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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를 키우는 리더십

“그건 됐고!” 대신 “왜 그렇게 생각하죠?”
양손잡이형 리더십이 팀 시너지 만든다

성선영,최진남,정리=장재웅 | 403호 (2024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팀워크에 대한 회의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팀워크는 동조에 대한 압박(conformity pressure)과 그에 따르는 집단 사고를 유발한다. 똑똑한 개인들로 구성된 엘리트 집단이 종종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가 바로 이 집단 사고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진정한 팀워크는 집단 지성을 통해 나온다. 조직 내에서 집단 지성이 발현되게 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에포케 마인드와 조직 내 데블스 애드버킷의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리더의 역할은 주어진 환경, 비즈니스, 프로젝트 진행 단계에 따라서 개방 행동과 폐쇄 행동을 적절히 배분하고 상황적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변환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양손잡이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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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란 단어의 유래는 고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들은 사냥을 해야 했고, 거대한 포식자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다. 음식을 오래 보관하지 못하니 생기는 즉시 모두와 공유하고 배고픈 시기에 대비한다. 원시시대에도 생존을 위해 위험을 헤징하는 공유경제가 운영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혼자보다는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생존을 위한 이러한 성향이 우리의 유전자에 강하게 남아 있다. 이는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물고기도 혼자 있으면 쉽게 잡아먹히지만 떼를 지어 있으면 포식자를 피할 수 있고, 곤충도 먹이를 혼자 찾다가는 쉽게 길을 잃지만 군집을 이룬 곤충 떼는 안전히 집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바로 ‘집단의 힘’이다.

이렇게 다수의 개인이 모여서 형성된 집단 (group)이라는 개념에 집단 내 구성원들이 상호 협조와 조화, 보완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플러스알파(+α)가 생성되면 그 집단은 팀(team)이 된다.

1+1=2+α
적어도 2 이상이어야 한다.

팀워크의 원리는 ‘평범한 사람들라도 다수가 모이면 한 사람의 천재보다 낫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개인들이 모여 상호 협력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바로 팀워크다. 팀워크는 상호 노력과 협조를 통한 긍정적 시너지를 강조하기 때문에 집단 노력을 통한 성과는 각 개인 성과의 합 이상이어야 한다. 구글이 직원들의 팀워크를 향상시킬 방법을 고민하며 그 비결을 찾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좋은 성과를 내는 팀의 성공 원인을 분석했는데 이 연구 프로젝트의 이름이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에 내포된 팀워크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팀워크의 핵심은 집단성, 상호 협조 및 보완, 그것을 통한 긍정적 시너지이며 그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 바로 집단지성이다. 바로 이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팀워크는 우수한 성과를 내고 빛을 발한다.

이렇게 다수의 구성원이 합을 맞춰 만들어내는 플러스 알파, 즉 긍정적 창출이라는 기대에 근거해 팀워크는 수많은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오늘날 조직에서 팀제는 문제해결 팀부터, 자율경영팀, 다기능팀, 가상팀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팀제가 대부분의 조직에서 보편적 조직 구성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에는 오늘날의 경영 환경이나 비즈니스의 요구들이 개인적 업무 수행으로는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진 데 크게 기인한다. 흔히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인 VUCA로 대변되는 복잡다단한 기술, 시장, 국제 환경의 변화는 대부분의 비즈니스에서 개인이 홀로 정보를 취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조직에서 대부분의 업무는 협력적 문제 해결, 원활한 의견 공유, 다각적 대안을 고려한 의사결정과 같은 팀워크를 활용하지 않고는 수행될 수가 없다. 앞으로 이러한 팀워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팀워크에 들어오는 경고등

그러나 최근 들어 팀워크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도 강하게 일고 있다. 팀워크에 빨간불이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팀 구성원들의 집단적 노력과 그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긍정적 시너지 및 집단지성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군집(collectivity)이라는 구조 자체는 팀 구성원들 간 갈등 및 사회적 태만 등의 잠재적 위험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널리 알려진 링겔만 실험1 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개인이 집단의 일원이 되는 순간, 그리고 집단이 커지면서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으면서 개인으로서의 최대 노력을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집단 혹은 군중의 일원으로 행동하게 된다.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오히려 작아지는 부정적 시너지 혹은 집단 과정에서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조직 환경에서 팀워크상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동조에 대한 압박(conformity pressure)과 그에 따르는 집단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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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조에 대한 압박

집단 내에서 구성원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또 받게 돼 있는데 집단의 암묵적 압박에 자신의 가치, 생각, 태도, 행동을 집단에 맞추는 것을 우리는 동조 현상이라고 부른다. ‘동조(同調)’란 동일한 속도가 되도록 보조를 맞춘다는 의미로 누가 딱히 시킨 것도, 강요를 하는 것도 아닌데 주변의 움직임에 맞춰 자신의 움직임도 바꾸는 조절 현상을 일컫는다. 사회심리학자인 솔로몬 애시(Solomon Asch)의 동조 실험을 통해 이를 살펴보자.

