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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시대의 신사업 추진 전략

잉여 IT 인프라로 신사업 성공한 아마존, 내부의 숨겨진 자산부터 점검하라

 

Article at a Glance

한국 기업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라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신사업 기회의 발굴 및 추진 방식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1) 간과하고 있던 ‘숨겨진 자산’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신사업 기회로 활용하자. 2) M&A의 목적 및 기대효과를 재정의해 급속도로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한 적응력 및 사업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3) 신사업 아이디어 자체에 지나치게 몰입하기보다 시장과 고객의 반응을 신속하게 반영해 개선, 보완함으로써 사업 성공의 확률을 높이자.

 
디지털화, 빅데이터, 머신러닝, 인공지능, O2O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 흐름에 적절히 편승하지 못한 조직의 생존 기회를 박탈하기도 한다. 이를 인식한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기반의 신규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신사업 기회 발굴 및 추진 방식은 과거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신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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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조급증과 공포증에 시달리는 대기업


먼저 기존 신사업 기회 발굴 및 추진 방식의 문제점부터 살펴보자. 국내 기업의 신사업 추진 담당자들은 “외부 환경 변화 동향에 대한 분석 및 전망을 통해 미래 가치이동 방향을 예측한 후 향후 가치 유입(Value Inflow)이 예상되는 영역을 중심으로 신사업 기회를 발굴한다”고 말한다. 미래 변화 방향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시기에는 이런 접근법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적절한 방법론이라 하기 어렵다. 수년 전 많은 기업들이 신사업 영역으로 정의하고 앞다투어 뛰어들었던 태양광, 전기차 등을 생각해보자. 당시 분석과 전망에 따르면 이 분야들은 지금쯤 이미 흑자 달성은 말할 것도 없고, 확고한 위상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ICT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사업모델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혁신의 일상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롭게 출시돼 각광받은 혁신적 사업모델조차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 혁신적인 모델에 의해 쉽게 진부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환경 변화를 예측해서 신사업 기회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많은 기업들이 “요즘 신사업 추진 대상 영역을 발굴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대표적인 문제로 국내 기업들이 M&A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자체 노력을 통해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은 M&A를 통해 신속하고 즉각적인 결과를 얻으려 한다. 이로 인해 매력도가 높은 매물들의 몸값이 치솟기도 한다. M&A에 성공한 기업들은 과도한 인수가액 지불로 인한 ‘승자의 저주’에, 실패한 기업들은 신사업 추진 동력 자체가 약화되는 어려움에 직면해 결국 모두가 패자(loser)가 된다. M&A는 신사업 추진과 성장 동력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M&A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상황도 자주 목격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신사업과 관련한 두 가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하나는 ‘신사업 조급증’이고, 다른 하나는 ‘신사업 공포증’이다. ‘신사업 조급증’에 걸린 기업들은 “한시라도 빨리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면밀한 사전 준비 없이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신사업은 본질적으로 초기 투자 회수 및 본격적 성과 창출 시점까지 ‘전략적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신사업 조급증’에 걸린 기업들은 이 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 결국 ‘진출 - 철수 - 진출 - 철수 - 진출 - 철수’의 무의미한 반복이 이어진다.


반면 ‘신사업 공포증’에 걸린 기업들은 신사업이 지닌 ‘실패 리스크’ 자체를 극도로 경계하며 성공 가능성이 철저히 검증된 기회만 추진하려 하는 보수적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기업들의 공통적 특성은 지나치게 정교하게 설계된 신사업 관련 승인 및 투자 프로세스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대다수 신사업 아이디어들은 제대로 싹도 틔워보지 못한 채 기각될 수밖에 없으며 설령 어렵고 힘든 승인 과정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시의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해 사업 기회를 날려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사내 승인 프로세스를 통과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된 완벽한 신사업 기획서’를 만들고 이를 심의하는 그 긴 시간 동안에도 세상은 현기증 나는 속도로 변한다는 것이다.


“기나 긴 사내 프로세스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려고 보니 우리가 기획 초기 단계에 주목했던 트렌드는 이미 한물간 상황이었다.”

“우리가 여러 임원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기획서를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는 사이에 스타트업 여러 곳이 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선도적 지위를 차지해 버렸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신사업 담당자들이 필자에게 털어놓은 하소연 속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 담겨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신사업 추진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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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자산’을 재발견하고 활용하라


현재와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외부 환경 변화를 분석하고 신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접근법의 효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숨겨진 자산(Hidden Asset)’을 발굴, 재정의하고 이를 신사업 추진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내부에 존재하고 있으나 간과되던 ‘숨겨진 자산(Hidden Asset)’ 기반의 신사업 기회 발굴은 기존 ‘외부 환경 변화’ 혹은 ‘드러난 역량’ (핵심 역량) 중심 접근법과 비교할 때 새롭고 다양한 신사업 기회들을 제시할 수 있다.


유통업의 사례를 들어보자. 베인&컴퍼니에서는 광범위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유통업체들이 주목해야 할 15개의 ‘숨겨진 자산 List’를 정의한 바 있다. (그림 1) 이를테면 ‘물류/배송 인프라’ ‘점포 및 부동산 개발 역량’ ‘IT 인프라’ ‘매장 네트워크’ 등이 해당한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은 ‘숨겨진 자산’ 기반의 신사업 발굴 및 추진에 성공한 대표적 기업이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로 성장한 아마존의 자회사 AWS(아마존 Web Services)는 “아마존의 잉여 IT 인프라를 외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아마존은 블랙 프라이데이, 사이버 먼데이 등 소위 ‘대목’ 시점의 매출 극대화를 위해 대규모 IT 인프라를 구축했으나 이 중 상당 부분은 평시에는 필요가 없는 ‘잉여 자산’이었다. 어찌 보면 골칫거리일 수도 있었던 이 ‘잉여 자산’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고, 신사업 추진의 핵심 요소로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AWS는 현재 아마존 전체 이익의 약 7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사업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아마존이 자사의 오픈 마켓에 입점한 판매인(seller)들에게 제공하는 물류/배송 위탁 서비스인 ‘FBA(Fulfillment By 아마존)’ 또한 유통업체의 숨겨진 자산 중 하나인 ‘물류/배송 인프라’를 기반으로 설계한 신사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야쿠르트가 적극 추진 중인 근거리 식품 배송 서비스 또한 숨겨진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신사업 기회를 발굴한 사례다. 기존 주력 상품인 유제품의 판매 채널 중 하나였던 ‘야쿠르트 아줌마’ 집단 및 이들이 지역 단위 고객들과 장기간에 걸쳐 형성한 긴밀한 유대 관계는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한 가장 중요한 숨겨진 자산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숨겨진 자산의 가치를 명확히 파악하고 최적으로 활용해 품질 및 안전성에 대한 ‘신뢰’ 및 선도 유지를 위한 ‘신속한 배송’이 요구되는 조리 식품 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입했다.


효과적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추진하기 위해 “바깥세상에 어디 좋은 기회 없나”라는 Outside-In 접근뿐만 아니라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활용해서 추진해볼 만한 신사업 기회가 있을까”라는 Inside-Out 접근이 비중 있게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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