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기업들 구조적-파괴적 불황 직면
시장 다변화-제품 차별화 전략이 살 길
Article at a GlanceB2B 기업이 주로 직면하는 불황의 5가지 유형과 생존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호황 이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시장 사이클 기반의 주기성 불황에는 현금 확보와 비용 통제, 기술 기반의 타 산업 진출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동면형 생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2.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한 수요 기반 위축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불황에는 비핵심 사업 정리, 유관 산업으로의 수평 확장 등을 통해 기존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3. 기술 혁신으로 기존 산업의 경쟁력이 급속히 상실되는 파괴적 불황에는 기존 기술의 가격 경쟁력을 활용해 신기술의 시장 확산을 저지하고 기술 리포지셔닝 및 가치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드는 혁신형 전환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4. 기업 간 과도한 경쟁과 정부의 과잉 지원으로 인해 산업이 스스로 무너지는 자살형 불황에는 범용 시장을 회피하고 제품 차별화와 고부가가치 브랜드 구축을 통해 니치마켓에 진입하는 경쟁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5.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유동성 위기에 따른 불황에는 외부 차입 의존도를 낮추고 판매 단위당 이윤을 높이는 수익 건전성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2004년 관련 통계 조사 이래 최근 10년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한 기업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법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2024년 법인 파산 건수가 10년 전 대비 거의 4배에 육박하는 등 기업들이 장기간 매우 심한 불황의 늪에 빠진 상태다. 소비 위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황이라면 B2C 기업이 먼저 불황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일반적으로 생활소비재(FMCG)와 유통 분야이며 이후 외식(식당), 여행, 엔터테인먼트 산업 순으로 충격을 받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종 시장의 수요가 위축되면 그 충격은 산업 가치사슬의 뒤쪽인 후방 산업(Upstream industry)에서 더욱 증폭되는 채찍효과(whip effect)가 나타난다. 또한 불황의 기간 역시 후방 산업으로 갈수록 길어진다.
B2C 기업이 파산할 경우 그 뒤에 있는 연관 B2B 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운 반면 B2B 기업이 파산할 경우 관련 산업의 최종 시장에 있는 B2C 기업이 같이 파산하진 않는다. 즉 불황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B2B 기업이 B2C 기업보다 불황에 더 큰 타격을 받게 되며 이런 이유로 B2B 기업은 불황기에 B2C 기업보다 더욱 빠르고 격렬하게 경쟁하게 된다. 이는 불황기에 B2B 산업에서 치킨 게임이 주로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에 겨울이 오면 더 오랜 기간, 더 추운 혹한기를 견뎌야 하는 것이 B2B 기업이다. 따라서 불황기 기업의 생존 전략은 B2B 기업에 특히 더욱 중요한 문제다. 요즘 같은 불황의 시기, B2B 기업이 당면하는 불황의 원인과 특징이 무엇이며 적용할 수 있는 유형별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불황의 5가지 유형과 생존 전략대부분의 불황은 시장 수요가 정체되거나 축소되는 시기에 발생한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황의 주요 원인은 각기 다르다. 불황은 다양한 원인과 경로를 통해 발생하며 그 성격에 따라 기업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게 달라진다. 불황이 다가오고 있다면 단순히 위기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이 불황의 원인이 무엇인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기업의 생존 노력은 불황의 원인과 특징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시장의 불황은 그 원인에 따라 다음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호황 뒤에 나타나는 시장 주기성 불황시장은 본질적으로 성장과 정체, 수축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예상외의 고성장이나 호황이 도래한 뒤에는 급격한 조정, 즉 불황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 시장 주기에 따른 불황 또는 주기성 불황이라 표현할 수 있다. 가령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일반적으로 약 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 2년에서 2년 6개월 정도의 호황(슈퍼 사이클)이 지속된 후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의 불황(다운 사이클)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해운업 역시 2년 간격으로 불황, 회복, 활황 뒤 붕괴를 몇백 년 동안 주기적으로 겪고 있다.
