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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민원서비스 패러다임 바꾼 120다산콜센터

신수정 | 74호 (2011년 2월 Issue 1)
 
하루 4만통 전화상담… 서울시민 ‘행복의 나라’로 안내
 
서울시의 전화민원서비스 120다산콜센터는 끊임없는 서비스 혁신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전화 한 통화로 민원인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120다산콜센터는 ‘감동을 서비스한다’는 정신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은 2008년 120다산콜센터 1주년 기념행사 때 선보인 상담 상황극 장면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서울시의 전화민원서비스 120다산콜센터는 끊임없는 서비스 혁신으로 고객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전화 한 통화로 고객의 궁금증을 해결해준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120다산콜센터는 민원서비스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07년 9월 출범 당시 하루 평균 4500건이던 상담건수는 2010년 평균 4만1000여 건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지난 3년간 상담원도 20명에서 551명으로, 고객만족도는 77점에서 95점으로, 인지도는 14.5%에서 82.5%로 급등했다. 다른 어떤 콜센터보다 친절하고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다산콜센터 재이용 의향률은 99.6%나 된다. 》
 
오후 5시. 오랜 상담으로 입에 침이 바싹 마르고, 기운이 없으면서 배도 슬슬 고파오는 바로 그 시간, 전화벨이 울렸다.
 
고객: 사이코가 어디서 유래했고 무슨 뜻이에요?
 
상담원: 고객님! 원래는 정신병자를 뜻하는 말인데 ‘사이코’라는 영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에서도 그 말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내 답변이 너무 짧았는지 그 고객은 질문을 이어갔다.
 
고객: 아, 그럼 사이코가 무슨 뜻인가요?
 
상담원: 정신의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정신병, 혹은 정신분석을 하다라는 뜻입니다.
 
고객 : 아, 예….
 
답변이 끝났지만 고객은 전화기를 놓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다산콜센터에 근무하면서 나의 예지력이 높아진 것 같다. 그 고객은 분명 뭔가를 더 듣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순간 나는 무릎을 쳤다.
 
상담원: 고객님, 사전에는 없지만 제 생각에는 ‘사이코’라는 말이 무척 개성 있다는 뜻이고, 나아가 인생을 개성 있게 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제야 고객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고객: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내 예측이 맞았다. 혹시 그 고객이 누군가에게 ‘사이코’라는 말을 들은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내 나름대로 ‘사이코’를 긍정적 의미로 해석해본 게 적중했다. 무척 만족해했던 그 고객을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 사례는 2010년 2월 발간된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상담 사례집’에 실린 글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도입 3년 만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의 성공 요인을 집중 분석했다. DBR 73호(2011년 1월 15일자)에 실린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시민 감동 행정서비스를 목표로 구축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의 기본개념은 120이라는 하나의 번호로 시민고객의 다양한 문의를 신속, 정확, 친절하게 상담해준다는 것이다. 120다산콜센터가 출범하기 전, 서울시에는 16개 기관과 25개 자치구의 69개 자동응답전화가 운영되고 있었다. 시민들이 민원이 생겼을 때 어디로 전화를 걸어야 할지조차 헷갈리는 상태였다. 설사 전화가 연결된다 하더라도 해당 공무원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을 거쳐야 했다. 2006년 11월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시민이 민원상담을 하기 위해 해당 공무원과 통화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70.7분으로 조사됐다. 또 바쁜 업무시간에 수시로 걸려오는 민원전화를 받느라 공무원들 역시 불만이 많았다. 전화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당시 시민들이 체감하는 민원전화만족도는 41점이었다.
 
서울시는 민원서비스 개선을 위해 120다산콜센터를 출범시켰다. 다산(
茶山)이라는 명칭은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위민(爲民), 청렴(淸廉), 창의(創意)의 지방행정혁신 철학을 갖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미다.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시급했다. DB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협조가 절실했다. 공무원들에게는 120다산콜센터의 성패가 표준 전화상담 DB 구축에 달려 있고, 콜센터가 성공하면 업무량이 감소해 창의적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장과 주요 간부 등의 설득으로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져 현재 DB가 3만8000건에 육박한다. 살아있는 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DB를 보완하고 상담원 및 공무원들이 실시간으로 DB 자료를 업그레이드한다. 매월 둘째 주 목요일을 ‘표준상담 DB 최신화의 날’로 정해 전 직원이 DB 점검 및 보완을 한다.
 
