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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임금 격차 없애려면 남성 인식 바뀌어야

박종규 | 387호 (2024년 2월 Issue 2)
Based on “Relative income and value congruence in dual-income couples” (2023) by Steed, L. B., Dust, S. B., Rode, J. C., & Arthaud-Day, M. L. in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pp. 1283-1300



무엇을, 왜 연구했나?

2023년 10월, 하버드대 여성 경제학자이자 여성 최초의 종신 교수인 클라우디아 골딘은 여성 노동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성별에 따른 직장 내 임금 차이에 대한 근본 원인을 밝힌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는 여성학자가 노벨경제학을 받은 세 번째 사례였고 단독 수상으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골딘은 20세기 이후 여성의 교육 수준과 여성 직장인들의 비율이 점차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과 여성의 수입 격차는 줄어들지 않은 이유로 양육의 주요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점을 꼽았다. 전통적인 성 역할 규범에 대한 기대와 그에 대한 순응으로 인해 여성들이 더 나은 커리어를 가질 기회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부부 둘 중 한 명은 아이를 돌봐야만 하는 상황에서 남성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동시에 급여 역시 높은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를 택할 수 있지만 여성들은 육아와 가정을 위해 커리어를 포기하거나 급여는 적지만 시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Flexible work)’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와 비슷한 맥락과 주제를 가진 여러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는 가운데 맞벌이 부부의 가치관이 상대적 소득수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나와 시선을 끌었다. 여기에서 상대적 소득수준이란 부부 중 누가 더 소득이 높은지를 의미한다. 미국 신시내티대, 마이애미대, 캔자스주립대 교수 등 연구진은 부부 각자가 가진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순응도가 각자의 상대적인 소득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순응도는 ‘전통적 가치 중시: 남성은 일에, 여성은 가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함’과 ‘현대적 가치 중시: 성별에 따른 구분은 없다고 생각함’으로 나뉘었다. 구체적으로는 (1) 부부 모두가 성 역할에 대한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우, 반대로 (2) 부부 모두가 ‘현대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우, 그리고 부부 둘 사이에 그 가치가 다른 경우, 즉 (3) 남편은 현대적 가치를 중시하지만 부인이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우, 반대로 (4) 남편은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지만 부인은 현대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우의 총 4가지로 구분해서 언제 남편이 부인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지, 반대로 어느 경우에 부인이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지 살펴봤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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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먼저 4가지 각각의 경우에 대해 부부 사이에서 누구의 상대적인 소득이 더 높을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설들을 세웠다.

(1)번과 같이 맞벌이 부부 양쪽 모두 성 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남성이 가장이자 가족의 생계 부양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Breadwinner)으로서 돈을 많이 주는 일을 하려고 한다. 반면 부인은 가정과 육아에 집중하기 위해 사회적 위치가 낮거나 저임금의 유연한 일자리를 찾는다. 당연히 남편의 급여가 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2)번의 경우 맞벌이 부부 모두가 남성이 일을 통해 가족 부양을 책임져야 하고, 사회생활은 남성의 몫이라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다. 이는 특히 부인이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부부의 소득이 서로 비슷하거나 부인의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을 수도 있다.

(3)번과 (4)번은 성 역할에 대한 둘 사이의 가치관이 다른 경우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이런 경우 부인의 가치관이 남편의 가치관보다 상대적인 소득을 결정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았다. (3)번은 여성이 ‘남성은 일, 여성은 가정’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남편은 그런 보수적인 생각에서 자유롭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보수적인 아내들은 남편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지 않는 수준의 직업을 가지거나 아예 직업을 가지지 않아서 자신은 전통적으로 요구되는 여성의 역할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도 한다.1 직업이 있더라도 아이가 생겼을 때 양육은 여성의 책임이라고 믿기에 일을 그만두거나 좀 더 자유로운 일을 알아보기도 한다.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여성 스스로가 그런 선택을 하기 때문에 이는 결국 부인보다 남편의 소득을 더 높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4)번은 반대로 남성은 전통적인 성 역할을 고수하지만 여성은 성 역할 평등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는 경우다. 비록 남편이 보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더라도 부인은 자신의 커리어를 결정할 때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전문적이거나 시간을 많이 쓰는 직업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남편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평등한 성 역할의 가치관을 가진 여성 직장인인 부인이 커리어 성공에 대한 잠재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2 (2)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부의 소득이 서로 비슷하거나 부인의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을 수도 있다.

연구진이 이 네 가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의 맞벌이 부부 225쌍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통계 분석한 결과 (4)번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가설이 맞다고 밝혀졌다. 정리하자면 맞벌이 부부 중 남편은 부부 두 사람 모두 혹은 부인 혼자 전통적인 성 역할 규범을 중시하는 경우((1)과 (3)의 경우)에 부인보다 더 많이 돈을 벌며, 부인은 부부 모두가 현대적 가치를 가지고 있을 때((2)의 경우), 즉 둘 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얽매여 있지 않을 때만이 남편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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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우리나라의 맞벌이 가구 비중은 46.1%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연령대별로는 40대와 50대 부부 중 55.2%가 맞벌이를 하고 있으며 30대 부부도 54.2%로 조사됐다.3 맞벌이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정의 총수입을 늘리고자 함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아쉽게도 이 연구에서는 어떤 경우에 가구당 총소득이 가장 높은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2)의 경우가 그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만약 증명된 세 가지 가설((1), (2), (3)) 모두에서 남편인 나의 월급에는 차이가 없다면 내 아내가 나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월급을 받을 때 우리 집의 총월수입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부부 두 사람 모두가 전통적인 성 역할 규범에 얽매여 있지 않을 때 가구 총수입이 커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를 비롯한 많은 학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현대사회의 구조적인 시스템이 남녀의 임금 불균형을 만드는 데 한몫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골딘 교수는 저서 『커리어와 가정(Career and Family)』"4 "에서 노동이 구조화돼 있는 방식이 변화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유연한 일자리를 더 많이,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서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더 높은 급여를 받게 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나서서 육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동 돌봄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제공해서 가정의 육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연구는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역할과 가치관 변화가 여성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부부 사이에 성 역할에 대한 가치관이 불일치하는 경우((2)와 (4)의 경우), 부인의 가치관이 남편의 가치관보다 상대적인 소득을 결정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가정했다. 하지만 남편이 전통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경우인 (4)는 기각됐고 현대적 사고를 가진 남편이 있는 (2)의 경우에서만 부인의 소득이 높은 것이 증명됐다. 따라서 이 연구를 통해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성별 임금 격차 극복이 남성들에게 달려 있다는 점이다. 즉 여성들이 전통적인 성 역할 규범에 대한 고루한 가치관을 벗어던지거나 혹은 더 적극적으로 커리어를 쌓도록 노력하는 게 포인트가 아니다. 남성들이 자신이 가진 성 역할에 대한 보수적인 사고방식이나 고정관념을 바꿔야만 이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물론 그 가치관은 혼자서만 만든 것이 아니라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자신도 모르게 부모를 통해 학습된 것이기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맞벌이 부부가 적었고, 무엇보다도 어린 자신을 돌봐 준 것은 전업주부였던 엄마였기 때문에 그런 가치관이 생겨났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시대는 변했다.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여성 직장인들의 평등에 대한 연구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요즘 시대에 남성들이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가치관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시키는 것임을 잊지 말자.
  • 박종규 |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개발이다. 저서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천재들을 이끈 오펜하이머 리더십(2024, 터닝페이지)』이 있다.
    jonggyu.park@csi.cuny.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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