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무신사 스탠다드’는 국내 패션 PB와 SPA 브랜드 시장의 관행을 역행하며 성장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기대에 못 미쳤던 패션 PB들 사이에서 가격과 품질을 모두 인정받을 만한 옷들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제품당 판매 이익률을 줄이면서 소재를 고급화하고 실력 있는 생산 업체들과 협업한 결과다. 동시에 무신사에 작성된 고객 리뷰를 일일이 분석해 디자인을 보완함으로써 히트 상품을 늘려갔다. 모노톤 컬러와 미디어 월 등의 요소로 감각적인 매장을 구현하는 데도 힘썼다. 쇼핑 경험 측면에서는 무신사 앱과의 연동 서비스로 쇼핑 편의성을 강화한 O4O(Online for Offline) 매장을 실현했다. 올해부터는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넘어 숍인숍으로 매장 형식을 확장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과 만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과 이태원역 사이의 이태원로는 한남동에서 ‘꼼데길’이라고 불리는 패션 브랜드 밀집 상권이다. 2010년 8월 꼼데가르송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생기면서 꼼데길로 불리기 시작했고 현재는 구찌, 디젤, 띠어리, 헌터 등 다양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매장이 터를 잡았다. 패션의 격전지가 된 꼼데길에 지난 8월 국내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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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최초로 과감하게 매장을 연 곳이 있다. 무신사(MUSINSA)의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MUSINSA STANDARD)’가 선보인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다. 홍대, 강남, 성수, 명동에 이어 무신사 스탠다드가 서울에서 5번째로 오픈한 매장이자 최초로 모든 건물을 전부 활용하는 곳이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영업 면적 기준 약 1520㎡(약 460평)로 서울의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즐비한 상권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는 점에서 무신사 스탠다드의 자신감이 돋보인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2017년 8월 베이직한 디자인,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이란 3박자를 표방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무신사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론칭 약 1년 만에 연 매출 170억 원을 달성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9년에는 3.7배 성장률에 이르는 연 매출 630억 원을 기록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패션업의 불황이 지속됐던 2020년에도 굳건하게 당시 역대 최고 연 매출액 1100억 원을 이뤄냈다. 2021~2023년 약 3개년 평균 매출 성장률에서도 133%를 보이며 순항 중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대회 국가대표팀 단복 공식 제작사로도 활약했는데 우리 국가대표팀이 만든 개·폐회식 단복이 올림픽을 주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선정한 ‘베스트 단복 톱(TOP) 10’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변화’와 ‘젊음’이라는 2가지 키워드에 맞춰 단복을 제작하려던 대한체육회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 온 무신사 스탠다드에 협업을 제안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흥행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졌다. 2021년 5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1호점을 선보인 후 서울 및 경기권을 중심으로 대구와 부산까지 진출하며 현재 1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이쇼핑용 공간이 아닌 실제 매출 증진에 기여하는 채널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9월 개장한 대구 동성로점은 3일 만에 매출 3억8000만 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10월 기준 전국 매장의 월간 매출액은 최초로 100억 원을 넘어섰다.
온오프라인에서 탄탄대로를 걸어온 무신사 스탠다드의 저력은 지난 10월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SPA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무신사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6개월 내 SPA 브랜드 의류를 구매한 만 19~29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한 번이라도 구매한 경험이 있는 브랜드’ 중 좋아하는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서 1위(48.1%)에 올랐다. 디자인, 스타일, 신뢰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전반적인 브랜드 만족도에서도 최고점을 기록했다.
소비자와 다양한 패션 브랜드 사이를 연결하던 커머스 플랫폼 무신사가 자체 브랜드까지 성공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선진영 무신사 스탠다드 영업실장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공 전략을 분석했다.
1. ‘완성도’에서 타협하지 않는 PB1) 판매 이익률 줄여서라도 품질 제고브랜드 기획 과정에서 무신사 스탠다드의 제품 방향성은 명확했다. 바로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기본 템’이다. 무신사에 입점한 여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영역이 겹치지 않고 오히려 조화롭게 같이 입을 수 있는 콘셉트를 노렸다.