○ 상담원 개개인의 역량을 높이다
120다산콜센터의 성공 요인으로는 방대한 표준 DB 구축과 함께 상담원 개개인의 역량이 꼽힌다. 서울시는 고객의 문의사항을 신속히 검색해 정확히 답변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전문상담원 육성에 힘쓰고 있다. 120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은 100% 정규직이다. 신규 상담원은 시정, 구정업무, CS교육, 자치구 현장학습, 응대실습 등 연간 24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기존 상담원 역시 상담업무, 보수교육, Q&A 개인별 코칭, 보안교육 등 연간 144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민원 부서를 방문해 현장에서 공무원들이 민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직접 살펴본다.
 
▼ 외국어-문자 상담까지… ‘114’ 수준의 인지도 자랑 ▼
상담능력 향상을 위해 상담원들은 월 1회 정기시험, 주 2, 3회 쪽지시험을 본다. 시험 내용은 당시 이슈가 되는 시사문제 및 시정과 관련한 것들이다. 평가를 통해 상담능력이 부진하다고 판단되면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한다. 특히 고객을 가장한 외부 인력을 활용해 품질점검도 실시한다. 이때 발견되는 문제점을 상담원과 관리자가 함께 논의해 해결 방안을 도출하고 상담현장으로 전파한다.
 
현재 서울시는 다산콜센터 업무를 세 곳의 민간 콜센터에 위탁하고 있다. 관리를 쉽게 하려면 한곳에 일괄적으로 맡기는 게 낫지만 세 곳으로 나눠서 하는 이유는 상담원들에게 긍정적인 스트레스를 줘서 상담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매년 평가를 해 잘하는 곳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성과가 나쁜 곳에는 불이익을 준다. 진은실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매니저는 “서울시에서 업체 간 평가를 하기 때문에 상담원들은 다른 곳보다 잘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상담한다”며 “심한 경쟁으로 인한 부정적 요인보다는 서로 잘하는 점에 자극을 받으면서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120다산콜센터의 이직률은 3.5%대로 낮은 편이다. 콜센터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각종 지표도 매우 우수하다. 현장의 일선 부서로 이관하지 않고 바로 민원을 처리하는 1차 처리율은 90.1%다. 국가표준(KS) 목표는 20초 내 상담개시율 80%, 1차 처리율은 70%다. 120다산콜센터는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잡아 15초 내 상담개시율을 지표로 활용했는데 이도 20초를 기준으로 한 KS기준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92.2%다.
 
○ 끊임없는 신규 서비스 개발
다산콜센터는 끊임없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왔다. 2008년 6월에는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화상, 문자상담을 시작했다. 수화전문 상담원을 채용해 영상전화기와 인터넷 메신저로 병원, 대중교통, 관공서 이용 시 불편했던 점을 해결해주고 있다. 2009년 3월에는 휴대전화 문자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공 장소나 주변 소음으로 전화하기가 곤란할 때 문자상담으로 대체하고 있다. 젊은 세대 및 청각장애인들이 활발히 이용해 하루 평균 상담건수가 6000여 건이나 된다. 2010년 2월에는 외국어 상담 서비스도 하고 있다. 외국어 전문상담원이 5개 언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몽골어)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오세양 서울시 시민고객담당관 콜센터운영팀장은 “다산콜센터는 출범 이후 3년간 쉬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며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혁신 때문인지 초창기 10%대에 불과했던 인지도가 이제는 80%대에 육박해 거의 ‘114’ 수준의 인지도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120다산콜센터는 한국소비자포럼과 한국지속경영평가원이 주최하는 2009고객감동경영대상 공공행정 부문에서 2년 연속 종합대상을, 2008년 9월에는 국내 최초로 콜센터 서비스 KS인증을 받았다. 단순한 민원서비스를 넘어 고객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벤치마킹을 하려는 국내외 기관의 방문이 잇따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598개 기관, 3388명이 벤치마킹하러 왔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이민재 인턴연구원•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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