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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AI 시대, ‘질문하는 소크라테스’의 힘

이진우,정리=배미정 | 429호 (2025년 11월 Issue 2)
AI 추론을 직관-윤리로 검증해야 할 인간
‘왜’라는 소크라테스적 질문 계속 던져야
Article at a Glance

인공지능(AI)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공감 능력을 보이는 존재로 발전하면서 우리 삶과 지성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AI가 패턴 인식과 통계적 상관관계를 통해 지식을 비약적으로 확장시키는 가운데 인간이 스스로 세계의 의미를 구성하고 맥락적 이해를 통합하는 과정은 생략되거나 약화될 수 있다. 다시 말해 AI가 단순한 일자리 변동을 넘어 추론, 판단, 기억, 질문 등 인간 고유의 핵심 역량을 쇠퇴시키는 본질적인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과거 소크라테스가 지식을 절대화하는 ‘소피스트’에 맞섰듯이 오늘날 인간은 AI에 맞서 무지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왜(Why)’라는 소크라테스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 시대에 인간이 궁극적으로 질문을 설정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주체로 남기 위해서는 직관, 상상력, 윤리적 성찰과 같은 인간 고유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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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혁명적 기술은 처음의 충격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그 혁명적 효과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위대한 혁명 중 하나를 경험하고 있다.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한, 아마도 그보다 더 획기적인 혁명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말할 수 없다. 인공지능 이야기다. 2022년 11월 30일 오픈AI가 인간이 쓴 것 같은 문장을 생성하는 챗GPT를 공개함으로써 그야말로 AI 시대가 열렸다.

많은 사람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대화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에 놀랐다. 챗봇 형태로 운영되는 인공지능은 단순하지만 획기적이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하고, 대화의 상태가 기계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인공지능 기계가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된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똑똑한 것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뛰어난 공감 능력을 보여준다.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이 실제로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공감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 아이디어에서 발전한 것처럼 인공지능 시스템 자체가 실제로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지능적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산출한다는 게 중요하다.

미래학자들이 예언했던 인공지능의 특이점, 즉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그 순간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에게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이라도 인간보다 더 똑똑하고 인간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인공지능 기계가 출현한다면 우리의 삶은 도대체 어떻게 변화할까? 사람들은 어떻게 변화할지는 확실하지 않아도 변화할 것이라는 사실은 확신한다. 변화는 확실한데 그 방향과 규모를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소크라테스처럼 질문해야 한다. 사람들이 AI가 혁명적이라고 주장할 때 우리는 인공지능에서 ‘도대체 무엇이 혁명적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우리는 현상이 단순히 바뀌는 피상적 변화를 결코 혁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의 효과가 인간이 발명한 불이나 전기보다 클 것이라고 장담하고,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이 산업혁명과 맞먹는 생산성의 증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언한다. 인공지능으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많은 로봇이 인간 대신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혁명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발명한 인간 지성 자체가 AI로 인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면 이러한 지성 혁명이야말로 이제까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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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우leechinu@naver.com

    포스텍 명예교수

    필자는 연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에서 철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우크스부르크대 철학과 전임강사, 계명대 철학과 교수·총장,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니체의 인생 강의』 『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 『AI 시대의 소크라테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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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배미정

    정리=배미정soya1116@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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