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와 가격 인상으로 성장을 거두던 럭셔리 산업의 성장 공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럭셔리 지출을 줄이는 열망 구매자 대신 경기 변동과 상관 없이 럭셔리를 소비하는 0.1%의 톱티어 고객을 공략해야 한다. 그러나 톱티어 고객들은 럭셔리 브랜드의 반복된 커뮤니케이션에 피로감을 느끼고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연결, 친밀감, 우수성, 인식 등 럭셔리의 본질로 회귀하는 재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리세일 및 렌털 등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 또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한편 럭셔리 업계에도 AI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는 AI 활용 여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하나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에서는 AI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야 럭셔리 브랜드만의 인간적인 가치를 지킬 수 있다. 아울러 AI 검색이 보편화됨에 따라 LLM에서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처럼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 가운데 럭셔리 기업의 리더들은 조직의 ‘우리다움’과 구성원의 ‘나다움’을 일치시켜 럭셔리 브랜드만의 독창성을 강점으로 발휘해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급변하는 럭셔리 산업
레베카 카프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세계적인 혁신 전략가로 스타트업·도시 정책·성장 전략·조직 변화 분야를 연구한다. MIT 슬론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고 이후 전략 컨설팅 기업 ‘카프 스트래티지스’를 설립했다. K-뷰티 산업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하버드경영대학원 MBA 수업에서도 주요 케이스 스터디로 다뤄 국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가격 주도 성장 한계 맞이해” 빠르게 성장하는 리세일-렌털 주목하라
맥킨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약 10년간 비럭셔리 시장이 럭셔리 시장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2019년 흥미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럭셔리 시장이 비럭셔리 시장의 성장 속도를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카르티에와 같은 고급 럭셔리 브랜드는 훨씬 더 큰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럭셔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원인의 약 80%는 각 브랜드가 가격을 올린 데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개인 럭셔리 상품 시장은 2023년 이후 급격히 침체되며 하키 스틱 형태의 곡선을 그렸다. 특히 럭셔리 시장의 ‘큰손’이었던 중국 시장이 2023~2025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업계 전체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처럼 성장이 둔화된 럭셔리 업계에 리세일(resale)과 렌털(rental)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기존 럭셔리 업계에선 리세일과 렌털 비즈니스를 그리 우호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두 카테고리가 이커머스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은 사실이다. 따라서 두 채널에 참여하는 고객과 그들의 소비 행동을 잘 분석해야 한다. 고객이 제품을 다시 판매하거나 빌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제품을 어떻게 설계하고 품질을 유지해야 할까. 제품 수명 주기는 어떻게 변할까. 트렌드 변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