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Bestselling Author: <기업문화 오디세이> 신상원 컨설턴트

“삼성, 애플과 文化 다른 회사지만 더 위대해 질 수도 있다”

180호 (2015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인문, HR

 

 

- 경영전략이 기업의 의식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기업문화는 기업의 무의식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기업도 인간이 모여 이루는 공동체이므로 필연적으로 집단 무의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 기업문화는 응집성, 개방성, 체계성의 3가지 기준에 따라 8가지로 분류된다. 경영전략을 바꾸려면 이에 맞게 기업문화도 바꿔줘야 한다.

- 문화를 바꿀 때는 지나치게 공개적으로 조직원들에게 변화를 요구하지 말고 영화인셉션처럼 그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한 신화(神話)를 들키지 않고 살짝 조작하는 방법을 사용하라.

 

 

 

 

경제경영 관련 베스트셀러들은 시류를 탄다. <블루오션> <넛지> <롱테일 전략> <사물인터넷>처럼 경영계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형성되면 수많은 관련 서적들이 단기간 내에 쏟아져 나온다. 문학이나 인문사회 장르의 책들보다 수명이 짧고 대부분은 단권으로 끝난다.

 

2015 2 3권으로 완간된 <기업문화 오디세이>는 경제경영 서적의 출판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기업의 인류학, 기업의 신화학, 기업의 정신분석이라는 세 권짜리 시리즈로 기획됐다. 2009년 나온 1권이 문화관광부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권과 3권은 각각 2, 6년 후에야 출간됐다.

 

 

이 책은 일반 경영서처럼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도 않는다. 인문학 소양을 키워주는 경영서라기보다는 기업을 소재로 해서 만든 대학교 인문사회과학 개론서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사회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막스 베버와 미셸 푸코,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 정신분석가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저명한 인문학자들의 이론들이 비비 꼬이며 책의 큰 줄기를 이룬다. 여기에 애플, 삼성, 아모레퍼시픽, 사우스웨스트 항공, 포드자동차, BMW 모터바이크 등 잘 알려진 기업의 사례들이 등장해 독자의 집중도를 유지시킨다.

 

저자 신상원은 어릴 때부터 종교와 명상, 그리고 죽음에 관심이 많았다.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몇 년간 문화 및 학술 관련 일을 하다가 2003년 아모레퍼시픽 기업문화팀에 입사했다. 2005년에는 회사 프로젝트 건으로 프랑스의 기업문화 전문 컨설팅 회사 ACG(Alternative Consulting Group) 대표 마크 르바이(Marc Lebailly)를 만나 교분을 쌓았다(르바이는 파리 제12대학에서 인류학과 정신분석학을 가르치는 학자였다). 르바이와 함께 아모레퍼시픽 기업문화 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업을 인류학적으로 분석하는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는 르바이가 만든 기업 문화의 8가지 유형 이론에 자신만의 관점과 연구, 경험을 더했다. 2010년부터는 독립 컨설턴트로서 제일기획, 제일모직, 에뛰드, 분트컴퍼니, 아이디병원 등의 기업문화 확립 혹은 변화 프로젝트을 맡았다.

 

 

연구 내용을 처음 소개한 곳은 DBR이었다. 2008 DBR 12호에기업의 신화가 늘 숨쉬도록 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냈다.(‘프랑스 산림청의 무의식참조.) 이듬해 2009년에기업의 인류학이란 부제를 가진 <기업문화 오디세이> 1권을 냈다. 8가지 기업문화 유형을 자세히 소개하고 포드, IBM, 애플 등의 문화 이동 사례를 분석한 책이다. 뒤이어 나온 제2권은 기업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신화-소명-문화코드를 비틀어 기업문화를 변화시키는 법을 다뤘다. 2015 2월 완간된 제3권은 제1권과 제2권의 이론을 중심으로 자신이 진행한 국내외 여러 기업의 컨설팅 사례들을 자세히 소개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기업의 무의식을 가볍게 보지 마라이다. 책에 따르면 기업이든, 가족이든, 종교집단이든 간에 사람이 모여 있는 공동체에는 그 집단만의 무의식이 있다. 우리는 이를문화라고 부른다. 똑같은 전자기업이라도 애플과 삼성의 문화는 다르다. 애플의 문화를 삼성에 이식할 수도 없고, 또 이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독실한 종교인에게 개종을 강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문화를 무시한 경영전략은 성공하기 힘들고, 경영전략을 바꾸려면 기업문화부터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은 섬세해야 한다. 지나치게 공개적이어선 안 된다. 신화와 토템 등 인류학적인 장치를 교묘하게 사용해 조직원들의 무의식을 움직여야 한다. 영화인셉션에서 사람의 꿈을 조작해 현실에서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기업 역시 조직원들이 부자연스럽게 느끼지 않는 범위에서 공동의 무의식을 조작하는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홍익대 부근 카페에서 저자를 만났다.

