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사업 육성 전략
편집자주
본 기고문은 글로벌 컨설팅그룹인 BCG에서 2012년 3월 발간한 보고서 ‘First, Do No Harm: How to be a Good Corporate Parent’를 번역해 요약한 글입니다.
동시에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 다중사업(multi business) 기업을 총괄하는 대부분의 기업 본부들(corporate centers)은 존재의 정당성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업부에서 일하는 대다수의 관리자들은 그룹 차원의 기능 부문과 상사들(bosses)이 도움이 되기보다 방해가 될 때가 많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사회와 기업 본부 차원 관리자들은 어떻게 해야 (사내 벤처를 포함한) 여러 사업부를 육성하는 역할(corporate-parenting function)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까? 그렇지 않으면 한걸음 물러서서 좀 더 많은 자율성을 허용해야 할까? 기업 본부와 다른 사업부 간의 관계를 정확하게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어떤 기업 활동에 주목해야 할까?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어떤 육성 전략(parenting strategy)을 채택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람직하지 않은 육성 전략은 사업부 내의 기업가정신을 약화시키고 사업부의 가치 창출 잠재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반면 효과적인 육성 전략을 도입하면 각 구성요소를 산술적으로 더한 합(the sum of the parts)보다 커다란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육성 전략은 다중사업 기업에 가치 평가 프리미엄(valuation premium)을 안겨준다. 여러 사업부의 요구 및 경쟁 환경의 역학 관계와 특히 잘 들어맞는 육성 전략을 채택하는 기업은 ‘육성 우위(parenting advantage)’를 얻을 수 있다.
BCG는 다중사업 기업이 활용하는 성공적인 육성 전략을 찾아내기 위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다중사업 기업의 활동 중 어떤 것이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고 어떤 것이 가치를 파괴하는지 연구했다. 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기업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요소에 관한 설문조사였다. 필자들은 설문조사를 위해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며 다각화돼 있는 900여 개의 공개/비공개 기업에서 일하는 CEO, CFO, 기능 부문 책임자에게 설문조사 참여를 요청했다. 그중 약 150개 기업의 경영자들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응답률은 약 17% 정도였다.) 설문 참여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과 지역에서 활동하며 이들의 평균 매출 규모는 약 230억 유로다.
기업 본부는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는가
필자들은 설문조사 데이터를 통계 분석해 다중사업 기업의 가치 창출 활동을 다음과 같은 5개의 포괄적인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그림 1)
자금조달 우위(Financing Advantages):다각화돼 있는 다중사업 기업이 하나의 사업 활동에만 주력하는 경쟁기업에 비해 저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덕에 파산 위험이 낮아서 자본 시장에서 좀 더 간편하고 저렴하게 자금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중사업 기업에 속하는 사업부는 안정적인 운영 현금 흐름을 토대로 내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고 포트폴리오 내에서 세금 최적화(tax optimization)를 실현할 수도 있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다중사업 기업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는 사업부들은 자금조달 우위를 갖게 된다.
전략 개발(Strategy Development):기업 관리자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사업부의 전략 개발에 적극 참여할 수도 있다. 예컨대, 고차원적인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포괄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비즈니스 개발을 위한 로드맵을 설계하고, M&A를 감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좀 더 커다란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는 사업부는 자본 시장의 외부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좀 더 커다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자원과 기능(Corporate Resources and Functions):포트폴리오에 속하는 사업부가 기업 자산을 활용해 이윤을 벌어들이거나 기업 차원의 기능 부문과 기업 지배구조가 제공하는 비용 우위를 통해 이윤을 얻을 수도 있다. 기업이 갖고 있는 별개의 역량, 기술, 브랜드를 통해서 이런 이익이 실현될 수도 있고 IT, 회계, 조달, 법률 서비스 등의 번들 서비스를 통해 이익이 실현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다중사업 기업의 포트폴리오에 속해 있는 사업부들은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할 때 노동 시장과 채용 시장에서 우위를 얻을 수도 있다.
운영 참여(Operational Engagement):사업부들이 수평적 시너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사업부 간 협력을 적극 장려하는 방법 또한 기업 관리자가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영 목표에 관한 결정에 영향을 미쳐 부가가치를 생성할 수도 있다. 예컨대 철저한 성과 감시를 통해 사업부 투자 승인을 위한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를 확립할 수도 있고, 구조조정을 비롯해 중앙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개선 계획을 통해 비즈니스 운영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 시너지(Business Synergies):마지막으로, 여러 사업부가 기업 본부의 개입 없이 직접 협력적인 방식으로 상호 작용해 부가가치를 얻는 방법도 있다. 포트폴리오 내에 속하는 여러 사업부가 연구와 생산을 긴밀히 통합해 범위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번들링, 교차 판매 활동, 경험 및 역량 공유 등을 통해 판매를 늘릴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이익은 모두 동일한 기업에 속하는 여러 사업부가 협력을 통해 수평적 시너지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기업 본부는 어떻게 가치를 파괴하는가
기업 본부는 앞서 설명한 활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가치를 파괴하기도 한다. 통계 분석을 통해 가치 파괴를 초래하는 기업 본부의 특징 5개를 찾아냈다. (그림 2)
전문지식 및 기술 부족(Insufficient Expertise and Skills):기업 본부 관리자가 개별 사업부의 세부적인 요구사항과 성공 요인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지식과 기술이 부족하면 사업부에 적절하지 않은 정책과 서비스를 강요하게 될 수도 있다.
비효율적 프로세스(Inefficient Processes):기업 본부가 각 사업부에 적용한 프로세스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업무가 지연될 수도 있다. 기업 본부가 강요하는 프로세스로 인해 바쁘게 일하는 사업부 관리자가 목표와 기대치에 대해 상당 수준의 혼란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표적인 문제로 중요한 결정과 관련된 승인 프로세스를 꼽을 수 있다. 예컨대 부서와 그룹 차원에서 몇 차례 검토가 이뤄지고 최종 회의가 끝났지만 기업 본부가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운영 관리자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복잡성 비용(Cost of Complexity):사업부들이 중앙에서 총괄하는 프로세스를 따르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권력을 얻기 위해 경쟁하느라 다른 사업부와 내부적인 조정 활동을 하는 데 시간과 자원을 낭비할 수도 있다.
자원 부족(Resource Shortages):상대적으로 취약한 사업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업 본부의 정책, 가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되는 기업 포트폴리오 내 역할 등으로 인해 사업부가 충분한 자본 및 관리 자원을 지원받지 못할 수도 있다.
상충된 목표(Conflict of Goals):개별 사업부가 최적의 성과를 내는 데 기업 본부의 목표가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일부 사업부가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좀 더 훌륭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지만 기업 본부는 중국에 우선순위를 둘 수도 있다. 혹은 기업 본부가 운전 자본 생산성 개선을 위한 전사적인 계획을 도입한 탓에 일부 사업부의 관리자들이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전략을 추진하기가 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활동의 상대적인 발생 빈도를 파악하는 것은 첫걸음에 불과하다. 건전한 육성 전략은 단순히 몇 가지 가치 창출 활동을 무작위로 묶어두는 것과는 다르다. 건전한 육성 전략은 기업 본부의 역량 및 사업부의 구체적인 요구와 일치하는 일련의 활동을 강화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가치 창출 활동이 어떻게 결합돼 차별화된 기업 육성 전략을 만들어내는가’라는 핵심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부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들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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