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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녕 LG화학 기술연구원장 인터뷰

혁신적 R&D는 개념부터 철저히..‘신뢰’를 무기로 ‘매너리즘’을 깨라

이방실 | 208호 (2016년 9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획기적 R&D 과제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제언

 

1) 초기 단계 아이디어의 콘셉트를 검증하는 데에만 최소 1∼2년 정도 시간 투자(: 본격적인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전신규 과제 탐색그룹을 통해 최소 단위로 팀을 꾸려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개념 검증)

2) 경험 많은 50∼60대 연구원을 존중하는 풍토 조성(: 처우는 임원급으로 대우해주면서 실질적으로 정년을 보장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연구위원 제도’)

3) 희망하는 연구 분야에서 자유롭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라 하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연구원 이동제’)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은경(매캘러스터 컬리지 경제학·아시아학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이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선도자(First Mover)’의 길을 걷기 위해선 획기적 연구개발(R&D) 활동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결과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제대로 된성과평가를 하지 못해 도전적인 목표의 R&D 활동을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는 한국 기업들이 많다. 성과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비록 상업화에 실패해 이렇다 할결과는 내지 못한 기술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치는과정에서 값진 지식과 경험이 축적된다.

 

이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결과에만 집중하면 어떻게든 단 몇 푼이라도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쉬운프로젝트에만 집중하게 되기 쉽다. 하지만 결과와 함께 과정에 주목하면, 즉 성과에 초점을 두면높은목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게 된다. LG화학이 20년 넘게 적자를 보고 있는 배터리 사업에 대한 R&D를 계속해서 수행하고 있는 건 바로 성과주의와 결과주의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1 은 전 세계 2차전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네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2013년 이후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계속해서 국제 경쟁력 1위를 기록해오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경우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 GM, 포드, 유럽의 르노, 볼보, 아우디, 중국의 상하이기차, 장성기차, 제일기차 등 20여 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1995년 본격적으로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지 20년도 채 안 돼 거둔 성과다. 올해로 12년째 기술연구원을 이끌어오고 있는 유진녕 원장을 만나 그동안 LG화학에서 추진해왔던 획기적 기술 혁신 사례와 R&D 추진 방식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전 세계 중대형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외에 LG화학이선도자의 지위에 있다고 자부하는 기술 혁신 사례에 대해 소개해달라.

 

전기차용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이외에도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적합하도록 엿가락처럼 휘는 플렉시블 와이어 배터리(flexible wire battery), 필름패턴편광(FPR·Film Patterned Retarder)2 방식의 3D 디스플레이용 광학 필름, 그리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상업화에 크게 기여한 OLED 디스플레이용 점착 필름 등을 대표적으로 꼽고 싶다. 기술력도 우수하지만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추구하는 대표적 R&D 수행 방식에 따라 개발된 상징적 사례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전적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리더십과 결단력에 따라 이뤄졌다. 구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배터리 사업은 아마 10년도 훨씬 전에 중단됐을 프로젝트다. 실제로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한 전문경영인도 있었고, 2000년대엔 배터리 사업에서만 한 해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가 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 회장은포기하지 말고 길게 봐라. 배터리 사업은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다.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끈질기게 연구하다 보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다라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그 결과 LG화학은 배터리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고, 결국 2009년 미국 GM에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이는배터리 종주국으로 불리던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선도자의 지위에 올라서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구 회장이 뚝심을 가지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결과다. 한마디로,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구 회장의 비전에 따라 향후 10, 20년을 앞서 내다보고 추진된상의하달(top-down)’ 방식의 R&D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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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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