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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tial Cases in Books

기억하기 쉬운 숫자, 제품 살린다

서진영 | 141호 (2013년 11월 Issue 2)

 

 

인간은 태어나서 글자와 숫자 중 어느 것을 먼저 배울까? 먼저 우리가 어린 시절 처음 글을 배울 때를 떠올려보자.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을 먼저 종이에 썼을까? 아니면 ‘1, 2, 3, 4…’가 먼저였을까? ‘아야어여오요…’와 ‘하나, , , 넷…’ 중 어느 것을 먼저 배웠을까? 사실 한자(漢字)를 배울 때도 우리는 ‘, , …’을 가장 먼저 시작한다. 이렇게 숫자는 글자보다 어릴 때부터 더 쉽고 가깝게 생각됐다. 또 숫자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상징체계로 그 의미가 명확하다. 문자가 주는 언어의 모호함과 달리 객관화된 수치로 표기하기 때문에 논리적 근거가 명확하다.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숫자로 제품의 특성과 품질, 효능 등을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논리적 근거를 부여할 수 있어 널리 이용된다. 숫자의 심리를 이용해 고객의 가치관이나 제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 구매로 이끄는 것은 널리 알려진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상생활과 비즈니스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려운 ‘수학’이 아니라 친숙한 ‘숫자’라는 점이다.

다음 문장을 한번 읽어보자. 100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75점 정도는 누구나 받을 수 있습니다. 숫자에 강해지는 비결은 ‘99%의 의식과 1%의 지식’에 달려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 문장을 숫자를 의식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자. 100점’ ‘99%’ ‘1%. 의도적으로 숫자를 넣어 문장을 완성했다는 것을 눈치챘는가? 만약 앞의 문장에 숫자를 넣지 않는다면 이렇게 된다. “만 점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어느 정도는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숫자에 강해지는 비결은 ‘끊임없는 의식과 약간의 지식’입니다.

전달하려는 의미는 같아도 풍기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숫자가 없는 문장은 임팩트가 약하고 막연하다. 의도적으로 숫자를 활용해서 효과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경영 분야에서도 숫자 마케팅의 중요도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프로는 숫자로 승부한다(노동형 지음, 토네이도 출판, 2009)>에서 실제 사업과 마케팅에서 숫자를 활용한 사례를 살펴보면서 숫자 놀이에 한번 빠져보자.

먼저 비즈니스에서 숫자를 활용한 가장 친숙한 사례는 전화번호를 이용한 숫자 마케팅이다. 마케팅에서 숫자는 이미지 전달이 빠르고 제품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또 숫자에 의미를 부여한 제품은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제품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크다. 숫자 마케팅의 초기 형태는 이른바 ‘골드 번호’라고 불리는 기억하기 쉬운 전화번호를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삿짐센터에서는 2424(이사이사)라는 번호를, 철도청에서는 7788(칙칙폭폭)라는 번호를 사용하는 방식이다.기업 사례에서는 1992 20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대박을 터트린 ‘700-5425’ 음성정보 서비스가 있다. 5425라는 숫자를 최초로 브랜드로 만든 이 사업은 소비자 인지도가 98%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이러한 붐을 타고 이른바 ‘700 서비스’의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이 밖에 업종을 대표하는 전화번호 활용법도 많다. 이삿짐센터는 2424(이사이사) 외에도 1472(일사천리)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퀵서비스의 경우는 8282(빨리빨리)가 많이 이용된다. 버스를 타면 볼 수 있는 역술인 관련 전화번호는 8425(팔자이오)가 있다. 재활용센터의 전화번호는 4989(사구팔구) 또는 8949(팔구사구), 펜팔을 주선하는 회사는 7942(친구사이), 치과는 2882(이빨빨리), 삼치구이 전문점은 3792(삼치구이) 또는 9285(구이팔어)와 같은 방법으로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숫자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번호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가? 지금 가진 번호에도 새로운 의미와 스토리를 부여할 수는 없을까?

