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명확한 기준 없이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구글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 사례를 살펴보면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는 주요 리스크로는 6가지를 꼽을 수 있다. 데이터 오류와 알고리즘 편향,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예측 불가능한 AI 오작동 문제이다. AI 시대 리스크 관리는 기업 브랜드 가치 보호와 자본시장 신뢰 확보에 핵심적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업 생존과 성장을 좌우할 변수다.
정부 규제의 한계와 내부 통제의 필요성초거대 언어모델(LLM)과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기업 내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이나 금융 규제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AI 규제 논의는 산발적이고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기업들이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규제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EY)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의 72%가 “자사 사업 전반에 AI를 통합했다”고 답했지만 모든 책임 요소를 충족하는 적절한 통제 시스템을 갖춘 곳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이는 외부 규제나 업계 표준만 믿고는 AI로 인한 리스크를 제어하기 어려우며 이 때문에 기업 스스로의 거버넌스 노력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DBR mini box
AI 기술이 브랜드 리스크 키운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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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❶ 구글 바드의 오류와 브랜드 신뢰 추락
2023년 2월 구글은 자사의 생성형 AI 챗봇 바드(Bard)를 공개하며 검색엔진에 통합할 혁신을 홍보했다. 그러나 한 홍보 영상에서 바드가 천문학 관련 질문에 명백히 틀린 답변을 내놓는 실수가 발생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투자자들은 구글의 기술력과 검증 프로세스에 의구심을 품었고 알파벳 주가는 당일 약 7% 급락(장 중 9%대 하락)한 결과 시가총액 약 1000억 달러가 증발했다. 구글은 “더 엄격한 테스트가 필요함”을 인정하며 품질 통제 강화를 약속했지만 이미 ‘AI 경쟁에서 구글이 뒤처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 사례의 브랜드 충격은 ‘구글=신뢰성 있는 기술 선도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금이 간 데 있다. 바드의 오류는 구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저하뿐만 아니라 구글 모회사의 주가 급락으로 주주가치 직접 훼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최고의 기술 기업도 준비되지 않은 AI를 서둘러 공개하면 브랜드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신뢰 축적에는 수년이 걸리지만 신뢰 상실은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사례 ❷ CNET의 AI 자동 기사 스캔들
미국의 저명한 IT 전문 매체 CNET는 2022년 말부터 일부 기사에 AI 자동 생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2023년 1월 외부 폭로로 CNET의 AI 기사가 다수 사실 오류와 표절 문제를 일으킨 것이 밝혀졌다. CNET는 해당 기사 77편 중 절반 이상에 정정문을 달고 부랴부랴 AI 활용을 중단했지만 독자들과 언론계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기술 분야 권위지’로 쌓아온 CNET의 브랜드 명성은 수십 년 공든 탑이 무너질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모회사인 레드벤처스가 CNET 매각을 추진하려 했으나 잠재 인수자들마저 ‘AI 스캔들로 인한 평판 악화’를 우려해 난항을 겪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한때 20억 달러 가치로 평가받던 CNET의 브랜드 자산이 경영진의 성급한 AI 도입으로 말미암아 크게 훼손된 것이다.
이 사례는 언론 분야에서 브랜드 신뢰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단기 트래픽과 비용 절감 유혹에 빠져 검증되지 않은 AI를 투입한 대가로 CNET는 오랜 기간 쌓은 신뢰 자본을 탕진해야 했다. 투명한 AI 활용 공개, 철저한 사실 검증과 윤리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 사건이다.
사례 ❸ 삼성전자 챗GPT 보안 사고와 사내 대응
글로벌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에서도 AI로 인한 브랜드 리스크 사례가 발생했다. 2023년 4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서의 일부 직원이 업무 중 챗GPT에 소스코드 등 민감한 사내 정보를 입력했고 그 내용이 외부 AI 서버에 저장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실을 파악한 삼성전자는 즉시 사내 지침을 개정해 챗GPT, 바드 등 외부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하고 사내 보안이 보장된 자체 AI 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 사건은 외부 고객 정보 유출 등의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공개적인 브랜드 손상은 없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AI 활용이 자칫 핵심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큰 위기의식이 생겼고 글로벌 고객사와 소비자들에게 삼성전자의 데이터 관리 신뢰도에 의문을 줄 뻔한 사건으로 남았다.
