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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전략

‘Local → Global → Glocal’ 맥도널드가 세계를 점령한 공식

박치완 | 150호 (201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지역 콘텐츠를 살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고려해야 할 때다. 로컬 제품이 인기를 얻어 글로벌 파급력을 지닌 후 다시 다른 지역 문화와 결합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햄버거 하나로 미국을 정복한 맥도널드가 우리나라로 진출해 불고기버거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효과적인 글로컬 마케팅을 위해로컬(local) → 글로벌(global) → 글로컬(glocal)’ 공식을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다른 지역에 진출해 마케팅을 할 때 지역 문화를 배려하지 않았다. 문화적 차이나 다양성에 대한 고려 없이 지구촌 전 지역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일방적인 전략을 펼쳤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는 해당 지역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는 시대다. 특히 해당 지역의 문화를 외면해서는 승산이 없다. 다시 말해 현지화(localization)를 반영한 마케팅 전략이 요구되는 때다.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동하고 해당 지역 거주민을 고용하는 전략만으로는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경제적 강자가 경제적 약자에게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일방향성과 획일성을 극복하고 타자와의 관계를 공통분모로 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지역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략을 꾀하지 않는 글로벌 기업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과 국가는 주변을 포함한관계의 총체로 규정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려면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경쟁업체와도 원활한 관계를 지속하면서 서로의 미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진출 시 해당 지역들과 내밀한 문화적 소통을 유지하고 끝없는 문화적 교환을 시도하며 서로에게 유익한공유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궁극적인 대상이자 좋은 수단이 되는 것이 바로 콘텐츠다.

 

공유문화의 기본 전제는 쌍방향성의 존중이다.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일방적인 개입은 저항을 부를 뿐이다. 쌍방향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정당성을 얻을 수 없으며 타 문화의 빗장이 풀리지도 않는다. 문화는 기술이나 과학과 달리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문화의 심층은 외부 세력이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압력을 가해도 쉽게 열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각 문화는 나름의 고유성을 그 생명으로 하기 때문이다.

 

문화적 차원에서의 현지화 전략을 추구할 때글로컬(glocal)’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세계(global)와 지역(local)이 합성된 신조어로 쌍방향성을 특징으로 하며 21세기 경제와 문화를 주도할 이념이다. ‘세계성은 지역성에 의해 수정되고 변경된다는 개념을 골자로 한다.1  세계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의 동시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담고 있으며 타자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를 사상적 자양분으로 삼는다.2  콘텐츠를 수단과 목적으로 삼아 다른 지역에 침투하고자 할 때 중심에 둬야 할 기본적인 토대이기도 하다.

 

 

지역 콘텐츠로 세계시장 공략하는 글로컬 마케팅

글로컬 마케팅은글로벌 기업의 지역시장 진출또는지역 콘텐츠의 세계시장 공략이라는 양면적 특성을 갖고 있다.3  글로컬라이제이션을세계지역화(global localization)’로 이해하면 기업이 선택한 지역화 전략은 세계화의 연장 또는 강화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세계지역화가 아닌지역세계화(local globalization)’로 이해해야 한다. 해당 지역을 피동적인 소비시장으로 보지 않고 스스로 적극적인 생산의 메카가 되도록 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기업은 지역에 무턱대고 시장을 개방하라고만 외칠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문화를 연구하고 반영해민주적이며 창조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4

 

 그림1 문화마케팅의 적용 범위와 특징

 

글로컬 마케팅은로컬(local)→ 글로벌(global)→ 글로컬(glocal)’의 단계적 발전을 거쳐 완성된다. 로컬 제품이 인기를 얻어 글로벌 파급력을 지닌 후 다시 다른 지역 문화와 결합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에서 이런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 각지에 진출하는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고려한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제품에 적용한다. 맥도널드는 햄버거 하나로 미국을 정복했다. 로컬 제품으로 자국 시장 우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세를 불리다가 우리나라에도 진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식 햄버거에 불고기 패티를 넣은불고기버거를 내놓았다.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즐겨먹는 불고기를 기존 제품과 결합한 것이다. 전형적인 글로컬 마케팅이다. 코카콜라가 과일주스 시리즈에 한국식 재료를 추가한미닛메이드 벌꿀유자를 판매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펩시콜라도 세계 각국에서 활발한 글로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인공감미료 사용을 법으로 규제하자 펩시는 라임을 콜라에 첨가하고 이를 의인화해 브라질에 특화된 광고를 제작했다. 라임은 천연감미료로 사용되면서도 브라질 국기의 바탕색과 같은 초록색을 띤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브라질 전통축제카니발에 쓰이는 삼바 리듬을 축구 문화와 결합해 젊은이들의 무의식에 펩시콜라를 각인시켰다. 러시아에서는 3색 국기의 색깔을 그대로 광고에 활용해 코카콜라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시작된 로컬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한 후 개별지역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다시 로컬의 이미지를 채택하는 양상을 글로컬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들로 볼 수 있다. 글로컬 시대에 부합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실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과정에서는 해당 지역 콘텐츠를 이해하고 흡수해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와 결합하는 작업이 필수다. 글로컬 전략이문화 마케팅과 떨어질 수 없는 이유다.