주기성 불황은 이렇듯 어느 시장에서나 수요의 성장 뒤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필연적 조정 과정이다. 시장 수요는 휴지기가 존재하며 이 휴지기 뒤에는 다시 수요 각성기를 맞이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일정한 패턴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에 주기성 불황은 기업들에 익숙하고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불황일 가능성이 크다. 가치사슬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B2C 기업들은 주기적 불황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일시적인 조정 국면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구매를 급격히 줄이기보다는 완만하게 조절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 뒷단에 있는 B2B 시장 역시 비교적 완만하게 매출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 B2B 기업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수요에 대응한다.
다른 유형의 불황에 비해 주기성 불황은 B2B 기업이 상대적으로 견디기 쉬운 불황이다. 기업들이 사전에 인지하고 준비할 수 있어 시장 주기성 불황에 따른 피해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선박이나 장치 산업처럼 장기간의 주기를 가진 B2B 산업에서는 불황의 지속 기간이 긴 탓에 주기성 불황도 상당한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주기성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B2B 기업들은 곰들의 동면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곰은 겨울이 오기 전에 먹이를 집중적으로 섭취해 체중을 두 배 가까이 늘리며 생존을 준비한다.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불황을 앞두고 최대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장기 투자 사업은 일시적으로 축소하고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출이 좋을 때는 적극적으로 현금 보유 정책을 수립하고 불필요한 배당이나 투자는 줄여 현금성 자산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곰이 체중을 급격히 불리듯 반도체 기업들은 호황이 끝나가는 시점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수익화 노력에 집중한다. 기존 제품 판매에 집중하는 한편 생산량은 줄이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진다. 이후 불황이 본격화되면 기업들은 곰이 동면하듯 사업 활동을 줄이고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국산 철강의 과잉 공급으로 어려워진 시장 환경 속에서 최근 철강 기업들은 전기 요금이 싼 밤에만 생산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해운업 불황기에 선박 회사들은 결항뿐만이 아니라 때론 폐선 등으로 경비를 절감하거나 전략적으로 운임을 올려 불황을 견디기도 한다.
물론 전면적인 사업 활동 축소가 최선의 대응 전략은 아니다. 매월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 직원과 주주들 때문에 생산과 판매 활동을 전면적으로 멈추긴 어렵다. 전방위적 불황과 달리 주기성 불황은 주로 특정 산업에서 나타나는 국지적 성격을 띤다. 따라서 경비 절감을 위해 모든 사업 활동을 중지하기보다는 타 산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B2B 기업의 경우 동일한 기술로 전혀 다른 산업의 가치사슬에 참여할 수 있다. 가령 섬유는 의류 산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고어텍스는 의류 산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지만 방수 기능이 필요한 스마트폰의 스피커, 텐트 등 전혀 다른 산업에서 쓰이기도 한다. 이처럼 동일한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는 B2B 기업의 장점을 살려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주기성 불황기에 효과적인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2. 수요자 감소에 따른 시장 구조적 불황2000년대 이후 유럽, 아시아의 선진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른바 ‘선진국병’인 저출산 고령화다. 인구 감소,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인한 최종 소비 시장의 수요자 감소가 시장의 수요 기반을 축소시키면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침체, 즉 구조적 불황(Structural Recession)을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소비 여력이 감소하고 산업은 매우 오랜 기간 침체의 늪에 빠진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1990년대 시작돼 아직까지도 진행 중인 일본의 초장기 불황이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약 30년 가까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과거 독일이 구조적 불황을 겪었으며 2010년부터는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남부에 위치한 국가들이 동일한 문제로 10년 이상 불황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해운업 강국인 그리스는 그 영향력이 줄고 있고 이탈리아는 전체 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업, 특히 자동차 산업 관련 B2B 제조 생태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서 수요자 감소에 따른 시장 구조적 불황으로 고통받고 있는 대표적인 B2B 산업은 전통 제조업 및 가공식품 관련 B2B 산업이다. 저출산 시대에 유제품 산업은 국내 우유 소비 감소와 외국산 제품 수입 증가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유제품 B2B 업체인 매일유업은 매출 압박과 주가 하락에 직면하고 있다.