 

 

 

기업의 무의식은 기업문화이고 기업의 의식은

경영활동이라고 썼다. 기업의 문화가 경영활동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림 1)

인간은 누구나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가족에서 쫓겨나거나, 연인에게 바람맞거나, 혹은 집단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통이다.

 

기업문화의 문제는 여러 가지 징후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구성원들이 기업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에 문제가 있다면, 예를 들어 특정한 이유 없이 이직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면 기업문화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구성원 간의교환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경영자들은 직원들을 잘 대우해주고 있다고 믿고 있는데 정작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착취당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 역시 기업문화 차원의 문제다.

 

기업문화와 관련해 요즘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인가.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 다르고 조직문화도 다 다르기 때문에 문제점과 요구사항도 다 다르다. 한 기업의 문제가 다른 기업에선 전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기업문화를 관리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지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요즘 웬만한 대기업들은 기업문화팀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팀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해 하고 있다. ‘핵심가치 내재화같은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하고 출근길에 직원들 대상의해피 바이러스 퍼뜨리기이벤트를 벌인다든가 하는데 잘되지 않는다.

 

또 대한항공 여객기 회항, 남양유업과 대리점 간의 마찰 등 사회적 이슈가 됐던, 이른바갑질관련한 질문들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갑질은 해당 기업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다. 승무원에게갑질을 해서 처벌받은 대한항공 임원의 경우 온 국민으로부터 비난과 지탄을 받았는데 이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비해 과도했다. 달리 보면 이것 역시 국민들이 그에게 갑질을 한 것이다. 갑질이라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보편적 신화다.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사상적 사고틀의 층위, 트라우마의 층위 등이 종합돼서 생존 메커니즘으로 갑질이 탄생했다.

 

 

DBR Mini Box

 

 

기업문화의 여덟 가지 유형

‘기업문화 오디세이 ACG 설립자 마크 르바이의 이론에 따라 기업문화를 2 X 2 X 2 행렬로 구분한다. 세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응집력

2) 교류의 정도(개방성)

3) 경영의 체계성

 

 

이 행렬은 3차원으로 표현돼야 하지만 2차원 종이 위에서는 2개의 그림으로 나누어 나타낼 수 있다.

 

 

응집력이 강한 문화

1. 자급자족형 공동체: 초기의 애플처럼 강한 신념을 가진 소규모 공동체에서 그 조직만의신화가 만들어지는 문화.

2. 정복자형 공동체: 2000년대 스티브 잡스가 CEO를 맡았던 시절의 애플처럼 강한 응집력이 있지만 외부로의 메시지 전파도 활발한 문화. 종교 분파(sect)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3. 기업가형 회사: 팀 쿡 체제의 애플처럼 조직원들이 강한 소명의식을 공유하면서 개방성과 경영의 체계성 역시 강한 문화.

4. 학자형 회사: 공기업, 공무원 조직처럼 고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조직 내부의 자부심이 강한 대신 외부에는 폐쇄적인 문화. 성장이 정체되기 쉽다.

 

 

 

 

응집력이 약한 문화

5. 제국주의 갱: 정복자형 공동체와 유사하지만 조직원 간에 공유하는 소명의식은 약한 문화. 조폭이나 갱단의 문화와 유사하다. ‘기업의 소명은 이윤 창출이라는 생각 외에 특별한 조직의 신화가 없기 때문에 구심점이 사라지면 와해되기 쉽다. 맥도날드가 대표적이다.

6. 사회적 분열: 응집력도, 체계성도 없고 외부와의 소통도 되지 않아 조직 해체 직전에 놓인 문화. 혹은 조직 해체를 위해 적절한 문화.

