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길 로카101 대표이사가 2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1인 기숙사 지점이 표시된 지도를 보며 주방과 세탁실은 공유하지만 오피스텔보다 월세가 저렴한 기숙사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2020년 2월 청년은 개인 돈과 사업자 대출로 마련한 4억 원으로 서울 중구 충무로 허름한 상가 건물 한 층을 임차해 주한 외국인을 위한 기숙형 주거 공간으로 꾸몄다. 이렇게 시작한 기숙형 주거 공간은 이후 5년 동안 60개 지점으로 늘었다. 박준길 로카101 대표이사(34)의 창업 여정이다.
로카101의 1인 기숙사 브랜드 픽셀하우스 외관. 로카101 제공
박 대표가 창업한 1인 가구 기숙사 브랜드 ‘픽셀하우스’는 직영과 가맹으로 나뉘는데, 아직까지 폐업한 곳은 없다. 외국인이나 사회 초년생이 쉽게 얻을 수 있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아직도 숫자로는 극초기 단계”라며 “난방과 냉방, 보수, 공과금 및 월세 납부 같은 주거 관련 모든 서비스를 자동화한 형태로 도시 하나를 만들 정도 개수는 돼야 주거 서비스를 개선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런던에서 맞닥뜨린 창업의 씨앗
한양대 의공학과 1학년을 마친 그는 2011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영국으로 갈 때도, 1년 좀 지나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원격지에서 집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 경험이 창업의 씨앗이 됐다”고 했다.
영국 유학 중에 사귄 친구 중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도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집을 구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그에게 토로했다. 박 대표는 “외국인 친구들은 언어 문제 등으로 집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는 것이 쉽지 않고, 계약 기간이 길거나 경직돼 있어 자유롭게 임대 기간을 정하는 것이 어렵고, 보증금도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들려줬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마침 한양대에서 창업동아리를 시작했다. 외국인의 이런 불편을 일종의 사회적 진입 장벽으로 느꼈고, 이를 해결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에어비앤비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던 시기이기도 했다. 2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부동산 시장은 경제적 규모가 큰 영역면서 혁신의 여지도 많은 분야라는 판단을 했다”고 회상했다.
● 개점 직후 터진 코로나19… 1인 회사로 버텨
픽셀하우스가 들어설 상가에서 박준길 대표이사(왼쪽)이 꼼꼼하게 공사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로카101 제공
2016년 10월 법인을 설립했다. 주한 외국인 맞춤형 부동산 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정보를 제공하고 챗봇까지 개발했지만 수익은 나지 않았다. 그는 “외국인들은 보증금이 왜 이렇게 비싸냐며 화를 냈고, 공과금 별도 납부와 쓰레기 분리 배출 같은 문화 차이로 인해 처리해 줘야 하는 민원이 폭주했다”고 했다. 직원은 늘어나는데 계약은 늘지 않아 방향 전환이 절실했다.
돌파구를 고시원에서 찾았다.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로 비(非)주택이라 보유세와 주차 문제가 없으며 상업 공간을 저렴하게 빌려 합법적으로 주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박 대표는 “미국, 영국의 도미토리(기숙사)처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충무로에 외국인 기숙사 1호점이 생기게 된 배경이다.
그런데 1호점을 개점한 2020년 2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그는 “외국인들이 오지 않아 회사가 사라질 위기였다”고 회상했다. 혼자서 청소와 유지 및 관리 업무를 다하고 기숙사에서 쪽잠을 자면서 1인 회사로 버텼다. 자연스럽게 고객은 외국인에서 국내 1인 가구 청년으로 바꿨다. 픽셀하우스(기숙사) 브랜드는 이때 탄생했다. 외국인 대상 마케팅을 접고 청년을 위한 합리적인 주거 솔루션이라는 정체성을 빠르게 강화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춰 비대면 온라인 입주, 계약 시스템도 신속히 도입했다.
2021년 2호점을 열면서 프랜차이즈 모델로 확장해 갔다. 누적으로 같은 해 4곳, 2022년 15곳, 2023년 33곳, 2024년 50곳, 올해 60곳으로 늘었다. 모두 1108실이다. 개인들에게서 200억 원을 끌어모은 결과다. 매출이 늘면서 직원도 늘어 지금은 22명이 함께 일한다.
● 상가와 모텔을 1인 기숙사로 박 대표의 전략은 명확하다. ‘저평가된 공간을 찾아 자체 능력으로 경제적인 리모델링을 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임대한다’. 이런 전략으로 오랫동안 비어 있는 상가 건물과 근린생활시설, 폐업 직전 모텔을 발굴해 청년이 살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픽셀하우스 내부. 세탁실과 주방은 공유한다. 로카101 제공
침실과 화장실은 1인 1실 풀옵션, 세탁실과 주방은 공유한다. 보증금은 보통 오피스텔의 2% 수준인 20만 원, 월세는 관리비와 공과금, 간편 조식을 포함해 70만 원대를 유지한다. 박 대표는 “비용 절감으로 관리비 등을 합쳐도 서울 원룸 평균 월세인 80만 원보다 저렴하게 받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다. 최소 1개월부터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평균 거주 기간은 4∼5개월이며 외국인 비중은 30%가량이다. 외국에서도 직접 온라인으로 계약할 수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핵심 기능을 내재화했다. 중개와 인허가, 설계, 시공, 운영을 모두 직접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외부에 맡길 경우 중개법인과 건축설계사 사이에 소통이 잘 안 되면 한 달이 그냥 흘러가기도 한다”며 “그동안 임대료를 내야 하는 비효율을 없앴고 수수료로 나가는 돈도 없앴다”고 했다. 이어 “20년 경력의 직영 시공팀을 두고 표준화된 설계 도면과 검증된 자재 공급망으로 시공비도 30% 이상 절감했다”고 했다.
2022년 서울시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고 2023년 12월 기술보증기금에서 15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컨설팅 비용과 시공비, 본사 직영 기숙사 등으로 구성된 본사 매출은 2024년 기준 50억 원 정도다.
● AI가 기숙사, 나아가 도시를 관리하도록
픽셀하우스 초창기 외국인 이용자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는 모습. 로카101제공
로카101은 기숙형 주거 공간 관리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꼬마빌딩 운영 솔루션 ‘PXZ AI’를 개발 중이다. 건물주나 공간을 임차한 가맹점주가 운영을 로카101에 맡기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다. 박 대표는 “AI가 민원을 응대하고 보일러, 도어락, CC(폐쇄회로)TV를 원격 제어하고며 주변 월세 시장 여건에 따른 최적화한 가격을 제시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라며 “실증 과정에서 지점당 에너지 비용을 연 평균 400만 원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로카101은 내년에 전국 100개 지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픽셀하우스 외에 픽셀스테이(숙박) 픽셀펫(펫 케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시험 운영하고 있다. 꼬마빌딩 전체를 개발하기 위해 사모펀드, 자산운용사와 협력해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할 계획도 있다.
그가 생각하는 위험 요인은 규모가 커지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AI 개발로 운용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펫숙박 사업 등으로 수익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박 대표는 “투자자와 이용자가 만족하고 나아가 도시까지 건강해지는 오프라인 솔루션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개인 소유의 작은 빌딩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표준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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