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 BC 그린카드

친환경 명분에 경제적 보상까지 포화시장서 500만장 발급 신화 쓰다

127호 (2013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곽현정(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기업이 말로만 상생이라고 외치면서 연말에 연탄 몇 장 나르고 그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하면 좋은 목표가 아니라꼭 해야 할 목표로 바뀌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성공을 해야만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강태 BC카드 사장)

 

기업의 사회적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CSR을 넘어 CSV의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CSV를 성공적으로 실행한 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다. 사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사회에도 기여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BC카드는 2011 7월 친환경 생활을 유도하는 신용카드인그린카드를 출시해서 2년이 채 안 된 올해 3 500만 장을 발급하는 성과를 냈다. 경제활동 인구 1인당 평균 4장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어 극도의 포화상태로 여겨지는 한국의 카드 시장 여건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성과다. 환경보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는 명확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포화상태에 이른 카드 시장에서 사업적으로도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BR이 주요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통신사에 인수된 카드회사,

금융+ICT 융합을 추진하다

KT 2009년부터 BC카드 인수를 추진했고 2011년 지분 70%를 확보했다. KT BC카드를 인수한 뒤 통신과 금융의 융합을 추진했다. BC카드는 지속성장을 위한 사업기반 강화와 그룹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라도 IT와 금융의 융합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었다. BC카드는 KT의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역량을 기반으로 모바일 결제시장의 파이를 키워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국내 표준 규격의 모바일카드로 해외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계획도 마련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BC카드 신사업추진부는 2009 8월 미래의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사업아이템을 검토하던 중기후변화 대응이슈에 주목했다. 당시에는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때다. 신용카드와 기후변화의 연결고리를 찾던 신사업추진부 직원들은 탄소마일리지 카드(그린카드)의 형태로 친환경 신용카드를 발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가입자가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인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포인트를 줘서 현금이나 제품할인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자는 아이디어였다. 친환경 활동에 긍정적인 소비자를 겨냥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도 했다. BC카드는 그린카드가 성공하면 기존 카드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과 관련된 부가적인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고 봤다.

 

BC카드는 탄소마일리지 카드와 관련해서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난립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당시 서울시는 전기와 가스, 수도를 줄이거나 친환경 제품을 살 때 포인트를 줘서 현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에코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BC카드는 자신들의 사업구상과 맞아떨어지는 서울시의에코마일리지 카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BC카드의 참여가 사업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반겼다. BC카드는 2010 1월 서울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고객조사 및 상품개발, 발급사 모집, 제휴가맹점 모집,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에코마일리지 카드는 서울이라는 한정된 지역에서만 시행됐기 때문에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입장료 할인 등 혜택이 많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 또 연회비(2000∼5000원 정도)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가입자에게 별도의 부담을 안겨야 했던 점도 사업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BC카드는 1년 동안 서울시와 함께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규모로 사업을 확대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카드로 포인트가 자동으로 적립되고 연회비를 없애면 다른 카드를 주로 사용하던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면 입장료 할인 등 인센티브를 주는 기관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BC카드는 전국적인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 2010 12월 환경부에그린카드관련 사업을 제안했다. 당시 환경부도 민간 차원에서 탄소감축 노력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가 필요했다. BC카드의 제안이 반가웠고 당시 환경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부 검토가 빠르게 진행됐다. 환경부는 2011 4월 공개입찰을 통해그린카드의 공식 운영사로 BC카드를 지정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편승하다

그린카드는 사업계획 단계부터 시장분석, 고객분석, 해외사례 검토 등의 꼼꼼한 과정을 거쳤다. 정부는 BC카드가 그린카드 사업을 구상할 당시인 2009년 중기 탄소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202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기존 정책을 유지할 때 예상되는 배출 전망치(BAU·Business As Usual)에 비해 최대 30%까지 줄이는 내용의 시나리오였다.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한국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의무감축국(선진국)으로 편입되거나 개발도상국과는 차별되는 방향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다. 정부는 민간 부문에서 강력한 탄소감축 수단이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탄소발생의 43%가 민간 부문에서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민간 부문에서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면 정부가 나서서 도와줄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BC카드에는 적절한 사업기회였다.

