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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맹은혜 세일즈포스 코리아 한국 마케팅 리드

“시장의 맨 끝엔 항상 ‘개인 고객’ 있어
모두의 경험 개선할 토털 솔루션 내놔야”

백상경 | 382호 (2023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세계 최고의 CRM(고객관계관리)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는 엔드 유저, 즉 최종소비자에 대한 고려가 녹아 있다. ‘고객의 고객’을 이해하지 않고선 효과적인 고객관리 시스템을 제공할 수 없어서다. 기업을 대상으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B2B 기업이지만 어지간한 B2C 기업보다 더 집요하게 최종소비자를 통찰한다. 이들의 B2B2C 관점은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최종소비자의 수요와 선호, 행동 양식의 변화를 데이터를 통해 감지하고, 고객 기업보다 한발 앞서 미래에 도착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고객 기업을 도와 최종소비자 경험을 개선하는 ‘고객 여정 디자인 워크숍’, 해마다 발표하는 최종소비자 트렌드 리포트 ‘스테이트 오브 커넥티드 커스터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0년 넘게 축적한 15만 글로벌 고객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창구, ‘트레일블레이저 커뮤니티’도 있다. 이 공간을 통해 세일즈포스 고객 기업은 또 다른 혁신의 영감을 얻고 최종소비자는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서비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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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시대(The Age of Customer).’

세계 최고의 CRM(고객관계관리,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1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정의하는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이다. 디지털 기술 혁신은 고객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선이 사라지는 네트워크 기술에 힘입어 고객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그것도 빠르고 손쉽게 말이다. 고객은 이제 단순히 한두 개의 요인에 근거해 판단하지 않는다. 상시 연결된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고객 개개인의 정보를 제대로 수집해 분석하고, 수많은 의사결정 요인과 선호도를 제대로 이해해야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세일즈포스는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자신의 기업 고객이 B2C 고객 중심의 사업 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왔다. CRM을 통해 최종소비자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에 통합하고, 최종소비자의 니즈와 고객 기업의 제품·서비스가 맞아떨어지도록 연결한다. 이를 통해 고객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다. 기업 대상으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Software-as-a-Service)2 를 서비스하는 B2B 기업이지만 이들의 서비스 기저엔 B2B2C 관점이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고객들에게 효과적인 고객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려면 ‘고객의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세일즈포스는 어지간한 B2C 고객보다 더욱 빠르게 최종소비자들의 변화를 연구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기업 고객들이 아직 감지하지 못한 변화, 가치사슬의 일부분에 국한한 제한적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시장 전반의 변화를 조망하고, 통찰을 공유한다. B2B 기업도 최종소비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B2B2C 마케팅 전략을 이미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DBR이 맹은혜 세일즈포스 코리아 한국 마케팅 리드를 만나 세일즈포스가 생각하는 B2B2C 마케팅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세일즈포스가 자신의 고객사와 최종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지도 함께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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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2C 마케팅이 중요해졌다는 점에 동의하는가?

100% 동의한다. 세상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기업 고객들의 주된 수요는 점차 ‘나에게 필요한 물건, 원하는 물건을 사겠다’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고민이 있는데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세일즈포스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에게서 나타나는 변화다. 여기에 발맞춰 기업 고객들에게 단순히 기능적인 툴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해당 기업의 가용 자원과 시장의 흐름 변화를 포괄적으로 고려해 종합 솔루션을 제시하는 일종의 컨설팅과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아니라 혁신을 위한 파트너 관계가 형성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업 고객의 변화는 최종소비자의 변화에 기인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개념을 넘어 특정 브랜드와 관계를 맺는다. 그만큼 브랜드를 선택할 때 훨씬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내가 선택한 브랜드, 소비하는 기업이 어떤 기업과 파트너십이 있는지, 어떤 사업 전략을 갖고 있는지까지 염두에 두는 현상이 나타난다. 소비자가 까다로워진 만큼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가치 사슬 위의 기업들도 자연스레 관점을 바꿀 수밖에 없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현장 분위기를 어떻게 느끼는가?