당시 국내 패션 업계에 PB(자체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다는 점은 걸림돌이었다. 2014년부터 소셜 커머스와 홈쇼핑 등 패션 커머스 플랫폼은 잇달아 PB를 쏟아냈다. 이들 대부분은 품질보다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구매를 유도하는 수준에 그쳤다. PB를 매력적인 개별 브랜드로 성장시키려는 게 아니라 플랫폼 매출을 견인할 저가 미끼 상품으로 봤다. PB 운영의 초점을 브랜딩이 아닌 세일즈에 맞췄다는 얘기다. 자연히 품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옷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모두 인정받는 제품을 선보여 무신사 스탠다드 자체를 인지도 높은 브랜드로 만들고자 했다. ‘옷에 대한 새로운 기준(STANDARD)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브랜드명을 지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생산량이 적었던 론칭 초반에도 원가율을 높이면서까지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소비자들조차도 패션 PB에 대해 큰 기대가 없던 시기였다. 굳이 좋은 소재와 디자인으로 생산비를 늘리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럴 경우 결국 기존 PB와 다를 바 없는 상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품질이 좋은데 가격도 합리적인 옷’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PB를 넘어선 PB’로 자리매김해야 어엿한 하나의 독립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통해 생산과 판매가 일정 규모 이상을 넘어서면 규모의 경제로 원가 부담을 오히려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품질 향상을 위해 첫째로 중시한 건 ‘소재’였다. 소비자들이 자주 입지만 아쉬운 점이 명확했던 옷을 중심으로 소재를 집중 보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체 공정으로 개발한 슬랙스용 T/R(Tetoron/Rayon) 원단이다. T/R 원단은 정장에 많이 쓰이는 소모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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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유사해 슬랙스에도 자주 활용된다. 소모직물보다 저렴하고 탄성이 우수하지만 상대적으로 마찰에 약해서 보풀이 많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초기 주요 고객은 10~20대 남성 소비자였다.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내구성 높은 슬랙스를 만들려면 T/R 원단의 보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1년여간 연구한 끝에 일반적인 T/R 원단 공정보다 5단계를 추가한 9단계 공정을 완성했다. 고온 및 고압 가공 방식으로 표면을 팽팽하게 압착하는 ‘증포’와 인위적 광택을 제거하는 동시에 수축률을 최소화하는 ‘스폰징 가공’ 등의 과정을 더했다. 이렇게 생산한 무신사 스탠다드의 T/R 원단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의 필링(보풀)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 T/R 원단 기반의 슬랙스는 2018년 출시 후 약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 장을 돌파했고 현재 연간 판매량이 100만 장에 달하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스터디셀러가 됐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T/R 원단처럼 무신사 앱의 주 이용자인 10~20대 남성 소비자가 자주 입는 소재를 개선했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남성들은 옷을 자주 구매하는 만큼 기본 템 종류마다 아쉬운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 아쉬운 점을 보완한 무신사 스탠다드의 옷들은 큰 호응을 얻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시작해 폭넓은 소비층을 겨냥하는 다른 SPA 브랜드와 달리 이미 다수의 남성 이용자를 확보한 무신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보완할 소재를 정할 때도 무신사에서 확인 가능한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별 판매량 순위와 고객 리뷰를 꼼꼼하게 살폈다. 고객 리뷰 중에서 소재가 자주 언급됐던 기본 템 위주로 개선할 점들을 파악했다. 스판사3
기반의 립 조직으로 늘어나기 쉬운 손목과 밑단의 복원력을 높인 니트, 고밀도의 40수 원단으로 신축성을 강화한 셔츠 등이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소재 개발과 동시에 우수한 생산 업체들을 확보하는 데도 힘썼다. 국경을 넘어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 대규모 공장들과 긴밀한 협업 관계를 맺었다. 유명 패션 브랜드의 협력 생산 업체들을 파악해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며 확보한 파트너십이다.
