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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블 멀티로컬리티(Portable Multilocality)

청담동 패션, 을지로 노포, 성수동 카페…
‘한국 안 가고도 한국 체험’ 비즈니스 뜬다

강보라,정리=이규열 | 424호 (2025년 9월 Issue 1)

코로나19발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단순히 여행을 가는 것을 넘어 특정 장소의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일상 속에서 경험하려 하며 특히 서울은 글로벌 문화 소비의 상징적 공간으로 부상했다.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한국적 장소감은 음식·패션·생활양식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다. 이처럼 물리적 이동 없이 형성된 장소감이 여러 지역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동시에 구현되는 현상을 ‘포터블 멀티로컬리티’라 부른다.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이 시청·참여·모방·재생산의 순환을 촉진해 감정적 몰입을 기반으로 한 ‘정서적 장소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에 한국적 공간이 제공하는 경험을 세세하게 설계하고 콘텐츠 IP와 연계한 오프라인 공간을 구성하는 등의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09 Business Trend Insight

포터블 멀티로컬리티
(Portable Multilocality)

특정 장소에 대한 경험이 지리적 위치에 얽매이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 한류의 맥락에서는 한국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 세계 어디서든 한국이라는 장소에 대한 감각적, 정서적 연결을 경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음.



물리적 이동이 급격히 제한됐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소’에 대한 정서적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것처럼 보인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어딘가를 단순히 방문하길 원하는 차원을 넘어서 일상 속에서 특정 장소의 정서와 분위기,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자 한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장소로서의 ‘한국’은 글로벌 대중문화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며 보편적인 문화 코드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흐름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상징적 공간은 바로 서울이다. 서울은 이제 파리나 뉴욕과 같이 음악, 음식, 패션 등을 통해 세계인들이 각자 살고 있는 공간으로 불러들이고 싶은 감각적 경험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에 가지 않고도 한국을 체험하고 싶다’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욕구는 한류 열풍을 넘어 장소성의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을 둘러싼 문화적 장소감의 확장은 방송 콘텐츠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서진이네’나 ‘어쩌다 사장3’와 같이 해외에서 한식당 또는 한인식품점을 운영하는 콘셉트의 관찰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통해 ‘한국성(Koreanness)’에 대한 능동적인 수용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 속의 외국인 방문객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쌈 싸 먹는 걸 본 적 있다” “추운 날씨엔 소주를 곁들이면 몸이 따뜻해진다” 등 한식 문화에 대한 인식과 감각을 자연스럽게 나누는데 이는 음식 경험에 대한 설명인 동시에 문화적 해석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음식 외에도 “한국에 갔을 때 많은 사람이 모두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TV 프로그램을 보면 한국인들은 소파가 있어도 바닥에 앉더라”와 같은 언급은 한국에 직접 가지 않아도 미디어를 통해 장소 감각이 학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한인 교포들조차 외국인들의 이러한 반응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한국에 대한 문화적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한편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한국 문화를 접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플랫폼의 콘텐츠를 통해 일상적으로 한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 주거 및 식문화, 패션, 언어, 심지어 제스처까지도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짧은 영상 중심의 콘텐츠 구조는 ‘시청–참여–모방–재생산의 순환’을 유도하며 글로벌 소비자들이 각자의 맥락 속에서 한국성을 번역하고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라는 장소는 단순한 배경이나 콘텐츠의 소재를 넘어 정서적 친밀성과 문화적 몰입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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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보라 b-hind@yonsei.ac.kr

    미디어문화연구자·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필자는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으로 방송 영상, 문화 기술, 문화 연구를 아우르는 다학제적 배경에서 미디어 문화를 연구한다. 2010년, 미국 음식 전문 채널 푸드네트워크(Food Network)를 통해 음식 콘텐츠에 눈을 떴고 미디어연구의 관점에서 음식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저서로는 「“K”없는 K-푸드」(『한편-한국』, 2025), 『한류백서 2024』(202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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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이규열kylee@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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