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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시장·비시장 전략은 하나다

문정빈 | 151호 (201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기업은 시장 내 존재인 동시에 사회의 일부이기도 하다. 시장 밖에 존재하는 각종 정치적인 이익단체들, 사법 체계, 비정부단체, 대중과의 관계, 언론과의 관계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비시장전략이란 이러한 시장 외적 요소들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비시장전략의 일반적 분류법은 다음과 같다.

1) Political Strategy(정치전략)

2) Legal Strategy(법률전략)

3) Media Strategy(대언론전략)

4) Sustainability Strategy(지속가능성전략)

 

이 같은 비시장전략들은 각각 별개로 수립·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여타의 시장전략, 전략적 CSR 등과 어우러져 하나의통합전략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정준(홍익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포스코는 2005년 인도정부와 MOU를 맺고 인도 오디샤 주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소위대박 신화가 예상됐던 이 계약은 세간에 많이 알려진 대로 엄청난 난항을 겪게 된다. 계약이 이뤄지던 당시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120억 달러(한화 13조 원) 규모로 연간 8000 t 철강 생산을 위한 해외직접투자 계획이었던 이 프로젝트는 오디샤 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1800여 개의 일자리, 유관산업까지 포함하면 약 4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 정부는 현지 철광석 광산에 대한 독점 채굴권을 약속하고 포스코에 인근 항만을 전용항만으로 이용하게 해주겠다는 제안까지 한 상태였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됐다. 문제의 시발점은주민 이주이슈였다. 포스코는 지역 숲을 개간해 공장을 만들 생각이었다. 실사를 통해 약 400가구 정도가 공장 건설 예정 지역에 살고 있음을 파악했고, 포스코는 이들에 대한 이주·보상 대책을 마련 중이었다. 하지만 인도는 한국과 달랐다. 이사와 동시에 전입신고가 이뤄져 동사무소 차원에서 전체 주민 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였다. 막상 이주 계획을 집행하려고 하니 진짜 거주 가구 수는 1500가구로 무려 4배였다. 오디샤 주 정부에서 약속한 철광석 채굴권 역시 당황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주 정부가 채굴권을 약속한 광산에서 나는 철광석 품질은 포스코의 기준에 못 미쳤다. 포스코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철광석은 곧바로 수출하고 동일한 양의 고품질 철광석을 수입해 철강 생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주민 이주 문제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면서 야당이 개입하고 여론이 악화됐다. 포스코의 모든 계획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선거를 앞두고 있던 주 의회 야당은 포스코의 철광석 채굴과 수출 계획을 문제 삼아외국 기업이 우리 주에 들어와 소중한 인도의 천연자원을 해외로 가지고 나가기로 했고 주 정부가 이를 묵인했다고 공격했다. 이 같은 선동은 이주·보상 문제로 불만이 쌓이던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먹혀들었고 주 정부 집권 여당은 선거에서 패배할 위기에 처했다. 강력한 중앙정부의 지원에 익숙했던 포스코는 당황했고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분쟁해결을 위해 법원을 찾았지만 인도 법원은 간단한 분쟁 조정도 평균 4년 이상 걸리기로 악명이 높았다. 포스코의 계획대로라면 2012년에 이미 철강 생산이 시작됐어야 했지만 2014년 현재 공장 건립조차 요원한 상황이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은 인도 국빈 방문 도중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10년간 난항을 겪어온 이 문제를 협의했다. 대다수 언론은 이를 계기로 포스코의 어려움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지만1  아직도 많은 변수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라는 국가의 특성상 각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과 역학관계, 정치적인 지형 등비시장적 이슈가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시장에서 경쟁자와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나름의 해법과 전략을 찾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에 오를 정도가 됐다. 해외 투자와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도 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지 등에 대한 노하우도 상당히 많이 축적돼 있다. 하지만 포스코 사례처럼 해외 진출국에서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 언론, 대중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전략을 수립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솔루션은 부족한 상황이다. 비단 해외에서뿐만이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비시장적 이슈가 기업의 시장성과를 갉아먹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지난해 봄대리점주에 대한 막말파문으로갑을관계논란의 중심에 섰던 남양유업 역시 비시장전략의 실패 사례로 볼 수 있다. 남양유업은 단순한 이미지 실추를 넘어 창사 이래 최초로 작년에 당기순이익과 매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파리바게뜨라는 점포명으로 3000여 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SPC그룹 역시 갑작스러운 (제과점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출점제한, 그에 이어진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 정치권의 골목상권 보호 논리 등에 휩싸여 작년 내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SPC의 경우 적극적인 언론 대응은 물론 가맹점주와의 오해 해소 및 관계강화, 해외진출 전략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이제비시장전략은 기업에 있어시장전략이후에 고민해야 할 그 무엇인가가 아니라 시장전략과 함께 혹은 전체 통합 전략의 차원에서 논의되고 수립돼야 할 핵심 이슈다.

 

1. 왜 비시장전략인가?

비시장전략의 필요성과 함의를 언급하기 전에 비시장전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히 하도록 하자.

 

기업을 둘러싼 직접적인 환경, 1차적인 환경은시장 환경이다. 여기에는경쟁자’ ‘고객’ ‘협력업체’ ‘피고용인’ ‘자본을 제공하는 투자자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업은 시장 내 존재인 동시에 사회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장 밖에 존재하는 각종 정치적인 이익단체들, 사법 체계, 비정부단체, 대중과의 관계, 언론과의 관계 등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비시장전략이란 이러한 시장 외적 요소들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림 1>은 기업이 처한 비시장 환경을 잘 보여준다.

 

그림 1 기업의 비시장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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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빈 문정빈 |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ESG와 지속가능 경영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경영학 연구』 『전략경영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전략경영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jonjmoon@kore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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