 

사회적으로도 친환경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여론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 중 일부는 친환경 소비 성향을 가진 그린소비자(Green Consumer). 이들은 상품구매와 소비 등을 할 때 환경보호를 소비행동의 선택기준으로 삼는 소비자로 환경 의식적 소비자나 사회 책임적 소비자, 생태 의식적 소비자 등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그린소비자도 친환경 제품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Kein Pearitie(1995)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 중 16%는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많은 적극적인 집단이다. 34%는 미래 환경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나 환경 관련 비용 지불의사가 다소 떨어지는현실적인 집단이다. BC카드는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그린소비자를 전체 소비자의 20∼50% 정도로 추산했다. 특히 현실적인 집단으로 분류된 34%조건부 친환경 소비자에 주목했다. 이들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실천을 망설이는 소비자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경제적 혜택이 나올 때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실리추구형 소비자 집단이다. BC카드는 친환경 및 조건부 친환경 소비자까지 가입하면 그린카드 사업이 대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사례도 참고했다. 해외사례는 서울시와 에코마일리지 카드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을 빼면 성공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영국 환경부는 2007 2월 국민에게 개인 단위로 탄소 배출권을 부여하고 온실가스 감축 및 배출 여부에 따라서 포인트를 주는 개인탄소할당제(Carbon Credit Card)를 시작했으나 예산 부족, 탄소배출권 개인 부여에 대한 반발, 협업 기관 부재 등의 이유로 포기했다. 영국은 탄소 의무감축국으로 국가 차원의 강력한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탄소할당제는 시장 원리에 따라 개인 단위로 배출권거래를 시도한 첫 사례였다. 미국에서도 NGO Brighter Planet 2007 11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함께 민간주도로 탄소저감 목적의 신용 및 체크카드인 Brighter Planet Visa Card를 추진했으나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다. Brighter Planet은 정부와 다른 기업 등의 협조가 없이 두 기관이 추진한 사업이라서 단기간에 확대되는 데 한계가 있다.

 

일본 환경성도 JCB와 함께 2008년부터 친환경 포인트제도인 EAP(Eco Action Point)를 시작했다. 환경성이 JCB 및 참여기업과 제휴해 탄소저감행동을 할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냉장고와 에어컨, 평면TV 등 에너지 고효율 제품과 에너지 절약형 주택을 구입할 때 정부가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2012년 참여기업은 101, 회원은 530만 명으로 목표를 잡았다. BC카드는 2010 4월 일본 JCB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직원들을 출장 보냈다. 직원들은 한국에 돌아온 뒤 EAP와 비교해서 고객 서비스 항목을 더 부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평생 연회비 면제 방안을 만들었다. EAP는 제품에 부착된 환경 마크를 가져오면 일정 금액을 깎아주는 제도를 시행했으나 이를 귀찮게 여긴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찾아냈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분석은 BC카드의 사업 모델을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을 아우르는 운영체계

BC카드는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카드발급사, 유통회사, 제조업체 등과 함께 역할을 분담했다. 정부 측에 해당하는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제도운영을 총괄하고 그린카드 참여기업 모집, 홍보, 정책개발 등에 주력했다. 환경부는 한국타이어를 비롯해서 유한킴벌리 등 다양한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에 그린카드 사업에 참여해줄 것을 독려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그린카드를 사용할 때 나타날 경제적인 효과 등을 분석했다. 지자체들은 소속기관 등이 운영하는 박물관과 공연장, 체육시설 등 411개 공공시설에서 입장료 할인혜택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운영사인 BC카드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운영했다. 참여기업과 기관 등을 모으는 것과 홍보 및 마케팅도 BC카드의 몫이었다. 신용카드 발급사는 회원모집과 제도활성화 기금, 포인트 비용 일부 등을 부담했다. 친환경 제품 제조업체 및 유통사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유통시켰으며 포인트 비용 일부를 부담했다. 롯데마트는 자체 예산으로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때 제품가격의 3∼8%에 해당되는 금액을 포인트로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환경 제품의 매출이 늘어나면 참여 제조기업도 이익을 얻는다. 현재까지 칠성사이다, CJ의 햇반, 오리온 초코파이, 유한킴벌리의 하기스 등 117개 기업 850여 개의 제품이 그린카드의 친환경 제품 인증에 동참했다.