수년간 진행돼 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고객들의 기류가 확연히 달라졌다. 특히 B2B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국내 고객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사실상 영업에 의존했던 전통적인 방식의 B2B 비즈니스에 한계를 느끼고, 더 나은 마케팅 솔루션을 찾는 니즈가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고객들과 대화를 시작할 때 보통 “B2B 비즈니스를 인간관계에 기반을 둔 ‘예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전통적으로 B2B 사업을 해왔던 기업 상당수는 답변을 머뭇거리거나 전자를 택하곤 한다. 일종의 감(感)이나 개개인의 역량에 의존해서 사업을 이끌어왔던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일즈포스가 보는 B2B 비즈니스는 과학 그 자체다. 지금까지 아니었더라도, 과학이 돼야 한다. 모든 것이 데이터 기반으로 측정돼야 하고 관리·교육·순서화·자동화돼야 한다. 이를 통해 하나의 프레임워크가 만들어져야 한다.

B2B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진 개개인의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심지어 시장과 이해관계자의 변화를 담당자 개인의 이야기 하나로 판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종소비자에 대한 검토나 데이터 분석도 없이 말이다. 이런 식으로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확도는 따질 수조차 없다. 이러한 B2B 비즈니스의 관행적인 틀 자체를 바꿀 솔루션을 문의하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다른 CRM 기업과 비교해 세일즈포스의 고객 타깃에 차별점이 있다면?

다른 CRM 기업과 비교해 세일즈포스가 가진 차별점은 고객의 범주를 좀 더 넓게 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 고객사들이 협업하는 협력사나 투자자도 우리의 고객으로 볼 수 있다. 우리 고객사의 성공과 만족도를 가르는 주요한 이해관계자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기업은 내부 고객과 외부 고객을 가지고 있다. 외부 고객은 당연히 소비자다. 여기 대응하는 내부 고객이 있다. 바로 기업의 임직원이다. 세일즈포스의 솔루션을 실제로 사용하는 임직원들이 우리에겐 또 하나의 최종소비자가 된다. 이들의 경험과 만족도를 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 모두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3 개념이 세일즈포스 내에서 매우 강조된다.

세일즈포스의 마케팅 전략에서 B2B2C 속성이 강하게 투영된 부분이 있다면?

세일즈포스뿐만 아니라 최근 많은 기업이 구독경제 모델을 택하고 있다. 구독 모델은 한 번의 제품 판매로 끝나는 관계가 아니다. 고객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성공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관계가 종료된다. 정해진 계약 기간을 넘어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제시해야 고객을 잡아둘 수 있다. 쉽게 말해 운명을 함께하는 관계인 셈이고, 그만큼 과거 B2B 비즈니스에 비해 깊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세일즈포스가 B2B2C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게 바로 ‘고객 여정 디자인 워크숍’이다. 중요한 건 여기서 개선하는 고객 여정이 우리 기업 고객들의 여정이 아니라 ‘고객의 고객’, 즉 최종소비자라는 점이다. 사실 최종소비자가 세일즈포스의 직접적인 고객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고객의 고민에 대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최종소비자 경험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운영한다. 세일즈포스 전문 퍼실리테이터와 함께 고객 여정 지도를 직접 그려보는 인터랙티브 워크숍이다. 팀과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를 점검하면서 매출 향상이나 신규 고객 유치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고객 접점별 세부 전략을 함께 디자인할 수 있다.

나아가 세일즈포스가 직접 고객의 고객, 최종소비자의 생각과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리서치 활동을 펼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세일즈포스가 해마다 발표하는 ‘스테이트 오브 커넥티드 커스터머(State of Connected Customer)’다. 소비자의 기대치와 선호도에 대한 조사 결과와 고객 경험(CX)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은 리서치 보고서다. 전 세계 29개국, 총 1만3000명의 개인소비자와 4000명의 기업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다. 비즈니스 고객들보다 최종소비자들에 대한 비중을 더 크게 잡은 이유는 하나다. B2B 비즈니스 고객들 스스로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의 변화와 선호도를 우리가 먼저 파악하고, 그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우리 고객들이 자신의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스테이트 오브 커넥티드 커스터머뿐만 아니라 마케터를 비롯해 서비스·세일즈·IT 담당자, 데이터 분석가 등을 대상으로 매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내놓는다. 전 세계 35개국 6000명의 마케팅 전문가에게 데이터를 수집해 ‘글로벌 마케팅 트렌드 보고서’가 좋은 예다. 이 모든 분석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우리 제품에도 반영한다. 마케팅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메시지도 최종소비자 데이터를 적극 고려한 내용으로 만든다. 다양한 리서치를 통해 확보한 엔드 유저 인사이트를 마케팅 메시지에 직접 활용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드림포스 행사도 B2B2C를 겨냥한 것인가.

