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몰입형 라이브’ 현장 가보니
자체 AI-AR 기술로 영화같이 ‘생생’… 업계, AI 캐릭터-쇼호스트도 투입
방송서 실제 모델처럼 상품 소개해… 라이브커머스 시장 올해 25조 전망
13일 경기 성남에 있는 네이버 사옥 1784의 스튜디오 비전스테이지에서 진행된 할리데이비슨 라이브 커머스 현장에서 방송인 ‘빽가’가 AI로 만든 도심 배경을 바탕으로 실시간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위쪽 사진). 앞서 네이버는 시몬스침대 라이브 방송에서도 코끼리가 매트리스 위를 걷는 듯한 모습을 증강현실(AR)로 구현했다. 네이버 제공
13일 오후 7시 경기 성남에 있는 네이버 사옥 1784의 스튜디오 ‘비전스테이지’. 어둠 속에서 벽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스크린이 켜지면서 붉은 노을이 깔린 미국 서부 사막과 도심 야경이 번갈아 가며 펼쳐졌다. 엔진이 켜지는 굵직한 배기음과 함께 무대 중앙으로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가 들어섰다. 현장엔 오토바이 세 대만 있었지만 모바일 화면 속 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증강현실(AR)로 구현된 할리데이비슨의 마스코트 독수리가 쇼호스트 주변을 선회했고, 오토바이가 바람을 가르며 도심 야경 속으로 달려 나갔다. 진행자가 “지금 보시는 건 카메라와 AI가 만들어낸 라이브 영상입니다”라고 말하자 채팅창에는 “이렇게 실제로 달리면 기분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할리데이비슨이 라이브 커머스에서 제품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네이버에 따르면 방송 시작 11분 만에 2478만 원짜리 ‘2025 팬 아메리카 1250 ST’가 팔렸다. 이날 방송 시청자 수는 한때 80만 명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사막과 도심을 주행하는 모습을 생방송에서 구현한 것은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최초다. ‘몰입형 라이브’라 불리는 이 기술은 영화 제작에 사용되는 ‘ICVFX(In-Camera VFX)’라는 기술을 적용해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스크린 속 3차원(3D) 배경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도록 했다. 여기에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AR 기술 등이 결합되면서 생동감을 높였다.
라이브 커머스가 AI와 결합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보여주는 판매 중심의 방송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다양한 연출과 캐릭터가 등장하는 ‘몰입형 쇼핑’으로 진화 중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3년 10조 원에서 올해는 2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AI가 폭넓게 상용화되면서 기획부터 제작까지 걸리는 시간과 투입 인력이 대폭 줄어들자 이를 활용하는 곳도 증가하는 추세다. 홈쇼핑업계도 AI를 활용해 소비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려 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올해 초부터 AI·확장현실(XR) 미디어 콘텐츠 혁신을 위한 ‘AI 콘텐츠팩토리’ 프로젝트를 결성하고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속옷 브랜드 ‘베리시’ 방송을 통해 여러 인종의 AI 캐릭터가 실제 모델처럼 제품을 착용하고 워킹하는 등 시청자에게 현실감 있는 시각 경험을 제공했다.
SK스토아는 지난달 AI 쇼호스트를 투입하는 등 방송 화면을 전면 개편했다. AI 쇼호스트는 특허 출원한 기술을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음성과 입술 움직임, 다채로운 의상과 자연스러운 모션·표정 등으로 실제 사람에 가깝게 구현했다. AI가 방대한 고객 상품평을 요약해 핵심 내용을 TV 화면에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상품을 설명하는 단계를 넘어 고객이 브랜드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 라이브 커머스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면서 “AI 기술 도입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남=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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