실험의 내용은 간단하다. 실험 도우미들을 모두 엘리베이터에 태운 후 피실험자 한 명을 태운다. 미리 짠 각본에 따라 실험 도우미들이 특정 행동을 하고 각본의 내용을 모르는 피실험자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피실험자 A가 엘리베이터를 탄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안의 모든 사람(실험 도우미들)이 엘리베이터 문 정면이 아닌 왼쪽으로 몸을 돌린다. 자신만 빼고 모든 사람이 왼쪽으로 몸을 돌리자 피실험자는 어떻게 했을까?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은근슬쩍 발을 옮겨 자신도 왼쪽을 본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이 전부 뒤를 향해 돌아선다. 피실험자도 슬쩍 뒤를 향해 돌아선다. A뿐 아니라 다른 피실험자들(B, C, D…)도 모두 같은 패턴을 보였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혼자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을 꺼리고, 대다수의 의견에 따르고, 역시나 대다수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한다. 사람들과 섞여 있을 때 룰을 모르더라도 눈치껏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할까?

네덜란드의 인지(신경영상) 과학자 바실리 클루차레브 박사는 2009년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다. 그는 피실험자 24명을 대상으로 여성 200명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면서 공개적으로 누가 매력적인지 평가하도록 했다. 그리고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실험 대상자들의 뇌 활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 대상자들은 자신의 의견이 다른 사람과 다를 때 이를 일치시키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사회적 동조화를 시도할 때 쾌락 중추가 자극되면서 도파민이 다량으로 분비됐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견지하는 것은 고통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다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낸 실험 참가자들에게서는 뇌의 오류를 경고하는 부분의 신경 반응이 크게 나타났는데 사람들은 다수와 다른 의견을 낼 때 대개 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학습되기 때문에 뇌에서 경보가 발동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것이 대세를 따르는 인간의 사회적 동조화에 대한 신경과학적 근거이다.

2) 집단사고(groupthink)

집단의 문제점과 관련해 경영학에서는 집단 분위기와 이에 따른 집단사고를 강조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집단사고를 응집력이 높은 집단에서 사람들이 만장일치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며 다른 사람들이 내놓은 생각들을 뒤엎지 않으려 하는 상태, 다양한 사고를 차단하고 편한 쪽으로만 끌고 가려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집단사고는 리더-멤버 간 관계, 구성원들의 사회적 배경 및 가치관의 동질성, 시간의 압박, 집단성(collectivity)과 사람들 간 관계의 중요성에 따른 매우 높은 응집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집단사고는 집단의 응집성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서 만장일치를 유도하는 분위기(동조에 대한 압박)가 다른 대안들에 대한 분석과 이의 제기를 억제할 때 나타나는 구성원들의 비합리적이고 왜곡된 사고방식이다. 사람들은 행동하기 전에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먼저 파악하려 하고 그러다 우연치 않게 방향성이 정해지면 어떠한 의견도 내지 못하고 끌려가게 된다. 혹시 반대 의견을 내면 나만 튀는 건 아닐까,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소외당하지 않을까, 배척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대세를 따른다. 결국 집단 내에서 구성원들은 어떤 사안에 대한 충분한 분석 및 토론 없이 쉽게 합의하고 그 대안이 최선이라고 합리화하려는 강한 경향을 보인다.