 

 

시행 과정에선 어려움도 많았다. 친환경 제품의 포인트를 적립하려면 친환경 제품을 인식할 수 있도록 유통회사들이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친환경 제품을 결제할 때 포인트가 자동으로 적립되려면 기존 결제시스템에 이런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을 구입했으나 가맹점에서 포인트 적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허사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모든 가맹점에 결제시스템을 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 많은 대형 할인매장은 잠시 업무를 중단시키고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대형 할인매장의 입장에선 매출감소, 결제시스템 오작동 등의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하지만 우군이 된 정부의 도움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정부는 공익성을 내세우고 가맹점들에 프로그램 교체를 독려했다. 업체들은 정부와 BC카드의 협공에 서서히 참여하기 시작했다. BC카드 혼자 힘으로만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면 매우 더딜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인 혜택을 원하는 숨은 소비자를 잡아라

BC카드는 구체적인 경제적 혜택이 나올 때 행동에 나서는조건부 친환경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기존 카드상품에는 제공할 수 없었던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먼저 가입에 걸림돌이 될 연회비를 없앴다. 그린카드는 연회비가 평생 면제되는 유일한 개인 대상 신용카드다. 현행법상 모든 카드는 많든 적든 연회비를 받아야 한다. 연간 2000원에서 200만 원까지 내고 있다. 하지만 2000∼5000원 정도로 연회비가 적은 신용카드는 결제만 가능할 뿐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이 거의 없다. 카드를 찾는 수요 자체도 적다. 대체로 시중에서 인기를 끄는 신용카드는 연회비가 5000∼1만 원 정도다. 삼성카드가 주력상품으로 밀고 있는 숫자시리즈의 경우 연회비가 1∼2만 원 수준이다. 과거에는 신용카드 회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연회비를 면제했지만 과당경쟁을 우려한 금융 당국이 이를 금지하면서 연회비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연회비는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연회비는 가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BC카드는 환경부와 금융당국의 도움으로 국내에서 개인대상 카드로는 유일하게 그린카드의 연회비 면제 정책을 관철했다. BC카드는 에코마일리지 카드를 만들 때 연회비가 가입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경험했다. 환경부도 그린카드가 국민 누구나 가입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자고 거들었다. 환경부는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환경부 장관 고시로 그린카드의 연회비를 무료로 만들어냈다.

 

카드 혜택도 최대한 늘렸다. 그린카드는 고객이 친환경 소비를 할 때마다 정부와 기업에서 친환경 포인트인에코머니를 적립해 준다. 에코머니는 국내 전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이용액의 최대 0.8%까지 적립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주유소 등 이용 빈도가 높은 2개 업종을 골라서 최대 4%까지 적립할 수도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그린카드 참여기업에서 환경마크, 탄소라벨이 부착된 제품을 사면 최대 5%까지 에코머니가 적립된다.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월 5000원에서 1만 원까지 적립해준다. 적립된 에코머니는 현금처럼 쓰거나 상품권, 교통비 등의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국립공원 직영 야영장에서 50% 할인과 휴양림 등 전국 381개 공공시설에서 무료 입장 또는 할인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 에너지 절약만으로도 에코머니를 받을 수도 있다. 전기와 수도, 가스 등을 절약하면 지자체와 연계해 연간 최대 10만 포인트를 제공한다.

