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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바로 회신 안 해도 괜찮다’고 해보세요

곽승욱 | 352호 (2022년 09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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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You Don’t Need to Answer Right Away! Receivers Overestimate How Quickly Senders Expect Responses to Non-Urgent Work Emails”(2021) by L. Giurge and V. Bohns in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14∼128.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100통 이상의 e메일을 읽고 답하는데 이는 업무 시간의 약 28%를 쓰는 셈이다. 직장인 1515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에서도 주말이나 저녁 늦은 시간 등 정규 업무 시간 외에 주고받는 e메일이 전체 e메일의 51.1%로 밝혀졌다. 업무 시간 외 메일이라 즉시 회신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76%의 직장인이 1시간 내, 32%가 15분 내 회신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쉴 새 없이 도착하는 e메일을 모니터하고, 분류하고, 회신하는 일 자체도 꽤 번거롭다. 특히 업무 시간 외에 이뤄지는 e메일 소통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극도의 피로감(Burnout)을 일으켜 직장인의 워라밸을 무너뜨린다. 생리적, 감정적, 정신적 소진 상태(Depletion)에 이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궁극적으로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 삶의 만족도(Life Satisfaction), 또는 행복(Happiness)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경계이론(Boundary Theory)1 과 자아중심주의(Egocentrism)2 에 따르면 e메일 수신자는 발신자가 기대하는 회신 속도를 과대평가하는 편향(Email Urgency Bias, EUB)으로 인해 e메일을 신속히 읽고 답해야 한다는 과도한 강박감에 시달린다. 요즘 사람들에게 e메일이 주요 소통 수단인 동시에 스트레스의 원인과 상징이 된 이유다. 영국 런던경영대(London Business School) 연구진은 EUB가 직장인의 ‘항시대기상태(Always On Mode)’를 조장하고 행복 지수를 낮추는 원인임을 밝혀내고 그에 대한 너지(Nudge)식 해결책을 제시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온라인 학술 연구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인 ‘프롤리픽아카데믹(Prolific Academic)’을 통해 모집한 스페인과 미국의 직장인 330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참여자들은 수신자와 발신자로 나뉘어 e메일을 주고받는 직장 동료의 역할을 수행했다. e메일은 긴급한 회신을 요구하는 메일과 긴급하지 않은 메일로 분류됐고, 참여자들은 긴급 여부를 알고 실험에 임했다.

주관적 웰빙은 1)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 (0∼10, 0=만족도 제로, 10=최고 만족도), 2) 지난 4주를 돌이켜 볼 때 느낀 감정(긍정적 또는 부정적), 3) 업무로 인한 극도의 피로감을 겪은 빈도수(1∼5, 1=극히 적음, 5=매우 자주 또는 항상), 4) 워라밸 만족도(1∼7, 1=강한 부정, 7=강한 긍정) 등 4가지 방식으로 측정했다. 매개변인으로 쓰인 스트레스는 “얼마나 자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1∼5의 척도(1=거의 안 느낌, 5=매우 자주 또는 항상 느낌)로 측정했다.

수신자 관점에서 바라본 e메일에 대한 예상 회신 속도는 “발신자가 당신이 얼마나 빨리 회신하길 바라는가?” “발신자가 당신으로부터 즉각적인 회신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두 가지 질문으로 측정했다. 참여자들은 1∼7의 척도(1=전혀 아님, 7=매우)로 질문에 답했다.

분석 결과, 긴급한 회신이 필요치 않은 e메일을 받았을 때 수신자는 발신자가 기대하는 회신 속도보다 평균 1.4배 더 빠르게 회신해야 한다고 믿었다. 발신자가 실제로 기대하는 회신 속도가 1시간일 때 수신자가 예측하는 발신자의 회신 속도 기대치(예상 회신 속도)는 약 43분(60÷1.4)이라는 뜻이다. EUB의 엄연한 존재를 잘 보여준다.

긴급한 회신을 요구하는 e메일을 받은 경우엔 더 심각한 EUB가 관찰됐다. 수신자의 예상 회신 속도는 비(非)긴급 e메일 수신자에 비해 약 1.5배가 더 빨랐다. 즉, 긴급 e메일 발신자의 기대 회신 속도가 1시간일 때 수신자의 예상 회신 속도는 29분(=43÷1.5)이라는 의미다.

수신자의 예상 회신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스트레스와 극도의 피로감은 점점 더 상승했다. 역으로 워라밸과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긴급하든 긴급하지 않든 e메일을 받았을 때 수신자가 느끼는 강박감은 상당한 듯하다.

업무 시간과 비업무 시간 간 EUB의 차이도 분명했다. 업무 시간에 주고받은 e메일에 대한 수신자 예상 회신 속도는 비업무 시간의 예상 회신 속도보다 약 1.4배가 빨랐다. 역시 업무시간 내에 받은 e메일의 긴급성이 더 커 보이는가 보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발신자가 자신이 기대하는 회신 속도를 분명히 언급하는 작은 조정을 통해 EUB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긴급한 회신이 필요한 e메일이 아니니 시간 날 때 회신 부탁합니다”라는 짧지만 명확한 너지 문구를 추가하자 수신자와 발신자 간 회신 속도 기대치의 격차가 사라졌다. 스트레스는 줄고 행복도가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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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e메일 커뮤니케이션에서 수신자와 발신자의 기대와 관점은 사뭇 다르다. 이는 발신자가 수신자의 심리적 영역(경계)을 의도치 않게 침범해 수신자가 EUB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스트레스로 인한 극도의 피로감도 불러온다. 더 나아가 일과 사생활의 경계를 허물어 워라밸을 무너뜨리고 삶에 대한 만족감을 떨어뜨린다.

e메일 커뮤니케이션은 사용자에게 더 많은 통제력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문명의 이기가 돼야 한다. ‘항시대기상태’로 수신자를 강박감에 시달리게 하는 구속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 다행히 ‘항시대기상태’ 강박감의 근본적 원인인 EUB는 발신자의 간단한 너지 메모로 쉽게 제거될 수 있다. 수신자 자신이 예상 회신 속도에 대한 강박감을 줄이려는 훈련도 필요하다. “바로 회신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라는 너지 e메일을 하루 한 통 자신에게 보내는 건 어떨까.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