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지 원격 다중 절연저항 측정 장치를 들고 있는 송기택 대표. 이투지 제공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기 안전관리의 패러다임도 급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빠른 전력 공급은 태양광과 풍력”이라며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천명한 가운데 산업부는 에너지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43% 증액한 1조2703억 원으로 편성했다. 오는 11월부터 80면 이상 주차장에 태양광 설비 설치가 의무화되는 등 정책 드라이브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의 기술 고도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1974년부터 50여 년간 인력 중심으로 운영돼온 전기 안전 점검 체계를 디지털 방식의 상시·원격 점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주 기반의 에너지 전문기업이 핵심 측정 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한 데서 더 나아가 이를 토대로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극 지수 원격 측정 기술 개발
절연저항 정밀 측정장치 국산화에 성공한 송기택 대표와 연구원들
2004년 제주에서 설립된 ㈜이투지(대표 송기택)는 최근 원격제어를 통해 스트링별 성극 지수(Polarization Index)를 측정할 뿐만 아니라 시간별, 전압별 절연저항의 변화량까지 연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동안 태양광발전 장치의 정밀 진단을 위해 고가의 외산 측정기에 의존해야 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국산화 이상의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성극 지수는 절연재의 열화 상태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정전압을 건 후 1분과 10분 시점의 절연저항 값 비율을 비교해 오염, 수분 흡수, 노화 정도를 판단한다. 절연재는 전압을 가하면 처음에는 내부 자유전하나 수분 때문에 전류가 흐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화 상태에 따라 전류가 감소하고 절연저항이 증가한다. 만약 시간이 지나도 저항값이 일정하다면 내부에 수분이나 오염에 의해 열화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다.
기존 측정 장치는 짧은 순간의 절연저항만 확인하는 단순한 방식이어서 수명 20년 이상인 태양광발전 설비의 열화 진행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투지의 기술혁신으로 절연 특성을 훨씬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됐으며 시간별, 전압별 절연저항의 변화량을 연산하는 기능까지 탑재해 외산 장비보다 한 단계 진화한 성능을 구현했다. 시간별, 전압별 절연저항의 변화량은 성극 지수로는 진단할 수 없는 단위시간별, 단위전압별 절연 특성까지 진단할 수 있는 지표로서 외산 측정기 국산화 이상의 혁신을 이뤄낸 것이다.
전기 안전 분야에서 원격 점검 체계로의 전환은 단순한 효율화를 넘어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공포한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은 노동집약적 점검 제도를 디지털 기반 상시·비대면 체계로 바꾸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제도 마련에도 불구하고 현장 정착이 더디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전KPS 태양광 사업장 작업자 감전 사고와 서귀포 태양광발전 설비 화재가 대표적 사례다.
송 대표는 “원격 점검 체계가 제대로 운영되면 사업 비용 절감은 물론 누전·감전·화재 등 전기 재해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접목하면 에너지 관련 신사업 창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0년 기술력… 인허가부터 시공까지 원스톱 솔루션
이투지는 ‘에너지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아 꾸준히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태양광 모듈 원격 모니터링 장치 등 국내 특허 36건과 해외 특허 2건, 28개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4년과 2020년 태양광발전시스템 분야 조달우수제품으로 두 차례 지정됐다. 2020년에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도 조달우수제품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배전망 연계형 ESS 발전소 구축 공사를 완료하며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6.3㎿h급 규모로 제주 서귀포에 구축된 이 발전소는 재생에너지와 ESS, 지역 배전망을 연계해 전력망을 운영하며 실시간 시장에 참가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과발전 페널티를 회피하고 동계 야간 부하에 대응하며 출력 제어를 완화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투지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인허가부터 설계·시공·제어 기술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배전 연계 ESS 계통지원 기능을 가진 전력관리시스템(PMS)을 자체 개발하고, 자회사 에코파워텍을 통해 수배전반을 공급하며, 전기공사 면허와 인력까지 갖춘 원스톱 역량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고객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원격관리로 문제에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분산에너지법 시행과 전력시장 다변화로 대기업들의 ESS 중개사업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출력제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도 다양한 ESS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 중이다. 이투지는 올해 제주에 2~3개 추가 ESS 구축을 준비하고 있으며, 나주공장을 중심으로 호남을 비롯한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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