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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중저가 브랜드 마케팅 전략

명확한 타깃, 심플한 포트폴리오… 중저가 폭풍에도 브랜드 재생에 성공하다

이유종 | 150호 (201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마케팅

아모레퍼시픽의 중저가 브랜드 성공요인

1) 브랜드 정체와 위기를 겪을 때도 기존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브랜드 재활성화(brand revitalization)에 성공했고 신규 브랜드를 다량 출시하는신규 브랜드 출시의 덫(trap of new brand launching)’에도 걸려들지 않았다.

2) 장기간 브랜드를 운용함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일관성(brand consistency)을 유지했다.

3) 소수 브랜드로 중저가 시장 전체를 담당하는 간단한 브랜드 포트폴리오(brand portfolio)를 운용했다. 또 무리한 브랜드 확장을 하지 않아서 브랜드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은빈(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씨가 참여했습니다.

 

2002 3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회사명 에이블씨엔씨)는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 직영매장 1호점을 열었다미샤는 3300∼8900원의 초저가 화장품을 내놓았고 소비자들은 파격적인 가격에 열광했다. ‘화장품 가격고객이 결정해 주세요라는 이벤트를 진행할 정도로 저가 정책에 적극적이었다미샤는 2004 100호 매장을 열었고 매출액 1114억 원을 기록했다가파른 성장세였다당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모아 놓은 동네 종합화장품 매장과 뷰티 카운셀러들이 직접 고객에게 화장품을 파는 방문판매를 통해 화장품을 팔고 있었다단일 브랜드 매장의 형태는 낯설었다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업체들은 중저가 화장품 업체의 브랜드 매장 공세를 ‘한때 부는 바람’ 정도로 치부했다크게 주목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대응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그러나 미샤 등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이어지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위기감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등장으로 동네 종합 화장품매장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종합 화장품매장을 한 축으로 화장품을 유통하던 아모레퍼시픽에는 치명타였다방문판매도 주춤하고 있었다. 1964년 도입한 방문판매는 1980년대 초반 전체 화장품 유통의 80% 이상을 담당했으나 19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고 택배시장이 팽창하면서 하향 곡선을 그렸다아모레퍼시픽은 전체적인 유통 포트폴리오에서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했다아모레퍼시픽은 먼저 동네 종합화장품 매장에서 자사의 판매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2004년 기존 거래처이던 동네 화장품 가게 중에서 목이 좋고 매출액이 높은 우량매장을 모아 화장품 유통체인 ‘휴플레이스를 출범시켰다휴플레이스는 종합 화장품매장에서 25%에 불과하던 아모레퍼시픽의 제품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렸다아모레퍼시픽은 2007년 휴플레이스를 아모레퍼시픽 제품만 100% 판매하는 ‘아리따움(ARITAUM)’으로 개편했다하지만 아리따움은 아이오페라네즈마몽드미쟝센 등 주로 고가의 화장품을 취급하는 유통망이었다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저가 시장에서도 대응책이 필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 매출액 200∼300억 원대에 불과하던 기존 중저가 브랜드인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를 투입하기로 했다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브랜드 매장을 세우기 시작했고 2013년 에뛰드하우스의 매장은 600이니스브리는 767개까지 늘었다매출액도 2013년 에뛰드는 3372억 원이니스프리는 3328억 원을 기록했다경쟁업체인 미샤(에이블씨엔씨)와 더페이스샵의 같은 해 매출액은 각각 4424억 원, 5230억 원이다중저가 브랜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매출액을 합치면 업계 1, 2위 업체보다 많을 정도로 커다란 성과를 냈다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2014 1월 시무식에서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2020년까지 5대 글로벌 챔피언 뷰티 브랜드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서 회장이 제시한 5대 브랜드 중 2개가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다. DBR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으나 2개의 브랜드로 중저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아모레퍼시픽의 마케팅 전략을 취재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시장 세분화 전략

