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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단독]삼전닉스, 상반기 R&D 33조 역대급 투자… 호황속 격차 벌리기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08.18
삼성전자 27조-SK하이닉스 6조
전년 동기 대비 52%-98% 늘려
HBM 등 ‘AI칩 1등’ 사수 총력전
마이크론 R&D 투자는 3조 그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올 상반기(1∼6월) 역대 가장 큰 폭의 연구개발(R&D)비 증액에 나섰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아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미국, 중국 등 해외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 삼성 27조·하이닉스 6조 vs 마이크론 3조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R&D 투자 규모는 각각 27조3627억 원과 6조4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5%, 98.4% 증가했다. 증가율, 증가액 모두 두 회사 역대 최고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R&D 투자는 이미 지난해 연간(6조7326억 원) 규모에 육박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뿐만 아니라 모바일, 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부문까지 합친 규모로, 반도체만 떼놓고 보면 R&D 증가율이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두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이번 R&D 투자 증가율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가파른 것이다. 기업들이 전자공시 사업보고서를 내기 시작한 1999년부터 올해까지 28년 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를 제외한 R&D 증가율 평균치는 삼성전자 13.6%, SK하이닉스 12.5%였다.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은 삼성전자 31.0%(2010년), SK하이닉스 52.6%(2008년)였다. 지금 추세라면 두 회사의 R&D 투자 증가율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R&D 투자 규모는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계를 통틀어도 압도적이다. D램 메모리 최대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의 상반기(2025년 12월∼2026년 5월) R&D는 25억6600만 달러(약 3조6335억 원)로 삼성전자의 13%, SK하이닉스의 60% 수준이다. 또 매출 대비 R&D 투자 규모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각각 9.0%, 4.6%인 것과 비교해 마이크론은 3.9%에 그쳐 한국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기술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비메모리 제조에서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종합반도체(IDM) 기업인 미국 인텔의 R&D가 올 상반기 67억4300만 달러(약 9조5413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8.6% 감소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상반기 R&D는 1409억300만 대만달러(약 6조2547억 원)로 19.6% 증가했다. 기존에는 TSMC의 R&D 투자액이 SK하이닉스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올해 SK하이닉스의 R&D 투자가 크게 늘면서 양 사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됐다.

● HBM 등 ‘AI칩 1등’ 사수에 사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늘어난 R&D 투자비를 최첨단 메모리 공정 개발에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R&D 연구개발 실적으로 “최첨단 D램을 적용한 세계 최초, 최고 성능의 고대역폭메모리(HBM) 6세대(HBM4)를 양산 출하했다”고 설명했다. 올 2월부터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한 성과를 가리킨 것이다. 아울러 7세대인 HBM4E에 대해서도 “업계 최초로 12단 샘플을 출하했다”고 소개했다.

SK하이닉스도 상반기 R&D 실적으로 서버 및 모바일용 첨단 D램을 내세웠다. 특히 최신 공정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용 저전력 D램(LPDDR6)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기기 내 AI를 탑재한 ‘온디바이스 AI’를 겨냥한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양산 중인 D램은 최대 경쟁사 미국 마이크론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동일한 최신 공정이어도 제조 과정의 수율(정상품 비율)이나 제품의 데이터 처리 속도,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들이 한국 메모리를 가장 먼저 찾는 이유다. 중국 1등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비교해서는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가량 기술 격차가 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CXMT가 현재 양산하는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2019년 상용화한 기술이다.

국내 기업들은 R&D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메모리 공급난 속에서 후발주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올 상반기 생산시설 투자액은 25조603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5%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1조2490억 원에서 17조5950억 원으로 56.4% 증가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전보다 더 빨리 달려야 경쟁사와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됐다”며 “R&D 투자 규모를 더 늘려야 한국 반도체 업계가 앞으로의 시장도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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