구조적 불황은 주기성 불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지닌다. 특히 B2B 기업들에 구조적 불황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로 기존의 경영 방식과 시장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새로운 형태의 불황이다. 시장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더욱 대처하기 어려운 실로 무서운 불황이 아닐 수 없다. 구조적 불황기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최종 B2C 시장의 기업(클라이언트)들이 오히려 문제 해결을 후방 B2B 거래에서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클라이언트는 후방 B2B 기업에 지속적이고 강하게 비용 절감을 요구하며 위기를 타개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불황의 근원은 최종 소비 시장에 있기에 B2B 기업 입장에서는 본질적으로 불황의 원인을 해결할 수 없는, 매우 대응하기 어려운 위기다. 이런 구조적 불황이 장기화되면 관련 가치사슬의 앞단에 있는 B2C 기업들이 타 산업이나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게 되고 관련 산업의 B2B 기업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B2B 기업들의 주요 고객인 B2C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 개발로 방향을 전환하면 기존의 협력사보다는 새롭게 진출한 산업의 B2B 기업들과 관계를 맺기 마련이다. 이처럼 구조적 불황은 B2C 기업보다 B2B 기업들에 더욱 치명적인 불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호황도 좋지만 불황은 더욱 좋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호황기와 달리 불황기에는 사업의 모든 과정을 면밀히 재검토해보고 불합리한 각종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조직이 인지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내부 조직의 반발이 약해진다. 조직 개편과 체질 개선을 단행하기에 적기인 셈이다. 구조적 불황에서는 앞서 다룬 주기성 불황에 따른 경비 절감과 같은 동면 전략으로 대처할 수 없다. 생산을 줄이면 조금 더 연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 유입이 어려워 결과적으로 생존이 힘들어질 수 있다. 구조적 장기 불황 속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정석이다.
문어는 먹을 것이 없으면 자신의 다리를 스스로 먹는 자식(自食) 행위를 통해 생명 유지 기간을 확보한다. 해결이 쉽지 않은 구조적 불황 시기에 기업 역시 ‘자식 전략’을 통해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비핵심 사업 정리, 적자 계열사 구조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이후 지나치게 ‘문어발 확장’을 해온 카카오는 자율경영 체제를 접고 2021년부터 4년간 33개 계열사를 정리하고 인공지능(AI)·콘텐츠·DX 3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개별 대응을 넘어 여러 기업이 연합체를 만들기도 한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는 불황을 견디기 위해 극장을 줄이고 인력을 구조조정한 것에서 나아가 이제 경쟁사끼리의 합병을 시도하고 있다. 쇠락한 일본 반도체 산업에서는 도요타·소니·키옥시아 등 일본 대표 기업 8곳이 ‘반도체 강국 부흥’을 외치며 연합해 라피더스라는 합작 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같은 자식 행위는 단기적인 생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구조적 불황을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이런 구조적 장기 불황 속에서는 시장 다각화 전략(Market Diversification Strategy)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정체와 침체를 겪고 있는 참치 시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40년간 축적해온 참치 캔 제조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배터리 팩 제조 분야에 진출했다.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인 엠케이씨(MKC)를 인수하고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지름 46㎜, 높이 80㎜(4680) 규격의 제품을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참치 캔 절단면의 부식을 막는 기술을 배터리 팩 제조에 적용해 기술적 장점을 내세워 설득했고 시장에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2023년 동원시스템즈의 배터리 소재 매출 비중은 7.4%(950억 원)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회사 수익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시장의 구조적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B2B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이나 산업으로 진출해 불황에 빠진 기존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물론 새로운 산업으로의 진출은 결코 쉽지 않으며 자칫 또 다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 불황에 갇힌 기존 시장이 회복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시장 다각화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전혀 무관한 산업으로의 진출은 어렵지만 관련 사업 영역으로의 수평적 확장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진출하기에 때론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한 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헬스케어, 의료기기, 실버 산업 관련 B2B 시장으로의 진출은 구조적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전략이다.