집단사고는 반대 정보를 차단하고, 실질적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는 등 주체적인 사고의 기능이 마비되는 일종의 집단 착각 현상으로 토의 중에 우연히 여러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얼핏 보면 서로 의사소통과 의견 교환도 이뤄지는 듯하지만 빨리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는 인지적 종결 욕구가 발동되며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리 정해놓은 결론으로 합의하고 마무리를 짓는 상황에 이른다. 사실 말이 집단사고지 집단이 전혀 생각을 하지 않는 집단 무사고, 무지성 상태에 더 가깝다. 아래의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집단사고는 사고의 과정과 효과성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1978년 12월 28일.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비행하던 유나이티드항공 173편에서 벌어진 일이다. 기장이 착륙을 위해 랜딩기어 레버를 당겼을 때 착륙용 바퀴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비행기 아래 바퀴를 볼 수 없었기에 기장은 선회 비행을 유지하면서 무슨 문제일지 여러 가지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기장이 고민을 하는 동안 새로운 위험이 발생한다. 바로 연료 등에 불이 들어온 것. 연료 등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기장은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을 하느라 줄어드는 연료를 생각하지 못했고 비행기는 결국 추락하고 만다. 이 사고로 20명 이상이 사망했다. 기록에 의하면 부기장은 연료 부족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기장에게 이 문제를 소신 있게 개진하지 못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부기장이 옆에서 침묵하고 의견을 말하지 못해서 발생한 추락 사고가 그간 30건 이상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장에게 반박하는 것 대신 침묵과 죽음을 택한 부기장들. 실제로 이렇게 얘기한다.

“기장에게 반대의견, 뭔가 다른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죽음보다 무섭게 느껴진다.”

낮은 직위의 구성원들이 높은 직위의 상사, 보스에게 반발하지 않고 순응하는 지배 역학과 리더-멤버 간의 수직적 관계는 집단사고를 일으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상호 보완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만든 팀이지만 팀 역시 작은 사회이고 그 사회에는 계급이 있다. 계급 혹은 지위는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시기, 사실 그 훨씬 이전부터 거슬러 올라가 존재해왔다. 침팬치 무리에서 최상위 개체는 소리를 지르고 흥분된 몸짓을 하며 이빨을 드러낸다. 이는 영장류인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한다. 반면 하위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 지배적인 리더가 만들어 놓은 ‘미심쩍은 편안함’에 안주하며 리더의 뜻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고 묵인하는 ‘내부자 사고방식’에 빠지게 되는데 영국 문학가 조지 오웰 (George Orwell)은 이를 ‘비굴한 태도’라고 표현했다.

프로젝트를 위한 테스크포스 팀을 만드는 경우 각 팀장의 직위는 다르다. 어느 팀은 임원이 팀장을 맡고, 어느 팀은 본부장이, 또 어느 팀은 부장급이 팀장이 될 수도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위가 높은 사람이 프로젝트 팀장을 맡는 경우 프로젝트의 실패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리더가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이 아니라 리더가 나섰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최상위계급에 있는 지배적인 리더와 일하게 되는 경우 구성원들은 스스로 생각한 것이 아닌 리더가 듣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말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팀워크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다른 가치관, 경험 및 자원을 가진 구성원들이 개인의 지식과 역량을 합치고 그 과정에서 플러스알파의 시너지를 내며 집단지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리더의 지배적 권위에 눌려 입을 닫고 동조의 압력에 의해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정보와 의견을 내놓고 만장일치를 보이는 집단사고를 보인다면 팀워크의 존재 의미 자체가 사라지고 그 팀은 집단 성과가 개인 성과의 합 이상(1+1 ≥2)이 아닌 그 이하(1+1≤ 2)가 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똑똑한 개인들이 모여 바보 집단을 만든다는 것은 바로 이 집단사고로 인한 폐해를 가리키는 말이다.


팀워크 재정립

똑똑한 개인들이 모인 엘리트 집단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이유가 집단사고라면 집단지성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위대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평범한 개인들이 모여 서로 다른 자원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상호 협력하고 보완함으로써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집단지성을 형성하는 것, 그래서 탁월한 집단성과를 내는 것이 팀워크의 목적이다. 정보 공유와 상호 협력의 첫걸음은 미심쩍은 편안함, 그리고 편안한 침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편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때에야 각 구성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및 지식이 공유되고 시너지가 창출되며 집단지성이 형성된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는 그 어느 것도 공유되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전제 조건은 구성원들이 침묵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 사회적 환경이라함은 구성원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한 사람의 개인 의견에 물 떠밀리듯 쓸려내려 가지 않으며 편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의견이 오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무의미한 토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한 결정 사항에 대해서는 리더 혼자 자신의 의견을 얘기한 후 다른 의견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물어보기나 하면 다행이다. 흔하게는 묻지도 않고 그냥 생각이 같을 것으로 짐작하는 잘못된 동의(false consensus)라는 인지적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는 팀워크에 기대되는 시너지는 요원하다.