7. 제국주의 시스템: 삼성, LG, GE처럼 시장 확장과 이윤 추구를 위해 고도화된 시스템을 갖춘 거대기 업집단 문화. 시장 창출을 위해서 어떤 사업으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8. 전체주의 회사: 제국주의 시스템을 갖춘 회사가 어떤 내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더 이상 성장을 할 수 없게 되고 조직원의 에너지가 내부로 팽창해 서로를 짓누르는 문화. 혹은 독과점 기업에 적절한 문화이기도 한다.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까르푸, 최근의 대한항공 문화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1990년대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이 고전한 이유를 문화와 전략의 충돌에서 찾는다.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화장품 업계에 있는 LG생활건강과는 기업문화가 다르다. 화장품 업체로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직원들 역시 미용업 종사자라는 소명의식을 공유하는 기업가형 문화를 가진 조직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제국주의형 문화를 가진 재벌그룹들처럼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꾀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는 조직원과 경영진 간 불화를 초래했다. 2000년대 들어서 기업문화 분석 작업을 통해 기업가형 문화를 되찾았다. ‘Asian Beauty Creator’라는 새로운 소명을 중심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업에만 집중해 조직원들의 힘을 모을 수 있었고 회사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1(2009)에서 애플의 경우 창업 초기에는

자급자족형 공동체 문화였다가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정복자형 공동체 문화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잡스가 죽은 다음의 애플은

여전히 정복자형 문화인가?

정복자형 문화를 가진 기업은 체계성을 더해서 기업가형 문화로 이동하든가(‘기업문화의 여덟 가지 유형참조.), 아니면 잡스 같은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나타나거나 둘 중 하나의 길을 택해야 한다. 애플은 전자를 택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굉장히 잘 전환된 것 같다. 우선 조직원들의 소속감과 유대감은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종교학적인 용어로 하면 잡스는 애플이라는 기업으로 육화(肉化)됐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정신이 기업이라는 몸뚱이 안에 살아 있다. 그런데 다른 기준으로는 잡스 시절과 많은 점이 달라졌다. 정복자형 공동체는 자신의 문화를 외부로 발산하는 개방성을 지녔지만 외부의 목소리를 내부로 끌어들이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 실제로 잡스는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믿지 않았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현재 팀 쿡 CEO 체제의 애플은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잘 받아들인다. 아이폰의 화면을 키운 것이 예다. 잡스는 끝까지 반대했던 사항이다. 또 잡스의 무배당 원칙을 깨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경영으로 돌아섰다. 헤드폰 생산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기도 했는데 잡스 같았으면 애플이라는 단일 브랜드 안으로 통합했겠지만 현 경영진은 비츠가 독립 브랜드를 쓰도록 허락해줬다. 이는 애플이 더 이상 정복자형 문화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응집력이 약한 문화 유형들도 장점이 있는가.

조직원 간 응집력이 약한 제국주의 갱, 제국주의 시스템, 혹은 전체주의 시스템을 쓰는 기업도 잘될 수 있다. 삶의 철학이나 목표가 제국주의 갱에 어울리는 사람들,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응집력 약한 문화를 가진 기업이 좋은 궁합이 될 것이다. 또 전체주의 시스템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2차 대전 이전 여러 나라에서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은 전체주의 정부들이 출현했었음을 상기해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직이 인간적이라거나 행복한 조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제국주의 갱이나 제국주의 시스템 문화는 구심점이 사라지면 쉽게 무너진다. 전체주의 문화는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좀 더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를테면

삼성전자가 애플 기업문화의 장점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삼성과 애플은 소명과 본질이 다른 회사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삼성이 애플은 될 수 없다. 하지만 애플보다 더 훌륭한 회사가 될 수는 있다. 더 크고, 더 훌륭하고, 전 세계를 지배하는 회사가 될 수 있다.

 

한국 기업 전반으로 보면 예전에는 보수적인 학자형 문화가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거기서 많이 벗어나 성장에 적합한기업가형혹은 제국주의형 혹은 전체주의형으로 바뀌었다. 기업들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럴듯한 슬로건을 만들었다고 해서 기업문화가 바뀌지는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 고칠 생각을 해야지 슬로건으로 변화를 강요하면 역효과만 난다. 열등감 느끼는 사람에게자신감 있게 살자라는 슬로건을 준다고 해서 자신감이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열등감을 느끼는 원인을 제거해줘야 한다.