품질에 대한 집착은 긍정적인 구매 리뷰로도 이어졌다. 유튜브에선 패션업계 현직자들이 무신사 스탠다드 옷의 안감과 봉제선 등을 상세히 분석하거나 가격을 언급하며 호평하는 자발적인 리뷰 영상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 인플루언서들의 호평은 무신사 스탠다드가 입소문이 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 고객 리뷰로 완성하는 후속 제품고객 의견을 철저히 반영해 후속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도 무신사 스탠다드의 옷이 단기간에 인정받은 비결 중 하나다. 대개 심플한 캐주얼룩으로 경쟁하는 국내 SPA 시장의 특성상 후발 주자였던 무신사 스탠다드는 ‘한 끗’이 남다른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그 한 끗을 ‘우수한 착용감’으로 정했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겨 착용감을 끌어올려야만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이 남긴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별 후기들은 이정표가 됐다. 후기 작성 시 소정의 적립금을 지급하는 제도 덕분에 이미 무신사의 리뷰 코너엔 월평균 71만 건의 후기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었다. 무신사 스탠다드에는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무신사 스탠다드 생산운영팀 직원들은 모든 상품에 대한 후기를 일일이 파악한 후 공통된 요구사항들을 추려내 후속 제품에 반영한다. 컬러, 핏, 사이즈, 특정 부분의 마감 등을 보완하며 매주 신상품을 내놓는다. 통상 신제품 중 극히 일부만을 추가 개선하고 대부분 단종시키는 패션 업계의 관행과 달리 무신사 스탠다드는 출시한 제품의 상당수를 이 같은 방식으로 리뉴얼한다. 백지상태에서 신상을 기획하는 것보다 출시했던 옷을 고객 피드백에 맞춰 보완하는 것이 제품의 매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전략의 집합체가 지난 7월 기준 550만 장 이상 판매된 ‘히든 밴딩 슬랙스’ 시리즈다. 기존 슬랙스에 고객들이 남긴 약 40만 건의 후기를 분석해서 개발한 스테디셀러다. 상의가 삐져나올 때 불편하다는 후기에 맞춰 상의를 견고하게 잡아줄 실리콘 웨이스트 밴드를 허리 부분에 더했다. 허리 사이즈 조절용 고무 밴드를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에 맞춰 밴드를 가린 히든 밴딩 디자인도 개발했다. 히든 밴딩 슬랙스는 지금까지도 재구매율 98%, 제품 만족도 1위에 달하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히트 상품이다.
고객 후기를 참고해서 슬랙스 종류를 늘리기도 했다. ‘릴렉스드 테이퍼드 히든밴딩 슬랙스’가 대표적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 제품 출시 전까지는 슬림하지만 여유 있는 핏의 테이퍼드 슬랙스만 판매했다. 하지만 와이드 핏이 유행하면서 기존 제품이 꽉 낀다는 후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더 넓은 핏으로 추가 출시한 라인이 릴렉스드 테이퍼드 히든밴딩 슬랙스다. 2018년 단 2종으로만 론칭된 무신사 스탠다드 슬랙스는 고객 리뷰 기반의 리뉴얼을 거치며 현재 136종까지 세분화됐다.
철저히 고객 피드백을 토대로 리뉴얼하는 방식은 무신사 스탠다드가 남성용 패션을 넘어 우먼, 키즈, 뷰티, 스포츠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근간이 됐다. 각 카테고리마다 고객 리뷰 기반의 리뉴얼을 거듭하며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 중이다. 특히 2020년 첫 공개된 우먼 카테고리는 2022 FW 시즌에서 제품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늘었다. 2022년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고객 의견을 반영한 리뉴얼의 효과를 입증했다.
2. 편의성과 존재감이 확실한 매장1) O4O 서비스로 쇼핑 편의성 강화4년간 온라인에서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1년 오프라인 사업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단순히 옷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매장을 목표로 삼진 않았다. 이미 전국의 수많은 매장을 보유한 경쟁사들과 승부하려면 무신사 스탠다드만의 특별한 공간을 설계해야 했다. 무신사 앱과의 연동 서비스로 쇼핑 편의성을 높인 O4O(online for offline) 매장을 기획한 배경이다.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이라고도 불리는 O4O란 기업이 온라인을 통해 축적한 기술, 정보, 서비스 역량 등을 매장에 반영하는 전략을 가리킨다. 다른 SPA 브랜드도 자체 앱을 운영하지만 이미 지난 6월 패션 버티컬 플랫폼 최초로 앱 설치 활성 기기 1000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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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돌파한 무신사는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로 즉시 공략 가능한 고객 수가 훨씬 많았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쇼핑 편의성을 높여줄 첫 번째 O4O 전략으로 제품 정보 제공 서비스를 강화했다. 상품 태그(가격표)마다 무신사 앱 상세 페이지로 연동되는 QR코드를 더한 것이 대표적이다.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사이즈 표, 옷의 핏한 정도, 소재의 장점 및 관리 방법 등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다른 구매자들의 스타일링 예시를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스냅·후기 코너가 유용하다. 사진들을 참고해 옷을 어떻게 입을지 계획할 수 있고 후기 작성자들의 신장, 체중, 구매한 사이즈 등을 참고해 최적화된 사이즈를 고르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QR코드 스캔 시 스냅·후기 코너에 가장 오랫동안 머문다는 점을 감안해 해당 페이지로 즉시 연동되도록 설정을 바꿨다.
