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엽편 소설: 우리가 만날 세계
마지막으로 소은은 장갑을 벗은 다음 욕조 바닥에 집게손가락을 댔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밀자 뽀드득, 찌든 물때가 싹 벗겨진 흰색 욕조에서 보람 있는 소리가 났다.
끄응, 소은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꼬박 한 시간을 들여 청소한 화장실에선 별 무리 같은 광택이 났다. 새것처럼 윤나는 변기, 타일 사이의 새하얀 줄눈, 물때를 찾아볼 수 없이 깨끗한 욕조와 세면대, 얼룩 하나 없이 쨍한 거울.
소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마무리 작업에 착수했다. 소은이 혼자 사는 작은 빌라였다면 쓰다 남은 린스나 조금 풀어 닦아 냈을 테지만 이곳은 어디까지나 소은이 국가 공인 하우스 클리닝 업체 ‘스타라이트’ 소속 정규 청소원으로서 파견된 고객의 타운하우스. 소은은 화장실 벽에 부착해 둔 도구 가방에서 수전의 금속성 광을 살리기 위해 특별히 제조된 전용 약품 병을 꺼냈다. 잘 마른 무명천에 소량을 적셔 은수저를 닦는 느낌으로 살살, 수전의 꼭지부터 문질러 나간다. 굴곡지거나 접혀 있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부분까지 공들여 닦는 소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세면대 수전과 샤워기, 그리고 같은 재질로 제작된 휴지걸이와 수건걸이에까지 광택제를 꼼꼼히 바르고 나자 화장실은 마치 5분 전에 지은 새집 같은 광채를 뿜어냈다. 하지만 소은은 부풀어 오르는 기분을 억눌렀다. 아니지, 아니지. 일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방심은 금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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