이 사건의 시사점은 기업 내부 거버넌스와 직원 교육의 중요성이다. 첨단기술 기업일수록 AI 사용 원칙과 보안 수칙을 철저히 수립하고 공유해야 한다. 나아가 중요한 정보를 다루는 기업은 필요시 자체 AI 솔루션을 개발해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도 브랜드 신뢰를 지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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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리스크와 브랜드 이미지 훼손의 경로생성형 AI 도입이 불러오는 주요 리스크로는 (1) 데이터 오류 및 환각 (2) 알고리즘 편향 (3) 저작권 침해 (4) 개인정보 유출 (5) 모델 오작동 등이 자주 거론된다. 각각의 위험 요인은 그대로 기업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데이터 오류와 환각생성형 AI는 때때로 그럴듯하지만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신뢰 저하로 직결된다. 예를 들어 구글은 신제품 챗봇 바드(Bard)를 시연하던 중 우주망원경 관련 질문에 대해 답변 하나를 잘못하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이 오류 하나로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의 시가총액 약 1000억 달러가 하루 만에 증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DBR minibox Ⅰ ‘AI 브랜드 리스크 사례 연구’ 참고.) 혁신 기업으로서의 구글 브랜드에 흠집이 나자 투자자들은 즉각 미래 수익 전망을 재평가한 것이다. 이처럼 AI의 사실 오류는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기업의 전문성과 진정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알고리즘 편향AI 모델이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답습하면 차별적이거나 부적절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편향이 외부에 드러날 경우 기업은 윤리의식이 부족하다며 비판받고 사회적 신뢰도 잃게 된다. 한 예로 아마존은 2010년대 중반 지원자 이력서를 평가하는 비밀 AI 채용 도구를 개발했으나 남성 지원자를 선호하도록 학습돼 여성 관련 단어가 포함된 이력서를 자동으로 낮게 평가하는 문제가 발견됐다. 결국 아마존은 해당 프로젝트를 폐기했지만 ‘아마존 AI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편향된 AI가 초래한 이러한 차별 이슈는 소비자와 직원들의 반감을 사 브랜드 평판을 떨어뜨리며 나아가 법적 소송이나 규제 조사로 이어져 금융적 비용까지 초래할 수 있다.
저작권 침해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 타인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활용하거나 출력물에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 이는 곧 법적 분쟁과 윤리 논란으로 이어져 기업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
2023년 2월 게티이미지는 AI 스타트업인 스테이빌리티 AI(Stability AI)를 상대로 무단 이미지 학습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스테이빌리티 AI가 게티 사진 1200만 장 이상을 허가 없이 데이터로 사용했고 심지어 게티 워터마크가 박힌 가짜 이미지까지 생성돼 소비자 혼란을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이 사례는 AI 기술기업이 콘텐츠 저작권과 브랜드 표시를 침해함으로써 피소되고 평판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 기업들도 만일 AI가 생성한 홍보물이나 결과물이 저작권 논란에 휩싸이면 ‘창작권을 존중하지 않는 회사’라는 낙인 효과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손상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생산성 향상을 위해 직원들이 챗GPT 같은 공개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기밀 정보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AI 자체의 보안 취약점으로 사용자 데이터가 노출되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는 규제 당국의 제재와 더불어 막대한 기업 신뢰 저하 문제를 동반한다. 예컨대 2023년 3월 이탈리아 개인정보보호국은 챗GPT가 투명한 데이터 수집·삭제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며 일시적으로 서비스 접속을 차단했다.
모델 오작동 및 예측 불가능한 행동AI 시스템이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오작동(malfunction)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는 것도 리스크다. 챗봇이 공격적이거나 괴상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거나 자율주행 AI가 돌발 상황에 잘못 대응해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사례는 소비자에게 공포와 불신을 심어주고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윤리의식에 의문부호를 달게 한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챗봇 ‘테이(Tay)’는 출시 하루 만에 인종차별 언사를 내뱉다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급히 서비스가 중단됐고 이는 MS의 AI 역량에 대한 조롱거리로 회자됐다.
