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호 (2020년 1월 Issue 1)
실제 역사 속의 송나라 조정은 북중국 사람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주지 못했을뿐더러 ‘단검’을 드느니 차라리 ‘물거품’이 돼 산화하는 쪽을 택한 양산박의 영웅들도 없었다. 정치인 선발 시험을 강남 출신이 점차 장악해가는 상황에서 강북 각 지역의 지배 세력은 조정에 ‘목소리’를 전달할 인적 통로를 잃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정에 대한 애착과 소속감을 갖기란 어렵다. 12세기 초, 여진족이 침입해 북중국을 비교적 손쉽게 장악하고 금나라(金, 1115-1234)를 세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지역에 대한 송나라의 인적-정서적 지배력이 약했다는 현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