3. 기술 혁신에 따른 파괴적 불황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2000년대 이후 기술 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반면 그보다 더 많은 연관 산업을 파괴 혹은 위축시키고 있다. 2000년대 초 시작된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은 이미 수많은 산업을 사양화시켰고 최근에는 AI가 거의 전방위적으로 기존 기술의 경쟁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혁신 기술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이 맞이하는 불황은 이에 대항하는 기술 혁신이나 가치 혁신에 실패할 경우 산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파괴적 불황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필름 카메라뿐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도 쇠락의 길을 걸었고 통신 기술의 끊임없는 진화로 유선 전화 산업은 몰락했다. TV와 같은 전통 미디어 산업들도 이제 주류 미디어 자리를 뺏기고 있다. 기술 경쟁,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흐름은 석탄 기반 산업을 위축시켰다. 이처럼 기술 혁신에 따른 파괴적 불황은 산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최근 AI 기술 확산은 이미 많은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조차 기존의 검색 기반 광고 수익을 잃을 수 있음에도 자사 검색 서비스에 AI를 도입해 업계에 충격을 줬다. AI 도입 후 전통적인 검색 활동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 검색 광고 시장은 자칫 쇠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술 경쟁에서 패배하는 기술은 시장에 존속하기 어렵다. 브랜드는 경쟁에서 져도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브랜드만의 충성 고객을 통해 존속할 수 있지만 경쟁력을 상실한 기술에 충성하는 클라이언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기술 경쟁력을 잃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기술 혁신에 따른 파괴적 불황이 지난 20년간 많은 기업을 역사 속에 묻어 버렸다.
빅테크 시대 기술 격변 속에서 ‘혁신 아니면 퇴출’이라는 선택지 앞에 선 기존 산업의 B2B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B2B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대응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가격 격차를 확대해 신기술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고 시간을 확보하는 전략적 방어다.
기존 기업이 신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경쟁력 회복을 위한 시간 확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식이 신기술의 시장 진입 전 가격 경쟁력을 통해 기존 시장을 방어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다양한 산업에서 자주 활용돼 왔다. 과거 삼성전자가 SSD로 컴퓨터 스토리지 시장에 진출하려 했을 때 기존 하드디스크 제조업체들은 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더 큰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개발해 큰 격차를 만들었다. 그 결과 SSD의 시장 진출을 6년 넘게 지연시킬 수 있었다. 또한 LFP 배터리는 얼마 전까지도 에너지 밀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차세대 기술에 밀려 도태될 것으로 시장은 예측했으나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과 BYD는 오히려 대량생산 체계 구축으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 가격을 공격적으로 낮춤으로써 NCM과 같은 고가 신형 배터리의 시장 확산을 저지할 수 있었다.둘째, 기존 기술의 근본적 혁신을 통한 경쟁력 재구축이다. 가격 경쟁력으로 시간을 벌었다면 이제 신기술 대비 기존 기술의 장점을 찾고 이 장점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기술 경쟁력을 새롭게 확보해야 한다. 또한 신기술 대비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가치 혁신과 가치 리포지셔닝 전략도 필요하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낮고 수명 역시 길다. 이런 특징을 내세워 BYD는 차세대 배터리의 전기차 화재 위험성을 부각하고 높은 출력과 에너지 고밀도 저장 능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안전성 기반의 리포지셔닝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나아가 구조적 혁신을 통해 BYD는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한계를 극복했다. 기존의 셀-투-모듈(Cell-To-Module) 방식을 셀-투-팩(Cell-to-Pack) 방식으로 전환해 공간 활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안전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프리미엄 차량 시장 진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력을 고도화했다. 이 시점에서 테슬라가 중저가 모델에 LFP 배터리를 채택한 결정은 “최고 성능이 항상 최적의 선택은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LFP 배터리에 관한 시장의 인식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퇴출 1순위’로 분류됐던 기술이 현재는 새로운 관점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고 ‘저비용의 안전한 배터리’라는 리포지셔닝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좋은 사례다.
4. 공급 과잉으로 인한 자살형 불황시장이 여전히 성장 중이며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기업들이 스스로 산업을 망가뜨리는 자살형 불황은 예상보다 자주 발생한다. 특히 시장 성장세를 넘어서는 공급자들의 초과 경쟁은 B2B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최종 B2C 시장을 잘 모르는 B2B 기업들은 시장 예측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수요 증가를 뛰어넘는 과잉 공급으로 산업을 병들게 하고 스스로 위기를 만드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자살형 불황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잘못된 판단으로 시장이 성숙기에 도달하기 전 지나친 공급과 가격 인하로 잘못된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다. B2B 기업은 최종 시장의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종 시장 수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B2B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매출이 정체될 경우 이를 시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의외로 잦다. 경쟁사가 더 우수한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출시할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서둘러 기존 제품을 시장에 무리하게 유통시키기도 한다. 이때 단기간에 경쟁자보다 먼저 재고 부담을 덜거나 목표 매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공급하면 경쟁업체 역시 맞대응하며 과도한 공급 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과거 LCD 산업에서 시장이 무르익기 전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있었다.