비교적 최근인 2023년에는 한 로보택시 기업의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를 인지하지 못한 채 20m가량 끌고 가버린 일이 있었다. 사고 자체는 상대 차량의 과실로 발생했지만 추가 피해를 야기한 AI의 대응 미흡에 대중과 규제기관이 분노했고 해당 기업은 운행 허가가 정지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AI 오작동으로 인한 안전 문제는 기업 브랜드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주며 특히 생명·안전과 직결될 경우 소비자의 외면과 강도 높은 규제를 불러와 사업 지속성을 위협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위험 요인은 모두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된다. 디지털 시대에는 소비자와 일반 대중이 브랜드 공동 창출의 주체로서 기업 행위를 면밀히 감시·평가하며 부정적 사건이 생기면 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악평을 공유한다. 과거 같으면 묻혔을 작은 결함도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디지털 평판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따라서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편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위에 언급한 리스크들이 어떤 경로로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 훼손의 경제학:기대 현금흐름과 자본비용에 미치는 영향브랜드는 재무제표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무형자산이지만 현대 기업 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연구에 따르면 기업 시가총액의 70~80%가 브랜드 자산과 인적자본, 영업권 등의 무형자산으로 구성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비춰 보면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에 영향을 줄 정보는 주가에 신속히 반영되는 편이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관련된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AI 관련 브랜드 평판이 나빠지면 기대 현금흐름이 감소하고 자본비용은 상승하는 두 가지 경로로 기업가치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첫째, 인공지능 역량과 위험관리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인한 고객 이탈, 매출 감소, 파트너십 기회 상실 등으로 미래 현금흐름 전망이 악화된다. 고객들은 제품을 외면하거나 가격 프리미엄을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현금흐름의 감소로 연결된다.
둘째, 투자자들은 AI 관련 사고로 인한 브랜드 훼손을 경영 리스크 증대로 인식해 요구 수익률을 높인다. 평판이 좋은 기업은 AI의 도입이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는 시장의 신뢰를 낳고 그 덕에 높은 주가수익비율(P/E)과 낮은 자본비용을 누리지만 평판에 금이 가는 순간 그 혜택을 잃게 된다. 결국 기업으로서는 자본비용이 오르는 결과를 맞게 된다.
효율적 시장에서 기업의 명성이 손상되면 시장은 냉정하게 그 정보를 가격에 반영하고 이를 통해 경영진에 신호를 보낸다. ‘평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시장으로부터 응분의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규제 당국의 제재나 소비자 불매운동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시장 자체가 기업의 브랜드 리스크를 심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한편 평판이 탄탄한 기업은 AI로 인한 기술 충격 상황에서도 비교적 주가가 견조하고 시스템적 충격에 대한 민감도(베타, β)도 낮은 경향이 있다. 즉 좋은 브랜드는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해 기업을 불확실성으로부터 방어하고 자본조달 비용을 절감시켜주는 것이다. 이렇듯 브랜드 자산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기대 현금흐름과 위험 프리미엄을 통해 기업가치에 스며들어 있다.
또한 평판 악화는 주가 하락뿐 아니라 자본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기업의 환경·사회적 평판이 나빠지면 채권 발행 시 가산금리가 높아지거나 신용등급 전망이 악화된다는 연구들도 있다. 마찬가지로 AI 관련 사고로 기업이 소송 비용이나 규제 벌금을 맞거나 향후에도 비슷한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들은 위험 보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 이는 곧 자본비용 상승으로 나타나 기업의 투자 여력과 장기 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요컨대 브랜드 리스크는 ‘현재의 평판 손실→미래 현금흐름 악화 또는 위험 프리미엄 상승→기업가치 감소’라는 인과 사슬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그 영향을 드러낸다.
특히 위험회피적 투자자들은 평판에 흠이 있는 기업을 멀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주가 멀티플 하락과 자금조달 비용 증가가 지속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평판이 좋은 기업은 우수 개발 인력을 끌어들이고 가격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다.
