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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삼성전자 갤럭시 S8

장점 유지하면서 핵심 경쟁력만 강화, 삼성에 ‘노트7 위기’는 도약대였다

김성규,박남규 |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갤럭시 S8은 삼성이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제품이었다. 전작인 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태와 같은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가는 갤럭시라는 브랜드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었다. 그만큼 S8의 성공은 삼성 전체의 명예회복이 달린 문제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열흘간 진행된 예약 판매에서 국내 스마트폰 사상 첫 100만 대 예약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신뢰를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리스크에 대한 ‘정면 돌파’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런 노력 덕에 노트7 사태 이후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하는 글로벌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사태 발생 전인 지난해보다 오히려 한 단계 올라간 6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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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또 문제 생기면 정말 끝장이야, 조금이라도.”

삼성전자 갤럭시 S8 시리즈(S8과 S8+) 출시 직전까지도 개발팀은 사운(社運)을 짊어졌다는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렸다. 지난해 10월 악몽 같았던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 이후 삼성이 내놓는 첫 스마트폰이었기 때문이다. 빠른 사과와 판매 중지, 그리고 정보 공개로 악재를 비교적 잘 넘겼다는 평을 받긴 했지만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긴 어려웠다.

삼성, 그리고 갤럭시 브랜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품질 또는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가는 갤럭시라는 브랜드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었다. 그만큼 S8의 성공은 사업이나 수익의 차원을 넘어 삼성 전체의 명예회복이 달린 문제였다.

삼성전자는 3월 말 S8 공개행사를 열고 4월 말 정식 출시했다. 우려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초기부터 뜨거웠다. 노트7 사태가 있기라도 했느냐는 듯 열흘간 진행된 예약 판매에서 국내 스마트폰 사상 첫 100만 대 예약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전작인 S7이 일주일간 20만 대, 노트7이 13일간 40만 대였던 것에 비교하면 출시 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개통 첫날 등록 대수인 26만 대도 사상 최대 기록이다. 판매 초기에 “액정에 붉은빛이 심하다”는 말이 나오며 개발팀을 긴장시켰지만 품질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설정으로 조정할 수 있는 문제로 드러나 더 이상 이슈화되진 않았다.

이후 S8은 초기 인기를 꾸준히 이어가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S8의 주요 특징인 베젤리스(테두리가 없는) 디자인, 물리 홈버튼 제거, 큰 화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은 최고급 스마트폰 모델들의 특징이 됐다. 고작 1년 만의 변화다. 아마 S8 이전에 나온 스마트폰을 쓰는 독자라면 불과 1년 만에 자신의 폰이 ‘못생겨 보이는’ 심미안의 변화를 체험해봤을 것이다.

S8의 인기는 9월 출시된 노트7의 공식 후속작인 갤럭시 노트8의 인기로 이어졌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은 노트7 사태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양새다. S8은 삼성을 위기에서 구해낸 수준을 뛰어넘어 삼성의 최대 히트작이 됐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수용할 수 있는 혁신’의 성공: 장점은 유지한 채 화면 크기와 디자인에만 집중적 변화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신제품 개발은 시장조사부터 시작한다. 다만 그 시장조사 결과로부터 어떤 결론을 도출하느냐의 문제일 뿐. 누군가는 대대적이고 실험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반면 누군가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를 정도로 ‘소심한’ 변화를 추구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수많은 소비자 인터뷰와 설문조사 협력업체 및 외부 디자인 회사들과의 회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탐색했다. 시장조사팀이 얻은 결론은 뚜렷했다. 소비자들은 1. 큰 화면을 원했고 2. 가지고 다니기 편한 휴대전화를 원했으며 3. 스마트폰 간 디자인의 차이를 점점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중 1번과 2번의 소비자 니즈는 스마트폰 업계에서 ‘모바일 패러독스’라고 부르는 대표적인 딜레마다. 큰 화면, 가지고 다니기 편한 작은 사이즈란 특성은 동시에 달성하기에는 상충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나 기타 하드웨어 성능에서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진 당시 상황에서 시장이 원하는 바는 뚜렷했고 이를 모두 만족시킬 방안을 찾아야 했다.

