과에 걸맞은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고성과자에 대해 보상의 규모를 차별화함으로써 저성과자에게 강한 메시지를 남기는 보상제도가 보편화되고 있다.

KB금융지주처럼 오래전부터 최고경영진을 대상으로 성과 연동형 주식 보상 등 주식을 활용한 제도를 적극 차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금 보상을 주로 활용한다. 또한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개인 성과급보다는 전사나 조직 성과급의 비중이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삼성의 경우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인센티브 제도인 ‘OPI’와 ‘TAI’ 이외에 임원만을 위한 장기성과 인센티브 제도가 따로 있다. 3년 동안의 성과를 ROE, 주가수익률, 세전이익 등을 기준으로 경쟁사와 비교해 평가하고 최대 연봉의 100%까지 지급한다.

여기에서 임원과 직원 사이의 연봉 격차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승진 경쟁을 토너먼트 이론으로 즐겨 설명한다. 참가자 사이의 상대적 순위에 따라 보상 규모가 결정되는 특징을 가진 토너먼트는 잠재적 경쟁자보다 우수한 직원만이 다음 단계로 승진하고 최종 승자인 CEO는 CFO, COO 등 아래 단계의 임원들에 비해서 막대한 보상을 받게 되는 회사의 임금 구조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토너먼트 이론에 따르면 토너먼트의 순위 간 상금 혹은 보상의 격차(interrank spread)가 클수록 토너먼트 참가자들이 더 높은 보상을 획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본다. 즉, 임금 격차 자체가 훌륭한 동기부여 수단인 셈이다. 또한 토너먼트의 순위 간 상금 격차가 클수록 우수한 능력을 가진 참가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우수한 참가자들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토너먼트 이론은 미국 글로벌 기업의 경우 평균 100배에서 심지어 200배에 이르는 최고경영자와 일반 직원 간의 임금 격차를 설명하거나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승자가 독식하는 상금의 규모가 지나치게 크면 참가자들은 토너먼트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느끼게 되고, 참가자들의 동기부여 효과는 감소된다. 또한 상대적 박탈감을 높여 업무 몰입도와 조직 충성도를 낮추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더불어 지나친 경쟁과 상대적인 수월성만을 강조함으로써 조직구성원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집단과 공동체를 우선하는 한국 기업의 문화상 임직원 연봉 격차가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을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CEO의 연봉이 천문학적인 수준인 미국마저도 기업의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3 을 적용했다. 즉 규제기관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18년부터 CEO 연봉과 직원 중위 연봉(median employee pay)을 비교한 CEO 연봉 비율(CEO pay ratio)을 모든 상장 기업이 공시하도록 제도화했다.

한국 기업의 성과급 제도의 현주소

올해 초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의 핵심은 2020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약 5조 원으로 2019년 영업이익 2조7000억 원에 비해 약 2배가량 성장했는데도 성과급은 연봉의 20% 수준으로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업종이 유사한 삼성전자의 DS 부문 성과급이 연봉의 47%로 발표되면서 직원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2월2일 이석희 사장이 해명문에서 밝혔다시피 SK그룹은 성과급 산정을 계열사별 EVA에 근거해 산정하고 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유효법인세율을 차감한 세후영업이익에서 영업에 공여한 투하자본의 기회비용, 즉 자본비용을 차감해서 구한다. 손익계산서상의 영업이익은 투하자본을 제공한 주주, 채권자 등 자본 제공자들의 요구 수익이 반영되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에 투하자본의 기회비용을 차감한 후에야 진정한 초과 이익, 즉 부가가치 증가분을 구할 수 있다는 논리다.

EVA는 주주 중심 경영의 확산에 따라 삼성, LG, SK 등 유수 기업의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EVA 기반 성과급에는 초과 이익을 배당, 투자, 내부 유보 등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일부는 임직원 동기부여를 위해 성과급으로 사용하겠다는 경영진의 철학이 담겨 있다.