제품 탐색뿐 아니라 픽업 과정에 대한 편의성도 높였다.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에 한해서 ‘무탠픽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무신사 앱으로 오후 7시까지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을 주문하면 당일 재고가 있는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앱으로 손쉽게 지점별 재고 현황을 파악한 후 픽업 방식을 고르면 된다. 수령지를 매장 외부에 설치된 픽업라커로 선택할 경우 매장 영업 종료 후에도 언제든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1호점인 홍대점 오픈 이후 지난 10월까지 무탠픽업 서비스 누적 이용량은 19만8000건에 달한다. 월별로 환산하면 평균 8000~1만 건 정도로 주문량이 많다.
2) 보는 재미가 쏠쏠한 감각적인 공간독일 국제포럼디자인이 1954년부터 진행해 온 국제 시상식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지난해 무신사 스탠다드는 본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수상 부문이 ‘리테일 인테리어 건축’이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디자인 시상식에서 국내 SPA 브랜드가 매장 디자인 덕분에 이름을 올린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개 SPA 브랜드 매장을 떠올려보면 옷을 깔끔하게 진열하고 여러 개의 피팅룸을 갖추고 있을 뿐 공간적으로 특색 있는 곳들은 그야말로 손에 꼽는다. 이런 SPA 브랜드 매장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무신사 스탠다드의 목표였다. 무신사 스탠다드 옷처럼 심플하지만 포인트가 확실한 공간. 홍대점을 기획할 때부터 지금까지 고수해온 매장 콘셉트다.
먼저 매장의 대표 색상을 정하는 데 집중했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로고의 색상이 익숙한 SPA 브랜드는 많아도 매장의 대표 색상이 떠오르는 곳은 드물다는 빈틈을 파고든 것이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선정한 컬러는 ‘모노톤(회색)’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모던한 이미지에 부합하면서도 튀지 않아서 캐주얼룩의 배경색으로도 적절했다. 모노톤 컬러가 칠해진 곳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파사드(매장 외벽)다. 무채색 바탕에 군더더기 없이 ‘musinsa standard’ 로고만 자리한 파사드는 도심에서 특유의 존재감을 뽐낸다.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파사드 소재 하나까지 꼼꼼하게 선정했다. 빛을 반사시키는 소재를 사용할 경우 자칫 모노톤이 촌스러워 보이거나 조명 세기가 강한 건물들 사이에서는 가시성까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반사율이 낮은 최고급 소재를 사용했다. 매장 인테리어에서는 모노톤을 주축으로 하되 계산대, 피팅룸, 진열대, 천장 등 공간마다 상이한 소재를 배치해 색감 차이를 더하고 지루함을 없앴다.
