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올드&] 아이리신과 알츠하이머병 연관성
국내 공동 연구진이 추적 규명
환자 신체적-경제적 부담 줄일듯
게티이미지뱅크
운동할 때 근육에서 나오는 단백질이 치매 위험을 알려주는 ‘조기 경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간단한 채혈만으로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가려낼 길이 열린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100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의 뇌 영상 검사를 보완할 새 진단법으로 이어질지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고려대 구로병원에 따르면 강성훈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정영희 한림대 평촌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이은성 고려대 구로병원 핵의학과 교수, 김현수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근육 단백질 ‘아이리신(Irisin)’과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연관성을 규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독성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쳐 신경세포를 파괴하고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앞서 동물실험에서 아이리신이 아밀로이드 단백질 제거를 촉진한다는 사실이 보고됐지만,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두 물질의 상관관계를 면밀히 추적한 연구는 드물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무증상 전임상 단계부터 중증 치매에 이르는 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뇌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과 신경심리 검사, 혈액 검사를 진행했다. 대상자는 뇌 속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와 인지 기능 저하 수준에 따라 네 그룹으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세 그룹 모두 건강한 그룹보다 혈중 아이리신 농도가 유의하게 낮았다. 아이리신 수치가 높을수록 뇌 아밀로이드 축적 정도를 수치화한 ‘센틸로이드(Centiloid)’ 지표는 반대로 낮아지는 뚜렷한 반비례 관계도 확인됐다. 체내 아이리신 감소가 뇌 아밀로이드 축적 및 인지 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의료계가 눈여겨보는 대목은 치매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기 전부터 확인된 병리학적 변화다. 인지 기능은 정상이지만 뇌에 아밀로이드가 서서히 쌓이기 시작한 ‘무증상’ 단계 노인에게서도 아이리신 농도가 유의하게 낮았다. 환자가 스스로 기억력 감퇴를 자각하기 훨씬 전부터 간단한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가려낼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조기 선별 바이오마커로 쓰이려면 더 큰 규모의 후속 연구와 임상 검증을 거쳐야 한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 알츠하이머병을 확진하려면 뇌척수액 검사나 100만 원대에 이르는 뇌 영상 검사를 거쳐야 해 환자의 신체적·경제적 부담이 크다. 혈중 아이리신을 활용한 검사법이 임상에 도입되면 고위험군을 먼저 추려 확진 검사 대상을 좁힐 수 있어 환자의 부담을 덜고 의료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
강 교수는 “운동에 의해 증가하는 아이리신이 단순히 근육 건강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실제 사람에게서 확인한 연구”라며 “향후 아이리신을 활용한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개발은 물론이고 운동과 근육 기능 향상을 통한 치매 예방 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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