둘째,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인 산업 육성 정책이다. 시장 작동 원리를 고려한 정부의 산업 정책이 일부 성공 사례를 낳았지만 시장 원리를 역행하는 일방적인 산업 정책으로 인해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문제는 시장 작동 원리를 무시한 정부 정책이 강하게 시행될 경우 기업들이 시장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맹목적 공급 경쟁에 참여하게 된다는 점이다. 참여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공포심으로 인해 실질적 발전이 이뤄지는 경쟁이 아닌 모두가 공멸하는 집단 자살 패턴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멜른의 피리 소리에 맹목적으로 물가에 뛰어든 쥐 떼들은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실제 기업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현재 중국 전기차 시장은 다른 국가와 달리 유일하게 대량 파산 위기에 놓여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제조업 육성에 관심을 보이며 매년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정부 지원금을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지원해왔다. 문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에 단기간에 400개 이상의 전기차 업체가 생겨났다. 언뜻 보면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발전 같지만 실상은 엄청난 규모의 과잉 생산과 무리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2024년 하반기부터 중국 전기차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정부 지원이 개별 기업의 비정상적 수익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산업 생태계를 왜곡한 탓이다. 최근 중국의 자동차 및 관련 B2B 산업은 비정상적 공급 과잉으로 인해 시장에 무리한 밀어내기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BYD는 신차를 중고차 수준의 가격으로 할인하는 것도 부족해 신차를 중고차로 둔갑시켜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신차를 중고차 시장에 유통시켜 소위 ‘0㎞ 중고차’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헝다’라고 표현하며 중국 자동차 산업이 부동산 산업처럼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업체 역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어 중국 자동차 시장은 현재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공급 과잉과 극심한 적자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 주도의 과잉 육성 정책과 수요 정체가 맞물린 결과다.
생산 능력 확대와 시장 성장률의 불균형, 정부 정책의 과도한 지원, 신규 진입 업체의 급증은 필연적으로 공급 과잉을 초래한다. 이런
공급 과잉에 따른 자살형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대응 전략은 제품 차별화와 강력한 브랜드 육성이다. 2000년대 초부터 중국 정부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지원한 중국 철강 산업은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대량의 철강 제품을 전 세계 철강 시장에 쏟아부으며 공급 과잉 충격을 가했다. 이에 국내 철강 기업들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물량 공세에 직면하며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동국제강을 비롯한 일부 철강 기업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동국제강은 철강재 표면에 인쇄 기술을 이용해 특정 이미지를 입힌 철강재를 실내 인테리어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새로운 프리미엄 시장을 조성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시중에 쏟아지면서 많은 제강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동국제강은 제품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인테리어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기존의 철강재와 전혀 경쟁하지 않는 시장이었으며 이후에도 건축뿐만 아니라 고가의 철강재로서 자동차나 가전 산업 등에서도 매출을 올리며 중국산 일반 철강재가 진입하지 못하는 니치마켓으로 진출해 직접 경쟁을 피할 수 있었다.아직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공급 경쟁이 시작된다면 기업은 지나친 가격 인하를 통한 시장 방어보다는 제품 차별화를 위한 선제적 투자와 강력한 브랜드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대량 공급이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설 경우 이에 동참하게 되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현금 부족으로 투자 여력이 줄어들어 제품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공급 과잉 징후가 나타나는 초기 단계에서의 선제적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또한 범용 시장에서의 대규모 경쟁을 피하고 고가 시장에서 차별적 포지셔닝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5. 유동성 위기에 따른 불황실물 산업이 호황이어도 금융 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예상외로 큰 불황이 전방위적으로 시장을 억누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금융기관의 신용 경색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 타격을 주며 특히 건설, 반도체, 유통 등 자금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자금 경색은 금융기관을 먼저 공격하고 자금난에 몰린 금융기관이 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는 과정에서 과격한 시장 변화가 나타나면 대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현금 매출이 적은 B2B 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위기에 빠지게 된다.