매장 내부에 설치한 초대형 미디어 월도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다. 홍대점에서 처음 공개된 이 오브제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추구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가치 있는 패션’이란 정체성을 시사한다. 홍대점의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14m 미디어 월이 수직으로 이어지도록 배치한 건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옷을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2호점인 강남점에서는 길이를 대폭 늘린 34m 규모의 미디어 월을 도입했고 현재도 공간의 제약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장 특성에 맞춰 여러 형태의 미디어 월을 활용하고 있다. 미디어 월 자체만으로도 웅장하지만 브랜드 캠페인 영상이 송출될 때 그 존재감은 배가 된다. 시즌별 대표 상품 혹은 특별 컬렉션 제품 등을 촬영한 화보 영상이다. 스케일과 영상미로 시선을 사로잡는 미디어 월은 방문객들에게 포토존으로도 인기다. SNS에 공유된 홍대점과 강남점의 방문 후기 게시글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매장이 알려지는 데 혁혁히 기여했다. 선 실장은 “무신사 스탠다드만의 볼거리를 제공하며 공간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미디어 월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3) 핫한 거리에서 쇼핑몰로 전략적인 확대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로 시작해 복합 쇼핑몰의 숍인숍 형태로 매장을 확장한 전략도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사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신규 SPA 브랜드가 오프라인 사업을 전개할 땐 먼저 인기 있는 쇼핑몰에 입점해 제품의 시장성을 검증한 후 플래그십 스토어로 나아가는 수순을 따른다. 고객층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단독형 매장부터 개점할 경우 실패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2005년 9월 유니클로가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도 롯데마트 잠실점에 1호점을 냈고 자라는 2008년 4월 코엑스몰과 롯데 영플라자에 1호점을 동시 개점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상황은 달랐다. 무신사 앱에서 충분한 고객층과 인지도를 확보했기에 굳이 숍인숍 형태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진출이라는 상징성을 알리려면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로 시작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내부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첫 무대로 홍대입구역 인근을 선택한 것도 패션 소비가 적극 이뤄지는 상권에서 화려하게 데뷔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홍대점 흥행 이후 서울에서 패션 쇼핑에 특화된 강남, 성수, 명동, 한남 상권에도 플래그십 스토어 4개점을 추가 출점했다. 패션에 관심 많은 소비자가 몰리는 곳에서 다양한 옷에 갖춰 입기 좋은 캐주얼한 아이템으로 방문을 유도하는 것이 전략의 기조였다.
지난 3월 개점한 무신사 스탠다드 타임빌라스 수원점을 시작으로 올해부터는 숍인숍 매장 수를 늘리는 데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실 플래그십 스토어 2호점인 강남점을 론칭했을 때부터 여러 쇼핑몰의 입점 제안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모두 고사했다. 매장 운영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채로 같은 층의 패션 브랜드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대형 쇼핑몰에 진출하는 건 오히려 위험하다는 판단이 섰다. 선 실장은 “초반에는 자체 플래그십 스토어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의 이미지를 확고히 쌓고 매장 운영에 필요한 기초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였다”고 회상했다.
최근 숍인숍 매장을 늘린 결정적 이유는 ‘다양해진 제품군’에 있다. 주로 1020대 남성 고객이 몰리던 오프라인 사업 초반 때와 달리 무신사 스탠다드 라인업을 확대함에 따라 30대 직장인과 어린이 등으로 고객층의 연령대가 다양해졌기에 새로운 고객들과의 접점이 필요했다. 이런 무신사 스탠다드에 노면 상권보다 가족 방문객이 많은 대형 쇼핑몰은 공략해야 할 채널이었다.
숍인숍 매장에서는 쇼핑몰 자체를 하나의 특수 상권으로 간주하고 그 특성에 맞춰 파격적으로 제품 진열 방식을 조정한다. 이를테면 지난 9월 개점한 무신사 스탠다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은 인근의 용인, 동탄, 수원 등에 거주하며 어린 자녀가 있는 30대 부부들이 자주 방문한다는 점을 겨냥해 무신사 스탠다드 키즈 제품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같은 맥락으로 지난 4월 문을 연 무신사 스탠다드 스타필드 수원점에서는 가족 고객층의 방문율이 높기에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우먼, 키즈, 스포츠, 뷰티 등 전체 라인업을 모두 진열했다. 최다 라인업을 판매하는 매장답게 경기 상권 최대인 1330㎡(약 403평) 규모로 조성했다. 특히 우먼 제품을 강조하기 위해 매장 입구 주변에 집중 진열했다. 철저히 쇼핑몰 특성에 맞춰 조정한 진열 방식은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무신사 스탠다드 스타필드 수원점은 개점 일주일 만에 4만 명 이상의 방문객 수와 3억3000만 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했다.
성장 가도에 오른 무신사 스탠다드는 향후 카테고리별 전문화, 숍인숍 매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선 브랜드의 시작점인 남성 의류뿐 아니라 그간 확장해 온 우먼, 키즈, 스포츠, 뷰티,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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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별로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들을 꾸준히 출시하며 전문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동시에 더 많은 고객이 신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숍인숍 매장을 늘려갈 준비에도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