 

문화 마케팅은 크게 문화 판촉(sales), 문화 연출(synthesis), 문화 지원(sponsorship), 문화 기업(style), 문화 후광(spirit) 5개 요소로 구성된다. 문화 판촉은 판매 촉진의 수단으로 문화적 이미지를 제품이나 기업 이미지와 연동시키는 행위다. 문화 연출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화적 이미지를 덧씌워 경쟁사 제품 및 서비스와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문화 지원은 문화를 상징으로 삼는 기업의 포지셔닝 전략을 의미한다. 문화 후광은 국가의 문화적 자산과 브랜드 파워를 기업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국가 브랜드 구축과도 연관이 깊다.5

 

이 같은 문화 마케팅은 글로컬 마케팅에 적용될 때 특히 빛을 발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 효과를 장기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상품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 판촉, 상품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문화 연출의 범위를 뛰어넘어 기업과 국가의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전파하는 통합적 문화 마케팅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글로컬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글로컬 문화는 문화에 대한 위계적 구분을 없애고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글로컬 문화의 관점에서 보면 프랑스 카페에서 와인을 마시는 행위와 한국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행위 간에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이는 각 국가 문화 소비자들이 가진 취향의 문제일 뿐이며 소비자가 장소와 제품을 선택하는 데는 그만한 배경과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컬 전략을 이용해 새로운 공유문화를 탄생시키고 이를 문화 콘텐츠로 전환시킨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공연 예술계의 혁명으로 평가받는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1984년 캐나다 퀘백 주에서 70여 명의 단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1000여 명의 예술단원과 5000여 명의 스태프를 거느린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단체로 발전해 연간 1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양산업으로 취급받던 서커스 공연에 새로운 기획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입힌 덕분에 캐나다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이 공연계의 블루오션을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서커스라는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음악, 무용, 영상을 이용해 상상력을 덧붙인 데 있다. 1996년 발표한퀴담(Quidam)’은 정통 서커스를 계승하면서도 그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양의 서커스와 중국 문화를 결합한 '드랄리온'

 

무엇보다도 태양의 서커스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공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 문화를 세계적으로 히트시키고 다시 개별 지역의 정서를 반영하는로컬글로벌글로컬전략을 충실히 구현했기 때문이다. 중국 서커스를 차용한드랄리온(Dralion)’, 고대 문화와 상징동물을 결합시킨토템(Totem)’, 사막과 보물섬을 등장시켜 아라비아 신화를 연상하게 하는미스테르(Mystere)’, 오지의 소수 민족들을 총집결한(KA)’ 등은 지역 문화를 차용해 만들어낸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한편으로 해외 공연을 기획할 때는 현지의 문화적 소재를 발굴해 공연 구성에 포함시킨다. 한국 공연에서는 우리의 전통 놀이인 널뛰기를 응용한 코너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지 아티스트를 직접 출연시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불가리아에서 중국까지 무려 40여 개국에 이르는 예술단원들이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비비고(bibigo)’를 로컬글로벌글로컬 전략을 실행하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CJ그룹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는 비빔밥을 원류로 하되 각국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실행한 덕분에 2010년 출범 이후 국내외에서 14개 매장을 열 수 있었다. 돌솥비빔밥이라는, 어디에도 없는 한국의 식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면서도 중국에서는 두부를, 영국에서는 칵테일을, 일본에서는 샐러드를 이용해 현지인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붕어빵과 호떡을 영국에서 판매하고 미국에서 개발된 메뉴를 아시아에 선보이는 방식으로 식문화 교류에도 일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파워블로거로 활동 중인 방송인 유키 마오미를비빔밥 마이스터 1로 임명하고 다양한 재료를 제공해 신메뉴를 개발하게 하는 우리나라의 비빔밥이 세계 시장에 진출한 후 각 문화권에 맞게 자유롭게 변형하고 재생산되게 해서 지속성을 잃지 않게 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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