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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 Interview with Legendary CEO: 김동수 전 듀폰 아태지역 사장

“나쁜 사람에 둘러싸인 좋은 리더는 세상에 없다”

정지영 | 176호 (2015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2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 듀폰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아시아태평양(AP) 사장을 지낸 김동수 고문은 영속기업의 비결로사람변화하려는 의지를 꼽았다. 그는 변화를 포착하고 기회의 순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했다.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회사는 일찍부터 잠재력이 있는 후보들을 골라내고, 오랜 시간 지켜보며 트레이닝을 시켜야 한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서만 성과를 발휘하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한다. 한 우물을 깊이 파는 것이 영속성의 비결은 아니라며 변화를 향한 계속된 노력을 주문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서연(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경영학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기업이 있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 듀폰이다. 1802년 미국의 작은 화학공장에서 시작한 듀폰의 역사는 213년이 넘는다.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약 30, 이들 기업이 70년간 존속한 확률은 18%에 불과하다는 2011 <포브스> 자료와 비견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오래된 역사만큼 성과도 탁월하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인의 옷에 사용한 고성능 소재를 비롯해 다양한 과학적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오늘날 의류 및 실생활에 대중적으로 쓰이는 나일론, 테플론, 스판덱스 등이 모두 듀폰의 작품이다.

 

듀폰의 화려한 역사 속에서 빛나는 한국인이 있다. 듀폰에서 아시아인 최초로세계 불소 생산 담당 총책임자’ ‘세계 부직포 사업부 총책임자 겸 본사 부사장’ ‘아시아태평양(AP) 사장등을 거친 김동수 페트로나스(Petronas) 사외이사 겸 고문(68)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인이지만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현업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낸다.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에서 고문을 담당하는 것 외에도 삼성SDI와 코칭경영원에서 각각 고문과 파트너를 맡고 있다. 김 고문은 기업을 영속시키는 힘은사람변화하려는 의지라고 했다. 그는글로벌 기업과 글로벌 CEO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에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돈을 잘 버는 조직이라도 변화하지 않으면 100% 실패한다며 변화를 향한 계속된 노력을 주문했다.

 

김동수 전 듀폰 아태지역 사장

 

동양인 최초로 듀폰 아태지역 사장이 됐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인으로서, 아시아인으로서 듀폰에서 이처럼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준비와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매 단계 성실하게 장애물을 뛰어넘고 나니 기회가 왔다. 리더의 자리까지 오르는 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무래도서양인에 대한 콤플렉스였다. 이것을 극복한 게 큰 힘이 된 것 같다. 서양인을 리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힘들 때마다 늘나는 할 수 있다라고 마인드세팅을 했다. 돌이켜보니 콤플렉스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것이더라. 용기를 내어 많은 미국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강연하고, 업무를 지휘하면서 콤플렉스를 지워갔다. 서양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논리를 가지려고 노력했던 게 도움이 됐다.

 

1998년 아태지역 사장이 된 후 중국에 가서 신입사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한 젊은 직원이 손을 들고어떻게 남들이 못한 일을 해냈나요(What does it take to win)?”라고 물었다. 아시아인 최초로 어떻게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묻는 것이었다. 그때는 제대로 대답을 못 했는데 최근 다시 한번 자문해 봤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고, 어떤 자리에서건 중요하게 생각했던 몇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글로벌 시민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고객도, 경쟁자도 모두 국제인이다. 이들은 언제, 어느 곳에서 나타날지 모른다. 무한경쟁 시대다. 이런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화에 대한 감각이다. 자기의 세상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 과정에서 언어가 유창하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해서 영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두 번째는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안전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고, 변화를 리드할 수 있어야 하며, 창조력이 있어야 한다. 한탕주의자나 한 방을 노리는 사람이 끝에 가서 이기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세 번째는 생산성이다. 최대의 생산성을 가지기 위해 애썼다.

 

그 다음은 리더십이다. 예전의 리더는 어떤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제시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한경쟁 사회에서는 문제에 대해 바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는 거의 없다. 매 순간 상황이 바뀌는데다 그 영역도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답을 주는 리더가 아니라 조직에 동기를 부여하고 영감을 불어넣어 조직 자체의 질을 높이는 리더가 되고자 했다. 군림하는 리더가 아니라 직원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그래서 솔선수범하려고 했다. 사람들은 직접 나서서 행동하는 리더를 따르기 마련이다. 예전에 큰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의 사무실에 찾아간 적이 있다. 회사 전체가 금연이었는데 친구의 사무실에 재떨이가 있었다. “웬 재떨이냐고 했더니 “CEO는 다르지라고 하더라. CEO이기 때문에 회사 정책 강령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그때이 회사에 금연정책이 제대로 실행되긴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회장이 담배를 피는데 직원들이 억지로 금연을 하지 않았다. ‘Walk the Talk.’ 리더라면 말하는 대로 본인 스스로부터 실행해야 한다. 말하는 대로 걸어가라. 실천하지 않는 리더의 메시지는 없는 것만 못하다. 늘 이것을 실천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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