둘째로 제품명의 숫자화를 검토해야 한다. 이것은 제품명을 단순하게 숫자로 풀이해서 브랜드로 만드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애경의 2080 치약이다.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2080치약은 1998 12월 출시해서 현재까지도 치약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품이다. 또 숫자를 제품명에 활용하는 ‘숫자 마케팅’의 효시가 된 제품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2080치약은 출시 이듬해인 1999 5.8%였던 시장점유율이 2000년에는 10.9%로 올랐고 출시 7년 뒤인 2005년부터는 2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판매된 2080치약은 총 16700만 개로 하루 평균 46700개씩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조금 더 ‘숫자를 가지고’ 이 치약의 성공을 부연하면 지금까지 판매된 치약을 연결하면 서울에서 부산(428) 41회 왕복할 수 있는 길이에 해당된다. 치약을 쭉 짜면 그 길이가 399883㎞로 지구(한 바퀴 4만㎞) 10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다. 이후 시판된 치아보호 전문 껌인 ‘자일리톨 333’도 같은 이유로 숫자를 전면적으로 드러냈다. 333은 ‘3가지 기능성과 3배의 풍부한 향, 그리고 3가지 맛’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참신한 이름은 시판 1년 만에 월 평균 60억 원이라는 매출액을 안겨주는 효자상품이 됐다. 또 다른 사례로는 이미 고전이 된 ‘삼천리자전거’와 ‘콘택 600’을 들 수 있다. 1952년에 탄생한 삼천리자전거는 첫 국산 자전거로 삼천리금수강산을 뜻하는 이름을 제품에 붙였다. 필자는 자전거가 3000㏄급 고급 자전거라서 그렇다고 농담하기도 한다. 반면 콘택 600은 캡슐 안에 600개의 알갱이가 있다는 데서 착안한 상품명이다. 가끔 실제로 600개의 알갱이가 들어 있는지 세어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또 국순당 ‘백세주’는 100세까지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건강주라는 점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숫자의 달인(야마다 신야 저, 정은지 역, 비전과리더십, 2009)>에서는 조금 더 복잡한 형태의 숫자 제품명을 소개하고 있다. 다음 제품명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맞춰 보자. ‘코카콜라 187168, 스톰=292513, A6, 1492, 덴탈크리닉 2080’ 코카콜라에서 새롭게 선보인 ‘187168’은 단순한 숫자 나열로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187168’은 청소년들이 가장 원하는 키가 남자 187, 여자 168㎝로 조사돼 이를 제품명에 반영한 경우다. ‘스톰=292513’은 이 회사 사장 딸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그대로 제품명에 사용했다. A6’는 A4, A3의 정형화된 틀을 깨겠다는 생각이며, 1492’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를 브랜드명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패션업계에서도 숫자 마케팅이 붐이다. 브랜드 로고를 대신해 ‘숫자’를 디자인한다. 업체들은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리는 숫자 찾기에 바쁘다.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는 어떤 숫자를 이용한 제품명을 활용할 수 있을까?

셋째 단계에는 항상 만나는 숫자인 ‘날짜’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이다. 이른바 데이 마케팅은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특별한 기념일을 만들라는 전략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연인들이 함께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아마도 214일 밸런타인데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해 팔리는 초콜릿, 사탕 등의 매출에서 이날의 점유율이 절대적인데 사실 밸런타인데이는 1950년대 후반 일본에서 만들어진 기념일이다. 초콜릿을 더 많이 팔고 싶은 일본의 제과회사 모리나가가 1958년 실시한 이벤트가 발전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 고백을 쉽게 하지 못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활용해서 ‘214일 하루만이라도 여자가 남자에게 자유로이 사랑을 고백하자’라는 사랑 고백 캠페인으로 초콜릿을 선물하도록 유도했다.

 

 

 

 

 

 

1970 년대 들어서 밸런타인데이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모리나가는 한걸음 더 나아가 비인기 품목에 속했던 마시멜로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사랑 캠페인을 벌였다. 214일에 초콜릿으로 받은 사랑을 314일에 마시멜로로 보답하자’는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처음에는 마시멜로데이라고 불렸으나 너무 상업적이고 호응도가 낮아 마시멜로의 하얀색을 뜻하는 ‘화이트데이’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현재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33일 ‘삼겹살데이’처럼 비교적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날은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37일은 ‘삼치데이’로 정하고 ‘삼치 특가전’을 열어 삼치를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열거나, 52일을 ‘오이데이’, 72일은 ‘체리데이’, 92일은 ‘구이데이’ 등으로 정하고 특정일별로 주제를 선정해 관련 이벤트를 개최한다. 그리고 ‘1111일’은 빼빼로데이다. 우리 회사는 어떤 날짜에 가수 이용의 ‘10월의 마지막 밤’처럼 특정일에 제품과 서비스의 존재를 상기시킬 수 있을까?