특히 이런 위험은 앞서 언급한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불황 이후에 연이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구조적 불황 속 저성장, 저소비 트렌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유동성을 높이게 되는데 이런 유동성은 저성장 소비 시장보다 자본 시장으로 유입돼 보통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낸다. 부동산 거품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면 정부는 금리를 다시 올린다. 고금리는 부동산 거품 붕괴만이 아니라 기업들이 현금 고갈로 빈혈성 침체 상태에 빠지게 하고 일반인의 투자, 소비 심리도 위축돼 시장이 냉각되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금융위기에 따른 여파는 3차 산업(금융과 서비스), 2차 산업인 대출 비중이 높은 제조 산업(건설, 반도체와 같은 장비 산업)에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충격을 준다. 이런 위기는 금융산업에서 제조산업, 이후 서비스 산업에 단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전방위적인 불황을 몰고 온다.
사실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은 산업 자체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에 기업들이 산업적 관점에서 이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금융기관들이 충분히 유동성을 공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외부 자금 차입 없이도 지속적인 생산과 판매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생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외형적 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수익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수익 건전성 관리란 판매 단위당 적정 이윤 확보를 위한 전략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B2B 기업은 영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B2B 기업 중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전무하다. 반면 광고나 브랜드 관련 마케팅 활동을 비중 있게 하고 있는 B2B 기업은 소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적절한 수익 건전성을 유지할 수 없다. 금융위기뿐만 아니라 모든 유형의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필요한 요소는 건강한 수익성 확보다. 이를 위해 B2B 기업들은 영업, 판촉과 같은 공급자 중심의 푸시 전략(Push Strategy)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광고, 브랜드 구축, 마케팅 등 고객의 자발적인 수요를 유도하는 풀 전략(Pull Strategy)을 균형 있게 병행해야 하며 이는 특히 금융위기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추진해 수익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수익 건전성 확보뿐만 아니라 B2B 기업은 불황이 오기 전 성장을 위한 무리한 차입 경영을 자제해야 한다. 실제로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이 닥치면 가장 먼저 파산하는 기업들은 불황 직전 급성장한 회사들이다. IMF 당시 한국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 산업은 눈부시게 성장하며 외형적으로 규모를 키우던 종합금융사와 건설사였다. 1990년 이전 일본에서 가장 성장한 기업은 보험사였으나 1991년 이후 10대 주요 보험사 중 9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구조조정을 겪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불황은 직전까지 가장 급격하게 성장한 산업을 가장 먼저 집어삼킨다. 즉 급성장을 위해 기업이 차입 경영에 의존하는 순간, 불황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따라서 성장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건전한 재무 구조임을 명심해야 한다.
불황에 흔들리지 않으려면‘전략적 적응력’ 갖춰야시장은 호황과 불황 사이를 오가며 성장과 수축을 반복한다. 여름이 더우면 그해 겨울이 더 추워지는 것처럼 큰 호황이 끝나면 불황 역시 강하게 강타하는 것이 시장 원리다. 기업이 장기간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황을 이해해야 그에 맞는 올바른 경영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불황은 시장 패턴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주기성 불황이 아니다. 전 산업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누적돼 온 내수 위축에 따른 구조적 불황과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기술 혁신으로 인한 파괴적 불황으로 대부분의 B2B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B2B 기업은 이제 단순한 생존을 넘어 불황을 성장의 전환점으로 활용하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B2B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거나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기술 혁신에 따른 파괴적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보유 기술의 가격 격차를 확대해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기존 기술의 차별적 특성을 기반으로 고객과 시장 관점에서 제품 가치를 재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세분화된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신기술을 기존 기술과 접목한 하이브리드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노려볼 수 있다.
결국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은 ‘전략적 적응력’을 갖춘 기업이다. 시장을 잘 이해하고 전략적 사고와 실행력을 갖춘 기업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음 성장 국면에서 리더를 선점할 수 있다. 외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내부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불황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성장할 수 있다. 겨울이 춥지 않으면 이듬해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것처럼 지금 매서운 겨울을 건강하게 견뎌낸 기업만이 다가오는 봄에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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