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뚜렷해지면서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MZ세대의 ‘갓생 소비’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구온난화와 인공지능(AI), 경기 침체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나 자신과 나의 일상으로 좁혀졌다. 그 때문에 MZ세대는 하루 2리터의 물 마시기, 영어 학습지 한 쪽 풀기, 10분 스트레칭하기, 잠자기 전 향수 뿌리기 등 자신의 하루를 유의미하게 가꿔가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들의 갓생 심리와 갓생 사는 자신을 외부에 노출하려는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공감과 응원과 보상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구축한다면 불황에도 MZ세대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인스타그램은 ‘2022년 연말 결산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2022년 한 해를 주도한 트렌드 키워드로 ‘갓생’이 꼽혔다. 신(God)과 인생(人生)을 결합한 갓생은 MZ세대의 ‘자기 투자’ 현상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내 해시태그 중 #공스타그램을 비롯해 #스터디플래너 #공부인증 #공부자극글귀 #노트필기 등 공부와 관련된 것들이 팔로워 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큰 성장세를 보인 해시태그는 #오운완(오늘운동완료) #만보걷기 등 운동 관련 해시태그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의 시그널이 뚜렷해지면서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갓생 관련 시장은 오히려 성장하는 분위기다. 새해를 맞아 포털사이트의 ‘갓생’ 키워드 검색량은 12월 초 대비 178% 증가했다. ‘갓생’ 관련 용품의 매출도 급증했다. 위메프가 지난해 12월15∼31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강의 수강권 등 온라인 교육 분야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1662%, 건강 보조 용품은 63%, 전자사전•타이머 등 학습 용품은 59% 매출이 증가했다. 이제 욜로(YOLO)는 가고 갓생의 시대가 왔다. (DBR mini box Ⅰ ‘욜로는 ‘소소한 낭비’, 갓생은 ‘소소한 성취감’ 추구’ 참고.)
욜로를 외치던 MZ세대가 이제 갓생하겠다고 하니 기성세대는 ‘오늘만 사는’ 젊은 세대가 영 마뜩잖을 수 있다. 욜로나 갓생은 ‘나’와 ‘현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선 같다. 그러나 욜로의 현재와 갓생의 현재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욜로의 현재가 ‘후회 없이 즐겨야 하는 이 순간’이라면 갓생의 현재는 ‘좋은 습관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야 이 험난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통제 가능한 확실한 세상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실체가 파악되지 않는 이번 경제 침체기에 비즈니스의 성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는 ‘갓생 충실도’일 수 있다. MZ세대의 갓생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겨냥한 상품, 서비스와 마케팅 활동을 실천한다면 기업과 브랜드는 오히려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경기 침체기에도 꺾이지 않는 자기 계발 심리와 ‘갓생 트렌드’를 활용한 사례, 이를 통해 눈여겨볼 비즈니스 전략을 살펴보자.
이선미bc_hy@naver.com
㈜티비에이치글로벌 차장
필자는 15년 차 마케터다. 패션 기업 TBH GLOBAL에서 마케터, MD, 마케팅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온라인 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트렌드의 최전선 패션업계에 종사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2021년 5월 『영 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를, 2022년 9월 초보 마케터와 직장인들을 위한 글쓰기 실용서 『마케터의 글쓰기』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