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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자재, IT•가전용 소재 개발 업체 아주스틸이 필리핀에서 김천시로 공장을 옮기며 국내 ‘리쇼어링 1호’ 기업이 됐다. 잘나가던 중견 기업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으로 공장을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스틸은 과거처럼 낮은 임금과 큰 시장을 찾아서 후진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독일 등 유럽처럼 설비를 자동화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주스틸은 김천1일반산업단지(6만6116㎡ 부지)에 총 500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 팩토리형 공장을 만들고 100명가량을 고용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경주(경희대 관광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일본의 국내 수출 규제 장기화와 코로나19가 맞물리면서 해외 생산 기지를 국내로 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주요 경제 정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한국판 뉴딜’과 ‘리쇼어링’을 포스트 코로나 경제 대책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근로시간 규제, 높은 법인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강한 강도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5월 한국으로 공장을 ‘유턴’한 회사가 있다. 바로 IT•가전용 소재 개발 업체 아주스틸이다. 6월1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확정된 정부의 국내 복귀 기업 지원안이 제시된 이후, 첫 번째로 리쇼어링을 발표해 ‘리쇼어링 1호’ 기업으로 불리는 아주스틸은 영상가전, 생활가전, 자동차, 건축용 자재를 만드는 중견 기업이다. 삼성과 LG, 소니, 파나소닉, 현대자동차, 카지마건설 등 글로벌 기업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이 업체가 만든 제품이 세계 LCD TV용 강판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아주스틸의 임직원은 700여 명, 연 매출은 5000억 원 규모다. 이 중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강소기업이다.
아주스틸은 한국(구미, 김천, 철곡)과 중국, 멕시코, 필리핀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지난해 건자재 제품을 만드는 필리핀 공장을 국내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김천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부지를 확정 지었다. 김천1일반산업단지(6만6116㎡ 부지)에 총 500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 팩토리형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아주스틸은 이곳에 100여 명이 고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많은 기업이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공장을 옮길 때 ‘역주행’ 행보를 보인 셈이다. 아주스틸은 왜 한국으로 공장을 옮겼을까.
경북 구미시 4공단로 아주스틸 본사에서 이학연 대표를 만나 ‘리턴’을 결심한 이유와 리쇼어링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리쇼어링 결정 이후 국회의원, 지자체 관계자는 물론 특히 언론의 관심이 집중돼 부담을 느낀 나머지 접촉을 최대한 자제해왔다”며 “공급망 관리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DBR 기획 취지에는 깊은 공감을 느껴 인터뷰에 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코로나19로 기업들이 타격을 크게 받았다.구미 공단에 있는 기업들 대부분이 어려워하고 있다. 우리도 4, 5월에 가전제품 부품에서 매출이 75% 빠졌다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TV 같은 영상 가전제품은 공장이 해외에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 ‘셧다운(Shut Down)’을 하니까 별수 없이 문을 닫았었다. 공장이 있는 멕시코는 코로나19 치사율이 11% 정도 된다고 한다. 정부가 질병 관리 요건을 잘 갖추고 있는지 공장마다 심사하고 신호등처럼 빨간불, 파란불 등 5단계에 걸쳐 업무를 가동하게 했다. 지금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