디자인 피로감도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 하면 누구나 비슷한 모양을 떠올릴 정도로 디자인이 정형화돼가고 있었다. 얇거나 거의 없는 양옆 베젤에 다소 두툼한 위아래 베젤. 위쪽 베젤엔 카메라와 수신부가 들어가고 아래 가운데엔 물리적으로 누를 수 있는 홈버튼과 마이크가 있는 형태다. 디자인 측면에서 차별화된 폰이 등장하지 않자 소비자들은 좀 더 색다른 모습을 원하기 시작했다.

이런 조사결과를 종합해 개발팀은 전혀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기로 했다. 궁리 끝에 나온 방향은 본체의 크기 증가는 최소화하면서 대신 위아래 베젤을 최소화해 화면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돌이켜보건대 현재 기술로는 양산이 다소 어려운 폴더블(접을 수 있는)폰이나 스마트 글라스(안경) 방식, 홀로그램 등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면 사실 유일한 방안이긴 하다.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베젤리스 화면을 뜻하는 삼성의 명칭) 콘셉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물론 실제로 구현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베젤리스를 향한 도전이 이때가 처음도 아니었다. 삼성의 경우 이미 갤럭시 S6부터 적용된 ‘엣지’ 디자인으로 옆 방향 베젤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남은 것은 위아래뿐인데 핵심 장치들이 다수 몰려 있는 부분을 화면으로 채우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부 해외 업체의 경우 3면 베젤리스를 시도한 경우는 있었다. 위와 양옆의 테두리를 없애고 카메라 등 주요 기능을 화면 아래쪽에 집중시킨 실험적인 시도들은 있었지만 내구성 문제 등이 있어 시장성은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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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물리 홈버튼을 없애고 소프트웨어 홈버튼 기능을 넣는 식으로 해답을 찾았다. 다른 기능을 쓰다가도 메인 화면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홈버튼은 스마트폰의 필수 기능이다. 지금까지 실제로 손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S8에서는 물리적으로 손으로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사라진 것이다. 대신 화면의 아래쪽 가운데를 터치하면 홈버튼 기능이 나타나도록 했다. 이 기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홈버튼이 있던 자리까지 화면을 키울 수 있었다.