수많은 리더가 과도하게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과잉 일반화해 구성원들도 당연히 자신의 생각을 지지할 거라 확신하고,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구성원들을 비정상이라고 쉽게 낙인찍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리더 혼자만 얘기하는 회의가 매일 반복되고 구성원들은 그저 열심히 받아 적으며 끄떡이며 침묵을 지키는 미덕을 발휘하며 집단 전체가 동조의 늪에서 허우적댄다. 이런 면에서 구성원들의 침묵을 깨는 주요한 동력은 리더에게서 나오고 현대사회는 리더들에게 에포케(Epoche´)와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의 활용이라는 미덕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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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더의 에포케 마인드

에포케는 심판의 연기(suspension of judgment)를 뜻하는 말로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개인적 믿음, 선입견, 예상을 기반으로 한 성급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을 말한다. 리더들의 ‘됐고, 그래서, 어떻다고, 결론만, 핵심만’ 등의 말 끊기 5종 세트는 구성원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리더에 의해 말이 끊기고, 거절당하고, 무시당한, 즉 즉각 심판을 받은 구성원들은 더 이상 중요한 정보를 알리려고도, 자세히 분석하려고도, 새로운 정보를 모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리더들은 성급한 심판을 연기하고 구성원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오늘날 새로 떠오르는 개념이 ‘스펀지 리더십(sponge leadership)’이다. 구성원들의 말과 의견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고 붙인 명칭이다.

리더의 에포케 마인드와 그 적용법은 간단하다. 구성원의 생각을 한 번 더 확인하면 된다.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떨까요”라는 의견에 “뭐 어떻다고요? 됐고, 저렇게 하는 걸로 합시다” 대신 “그렇게 하면 어떤 장점들이 있을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요?”로 질문을 중립적으로 바꾸면 된다.

2) 데블스 애드버킷

데블스 애드버킷, 즉 악마의 대변인은 모든 사항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을 말한다. 그 유래는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악마의 대변인은 로마교황청에서 특정 인물을 추기경이나 성인으로 추인할 때 그의 업적과 순교 활동이 그 지위에 합당한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해당 후보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 서서 추천에 반대하는 역할을 맡은 성직자인 심의관에게 주어진 칭호이다. 이 심의관은 추천 허용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무조건 그 심사 대상자의 자격에 하자가 있음을 주장해야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 제도는 결점이 있거나 자격이 없는 사람이 다수결로 무조건 추대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제도로 현대에도 건전한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집단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리더들이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인텔의 CEO였던 앤디 그로브는 “인텔이 성공한 비결은 혁신적인 기술개발에 쏟는 시간만큼 많은 시간을 논쟁과 갈등에 할애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쪽 의견에 사람들이 쏠려 있으면 반대의견을 내고 싶어도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던 그는 의사결정 회의 중간에 일부러 데블스 애드버킷을 투입해 반대의견을 내게 했다. 지금은 현업에서 물러난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 마윈 회장 역시 90%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 그 아이디어를 폐기해 버린 리더로 유명하다. 누구나 쉽게 동의하는 아이디어는 이미 쓸모가 없다는 믿음에 기인한다. 조금 극단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꽤 설득력이 있는 관점이다.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유로운 의견을 유도한 마윈 회장 때문에 알리바바의 회의는 늘 언성이 높고 시끄러운 것으로 유명했다.

미국의 시트린그룹은 블로커(blocker)라는 독특한 직무를 둬 모든 의사결정 사안에 반대의견을 내게 하고 있다. 블로커들은 경영진과 리더들의 직관에 치우친 판단을 감소시키고 의사결정에 있어서 더 심도 있는 토론과 심사숙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의 잔디깎이 생산업체 토로(Toro)도 반대 전담 팀을 운영한다. 흔히 레드팀(red team)으로 지칭되는 공식·비공식 팀을 소규모라도 두게 되면 적군, 상대방, 경쟁사의 관점에서 현재의 문제와 해결책을 바라보고 약점을 파헤칠 수 있어 모든 팀에 기본적으로 나타나는 집단사고와 자기확증편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악마의 대변인이 효과적으로 기능을 발휘한 사례로 쿠바 사태를 뽑을 수 있다. 1962년 10월 16일 아침. 당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보고를 받는다. “미국이 공격을 시작한다면 상대측은 미사일을 일제히 사격하며 반격해 올 것이고 그러면 몇백만 명이나 되는 미국인이 죽게 된다. 나는 다른 모든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채 이 도박에 뛰어들 생각이 없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한 해결책 도출에 있어 세 가지 주요 사항을 전달한다. 케네디 대통령 자신이 회의에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전문가들의 논의에 대통령이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겠다는 것, 회의 중 행정조직 서열이나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 근거해 발언할 것, 법무부 장관 로버트 케네디와 대통령 고문인 테드 소런슨에게 회의에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맡겨 회의 중 제시된 의견들의 약점과 위험 요소를 찾아내게 하는 것이었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정한 회의 규칙은 수백만의 미국인을 살리는 데 공헌했다. 케네디가 당시 정한 회의의 규칙은 집단 내 지배 역학의 부작용 및 서열로 인한 침묵의 예방, 데블스 에드버킷의 효과적 활용이라는 절묘한 조합이었다.


