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가 아니면 가방을 내어주지 않는 무례한 응대를 받으면서도 명품을 구매하려는 이유는 뭘까? 30여 년간 소비자심리학을 연구해 온 미시간대 디어본 경영대학 교수인 저자는 소비자들의 소비 행동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인 ‘사랑’과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소비자가 사물과 감정적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리가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운 뒤 신경과학, 마케팅, 심리학 사례를 분석한 결과 ‘관계 난로’라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관계 난로는 사람과 사물 사이의 차갑고 실용적인 관계에 감정적 온기를 불어넣는 장치다. 대표적으로는 ‘의인화’와 ‘사람 연결기’ 기법이 있다.
첫째, 의인화는 사물을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해 애착을 형성하는 기법이다. 사우스캘리포니아대 연구진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상호작용하는 브랜드를 의인화할수록 사람들이 브랜드와 더욱 깊고 친밀한 관계에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여러 종류의 병에 담긴 제품들을 기존의 ‘제품라인(Product Line)’이 아닌 ‘제품군(Product Family)’이라는 명칭을 붙일 때 소비자들이 인간적인 관점으로 제품을 받아들여 더욱 호감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애플의 인공지능 비서 프로그램 시리(Siri) 역시 의인화의 대표적인 예다. 시리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사용자들이 많아 애플은 이에 대한 다양한 응답을 프로그램에 넣어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애정을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장치인 의인화를 마케팅에 적용할 새롭고 참신한 방법을 찾고 있다.
둘째, 사람 연결기란 우리를 타인과 연결해주는 장치로 친구나 가족의 사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선물,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나 물건 등이 해당된다. 특정 사물이 다른 사람과 밀접하게 연관될 때 우리 뇌는 그것을 단순한 사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부로 인식하며 애정을 품게 된다. 이런 사람 연결기 기법을 활용한 사례로는 파텍 필립을 꼽을 수 있다. 가격이 2만5000~25만 달러에 이르는 초호화 시계 제조업체인 파텍 필립은 20년이 넘도록 ‘당신은 파텍 필립을 소유한 게 아닙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맡아 두고 있을 뿐’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해왔다. 시계를 시간을 알려 주는 도구가 아닌 세대를 이어 물려주는 부와 가족 유산의 상징이자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연결하는 장치로 브랜딩하는 것이다. 파텍 필립은 이처럼 제품에 감성적 무게를 부여하며 어마어마한 가격을 합리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