물리 홈버튼을 없애고 베젤을 줄이자 기기의 전체적인 크기가 커지는 것은 최소화하면서 화면을 대폭 키우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갤럭시 S8과 S8플러스의 화면 크기는 각각 5.8인치와 6.2인치인데, 이는 대화면폰(패블릿·폰과 태블릿PC의 합성어)으로 분류되는 노트 시리즈보다도 큰 것이다. 하지만 테두리가 줄어든 덕분에 기기 자체의 크기는 그리 커지지 않았다. 갤럭시 S8과 S8플러스의 화면이 스마트폰 앞면 전체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3.3%와 83.9%에 달한다. 전작인 S7이 74%였던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는 단순히 아이디어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스마트폰 업계에서 앞면 중 화면이 차지하는 비중의 기술적 한계는 75%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이를 돌파하려는 연구진의 노력과 기술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베젤리스를 채택한 덕에 S8의 하드웨어 디자인은 삼성의 전작은 물론이고 다른 업체들의 제품과 비교해도 뚜렷하게 구분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종’이 탄생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삼성은 섣불리 과거의 유산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혁신은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것이었던 화면 크기를 늘리는 데만 집중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해 과거의 유산을 모두 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혁신을 하되 수용 가능한 범위로 제한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방수 기능, 탈착식 SD카드, 홍채인식 기능, 무선 충전 등을 꼽을 수 있다. 기존 갤럭시 S 시리즈에서 이용자들이 선호했던 기능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유지했다. 기존 장점들이 그대로 유지됐기에 화면이 커진 것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이용자로서는 화면이 커진 대신에 자신이 좋아하는 기능 몇 가지가 빠졌다면 제품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런 선택은 삼성 스스로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삼성은 앞서 갤럭시 S6 시리즈를 개발할 당시 제품의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느라 기존 기능을 상당 부분 버린 적이 있다. S6는 지금은 삼성의 상징이 된 ‘엣지’ 디자인이 처음 적용된 제품이다. 당시로써는 굉장히 실험적인 디자인이었고 그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는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엣지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S5부터 적용됐던 방수기능을 포기했고, 그전까지 탈착식이었던 배터리는 일체형으로 바뀌었다. 모두 사용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던 요소들이었다. SD카드도 바꿀 수 없었다. 결국 S6는 오롯이 디자인만으로 평가를 받으려 했던 제품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디자인은 호평을 받았으나 제품완성도 면에서는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삼성은 이런 평가를 반영해 S7을 만들었고, 디자인은 물론 완성도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기존 장점은 유지하면서 핵심 경쟁력만 높이는 전략은 화면비(화면의 가로와 세로의 비율)에서도 찾을 수 있다. S8의 화면비는 18.5대9인데 그전까지 스마트폰의 일반적인 화면비는 16대9였다. 위와 아래의 베젤을 없애 화면이 커지고 세로로 길어진 만큼 새로운 화면비를 찾아야 했다. 이 비율을 정하는 데도 개발팀은 사용자들이 기존의 ‘익숙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기존 스마트폰 화면비가 16대9였던 것은 TV와 영화관의 화면비를 모두 포용하기 위해서였다. TV 콘텐츠의 주된 화면비는 4대3이었고 영화의 경우 21대9였다. 이 두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포용할 수 있는 비율로 선택된 것이 16대9였던 것. 이번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됐다. 그동안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면서 16대9 비율에 맞춘 콘텐츠가 늘어난 만큼 기존 스마트폰 콘텐츠와 영화 콘텐츠를 모두 포섭할 수 있는 비율로 18.5대9를 선택했다. S8 개발팀 관계자는 “화면비를 너무 바꾸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고 봤다. 이용자가 익숙하게 느낄 만한 비율 중에서도 화면을 꽉 채울 수 있는 비율을 고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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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의 디자인 변화 중 화면과 함께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 물리 홈버튼의 제거다. 홈버튼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화면 안으로 넣어야 했는데 개발팀으로서는 굉장한 도전이었다. 당연히 기존의 홈키와는 전혀 다른 여러 방안을 검토했지만 역시 기존의 익숙한 경험을 단절시키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스마트폰을 거의 손에서 놓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에서 자주 쓰는 동작은 손가락에 거의 습관처럼 박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기억을 ‘머슬(근육)메모리’라고 부르는데 홈버튼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을 웬만큼 쓰는 사람이라면 눈으로 보지 않고 손의 감각만으로 폰의 아래쪽 가운데에 있는 홈버튼을 눌러 메인 화면으로 돌아오는 일은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갤럭시를 쓰던 사람이라면 화면 밑의 ‘전체 이용 중인 앱-홈버튼-뒤로 가기’ 순으로 배치된 내비게이션바(Bar) 메뉴를 이용하는 데 익숙해지게 된다. 이는 경쟁제품인 애플 ‘아이폰’이 별도의 내비게이션바 메뉴 없이 홈버튼만 두는 것과 구분되는 갤럭시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하다.

개발팀은 새롭게 바뀐 홈버튼을 설계할 때 이 경험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실제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갤럭시의 홈버튼과 내비게이션바를 그대로 유지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홈버튼과 내비게이션바는 소프트웨어화돼 화면 안으로 녹아들면서도 기존에 하던 기능을 거의 그대로 수행하게 됐다.

S8 개발팀 관계자는 “개발 과정에서 나온 가장 큰 걱정은 제품이 지나치게 바뀌어서 기존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낄까 하는 점이었다”며 “갤럭시 고객들이 대화면과 베젤리스의 혁신을 누리면서도 편하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개발 목표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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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7의 짐을 벗어던지고 단일한 메시지 전하기

