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AI 결제보다 상품 추천에 큰 기회
신뢰 쌓여야 에이전트에 지갑 넘겨
Article at a Glance
에이전틱 커머스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AI는 아직 사람을 대신해 구매를 완결하는 대리인(agent)이라기보다 정보를 모으고 비교해주는 비서(assistant)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상품 발견(discovery)과 결제(payment)는 하나의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뚜렷이 구분되는 두 개의 전쟁이다. 오픈AI의 ACP, 구글의 AP2와 UCP, 페이팔과 카드사들의 결제 인프라 경쟁 역시 모두 에이전틱 커머스의 일부로 보여도 실제로는 ‘상품을 찾아주는 언어’와 ‘결제를 승인하는 언어’로 서로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오픈AI가 Instant Checkout을 접고 ACP를 상품 발견 중심으로 재정의한 사례는 소비자들이 AI 추천을 점차 수용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결제 권한까지 넘기는 데는 불안과 저항을 느낀다는 점을 보여준다. AI가 곧바로 대리인으로 점프하려 한 시도들이 대체로 미미한 성과에 그친 것은 신뢰를 축적하는 비서의 역할이 선행돼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AI 대리 구매의 비전이 실현되려면 대리인이 작동할 수 있는 영역과 비서에 머물러야 하는 영역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AI, 아직까진 대리인 아닌 ‘비서’다
“러닝화 추천해 줘.” 이 한마디에 챗GPT는 모델을 비교하고, 발볼 크기에 맞는 제품을 골라주고, 최저가까지 찾아준다.
그런데 결제는? “이 링크에서 직접 구매하세요.” 비서의 역할은 거기에서 멈춘다. 지난 20년간 전자상거래는 단순했다. 쇼핑몰이 진열해 놓은 상품을 소비자가 검색해 비교한 뒤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했다. 플랫폼은 그 중간에서 트래픽과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2025년 이후부터 이 흐름이 달라질 조짐이 나타났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두드리는 대신에 “출장 가방 하나 사 줘, 기내 반입 되는 걸로”라고 한마디 던지면 AI가 나머지를 다 처리해주는 세계, 이른바 ‘의도 경제(Intention Economy)’가 출현한 것이다.
2025년 하반기부터 실리콘밸리에서는 의도 경제의 비전이 구체적인 제품과 프로토콜로 구현되기 시작했다. 오픈AI는 챗GPT 안에서 바로 상품을 결제할 수 있게 해주는 ‘인스턴트 체크아웃(Instant Checkout)’을 내놓았고, 구글은 AI가 소매 사이트에 들어가 대신 주문을 해주는 Buy for Me(바이 포 미) 기능을 선보였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AI 에이전트 전용 결제 인프라를 공개했고, 페이팔(PayPal)은 모든 AI 플랫폼에 자사 결제 버튼을 심겠다고 선언했다. 업계는 이 모든 것을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라는 한 단어로 묶어서 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