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호 (2020년 1월 Issue 1)
중국사를 통틀어 ‘사람’의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가 생긴 시기를 하나만 꼽자면 아마도 송(宋, 960-1279) 대일 것이다. 바로 이때 중국의 통일제국이 낙양(洛陽)과 장안(長安)에서 벗어나 개봉(開封)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장안 근처에서 발호한 주나라(周, 약 BC1050-BC256) 왕실이 낙양을 건설했고, 낙양을 불태운 동탁(董卓, 138-192)은 장안으로 옮겨갔고, 장안이 부담스러운 측천무후(則天武后, 624-705)는 낙양으로 천도했다. 낙양과 장안은 마치 자존심 강한 두 천재처럼 도읍지 자리를 두고 끝없이 경쟁했으나 송나라 황실이 개봉에 자리 잡은 이후로 체제의 변두리로 밀려나고 만다. 저쪽에 있던 황제가 이쪽으로 오면서 한 시대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