 

친환경 인식을 높였다

그린카드의 대표적인 성과는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친환경 제품을 이용하자는 소비자의 의식이 높아졌다. BC카드가 지난해 6월 그린카드 가입자에게카드 발급 전후 에너지 절약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냐고 물었더니에너지 절약 제품을 구매하게 됐다(56.1%)” “가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노력하게 됐다(66%)”는 응답이 나왔다. 63.9%는 친환경생활 실천 의지가 강화됐다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0.3∼17%에 불과했다.(그림 1)

 

그린카드는 녹색기후기금(GCF)의 사무소를 인천 송도에 유치하는 것에도 일부 기여했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그린카드제도의 경우 소비자의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행동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한반도는 북한 등 안보위험이 늘 도사리는 데도 불구하고광범위하게 국민들이 환경보호에 참여한 나라는 없다고 판단된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수치로 보면 그린카드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3년간 408만 톤으로 추산됐다. 사회경제적인 비용으로 2835억 원을 절약했다. 이 밖에도 그린카드는 플라스틱 카드 사용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면 카드 사용량이 줄어들 수 있다. 플라스틱 카드는 연간 5억 장이나 발행된다. 세로로 쌓으면 약 1000㎞에 달한다. 지갑에 많은 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편리하게 됐다.

 

사실 BC카드가 그린카드로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스템을 만들고 해당 사업에 인력을 파견하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간다. 그린카드 광고비용만 해도 막대하다. 카드 발급사가 카드로 벌어들이는 돈 중 일부는 사회에 환원한다. 하지만 BC카드는 내부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BC카드는 그린카드 사업으로 카드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했다. 정부와 지자체, 제조업체, 유통회사 등이 참여하는 강력한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기가 더 쉬워지고 기존 고객사에 대해선 강력한 결속력을 다질 수 있다. 또 현재는 시장가치가 크지 않지만 앞으로 더 커질 친환경 제품 판매시장과 탄소마일리지 등 신규 시장을 선점하고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탄소배출규제에 선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는 계기도 만들었다. 최근 카드회사는 카드사업으로만 돈을 버는 사례가 드물다. 대부분 보험, 여행, 현금서비스 등 부가사업으로 돈을 번다. 어떤 사업을 하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려면 브랜드 가치를 키워야 한다. 미래에 남는 것은 결국 브랜드다. BC라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다면 당장 돈을 벌지 못해도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 (이강태 BC카드 사장)

 

 

사용률, 사용액 떨어지는 것은 해결 과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그린카드는 아직까지 사용률이 낮다. 연회비가 없기 때문에 카드발급은 쉬웠다. 하지만 연회비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반드시 사용해야겠다는 의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연회비를 내는 일반 카드에 비해서 사용률이 떨어진다. 카드 사용액도 더 높여야 한다. 소비자가 주로 사용하는 메인카드로의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그린카드 인지도도 아직은 낮다. 최근 설문조사에선 51% 정도만 그린카드에 대해서 들어봤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그린사업을 계속해서 지원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오히려 향후 위험요소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제조사와 유통회사, 발급 금융기관 등의 참여확대를 더 이끌어내려면 참여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정부 탄소감축 규제와 연계해서 참여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서비스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 BC카드는 그린카드를 개인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플랫폼 카드, 법인카드(신용·체크), 정부구매카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체와 유통사, 금융회사 등 참여기업 확대와 포인트 적립 친환경제품 확대도 요구된다.