EVA가 세후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함으로써 주주 가치 중심 경영을 대표하는 초과 이익 성과지표로서 오랫동안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SK하이닉스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내부 구성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대규모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는데도 투하자본이나 자본비용률이 증가해 EVA가 전년 대비 감소하거나 심지어 음(-)이 되면 재무나 회계 지식이 없는 구성원들이 이해하거나 수용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사업부 혹은 계열사별로 업황과 사업의 특성상 EVA가 지속적으로 높게, 혹은 낮게 나와 평가 결과가 고착화되는 문제, EVA 극대화를 위해 투자를 억제하고 단기 수익성에 집착하게 되는 문제 등 EVA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2020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음에도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규모에 변화가 없었던 이유는 특별 격려금에 있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EVA가 낮아 기존 산식에 의한 성과급 지급이 어려워지자 구성원들의 동기부여 차원에서 특별 격려금을 지급했다. 그 금액이 공교롭게 EVA 산식에 의해 지급한 2020년 성과급과 동일했기 때문에 성과급 산정 근거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문과 혼란이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4

다양한 보상 방법을 고민할 때

최근 한국 기업에서 성과급 관련 이슈가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불공정성 때문이다. ‘공정성 이론(Equity Theory)’에 따르면 조직 구성원들은 그들이 기여한 정도와 보상의 정도의 비율을 판단하고 조직 내 다른 구성원과 비교함으로써 보상의 공정성을 가늠한다.

MZ세대 직원들은 학점에 목숨을 걸고 대학에 다니다가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이직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회사 생활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인센티브인 승진에도 과거 선배 세대만큼 관심이 없다. MZ세대 직원들이 단기 평가와 이에 따른 보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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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직원들은 개인의 기여도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기를 원하지만 많은 한국 기업에서 개인 성과가 연봉에 반영되는 정도는 미미하다. 대부분의 성과급은 조직이나 전사 성과급에 근거해 획일적으로 결정되고 지급된다. 과거에는 본인의 성과가 뛰어나더라도 조직과 전사 성과가 좋지 않아 성과 보상이 낮은 경우 직원들이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조직 혹은 전사 성과가 탁월해 연봉 대비 집단 성과급 비율이 높더라도 MZ세대 직원들은 개인의 공헌에 대한 고려 없이 조직이나 회사의 모든 직원이 일률적으로 같은 지급률을 적용받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성과급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성과급의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조직 및 전사 성과급 위주의 획일적인 보상에서 탈피하고, 개인의 성과 측정과 보상 간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직원 개인의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으로 부하 직원을 평가 및 피드백할 수 있는 관리자들을 훈련하는 일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둘째, 보상의 목적에 맞춰 임직원 개개인별로 전사/조직/개인 성과급과 단기/장기 성과급의 조합을 차별화하고 현금 보상에서 벗어나 네이버 등 IT 기업들처럼 스톡옵션이나 스톡그랜트, 주식 매입 금액 지원금 등으로 보상 도구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복리후생, 교육 훈련, 권한과 책임의 부여 등 비금전적인 보상도 성과급만큼 중요한 요소다. 요즘 직원들에게 현금성의 단기 보상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빵빵한 현금만을 주는 회사에 커리어를 올인하지 않는다. 회사가 자신의 역량과 몸값을 높여줄 수 있는지도 엄밀히 따진다. 당장 큰 변화가 어렵다면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직원들의 역량 제고를 위한 투자에 먼저 신경 써보자. 대학을 중퇴했지만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담당 최연소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정민영 AI조직 클로바 기술 리더(35)의 인터뷰를 인용한다.

“이 회사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은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하려는 게 있고,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면 계속 기회를 받고 역할이 커져 임원도 된다. ‘그게 이 회사의 힘인가?’ 싶기도 하다.”5

마지막으로, 인센티브나 연봉 산출 방식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예상 금액 및 관련 경영 실적을 주기적으로 구성원과 공유해야 한다. 불만을 최소화하고 구성원들의 경영 노력 증대라는 성과급 본연의 목표를 유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 jshin@snu.ac.kr
신재용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학사•석사(회계학 전공)를 마치고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근무했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2호 The Art of Compensation 2021년 0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