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 식품사업본부는 전원 회사로 출근합니다. 각 팀의 팀장은 팀원들에게 공지해주세요.”
2달 전. 모두가 바라지 않던 본부장님의 말씀이 기어코 떨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회사에는 본부별로 재택근무 방침을 결정하라는 지침이 발표됐습니다.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팀원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그간 주 2회 재택근무에 불만을 표하던 본부장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원 사무실 복귀’라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새 방침을 전한 순간부터 팀원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출근 2달 차인 지금 전부 침울한 얼굴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습니다. 사실 저 같은 팀장으로서는 팀원들의 출근이 편한 측면도 있습니다. 급하게 자료가 필요할 때바로바로 부탁할 수 있고 재택근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사무실에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됩니다. 솔직히 팬데믹에도 임원들 눈치 때문에 나 홀로 사무실을 지키느라 많이 외로웠거든요. 하지만 팀원들과 점심 식사를 할 때면 각자 볼멘소리를 늘어놓습니다. ‘갑작스런 출근 지시로 시댁 식구들이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 ‘집이 멀어 출근하면 이미 녹초라 일에 집중이 안 된다’는 등 이유도 가지각색입니다. 저 또한 본부장님의 지시를 전달했을 뿐이지만 괜히 스스로가 팀원들에게 나쁜 사람, 심지어는 적이 된 것 같아 마음이 괴롭습니다.
입사 이래 요즘만큼 힘든 적이 없었습니다. 1년 전 팬데믹이 한창일 때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는 지금처럼 매일 회사에 출근해본 적이 없습니다. 주 2, 3번만 회사에 나가도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는데 왜 회사를 매일 나가야 하는지…. 재택근무를 하는 날엔 온전히 일에만 몰두할 수 있지만 사무실에 나가면 상사들의 잔심부름과 잡담 때문에 제 업무는 속도가 나질 않습니다. 집이 멀다 보니 출근하면 이미 진이 다 빠져서 업무에 몰입도 안 됩니다. 퇴근 이후에는 여가를 누릴 시간도, 힘도 없습니다. 일상이 피곤해지니 업무에도 지장이 가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건물의 같은 층을 사용하는 외식사업본부는 주 2회 재택근무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외부 일정이 있는 날엔 사무실 출근이 필수가 아니라고 합니다. 외국의 유명 IT 회사들도 직원들이 퇴사할까 무서워 사무실 복귀를 미룬다는데 왜 우리 본부만 출근을 고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팀원들도 출근의 단점을 이야기하는데 팀장님께서는 듣는 둥 마는 둥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셔서 답답합니다. 당장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퇴사라는 무리수를 두고 싶을 만큼 출근이 싫습니다. 어떻게 해야 사무실에 정을 붙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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