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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성장 사업 모델

‘친환경 + 개발 이익’ 에코시티를 배우자

장세진 | 56호 (2010년 5월 Issue 1)


 

 

2008년 한때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다. 또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돼 북극의 빙하가 녹아 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 오염을 줄이면서 경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논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일찍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스는 환경 문제와 같이 개인적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시장 실패의 상황에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 오염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녹색 성장 전략을 추구해왔다. 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태양광, 바이오,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와 환경 오염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등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분야의 신기술 개발이 궁극적으로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녹색 성장, 사업 모델의 근본적 혁신에서 출발해야
그러나 한국 정부의 녹색 성장 정책과 한국 기업들의 녹색 성장 전략을 살펴보면 간과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녹색 성장은 새로운 사업 모델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효과적으로 녹색 성장 전략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개별 산업 즉, 반도체나 바이오 산업에서의 기술은 각각 독립적이며 타 산업과의 연계도 적다. 하지만 환경, 에너지, 의료, 운송 수단, 물류와 같은 분야들은 개별적인 기술 영역이라기보다 수많은 기술과 정치, 사회, 문화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큰 ‘시스템’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들 분야의 구성 요소들은 상호 작용 과정을 거치면서 매우 높은 수준의 복잡성(complexity)을 나타낸다. 따라서 여러 요소들이 결합해 복잡한 형태로 상호 작용을 하는 시스템인 환경, 에너지, 의류, 물류 등의 문제는 개별 구성 요소 단위의 ‘국지적 최적화’보다 ‘전체적인 최적화’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유엔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100억 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이에 따라 에너지 수요 역시 같은 기간 동안 2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현재와 같은 에너지 소비 구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화석 연료 소비는 8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지구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또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식량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찾아내야 한다. 인구 증가는 대부분 도시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도시의 슬럼화를 어떻게 미연에 방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녹색 성장 전략을 수립해 실행해야 한다. 특히 녹색 성장을 달성하려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다음 몇 가지 사례는 사업 모델이 왜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친환경’과 ‘개발 이익’을 조화시킨 에코시티 중국 천진 시에 신도시를 개발하는 에코시티 프로젝트를 보자. 에코시티는 중국 천진 시와 싱가포르 투자청이 합작 투자해 개발 중인 환경 친화적인 신도시다. 에코시티에서는 주민의 90% 이상이 대중 교통 수단에 의존하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태양광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며, 마실 물도 생활 하수를 재생하거나 바닷물을 담수화해 자급 자족하도록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지방 인구가 대도시로 이주해 도시가 슬럼화하는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천진 시 정부는 에코시티를 통해 도시 팽창에 따른 슬럼화를 미리 방지하고, 동시에 환경 오염을 예방하며 에너지의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반면, 이 신도시 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투자하는 싱가포르 투자청은 도시 개발에서 얻어지는 개발 이익으로부터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계획이다. 싱가포르가 보유한 각종 도시 개발 노하우와 담수화 및 하수 재처리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천진의 에코시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도시화가 수반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환경 친화적 신도시 개발과 이로 인한 개발 이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천진 시 정부와 싱가포르 투자청이 합의한 이러한 사업 모델의 큰 틀 내에서 담수화 시설, 하수 재처리 시설, 대중교통 운용,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는 회사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소유’가 아닌 ‘임대’에서 답을 찾은 베터플레이스 녹색 성장 전략을 새로운 사업 모델을 통해 추구하는 또 한 가지 사례는 전기자동차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도요타, 현대자동차, GM, 르노·닛산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인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자동차 회사들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차 가격이 높아져 대중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베터플레이스라는 벤처 기업은 새로운 사업 모델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동시에 창업한 이 회사는 자동차 소유자가 배터리를 구매하기보다는 임대를 하고, 운행 거리에 따라 사용료를 지불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시했다. 즉 배터리를 소유하지 않고 임대하기 때문에 개인이 지불하는 자동차 가격은 그만큼 낮아지게 돼 친환경차 보급률이 높아질 수 있다. 운전자는 저녁에 집에서 충전을 하거나 주차장에 있는 파워플러그에서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으며, 필요 시 운행 도중 배터리 교환소에서 일 분 이내에 이미 충전돼 있는 배터리로 교환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외부 주차 시설에서 충전하거나 배터리 교환 시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려면, 정부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베터플레이스는 이스라엘, 일본, 덴마크 등의 시 정부와 긴밀한 협조 하에 인프라스트럭쳐(in-frastructure)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베터플레이스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전기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주행한 거리에 비례해 사용료를 내게 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향후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될 때 과연 기존 자동차회사들이 존속하게 될지, 아니면 베터플레이스와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가진 벤처 기업들이 주역이 될지 기대해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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