네 번째 단계에서는 캠페인과 홍보에서 숫자 마케팅을 이용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청각을 이용해 숫자를 기억하기 쉽도록 반복하는 경우 그 횟수가 3회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인간은 동일 문구가 3회 이상 반복되면 그것을 정보로 받아들이지 않고 노이즈로 여긴다. 따라서 최대 3회로 제한해야 고객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시킬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서울우유는 ‘사랑한다면 하루 세 번’이라는 캠페인을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거짓말을 하는 딸을 혼낸 엄마가 아이에게 우유를 주면서 맘속으로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라고 세 번 반복하는 TV 광고는 고객에게 광고에 대한 공감을 불러오는 동시에 하루 세 번 우유를 마시자는 메시지로 다가갔다.이와 반대로 지나치게 전화번호를 반복하는 700 서비스나 대출업체의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캠페인에서 숫자의 단위를 살짝 바꿔 제품을 새롭게 포장할 수도 있다. 우리가 마시는 자양강장제 박카스에는 타우린(taurine) 1000㎎ 들어 있다.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담즙의 분비와 지방의 흡수를 원활하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표기법만으로는 타우린이 굉장히 많이 첨가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단위의 착시현상이다. 1000㎎은 1g과 같은 용량이기 때문이다. 같은 양이라도 1g이 포함된 것과 1000㎎이 포함된 것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박카스는 단위의 변화로 제품의 기능을 확대시킨 것처럼 표현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미국의 <디 애틀랜틱(The Atlantic)> 지에서 오랫동안 특파원으로 일한 제임스 팔로는 2008년 초 놀랄 만한 기사를 썼다. 표준적인 미국인들이 중국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고 있는지를 기사를 통해 설명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인용한 네티즌들은 원래 제목 ‘14000억 달러의 의문’을 “미국인 한 명은 중국인 한 명에게 평균 40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로 고쳐 놓았다. 덕분에 소수 엘리트들이나 보던 이 잡지는 단숨에 사이버 공간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네티즌들이 바꿔 놓은 헤드라인이 여론에 불을 지핀 게 분명하다. 우리의 뇌는 ‘14000억 달러’와 같은 어마어마한 숫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감을 잡지 못하지만 ‘1인당 4000달러’라면 쉽게 받아들인다. 큰 숫자를 평균값으로 단순화시키면 우리의 뇌세포는 이를 잘 받아들이는 것이다.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표현하는 데 숫자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그런데 숫자는 이렇게 기업의 마케팅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는데도 활용된다. 먼저 21법칙이다. 21법칙이란 무슨 일이든 21일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습관으로 정착된다는 습관의 법칙이다. 우리의 두뇌구조는 똑같이 반복된 것을 21일간 보여주면 두뇌시스템이 21일간 실천한 내용을 시스템화해서 습관으로 정착하게 만든다. 금주와 금연, 운동, 공부, 다이어트 등의 결심을 하고도 잘 지키지 못한 것을 선정한 후 21일 동안 꾸준히 실천하면 반드시 결심한 것을 성공할 수 있다. 21일 실천기간 중 중간 정도에 실패했다면 다시 21일에 도전해야 한다. 21일 동안 24시간 내내 생각과 말과 행동을 달성하고 싶은 목표에 일치시키려고 인내하고, 도전하고 노력해 보라.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인생에서 필요한 두 번째 숫자는 1090법칙이다. 이 법칙은 어떤 분야든 성공에 필요한 기본 법칙, 원칙, 규칙, 방법, 테크닉을 발견하기 위해 투자한 10% 시간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90%를 절약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링컨은 ‘나에게 나무를 벨 6시간이 있다면 도끼를 가는 데 4시간을 쓰겠다’라고 했다. 숫자가 친숙한가? 6시간 동안 멍하니 마케팅 방법을 찾느라 몰두할 때, 4시간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숫자를 활용한 마케팅 방법의 도끼를 갈고 싶을 때,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책 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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