① 중저가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다

에뛰드는 2005 8월 서울 명동에 ‘에뛰드 하우스라는 단일 브랜드 매장을 열었다미샤가 1호점을 낸 뒤 35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다당시 미샤는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에도 입점할 정도로 유통망 확장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었다미샤는 2005 300호 매장을 돌파했다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이 3년 이상 주춤한 이유는 당시 단일 브랜드의 제품만을 파는 ‘브랜드숍이 생소했기 때문이다성공 여부는 불투명했다아모레퍼시픽은 저가 시장의 대응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방문판매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고가 제품으로 바꿔서 매출액을 늘리고 기존 종합 화장품매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단일 브랜드숍을 세워서 전체 유통망을 재편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하지만 국내 화장품업계에는 미샤가 단일 브랜드 매장을 개설하면서 점차 브랜드숍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대세는 브랜드 매장으로 기울고 있었다아모레퍼시픽의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시장에서 고가 브랜드 위주로 화장품을 팔고 있었다만일 중저가 화장품을 출시하면 이 제품들이 기존 고가 화장품의 시장을 파고드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이 발생할 수 있다경영진은 판단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최악의 경우 중저가 화장품이 크게 히트하면 오히려 그룹 전체의 매출액이 줄어들 수도 있다아모레퍼시픽 경영진은 고심을 거듭했다자기잠식을 비켜가는 묘수를 고안하다가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시장 세분화 전략은 차별화된 수요에 따라 소비자를 몇 개의 시장으로 나누고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아모레퍼시픽은 고객의 특성에 따라 분류된 시장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마케팅을 하면 기존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오히려 숨은 고객도 발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시장에 따라 유통망을 다르게 설정했다. 브랜드에 따라 유통망이 차별화되면 소비자는 모두 다른 제품으로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아모레퍼시픽은 아이오페 등 고가의 화장품은 프랜차이즈 체인인 ‘아리따움에서 유통시키고 중저가 화장품은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브랜드 매장에서 팔기로 했다.

 

② 실패에서 교훈을 얻다

사실 아모레퍼시픽은 단일 브랜드 매장을 개설하기에 앞서 중저가 제품을 모아 놓고 파는 종합 브랜드 매장을 시범적으로 열었다중저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 앞서 시장의 반응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서다또 미샤와 더페이스샵 등 경쟁업체들과는 달리 중저가 시장도 단일 브랜드가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를 함께 모아 파는 종합화장품 매장의 유통방식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국내 소비자들은 수십 년 이상 종합 화장품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해왔기 때문에 이런 판매방식이 더 익숙할 수도 있다. 2005 5월 색조화장품 중심의 직영 브랜드 매장 ‘휴영을 명동에 열었다. 6월에는 2호점까지 냈다휴영은 18∼23세 여성 고객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하고 1000∼5000원대의 저가 화장품을 대거 선보였다하지만 중저가 화장품만을 판 것은 아니었다. 2층짜리 1호점 매장에서 1층에는 에뛰드 등 중저가 메이크업 제품을 팔았고 2층에는 스킨케어 제품을 팔았다휴플레이스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도 함께 팔았다여기에는 아이오페 등 고가의 화장품도 포함됐다결국 휴영에 배치된 제품은 에뛰드의 제품을 일부 강조한 것을 빼면 브랜드 구성에서 휴플레이스와 별 차이가 없었다결국 불명확한 매장의 정체성 때문에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브랜드의 간판을 내려도 고객들이 해당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매장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했다뼈아픈 실패였다당시 경험은 이후 에뛰드 매장을 개설할 때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③ 잘 알려진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우다

아모레퍼시픽은 휴영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함께 파는 매장은 소비자에게 별다른 매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경영진은 새로운 중저가 브랜드 출시와 기존 브랜드 활용이라는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했다새로운 브랜드를 만들면 홍보비 등 막대한 초기 자금이 투입된다처음 시도하는 단일 브랜드 매장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새로운 브랜드 출시는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아모레퍼시픽은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고 만일 실패해도 타격이 작은 에뛰드를 단일 브랜드 매장의 파일럿 브랜드로 선정했다매장 이름도 처음에는 캐나다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 발표한 아동소설 <빨강머리 앤>을 의미하는 ‘앤하우스로 지었으나 경영진이 “앤하우스라는 이름을 지금부터 또 새롭게 알리려면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는 의견을 제시해서 기존 브랜드 이름을 활용한 ‘에뛰드하우스로 정했다에뛰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을 담당하는 브랜드다중저가 시장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보면 20대 후반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브랜드도 하나 더 필요했다경영진은 20대 후반 이상의 고객을 담당할 브랜드로 이니스프리를 골랐다이니스프리는 2000년 국내 최초로 ‘자연주의를 표방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였으나 매출액은 크지 않았다아모레퍼시픽은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에뛰드 ‘이니스프리의 투트랙(two track) 전략으로 모든 연령층을 커버하기로 했다.

 

에뛰드하우스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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