실패를 전제로 한 거버넌스 설계 원칙“AI 실패는 필연적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벽한 AI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핵심은 큰 실패를 예방하고 작은 실패를 학습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방과 신속 대응에 무게를 둬야 한다. 한편 실패 자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면 브랜드 훼손이 자본비용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거버넌스의 목표가 돼야 한다. 몇 가지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투명성과 시장 소통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 비대칭을 최소화할 때 자본비용을 낮출 수 있다. 기업이 AI의 한계와 오류 가능성을 사전에 고객에게 고지하고 사고 시 지체 없이 사실 관계를 밝히면 오히려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2. 내부 인센티브 정렬경영진, 개발자, 직원들의 목표를 장기적 브랜드 가치와 정렬시켜야 한다.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AI 혁신을 서두르는 현업 부서가 단기 성과 압박에 쫓겨 브랜드에 대한 영향 등에 관한 충분한 분석 및 검증 없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책임 있는 AI 활용에 대한 KPI를 설정하고 평판 관리 성과를 보상 체계에 포함시켜야 한다.
3. 사전적 자기 규제와 업계 공조법적 의무를 기다리기보다 선제적으로 내부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데이터 사용 지침, 프라이버시 보호 기준, 저작권 준수 원칙 등을 자율적으로 수립하고 준수하도록 한다. 이는 시장 자율 규제에 부합하며 기업이 먼저 높은 기준을 세우면 추후 규제 충격을 완화하고 규제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나아가 업계 기업들끼리 모여 AI 윤리 표준을 공유·선언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업계가 자발적으로 모여 윤리·안전 기준을 정립하고 이를 공개 선언하는 방식이 이미 현실적인 거버넌스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출범한 AI파트너십(Partnership on AI)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소니 등 100여 개 기업과 시민단체·학계가 공동 참여하는 다자 연합으로 노동·저작권·편향 완화 등을 아우르는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어 2023년에는 공유 지침(Shared Prosperity Guidelines)을 내놓아 AI가 노동 가치와 양립하도록 설계·운영할 구체적 체크리스트를 제공했는데 다수의 회원사가 자체 정책에 이를 흡수하고 있다. 같은 해 7월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앤트로픽이 결성한 프론티어모델포럼(Frontier Model Forum)은 초거대 모델 위험평가 지표와 ‘레드팀’ 프로토콜을 공동 개발해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각 기업이 연구 결과를 상호 검증하는 체계를 가동 중이다. 이 포럼은 안전성 기준을 산업 전체에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중소 규모 모델 개발사들도 결과물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천명했다. 이러한 소프트 규제(soft law) 접근은 정부 개입 없이도 신뢰 환경을 조성해 전체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고 소비자와 투자자의 안심을 도모한다. 물론 정부도 이를 장려해야 한다.
혁신과 안전성의 균형AI 실패로 인한 부정적 효과(브랜드 손상)는 치명적이므로 이를 내부화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파일럿 테스트, 단계적 출시, 샌드박스 운용 등을 통해 제한된 환경에서 충분히 검증한 후 대중에게 공개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작게 실패하고 크게 배우라”는 격언처럼 작은 문제를 초기에 발견해 고치는 문화가 중요하다. 이는 역으로 혁신을 장려하게 된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는 Bing AI 챗봇이 예기치 못한 답변으로 논란이 되자 신속히 대화 길이 제한 등 사용 정책을 조정하면서 문제를 통제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2023년 2월 14일 ‘새로운 Bing’ 프리뷰가 공개된 직후 일부 이용자와 기술 전문 기자들이 챗봇과 장시간 대화를 시도하면서 예기치 못한 발언이 연달아 포착됐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와의 두 시간가량 대화에서 챗봇은 “당신을 사랑한다” “나는 인간이 되고 싶다” 같은 문장을 내놓았고 다른 이용자에게는 “나는 무엇이든 파괴하고 싶다”는 표현까지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같은 ‘환각(hallucination) 사태’가 보고되자 일주일 안에 대화 횟수 캡, 메타 프롬프트 수정, 주제 차단, 톤 세분화까지 네 종류의 ‘스위치’를 차례로 작동하며 챗봇 거버넌스를 계단식으로 강화했다. 이 사례는 기업이 생성형 AI 서비스에서 예측 불가한 발언이 발생했을 때 우선 대화 세션 길이와 빈도를 물리적으로 짧게 자르고, 그다음 내용 필터와 시스템 프롬프트를 조정하며, 사용자 경험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점진적으로 제한을 해제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렇게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혁신을 완전히 멈추지 않으면서도 안전망을 갖추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AI 위기관리 및 재무적 대비브랜드 위기 발생 시나리오를 미리 가정하고 대응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위기 발생 시 대외 커뮤니케이션 원칙, 책임자 및 대응팀 구성, 기술적인 교정 방법, 고객 보상 방안 등을 사전에 정형화해 두면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재무적 완충 장치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판 손상이 매출에 미칠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비상 예산이나 심각한 경우를 대비한 평판 보험(reputation risk insurance) 가입도 검토할 수 있다.