제품의 완성도는 높았지만 여전히 노트7 사태의 악몽은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다. 노트7 사태가 S8의 발목을 잡지 못하게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그 멍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했다. 삼성은 품질관리와 마케팅을 통해 노트7의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삼성에서는 배터리는 물론이고 다른 부분에서라도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브랜드 신뢰도에 큰 타격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품질 관리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품질 관리 시스템도 바꿨다. 예전에는 배터리 같은 부품에 대한 검사는 일단 해당 부품사에서 하고 삼성은 완성품에 대해서만 검사를 했다면 노트7 사태 이후에는 부품 단계의 검사까지 삼성 측이 자체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부품, 제조, 출고 등 전 단계에 걸쳐 8가지 항목의 배터리 안전성 검사를 도입하는 등 배터리뿐 아니라 모든 제품 및 서비스 안전을 보증하는 과정을 재검토했다. 8단계 배터리 안전성 검사 과정에는 충·방전 검사, 소비자 조건 가속 시험 등을 새로 추가했다. 외부 부품사에서 받은 부품을 썼더라도 결국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역할을 삼성이 맡고 있는 이상 부품 결함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삼성이 품질 문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배터리 발화 사태 발생 당시 나름대로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했던 것이 가장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문제가 확인되자 재빨리 잘못을 인정한 뒤 사과하고 전면적 단종 및 제품 회수 절차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24일 첫 발화 추정 사례가 접수된 후 일주일 만에 국내 공급을 중단하고 이후 이틀 만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직접 사과문을 읽었다. 보통 업계에서 비슷한 일이 생기면 수습에 한 달 정도는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 셈이다. 문제를 숨기거나 부인하고 시간을 끌다가 최악의 상황이 돼서야 뒤늦게 잘못을 시인해 더 큰 비난을 자초하는 수많은 기업의 사례와는 전혀 다른 대응이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을 찾기 위해 20만 대 이상의 스마트폰, 5만 개 이상의 배터리를 테스트했다. 시장 불신을 우려해 제3의 평가기관에도 조사를 맡겼다. 특히 조사 과정과 결과를 주요 거래선과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했다. 내부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이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당시의 보고서는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2월에는 부사장급이 총괄하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조직도 신설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리콜 사태와 대응 과정 등을 분석하고 대형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원칙을 세웠다.

이런 노력 덕에 노트7 사태 이후에도 삼성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9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삼성전자는 6위를 차지했는데, 이 순위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보다 오히려 한 단계 오른 것이다. 브랜드 가치도 지난해보다 9% 상승해 562억 달러를 기록했다. 위기를 잘 넘기며 신뢰를 더 쌓은 것이다.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에 대해 “투명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노트7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 등 주요 외신과 학계의 평가도 비슷했다.

삼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노트7 사태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 나서서 사과했다. S8과 노트8 제품발표회 때 고 사장이 보인 태도가 대표적이다. 그는 언론이 묻기도 전에 먼저 노트7에 대해 사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제품을 기다려준 고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런 방식으로 삼성은 노트7 이슈를 S8 출시 전에 최대한 정리함으로써 과거의 사태가 신제품인 S8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의 악재를 정리한 삼성은 신제품을 위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했다. 이 과정의 핵심은 ‘단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삼성은 제품 측면에서 ‘베젤리스’를 구현했다는 점 하나에 집중해 일관되게 광고를 진행했다. 그간 삼성의 광고 전략은 대륙별·지역별로 다소 분리돼 있었다. 현지 마케팅을 중시해 광고에 대한 현지 실무진의 판단을 어느 정도 존중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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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것이 S8부터 한국만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광고 내용도 두꺼운 베젤에 둘러싸인 화면에서 베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하고 다른 기능 설명 등은 추가하지 않았다. 화면이 커졌으면서도 기기 크기는 그대로인 베젤리스의 장점을 전달하는 데만 최대한 집중했다. LG G6 등 S8 전에도 베젤리스를 시도한 폰이 있긴 했다. 하지만 베젤리스 화면을 삼성이 선도한다는 인식을 각인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지역별 맞춤형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이견이 나오긴 했지만 본사 측은 통일된 메시지 전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설득해 나갔다.

또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는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브랜드로 느껴지도록 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광고 문구는 ‘Unbox your phone’. 새 스마트폰을 처음 받고 상자를 열 때의 설렘을 나타내는 동시에 베젤에 갇혀 있던 화면을 ‘Unbox’ 했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제품의 특성과 함께 브랜드의 가치를 더 감성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캠페인인 ‘Do What You Can't’도 병행했다. 특히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의 모든 옥외광고판을 삼성 브랜드와 S8으로 채우는 홍보전 등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삼성 브랜드의 가치라는 하나의, 그리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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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규

    김성규sunggyu@donga.com

    학보사 대학신문에서 취재 부장
    2010년 동아일보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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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남규namgyoopark@gmail.com

    - (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주요저서 <전략적 사고> <화이트칼라 이노베이션전략> <창조적 사고> 등
    - (전)미국 마이애미, KAIST에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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