 

기업문화에서, 특히 신화(神話) 구조와 그 안에서

‘매개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매개자라는 개념은 신화학의 중심 원리다. 에드먼드 리치(Edmund Leach)라는 사회인류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모든 성스러운 것은 매개적이다라고 말했다. 예수는 신과 인간을 매개하므로 성스럽다. 또 허물을 벗는 뱀은 무한과 유한을 이어주는 매개자로 거의 모든 신화에 등장한다. 한국 신화에 나오는 단군은 동물의 세계를 대표하는 곰과 신의 세계를 대표하는 환웅을 이어주는 매개자다.

 

기업이 이런 매개자 역할을 잘하면 신화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즉 기업문화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애플이라는 회사는 기계와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자, 그리고 (기계의) 아름답지 못함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이어주는 매개자라고 인식되고 있다.

 

 

기업이

이런 매개자 역할을 잘하면

신화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즉 기업문화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진다.

 

매개자의 역할, 혹은 신화의 스토리텔링을 인위적으로

창조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

기업의 신화는 의도와 상관없이 어쩌다보니 만들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꾸미려고 노력해도 꾸며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창업자의 삶과 신화가 그 스토리텔링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부합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어그러짐을 알아차린다. 현실의 제도/정책과 모순되는 기업문화를 강요받으면 조직원들은 복지부동 혹은 공격적 분노의 표출이라는 형태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

 

 

DBR Mini Box

 

 

프랑스 산림청의 무의식

1966년 설립된 프랑스 산림청(ONF)에는 구전 신화가 있다. 이른바숲의 천사단이다. 어떤 공식 문서나 책에도 나와 있진 않지만 산림청 직원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13세기 프랑스의 왕 필립 4세는 막강한 권세를 부려온 가톨릭 교황에 맞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는 왕권에도 신을 상징하는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숲을 이용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숲을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도록 한 것이다. 파리 근교에 대규모 숲을 조성한 후 이를왕의 에덴동산으로 만들고숲의 천사단이란 조직을 만들어 관리를 맡겼다.

 

 

20세기의 산림청은 13세기 필립 4세의숲의 천사단과는 직접적 연관성은 없는 조직이지만 왕이 조성한 신성한 숲을 보호하는 기사단 이야기는 직원들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1990년대 산림청이 시대의 변화에 맞게 산림자원을 개발하고 생태 레저 사업을 확장하려는 경영 혁신 작업에 들어가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반발했다. 외부에서 혁신 요구를 할수록외부인으로부터 우리의 숲을 지키자라는 무의식은 강해져만 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은숲의 천사단신화를 재해석해 직원들과 공유했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지만 인간으로서의 삶을 얻었다. 스스로 풍요로워질 권리를 얻었다. 숲은 이제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영역이다. 숲의 천사단은 이제 신의 영역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위해 숲의 천연자원을 관리하는 소명을 부여받았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새로운 가치관이 조직 내부에 퍼지면서 숲을 이용한 생태관광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상의 내용은 저자가 DBR 12기업의 신화가 늘 숨쉬도록 하라에서 소개했다. 그는 이후 출간한 <기업문화 오디세이> 2권에서 보다 자세하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설명한다.

 

 

인간은 표면적으로 과학적 사고를 하는 동시에 내면의 무의식에서는 신화적 사고를 한다. 과학적 사고는 논리를 사용해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 하지만 신화적 사고는 세상을 두 개의 존재가 대립하는 구조로 설정한다. 선과 악’ ‘천사와 악마’ ‘문명과 야만’ ‘엄마와 아빠등이다. 두 대립항을 동시에 존재시키려다보니 그 가운데매개자를 설정해 대립항 간의 갈등을 조정하거나 모순을 해결한다. 기독교가 종교로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도 신과 인간 사이에예수라는 매개자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중세 프랑스 사람들은이라는 대립항을 인식구조 안에 갖고 있었다. 왕인 필립 4세는 숲이라는 중간 매개항을 통해 신과 왕의 대립을 해결하는 존재, 신권을 가진 왕이라는 절대적 존재를 만들려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대립할 대상이 없는 절대적 존재를 불편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숲을 관리하는 사람들은의 대립구조 대신왕의 숲인간의 도시라는 새로운 대립구조를 머릿속에 만들어냈다. 이 두 대립항의 매개자는 자신, 즉 숲의 천사단이다. 왕의 신성한 숲을 인간의 도시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신화의 주인공으로 자신들을 인식했다.