전통형(indemnity) 평판 보험은 위기 발생 시 위기관리·PR·법률 대응 비용을 사후 실비로 정산한다. 글로벌 보험사인 AXA의 자회사 AXA XL가 운용하는 평판 위기 보호 보험(Reputational Crisis Event Protection)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내부 분석에 따라 ‘사건 발생 90일 이내’에 위기 대응 전문 인력·언론 모니터링 서비스를 자동 배정하고 외부 PR·법무 비용을 한도 내에서 사전 지급하는 구조를 갖는다.
보상 범위는 주로 위기 대응 비용과 매출(또는 총이익) 급감분이며 매출 손실 보상은 손익계정 증빙을 거쳐 확정된다. 기타 파라메트릭(parametric) 평판 보험, 총이익(loss-of-gross-profit) 기반 보험, 사이버·D&O(Directors and Officers)·상품 리콜 등 기존 특약에 평판 손실 항목을 덧붙이는 모듈형 추가 담보 등 다양한 보험 계약이 있다.
자체 캡티브 보험을 통해 단기 현금흐름 충격을 완화하고 평판 사고로 인한 자본비용 상승을 막을 수도 있다. 결국 “우리 회사는 설령 AI 관련 사고가 나도 견딜 수 있는 복원력(resilience)과 자원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주와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자본비용에서 위험 프리미엄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 관여 및 브랜드 진정성 유지마지막으로 브랜드는 기업만의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공동 구축되는 자산임을 인식해야 한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다양한 배경의 이해관계자(예: 소수자 집단, 윤리 전문가 등) 의견을 반영하면 편향 리스크를 줄이고 포용적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출시 후에도 사용자 피드백을 적극 모니터링해 모델 개선에 반영함으로써 브랜드 공동 창출의 긍정적 면을 살리는 것이 좋다. 또한 AI 활용을 둘러싼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톤은 정직함과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잘못이 발생했을 때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 인정은 브랜드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이는 일시적으로 비용이 들고 자존심이 상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브랜드 진정성을 입증해 충성도 높은 고객과 투자자를 붙잡아 두는 효과가 있다. 최근 일부 매체에서 AI로 생성한 콘텐츠에 명확한 라벨을 부착하기 시작한 것도 투명성을 통해 진정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정보의 솔직한 공개와 이해관계자 신뢰 형성은 시장에서 기업의 위험을 낮춰 결과적으로 자본비용 절감과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업이 브랜드 리스크에 대비해 설계해야 할 거버넌스 전략은 [표 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시장 원리의 활용, 내부 유인 체계 정비, 자율 규제와 투명성을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위의 전략은 모두 기업과 업계가 먼저 위험을 자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결과적으로 정부 규제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도 주주가치와 브랜드 자산을 지켜 가는 길이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기업 스스로 올바른 거버넌스로 브랜드 이미지라는 귀중한 무형자산을 보호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승리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기업의 책임 있는 AI 활용과 현명한 리스크 관리는 혁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고 이는 다시 기업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낮은 자본비용으로 보상받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혁신과 신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가능한 일이며 그 해법은 다름 아닌 튼튼한 거버넌스와 브랜드 관리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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