팀워크 재정립을 위한 양손잡이형 리더십

결국 오늘날의 경영 환경에서 팀워크의 가치가 다시 발현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팀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리더가 과거 ‘카리스마’라는 미명하에 자주 취했던 지시형, 권위형 리더십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VUCA와 더불어 점차 증가하는 새롭고 비정형적인 비즈니스 상황에서 팀워크를 재정립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의 한 형태로 캐트린 로징(Kathrin Rosing) 박사와 동료들이 제안하는 ‘양손잡이형 리더십(ambidextrous leadership)’을 추천한다. 양손잡이형 리더십이란 리더가 구성원들의 행동에 나타나는 차이 혹은 개성적 측면을 높이거나 낮추는 행동을 적절히 배분하며 상황의 요구에 따라서 유연하게 전환하는 리더의 행동 특성이다. 이를 통해 해당 팀은 탐색(exploration)과 활용(exploitation)을 균형 있게 추구하고 달성해 팀워크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양손잡이형 리더십은 개방형과 폐쇄형의 두 유형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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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리더 행동(opening leader behavior)은 구성원들의 아이디어, 의견, 관점 제시, 여타 행동에서의 차이를 높여 각자의 개성이 발현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접근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거나 업무 수행을 위한 대안적인 방법을 생각해 내고 새로운 시도와 독립적인 사고 혹은 행동을 장려해 기존 접근 방식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시도하도록 유도한다. 팀의 탐색적 활동, 학습, 새로운 기회의 발견을 통한 창의성과 혁신 목표 달성에 적절한 방식이다.

폐쇄형 리더 행동(closing leader behavior)은 구성원들의 아이디어, 의견, 관점, 행동 등에서 차이를 줄여서 각자의 개성보다는 팀 수준에서의 통일된 행동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접근에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기준이나 절차에 의거한 목표 행동에 대한 모니터링과 피드백, 기준 일탈에 대한 경고와 교정 등으로 일치단결된 통합적 업무 수행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팀의 활용적 활동과 기존 방식의 정교한 적용을 통한 효율성, 정확성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변혁적 리더십과 거래적 리더십에 대한 논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더의 개방성 혹은 폐쇄성 중 어느 한쪽이 정답인 경우는 없다. 양손잡이 조직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것 자체가 이미 탐색 혹은 활용의 두 가지 중에서 하나만으로는 조직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리더의 역할은 주어진 환경, 비즈니스, 프로젝트 진행 단계에 따라서 개방 행동과 폐쇄 행동을 적절히 배분하고 상황적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변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로징과 동료들이 양손잡이형 리더십 개념을 제안할 때도 리더의 개방 행동, 폐쇄 행동과 더불어 ‘상황/시간적 유연성(temporal flexibility)’을 세 번째 구성 요소로 인정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조직 환경에서 리더가 개방성과 폐쇄성을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결합해 개방성과 폐쇄성의 배합 비율 방식을 최적화하고 상호 조정의 가장 적절한 타이밍과 전환점을 파악하는 것. 바로 이것이 팀워크가 제대로 발현되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 성선영sysung@nju.edu.cn

    중국 난징대 경영대학 교수

    성선영 교수는 서울대에서 국제경영·전략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3년부터 중국 난징대 경영대학 최초의 외국인 교수로 임용돼 인적자원관리 분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난징대 ‘Best Teaching Award’, 난징대 경영대 ‘Excellent Course Award’ ‘Excellent Teaching Award’ 등 티칭 관련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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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남jnchoi@snu.ac.kr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진남 교수는 서울대에서 조직심리학 학사·석사, 미국 미시간대에서 조직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캐나다 맥길대 경영대학에서 조교수로 6년간 재직했다. 이후 2007년부터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인사조직관리 분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직행동 분야에서 한국경영학회 중견경영학자상, 한국갤럽 최우수논문상, 서울대 학술연구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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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장재웅

    정리=장재웅jwoong04@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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