 

 

 

 

 

그린카드의 성공요인

1.정부와 지자체를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그린카드는 비씨카드의 독자적인 역량만으로 추진했다면 성공은 어려웠을 수도 있다. 카드 발행에 앞서 BC카드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학계 등의 의견을 모았다. 관련 전문가들은 BC카드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BC카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환경부는 BC카드에 독점적인 사업 운영권을 주는 것 이외에도 그린카드 조기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환경부는 모든 공무원이 그린카드를 발급받도록 유도했다. 전체 공무원 100만 명 중 상당수가 그린카드에 가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접 1호 카드를 받았다. 개인이 절전, 절수 등 친환경 행동을 할 때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 관련 예산도 따로 편성했다. 지자체는 숨겨진 혜택을 대거 제공했다.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의 예매를 20% 할인해준다. 경남 남해군은 나비생태관과 이순신영상관, 남해유배문학관, 국제탈공연 예술촌 등의 입장료를 50%나 깎아준다. 그린카드가 연회비를 없앨 수 있었던 것도 정부의 도움 때문이었다. 환경부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회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2.새로운 소비자를 발견했다.

경제활동 인구 1명당 4장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갑이 두꺼워지기 때문에 추가 신용카드 발급이 쉽지만은 않다. 아무리 공익성을 내세워도 카드발급까지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친환경 인식은 가지고 있으나 실천력이 떨어지는조건부 친환경 소비자에게는 경제적인 혜택을 줘야 했다. BC카드는 2011년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어떤 신용카드 상품을 좋아하는지 조사했다. (복수응답) 52.2%가 저렴한 연회비, 48.8%는 포인트 적립 혜택, 43.7%는 다양한 가격할인 서비스, 34.1%는 내가 필요로 하는 제휴 서비스 등을 꼽았다. 환경에 대해 우려하는 고객들이 기대하는 궁극적인 혜택은 공익기여 및 사회 발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나 가족에게 돌아오는 개인적인 행복이었다. 또 그린카드에환경+신용카드라는 개념을 넣으면혁신적인 상품이라는 인식보다는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 없던 상품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을 고객에게 인식시키려면 투자 비용이 따로 발생한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썼다. 그린카드는 기능적인 핵심 가치를경제적인 혜택의 풍부, 감성적인 핵심 가치는나와 가족의 풍요로 제시했다. 마케팅을 할 때도 친환경 소비를 통해서 결과적으로 나와 가족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3.개방형 사업구조를 만들었다.

BC카드는 자사 브랜드를 통해 TOP포인트제도를 운영한다. TOP포인트제도는 0.1∼0.3% 적립되는 포인트 제도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린카드를 처음 시작 할 때는 회사 내부에선 ‘TOP포인트와 맞물려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TOP포인트의 기존 가맹점을 활용하면 사업을 더 쉽게 연착륙시킬 수 있다는 견해였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린카드가 TOP포인트와 연동될 경우 환경포인트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카드회사와 유통회사 등 별도로 포인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업체들이 참여를 꺼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입자들도 TOP포인트와 그린카드의 에코머니를 혼동할 수도 있다. BC카드는 기존 카드시스템과 분리된 별도의 운영시스템을 구축했고 브랜드도에코머니라고 따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린카드에 참여기업과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4.30년 신용카드 역량을 최대한 활용했다.

BC카드의 자체 역량을 최대한 사용했다. BC카드는 전국은행연합회가 1982년 은행들이 카드업을 따로 하지 않고 모아서 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중립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다. 또 직접 카드를 발행하지 않고 지불결제 프로세싱 업무만 담당해서 사익을 추구한다는 인상이 덜했다. 30년 이상 신용카드 업무를 취급한 노하우를 고려할 때 이번 사업에서 경쟁우위에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다. BC카드는 전국 11개 회원은행, 2600만 회원, 230만 가맹점 네트워크를 보유했다. 지난해 BC카드의 매출액은 131조 원에 달했다. 2012년 연속 한국산업브랜드파워지수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강했다. TOP포인트 등 신용카드 & 포인트 시스템 운영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30년간 1만여 종 이상의 신용카드 상품개발 및 운영경험 보유하고 있었다. Visa Master 등 국제카드 브랜드 없이 해외 이용이 가능한글로벌카드를 국내 최초로 출시한 기업이기도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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