 

 

20세기 후반 산림청이 여러 가지 경영혁신 기법을 도입할 때마다 구성원들은 이를 숲에 대한 외부의 공격으로 인식했다. 소명의식은 더욱 강화됐다. 숲과 인간의 대립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자 산림청은 이번에는 대립구조는 그대로 둔 채 매개자인 숲의 천사단의 소명의식을 비틀었다. ‘우리는 외부인으로부터 숲을 보호한다가 아니라우리는 인류의 공익을 위해 숲을 관리한다는 약간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조직원에게 퍼뜨렸다. 그제야 직원들의 무의식은 새로운 신화 구조를 받아들이고 회사의 혁신 작업에 동참했다.

 

 

저자는신화는 언제나 참이라고 말한다. 조직원이 갖고 있는 신화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화란 세상의 모든 현상이 지금 왜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는가를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기업문화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은 프랑스 산림청이 했던 것처럼 신화를 없애는 게 아니라 적절히비트는작업이다.

 

 

 

 

신화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때 사실 스토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구조와 테마가 중요하다. 대립 변수와 매개자라는 구조, 그리고 일정한 테마만 주어지면 스토리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만들어진다. 애플이라는 기업이 신화적 스토리를 직접 말한 적은 없다.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기업 경영자가 기업문화의 스토리텔링을 직접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조직원들이 갖고 있는 기존 신화의 구조를 파악하고 그 구조를 어떻게 비틀까 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

 

 

영화인셉션이 좋은 비유가 된다. 이 영화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연기한 주인공코브피셔라는 석유재벌의 꿈속에 침투한다. 피셔를 이기고 싶어 하는 라이벌 기업가의 사주를 받았다. 피셔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쪼개서 팔아버리도록 충동질하는 것이 작전의 목적이다. 코브 일당은 피셔의 꿈속에 들어가네 아버지가 너에게 원하는 것은 자신의 유산인 석유회사를 온전히 지키는 것이 아니라 네 마음대로 회사를 경영하는 진짜 사나이가 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꿈에서 깨어난 피셔는 회사를 쪼개기로 한다. ‘무의식의 금고안에 있던 바람개비가 매개였다. 이는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의 시작을 암시한다.

 

꿈을 꾸기 이전과 이후 피셔와 피셔의 회사가 처해 있는 객관적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꿈에서 민감한 무의식을 살짝 건드려주는 것만으로도 피셔는 완전히 반대되는 경영적 판단을 내린다. 우리가 기업문화를 바꿀 때도 이렇게인셉션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저자는 제1권의 서문 끝부분에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운영한 사업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적었다. 대학 시절 공부한 종교사회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아버지의 사업을 돕고 싶었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심장병으로 세상을 뜨셨다고 썼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아버지의 사업 이야기를 잠시 꺼냈다. 며칠 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보여주자 그는 아마도 그것이 자기 자신의 신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신화를 강화하거나 만들어주는 방법엔

어떤 것이 있나.

 

상징과 의례다. 의례에 집중해 얘기해보자.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은 신입사원 입문교육 같은 입문의례다. 또 신년의례, 주로 영업직 인력들이 참여하는 전사들의 제전과 축제 등도 기업에는 중요한 의례다. 창업자 혹은 창업 초기 회사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곳을 방문하는 성지순례도 있다. 이런 행사들 외에도 작게는 매일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회의도 구성원 사이의 문화를 재생산하는 의례의 역할을 한다.

 

조직문화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미국의 조직문화 전문가인

제임스 헤스킷 교수는 DBR과의 인터뷰에서 4R

(직원 추천, 직원 유지, 생산성 기여, 고객과의 관계)

제시한 바 있다.1

헤스킷 교수는 기업문화 변화 이후의 관리 지표로서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도구를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체계와 시스템이 갖춰진 기업은 목표중심 경영을 해야 하고, 조직문화도 지표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모든 것이 지표나 숫자로 관리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교환, 감정의 교환은 등가교환이 아니다. 인류학에서는 이를 증여론이라 한다. 마르셀 모스(Marcel Mauss)라는 학자가 얘기한 것이다. 마음과 감정은 주고받을 때마다 더 많은 가치의 증식이 일어난다. 바로 이런 것들이 조직문화를 만들어간다. 그러므로 기업문화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만들되 지표로 확인할 수 없는 것도 챙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진서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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