드림포스 행사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세일즈포스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고객과 소통하고 플랫폼 생태계에 참여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축제다. 시장의 최신 트렌드와 고객의 고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방향성을 나눈다. 이곳에 가면 최종소비자에 대한 가장 생생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참가 경비를 내고서라도 미국까지 건너가 열광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모인다. 그 결과 2003년 첫 개최 이래 매년 20만 명 이상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하는 글로벌 IT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B2B 고객 기업의 사례를 적극 공유하는 것도 B2B2C 마케팅 요소로 볼 수 있다. 세일즈포스 솔루션을 사용하는 B2B 고객들을 우리는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 개척자 또는 선구자)라고 부른다.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트레일블레이저 커뮤니티를 구축해 서로 성공 스토리를 공유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한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업 고객들의 혁신을 아이디에이션(Ideation)하고, 디자인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20년 넘게 축적한 15만 글로벌 고객의 성공 사례는 다양한 스토리 콘텐츠로 제작돼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다른 기업은 혁신의 영감을 얻고, 세일즈포스 고객 기업의 고객들(최종소비자)은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서비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다.

고객이 모르는 ‘고객의 고객(B2C)’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고객사가 표면적으로 원하는 것만 봐선 진짜 필요한 가치를 전달할 수 없다. 그건 고객사가 원하는 가치일 뿐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가 아닐 수 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게 세일즈포스가 추구하는 마케팅 핵심이다. 최종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에 대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나침반처럼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1년 3월 소셜미디어 플랫폼 분석 업체 라디안6를 인수한 것이다. 3억2600만 달러라는 거액으로 세일즈포스 자회사 대열에 합류한 라디안6는 페이스북, 유튜브, 링크트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사용자들의 대화 수억 건을 매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인수 목적은 분명했다. 제대로 된 CRM 솔루션 도출을 위해서다. 자사 CRM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자신의 소비자를 추적, 분석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돕기 위한 것이었다. 7억4500만 달러를 들여 소셜미디어 분석 전문 도구인 버디미디어(Buddy Media)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0년에는 생산성 플랫폼 슬랙(인수가액 277억 달러), 2019년에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 태블로(157억 달러)를 인수했는데 이들 플랫폼 역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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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새롭게 도입한 요소도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세일즈포스 플러스(Salesforce+)’다. 시작은 드림포스 오프라인 행사가 팬데믹으로 축소됐기 때문에 추진했다.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할 새로운 창구를 마련한 차원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쌍방향 창구가 됐다. 세일즈포스 입장에서도 OTT 채널을 통해 오히려 참여자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중요한 소스 채널 중의 하나가 되면서 다시금 맞춤형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수준으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B2B2C 마케팅에 힘을 쏟는 기업들이 있는가?

시설관리 업체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설관리 비즈니스의 고객은 건물주, 혹은 오피스 공간을 렌트하는 기업이다. 건물주가 원하는 것만 잘 맞춰주면 사업을 영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게 전통적인 관점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그 건물에 들어온 사람, 오피스에서 실제로 근무하는 직원들이라는 실질적인 엔드 유저의 만족도까지 주목하기 시작했다. 같은 건물 온도라도 어떤 직원은 춥다고 느끼고, 어떤 직원은 덥다고 느낀다. 화장실의 청결도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평가 결과도 다르다. 이런 부분까지 파악하고 추적해서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실제로 세일즈포스의 고객사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유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존 업계에서는 공유오피스를 임차하는 직접적인 관계자, 그러니까 기업의 대표나 담당팀 임원을 영업 관점에서 신경 썼다. 하지만 패스트파이브는 임직원의 경험까지 고민한다. 공유오피스 각 지점에서 관리하던 1차 고객 대응을 세일즈포스의 서비스 클라우드를 통해 중앙에서 대응하는 서비스 고도화를 이뤘다. 각종 고객 문의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고객의 계약 현황, 과거의 케이스 같은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맞춤형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정보를 기준으로 고객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서비스 개선 방안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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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달라.

글로벌 뷰티 브랜드인 로레알의 경우 고객들의 피부 정보, 화장을 하는 방식,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 같은 정보까지 파악한다. 세일즈포스의 마케팅 클라우드를 활용해 고객이 카메라로 화장을 해봤을 때 어떨지를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고, 자신에게 가장 맞는 화장법과 색깔은 무엇인지, 작년에 구매했던 상품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제품을 사면 더 잘 어울릴지를 큐레이션하는 서비스를 한다. 사실 로레알 같은 뷰티 브랜드는 유통 채널과 맞물린 B2B 기업의 성격이 존재하는 기업인데 최종소비자에게 브랜드와 제품의 가치가 어떻게 전달되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파악하려는 B2B2C 마케팅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레이싱 대회 ‘포뮬러원(F1)’의 주요 고객은 사실 스폰서 기업이다. 전 세계 5억 명이 넘는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건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사실 주요 비즈니스 관계는 기업들과 발생한다. 1년 동안 열리는 23번의 경기에 실제 현장에 참여할 수 있는 일반 고객은 1%도 안 된다. 팬 만족도는 사실상 획기적으로 손보기 어려운 영역에 있었다. 대회 성격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런 F1이 팬들의 경험을 대폭 개선하기 시작했다. 2019년 F1을 주제로 다룬 넷플릭스 콘텐츠 ‘본능의 질주’를 공개한 이후 젊은 세대와 여성 등 예상치 못한 시청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반응이지만 F1은 이를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B2B2C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팬 개개인과의 상호작용 확대다. 모든 판매, 서비스, 마케팅 데이터를 한데 모아 해당 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 큐레이션을 해준다. 가장 좋아하는 드라이버를 기반으로 콘텐츠나 관련 굿즈를 추천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이어진다.

또 하나, 최근 시장의 흐름이 B2B 기업이 B2C 사업의 요소를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전통적인 의미의 B2B와 B2C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LG화학은 B2B 기업이지만 최근 자사 몰을 만들어서 파트너들이나 협력사들에 직접 원자재를 판매하고 공급받는 직영 채널을 구축했다. 마치 B2C의 온라인 쇼핑몰과 같은 개념을 접목해 판매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자사 몰에 들어온 고객을 인식하고 추적하면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파악한 고객의 관심도와 행동 특성에 맞춰 맞춤형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

디지털화는 마케팅 측면에서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켰나?

B2B 기업들도 결국 B2B2C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제하에 디지털화는 데이터를 훨씬 중요한 존재로 만들었다. 데이터의 정확성이야 언제나 중요한 문제였지만 이제 문제의 무게중심은 양으로 건너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다룰 수 있는, 다뤄야 할 데이터의 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 채널도 역시 급증하고 있다.

이제 마케팅 담당자가 하루 종일 데이터를 전처리하고,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을 할 수가 없다. 이런 부분은 인공지능(AI)이 진행하도록 맡기고 더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사결정을 고민하고 캠페인을 기획하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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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화두는 개인화다. 광고 효율화도 여전히 큰 화두지만 마케팅에서 개인화의 수준이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부분이 가장 최근의 고민이다. 시장의 변화도 예전엔 평균이라는 게 존재하고, 공통의 관심사가 명확히 존재했다. 하지만 요즘은 파편화하고, 평균의 의미도 실종된 시대다. 운명적, 숙명적으로 이런 흐름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고객이 하나의 인게이지먼트로 큰 결정을 하는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이미 사라졌다. 끊임없는 인게이지먼트가 마케터의 숙명이 됐다. 그래서 디지털 마케팅은 더 확산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마케팅은 필연적으로 AI와 결합할 것이다. 1분 1초가 다르게 변하는 고객들의 수요와 기대치를 충족하려면 그만큼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특히 최종소비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선 AI를 활용한 민첩한 움직임이 필수다. 세일즈포스 역시 초개인화 마케팅을 위해 생성형 AI 기반 분석 기술인 ‘아인슈타인 GPT’를 올해 3월 선보인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시장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추가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 9월 드림포스에서는 신뢰 기반 생성형 AI 활용을 지원하기 위한 ‘아인슈타인 트러스트레이어‘, 업무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아인슈타인 코파일럿’ 등을 새롭게 소개한 바 있다. 아인슈타인은 세일즈포스 플랫폼에서 매주 1조 건 이상의 AI 기반 고객 예측을 수행하고 있다. 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 트렌드를 포착하고,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 최종소비자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마케터의 요청에 따라 마케팅 캠페인을 위한 콘텐츠, e메일, 웹페이지 개발까지 지원한다. 더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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